(2) <1999년 9월> 관정 큰스님과의 4법째 만남 그리고 출가에 대한 생각
1999년 9월, 관정 큰스님을 다시 뵙고 나서 출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당시 내가 보던 「정토선수행법」이라는 책에 나의 심정을 이렇게 메모해 놓았다.
‘사람으로 태어나 정법 만나기 몇 겁 만이었던가. 이제 시절인연으로 정법을 만났으니 어찌 수행을 게을리 하랴! 이 몸 받았을 때 대장부 한 소식을 마치리라!’
내가 이처럼 출가를 생각하게 된 것은 절에 갈 때마다 스님들이 출가를 독려하셨기 때문이다. 우선 압곡사에 가면 자해 스님이 늘 출가하도록 말씀하셨다.
“출가하여 정토선을 펴면 어떻겠느냐?”
“출가하여 내 상좌가 되어라.”
그리고 가끔 압곡사에 오시는 광덕 스님도 “나에게 출가하여라.”고 하셨다. 차에서 다시 관정 큰스님을 뵈오니 무엇인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출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때 출가는 현실화 되지 못했다. 자해 스님이나 광덕 스님 때문에 출가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 두 스님 때문에 출가할 생각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출가하려는 것은 출가한 뒤 열심히 수행하여 관정 큰스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법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출가하라고 권하시는 스님 두 분은 정토선 수행에 대해서 나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신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스님들이 정토선 수행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무조건 출가만 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다 결정적으로 2000년 초 관정 큰스님이 5번째 압곡사를 방문하셔서 글 한 줄 남겨놓고 떠나버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하게 되었고, 결국은 출가를 접게 되었다.
4) <2002년> 잃어버린 자성염불이 나를 죽음에서 건지다.
(1) 잃어버린 자성염불
2000년 관정 대법사께서 압곡사와 자해 스님을 떠나신 뒤 정토선 수행에 대한 내 열정이 조금씩 식어가면서 자성염불도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압곡사를 아꼈던 마음과 스님들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면서 정토선 수행에 대한 내 열정도 점점 식어 갔다. 그리고 그냥 놔버린 자성염불은 힘이 없어져 어느 사이 내 영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내 젊음의 가장 황금기였던 30대 전반 거의 5년 동안 내 마음을, 내 영혼을 철저하게 붙잡았던 자성염불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망각할 수 있는지 지금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섭기까지 하다.
나뿐 아니라 어머니도 관정 스님이 떠난 사실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정토선 수행을 접고 정토선 하시기 이전에 하셨던 관세음보살 정근에 몰두하셨다.
그 뒤 나는 비록 정토선은 떠났지만 수행에 대한 막연한 열망은 남아 있었던지 각종 사찰의 여름 수련회를 쫓아다니고, 한 때는 어느 스님의 권유에 따라 화두선을 몰두하기도 했다.
(2) <2003년> 나를 죽음에서 건진 정토선 염불
그러나 그 어떤 수행도 옛날 자성염불 했을 때 체험했던 깊은 경지를 얻지 못하고 나이는 마흔 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봉화에 있는 한 사찰에서 불사를 도우면서 제대로 수행을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수행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큰 사고가 나서 생사를 헤매는 일이 벌어졌다. 비탈에 세워놓은 차의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차가 굴러 내려가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앞문을 열고 간신히 옆에서 핸들을 붙잡았으나 이미 기울어진 차를 세우기는 늦었다. 그렇게 좁은 산길을 달려 내려가던 차가 결국은 큰 나무에 부딪치면서 내 몸은 튕겨나가 허공을 날아 땅바닥에 떨어져버렸다.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지만 양쪽무릎 연골이 파열되고 발목뼈가 여러 조각나서 깨지고 팔꿈치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큰 사고였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갑자기 절 안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정확한 정토선 염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라 ‘아니, 저 절에서 관정 큰스님이 오신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정토선 염불을 틀어놓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정말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였다. 마치 망망대해 위에 조용히 누워있는 기분으로 정토선 염불에 빠져 있었다. 내가 몇 년 전 자성염불이 될 때 느꼈던 편안함 그대로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고 편안했던 것을 보면 정신을 잃었던 순간에 정토선 염불 소리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은데 갑자기 내 마음의 눈이 우주로 가더니 마치 텔레비전에서 작은 점을 점점 키워 화면에 가득 채우듯이 우주의 한 공간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큰 공간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핵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파란색 작은 구 위에 빨간색의 더 작은 구 2개가 붙어있는 모양으로 구 하나 하나는 진동을 하지만 전체는 파장을 이루는데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옴~~ 이 우주는 텅빈 것이 아니었다. 그 사이는 바늘하나도 들어갈 빈틈이 없이 가득찬 생명력이었다. 옴~~~은 우주의 진동이자 파동의 소리였다. 그 순간 ‘아 그래서 한 생각에 우주가 작용을 한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몸 안에 불성이 있다고 하는데, 불성 안에 몸이 담겨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물이 그릇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지만 합해 놓으면 그저 바다이듯이 온 우주가 불성인데 나(我)라는 그릇만큼 불성이 담겨져 있다가 죽으면 그냥 다시 불성 덩어리가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나와 남이라는 것도 인연 따라 뭉쳤다가 다시 우주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식이 돌아오자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정신이 깨어나지 않고 조금 전의 편한 자세로 그냥 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수행하면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달려와 나를 깨우고 병원으로 옮겨져 꽤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병원에 있으면서 나는 다시 정토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죽음에 맞닥트릴 때 결국 나를 살린 것은 아미타부처님이었고 정토선 염불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 귀에 정토선 염불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음 속 저 밑에는 자성염불이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5) 다시 시작한 정토선 염불
본격적으로 정토선을 하려고 했는데 어덯게 된 것인지 마음만 바빴지 몇 년간 다시 허송세월을 보내다 보니 45살이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3년 전쯤 어머님에게 말씀 드렸다.
“어머니와 저는 10년 전 정토선 염불을 떠나 어머님은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셨고, 나는 이것저것 옮겨 다니다가 세월만 보냈습니다. 전에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 나에게 남은 것은 나무아미타불 밖에 없었고 그 아미타불이 나를 살렸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토선 염불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머니도 동의하셔서 3년 전부터 다시 정토선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전처럼 얼마 뒤에 바로 자성염불이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 변하지 않고 끈질기게 염불테이프를 틀고 염불을 하였다. 그리고 무려 2~3년이나 걸려 겨우 자성염불이 되살아났고 귀속에서 들리던 자성염불이 이제는 이전처럼 중단전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너무 쉽게 자성염불을 이루어 그 가치를 몰랐었는데 다시 해보니 한 번 놓치면 다시 찾기가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에는 정말 크고 또렷하였으며 자성염불이 잘되었지만 지금은 정신 차려 끈을 놓치지 않아야지 정신을 조금만 놓으면 흩어진다. 그래도 이제는 다시 돌아온 자성염불을 키워나가 두 번 다시 지난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얼마 전 부산 대승사 선용 스님을 찾아가서 오랜만에 정토선 법문을 들었다. 선용 스님이 끈이 되어 그 다음에 보정 거사님이 관정 큰스님 저작집 「정토와 선」을 주셔서 읽어보니 그 동안 우리가 수행은 열심히 했지만 정토선에 대한 기본 원리를 정확히 깨치지 않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정 큰스님은 정토선을 수행하게 되면 몸으로 깨닫게 되는데(身覺) 3가지가 있다고 했다. 몸으로 물질을 깨닫는 것(身物覺), 몸으로 신(神)을 깨닫는 것(身神), 그리고 몸으로 자성을 깨닫는 것(身性覺)이다. 물질을 깨닫는 것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해 내는 것이고, 신(神)을 깨닫는 것은 하늘나라를 비롯하여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경계를 보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정토선이 목표로 하는 것은 자성을 깨닫는 것으로 신질(神質)을 본다고 해서 그것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하셨다. 그래서 ‘수행에서 신통은 참된 이익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정토선을 공부하다보면 천안 . 혜안 . 법안 . 불안이 열린다고 하는데 10년 전 나는 공부가 조금되어 천안이 좀 열리고 신질을 조금 보기 시작하자 그것이 엄청난 경계인 줄 알고 공부에 소흘히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자성염불을 바탕으로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사실은 이미 「정토선 정의」에 다 나와 있는 것을 소홀히 하였던 것이다. 이제는 자성염불을 올곧게 관하여 일념 단계에 이르고, 더 나아가 그 염불조차 사라지는 무념 단계에 이르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공부 방향이다.
끝으로
“이런 수행법을 내려주신 아미타부처님 고맙습니다.”
“이 수행법을 가르쳐 주신 관세음보살님 고맙습니다.”
“이 수행법을 전해주신 관정 큰스님 고맙습니다.”
“관정 큰스님과 인연을 맺게 해 주신 자해 스님 고맙습니다.”
나모아미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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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무량공덕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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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님 지금 어디 계시는지요..
축서사 차 사고에 다쳤던 스님이 바로 이분이었어요..
문병도 가고 얘기도 나눈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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