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제 평가위원회가 필요”
10월 가을, 대한민국 전국이 축제의 물결로 술렁인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방분권적 차원의 다양한 축제가 차고 넘치는 양태다.
사전적 의미로 축제는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를 말한다. 또는 어떤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를 말하기도 한다.
본래 고대 종교적 차원의 의식이나 제례를 올리는 신성한 차원에서 종교를 유지하는 장치가 축제였지만 이러한 신화적 의미가 지금은 세속적인 정치문화, 사회경제적인 분야로 변천되면서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축제는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또는 전국적이든 지방적이든지 간에 특별한 사회적·심리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이바지해왔다. 한마디로 사회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더욱이 오늘날 대한민국은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전국적으로 정치적 이벤트성 축제가 만연되다가 문화 예술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차원의 각종 축제가 날로 늘어나는 양상인데, 특히 매년 10월이 오면 가을의 햇살 아래 이런저런 축제의 풍경과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10월 종로 가을도 다양한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11일 열린 ‘제9회 종로 한복 축제’를 비롯해서 ‘대학로 차 없는 거리’ 행사 등 지역 곳곳이 다양한 주제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은 전국의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랜 역사적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종로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인사동 축제, 돈의문 축제, 자하문 축제, 전통음식 축제, k주얼리 페스티벌 등등 참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지역 특성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고궁 축제와 조계사 축제 등 정부 차원과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축제까지 포함하면 종로는 온통 축제의 도가니를 이루기도 한다.
일단 축제의 분위기는 매우 순기능적이다.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와 결속 차원에서 보면 종로 축제의 포괄적 대의는 별 하자가 없다. 모두가 흥겹게 즐기고 우의를 나누는 역할에서 그 의미를 폄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축제의 성과다. 축제의 형태와 내용은 각 분야의 특성 또는 주제에 따라 정해질 수가 있는 것이며, 그에 맞게 운영되거나 진행하는 것이어서 달리 이의를 달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종로구 예산이 소용되는 축제이니만큼 그에따른 성과와 공리는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작정 소모성 행사로 비쳐지면서 예산이 아깝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 축제는 다시한번 재고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축제의 효용성과 가치를 높이는 실질적인 주민 평가로 축제의 뒷말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축제 행정의 본말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종로구 축제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종로구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만큼은 종로구 축제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용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다. 축제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시민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축제의 결과 또는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해서, 향후 축제를 더욱 확장 또는 축소하는 합리적이고 진화적인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는 어쩌면 동일하거나 비슷한 성격의 축제가 중복되는 경향 탓도 있지만 투입되는 예산만큼의 성과가 안 보이는 축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축제를 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축제 모습도 없지는 않아서 이를 과감히 정리하는 축제 행정이 요구되기도 한다. 매년 수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자치단체 예산 운용 차원에서도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축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그만큼 넘쳐나는 축제 속에는 예산만 낭비하면서 주민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역기능도 있다는 의미다. 축제의 본질적 성격과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아서 오히려 공동체 결속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셈이다. 심지어 보여주기식의 소모적 전시성 축제는 득보다 실이 큰 편이다.
주민은 자신이 내는 세금이 엉뚱하게 쓰이거나 낭비를 하면 불평불만을 터뜨린다. 그렇게 되면 지역 사회 공동체 결속은커녕 분열과 반목으로 퇴보의 역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시말해 넘쳐나는 종로 축제가 올바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이를 평가하고 조정하는 상설적 축제평가위원회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왕지사 벌이는 축제가 주민 만족도를 높이면 금상첨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