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밀워키에서 예방심장병학 의사로 일한다. 밀워키는 살기 좋은 곳이며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그들은 아주 뚱뚱하다. 국립 심장,폐,혈액 연구소(NHLBI)는 1985년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그 줄어든 칼로리를 곡물로 대체하라고 충고했다. 이는 정확히 남녀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비만과 당뇨병의 폭발적인 증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밀과 유전자 변형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충격은 입부터 항문까지, 뇌부터 췌장까지 광범위하다. 나는 아침 식사로 토스트와 와플, 베이글을 먹은 다음에는 졸음과 혼미함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쓰러져 있곤 했다. 하지만 치즈와 달걀 세 개를 넣은 오믈렛을 먹으면 괜찮았다.
통밀 빵은 흰 설탕이상 혈당을 증가시킨다. 포도당은 혈당을 100까지 증가시킨다. 여기서 혈당지수 100이 나왔다. 포도당과 비교해 특정 식품이 혈당을 상승시키는 정도로 그 식품의 혈당지수를 결정한다.
과체중인 내 환자들에게 식단에서 밀을 제거하자 거의 예외 없이 혈당치가 정상으로 내려오고 몸무게도 줄었다. 환자들은 위산 역류가 그였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한 설사와 주기적인 경련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에너지가 생기고 집중력도 향상되었으며 잠은 더 깊이 잤다. 류머티즈 관절명과 천식 증상도 개선되거나 해결되었다. 운동선수는 지구력이 좋아졌다. 날씬해지고 에너지가 넘쳤다. 사고는 또렷해졌다. 내장, 관절, 폐 건강도 좋아졌다.
밀 섭취를 중단했다가 각테일 파티에서 프레첼 등 밀 음식 섭취를 재개한 사람들은 곧 바로 설사, 관절 부종과 통증, 천식을 경험했다. 혈당을 줄이기 위한 단순한 실험이 나를 놀라게 하는 체중 감소와 여러 부문의 건강 상태 개선이라는 깨달음으로 증폭되었다.
최근 50년간 농학자들의 영향 아래 밀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현대 북미 농장의 평균 수확량은 1세기 전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났다. 조상들이 먹던 밀과 현대의 밀은 같지 않다. 인간이 야생 풀밭에서 거둬들인 밀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2만 5000종 이상으로 다양화되었다. 하지만 밀 단백질 구조의 작은 변화가 그 단백질에 대한 치명적인 면역 반응과 아무런 면역 반응도 나타나지 않는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밀은 여러 환경 조건에 유난히 잘 적응하는 작물이다. 해수면보다 약 260미터나 낮은 예리코에서도 자라고 해발 3048미터의 히말라야 산맥 부근에서도 자란다. 위도에 따른 분포도 북위 65°에서 이르는 노르웨이부터 남위 45°의 아르헨티나까지 폭넓다.
야생으로 자라다 재배하게 된 아인콘이 모든 밀의 시초다. 아인콘은 염색체 수가 14개로, 모든 밀 중에서 유전 암호가 가장 단순하다. 이후 아인콘 및 아인콘과 유연관계가 먼 야생 쐐기 밀, 즉 염소풀의 자연 교잡종인 엠머가 중동에서 출현했다. 염소풀은 아인콘에 유전 암호를 추가해 전보다 복잡한 28가지 염색체를 지닌 밀을 탄생시켰다. 밀 같은 작물은 조상 유전자의 합(sum)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이처럼 식물의 염색체 합이 축적되는 특성을 배수성이라고 한다.
최초로 문자 언어를 개발한 수메르인은 힘든 밀 제분 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흔히 모래를 넣어 제분한 까닭에 빵을 먹었던 수메르인의 치아는 그 모래 때문에 마모되었다. 엠머 밀은 고대 이집트에서 번성했고, 엠머 밀을 성장주기는 계절에 따라 수위가 바뀌는 나일 강에 적합했다.
기원 전 수천 년 전 엠머 밀이 염소풀의 일종인 트리티쿰 타우스키와 교배되었고, 유전적으로 오늘날 밀이라 일컫는 곡물과 매우 유사한 염색체 42개의 트리티쿰 에이스티붐 밀을 최초로 만들어냈다. 이것은 세 가지 단독 식물의 염색체 총합인 42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어 유전적으로 가장 복잡하다. 점점 생산성이 높고 빵을 만들기에 적합한 트리티쿰 아에스티붐 종이 주류가 되어 이후 수 세기 동안 이 종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오늘날 아인콘과 엠머 그리고 트리티쿰 아에스티붐은 인간이 낳은 수천 가지 종류의 현대적 트리티쿰 이에스티붐 후손들로 대체되었다. 오늘날의 교잡종은 원조 아인콘 밀의 유전자에 수백에서 수천가지 유전자가 더해졌다. 오늘날 트리티쿰 속은 질병, 가뭄, 고온에 저항성을 지녔고 생산성을 개선한 작물이지만 질산염 비료나 해충 방제 같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야생에서 생존하지 못한다.
오늘날 인위적으로 재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밀은 대부분 멕시코시티 동부 시에라마드레 오리엔탈 산맥 입구에 자리한 국제 옥수수 및 밀 육종 센터(IMWIC)가 개발한 계통들의 자손이다. IMWIC는 멕시코의 식량 자급을 돕기 위해 록펠러 재단 및 멕시코 정부와 공동으로 1943년부터 농업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0년까지 수천 가지의 새로운 밀 계통을 개발했고 가장 생산성 높은 계통이 제3세계 국가에서 미국을 포함한 현대 산업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유전학자 노먼 볼로그(Noman Borlaug)는 다수확 왜소종 밀을 개발하여 세계 기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줄기가 짧은 밀이 성숙 단계에 빨리 도달한다). 중국의 예만 봐도 밀 수확량이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여덟 배 증가했다. 오늘날 왜소종 밀은 비범한 다수확 능력 덕분에 미국과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여타 밀 계통을 근본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캔자스 주립대학교의 밀육종학교 앨런 프리츠 박사에 따르면 왜소종 밀과 반(半)왜소종 밀이 현재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밀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농학자들은 교잡이 인간이 건강에 해를 끼치는 잡종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코웃음을 친다. 결국 교잡 기술은 아무런 검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수세기 동안 곡물이나 동물, 심지어 인간에게까지 적용되었다. 밀 잡종과 양친에서 발현한 단백질을 비교하면, 약 95%의 단백질이 자손과 같으나 5%는 양친 중 어느 쪽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단백질이었다. 특히 밀 글루텐 단백질은 교배 과정에서 상당한 구조 변화를 겪었다.
1세기 전 밀이 계열들과 비교해보면 현대의 트리티쿰 아에스티붐 계열은 셀리악병을 유발하는 글루텐 단백질 유전자를 다량 발현시킨다. 수만 건의 교잡으로 인해 밀에서 생겨나는 변화는 커지고, 여러 종류의 밀을 교잡해 만은 유전자 조작 식물은 근본적으로 치명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수천 가지 새로운 밀 품종은 야생에서 자라도록 내버려두면 무기력해지며, 인간의 도움에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특히 새 계통들은 유전적으로 특정 비료나 살충제에 적합하게 변형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종자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화학 약품 판매를 촉진하여 카길, 몬산토, ADM 같은 종자 회사나 농화학 회사들에 이익이 돌아간다.
지난 50년 동안 수천 가지 새 계통들이 안정성 실험에서 한 차례의 검증도 받지 않은 채 인간이 먹는 상업적인 식품 공급에 투입되었다. 인간으로서 남녀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단 하나의 염색체에서 비롯된다. 아주 작은 남성의 Y 염색체와 거기에 포함된 몇 개의 유전자면 충분하다.
밀은 복합 탄수화물이다. 복합이라는 말은 설탕처럼 한 개 또는 두 개의 단순 탄수화물과 달리 단당류인 포도당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고분자라는 뜻이다. (설탕, 즉 자당은 이당류로 포도당+과당 2개의 분자로 이루어졌다.)
밀에 든 복합 탄수화물의 75%는 포도당 분자들이 가지를 친 사슬 구조의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고, 25%는 포도당 분자들이 직선 사슬을 이룬 아밀로스(amylose)가 차지한다.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는 아밀로펙틴을 포도당으로 효율적으로 소화시키는 반면, 아밀로스는 훨씬 비효율적으로 소화되고 일부는 소화되지 않은 채로 결장에 도달한다. 복합 탄수화물 아밀로펙틴이 매우 효율적으로 소화되어 빠를 속도로 포도당으로 변환해 혈류로 흡수되는 것이 밀이 혈당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이다. 결장은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덜 소화된 녹말을 신나게 먹고 살며, 설탕이 소화되지 못하게 하는 질소와 수소 같은 가스를 만들어내는 장소다.
바나나와 감자에 들어 있는 아밀로펙틴 B는 콩 아밀로펙틴 C보다는 소화하기 수월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화가 늦은 편이다. 가장 소화가 잘 되는 아밀로펙틴 형태는 밀의 아밀로펙틴 A다.
달걀 세 개를 넣은 오믈렛이 포도당 상승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신체에 지방도 축적하지 않는 반면, 두 조각의 통밀 빵은 혈액 내 포도당을 높이 끌어올리고 인슐린과 지방의 축적, 특히 복부나 깊숙하나 내장 지방의 축적을 촉진한다.
밀 섭취 후 아밀로펙틴 A가 유발하는 포도당과 인슐린 상승은 120분간 지속되는 현상으로, 포도당이 정점까지 높아졌다가 이어서 어쩔 수 없이 낮은 상태로 돌아간다. 포도당 급등과 추락은 온종일 반복되는 포만과 허기의 2시간짜리 롤러코스터다. 밀을 아침으로 먹고 2시간 정도 지나면, 점심 전에 찾아오는 허기, 의식 혼탁, 저혈당 최저치에서의 떨림으로 이어진다. 포도당-인슐린-지방의 축적은 특히 배 부근에서 눈에 띈다. 똥배가 튀어나올수록 감염 반응이 일어나 심장 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밀은 대부분 탄수화물이고 10~15%만이 단백질인 반면, 그 단백질의 80%는 글루텐이다. ‘글루텐’은 단백질의 두 가지 주요 족인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으로 구성된다. 셀리악병의 면역 반응을 가장 강력하게 촉발하는 단백질 그룹인 글리아딘은 그 아류형으로 알파/베타(α/β)-글리아딘, 감마(γ)-글리아딘, 오메가(ω)-글리아딘 세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글루테닌은 기본 구조가 대량 반복되는 구조, 즉 고분자이다. 반죽의 강도는 글루테닌에서 비롯된다.
한 밀 품종에서 나온 글루텐은 다른 계통에서 나온 글루텐 구조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밀가루의 제빵과 반죽의 성형 특성을 강화한 현대 아에스티붐 밀의 D 게놈은 인간이 겪는 다양한 건강 문제의 숨어 있는 원천이다. 그렇지만 글루텐만이 전부는 아니다. 글루텐 외에 나머지 20% 정도에 도합 1000여종 이상의 단백질이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건강을 해치는 밀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밀이 일으키는 이러한 증상은 헤로인이 일으키는 지독한 중독과 다르지 않다. 식단에서 밀을 제거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베이글이나 라자냐를 끊은 지 며칠에서 몇 주 만에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덜해지며, 집중력 향상과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밀은 음식 중에서 두뇌와 신경계 전체에 독특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력 면에서 가희 독보적이다. 밀에 중독된 사람도 있고, 개중에는 강박관념에 빠진 이들도 있다. 밀은 메뉴 선정, 칼로리 소비, 식사와 간식의 타이밍을 명령할 수 있다. 밀은 행동과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심한 경우 생각을 지배할 수도 있다.
내가 목격한 수백 명의 사람이 밀 섭취를 중단한 지 처음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극도의 피로와 의식 혼탁, 예민함,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무력감, 심지어는 우울증마저 겪었다.
정신분열증 환자와 밀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처음 추적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 F. 커티스 도한(F. Cutis Dohan)이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그리고 미국에서 빵 부족으로 식량난에 처한 제2차 세계대전 중 정신분열증 입원 환자가 줄어들었고, 전쟁이 끝나고 밀 소비가 재개된 후 입원 환자 수가 늘어났다.
도한 박사는 비슷한 유형을 뉴기니 섬 석기시대 수렵,채집 생활 주민에게서도 관찰했다. 서구의 영향력이 미치기 전 뉴기니 섬에서 정신분열증은 사실상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6만 5000명의 거주자 중 2명만이 정신분열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서구의 식습관이 침투하면서 밀 재배를 시작했다. 보리로 맥주를 만들고, 옥수수도 들어왔다. 그러자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65배까지 치솟았다.
1960년대 중반 도한 박사와 동료들은 재향군인병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밀 음식을 제외했다. 4주 동안 밀을 먹지 않자 눈에 띄게 병증이 개선되었다. 환청이나 망상 환자 수가 줄어들었고 현실로부터의 분리 증상도 덜했다. 환자들에게 밀이 든 음식을 다시 공급하자 환청, 망상, 현실 분리 증상이 즉각 재개되었다. 밀을 다시 식단에서 없애자 환자들의 상태와 증상 또한 개선되었다. 그리고 다시 밀을 추가하자 또 병증이 악화되었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고, 병이 완벽하게 회복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듀크 대학교 의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53년 동안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고 날카로운 물건과 세척액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70세 여성이 밀 섭취를 중단한 지 8일 만에 정신 이상과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 완벽한 안정을 되찾았다.
도한 박사를 비롯해 그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밀 노출이 애초에 정신분열증을 일으키지는 않을지라도, 증상 악화에 무시할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혹시 밀만이 아니라 곡물 자체가 경중에 불문하고 인간이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상처 입기 쉬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질환은 자폐증이다. 밀 글루텐 섭취 중단으로 자폐 행동이 개선되었다는 결과도 있다. 밀 식품 섭취가 자폐증이나 ADHD의 최초 원인이 아닐 수 있지만, 정신분열증과 마찬가지로 밀은 특정 질환의 특유한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에는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세계 곳곳의 정신분열증, 자폐증, ADHD 환자들은 밀을 먹고 병이 심해지는 것일까?
글루텐이 분해된 아미노산 폴리펩티드는 혈액과 뇌 사이의 장벽(혈액뇌장벽: 혈액과 뇌 척수액을 분리시키는 장벽. 혈액 내이 병원체와 위험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한다)에 침투하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일단 뇌에 진입하면 밀 폴리펩티드는 뇌의 모르핀 수용체를 한데 묶는데, 이것이 바로 환각제가 묶는 것과 똑같은 수용체다. 발견자들은 이 폴리펩티드를 외생 모르핀 유사 화합물, 줄여서 ‘엑소르핀(exorphine)’이라 이름지어 모르핀 유사 화합물과 구분 지었다. 특히 혈액뇌장벽를 가로지르는 지배적은 폴리펩티드에는 ‘글루테오모르핀’ 또는 ‘글루텐의 모르핀 유사 화합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헤로인 등 환각제의 작용을 억누르는 치료제 날록손을 투여하면 밀 엑소르핀이 뇌 세포의 모르핀 수용체에서 한데 묶이는 반응을 차단한다. 약물을 남용하는 중독자에게 헤로인을 차단하는 약과 밀 엑소르핀의 영향을 차단하는 약이 동일하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약물 사용을 지지하지 않는 결론에 다다를 만한 임상 연구는 수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기장이나 아마 같은 여타 곡물들은 엑소르핀을 생성하지 않을뿐더러(글루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뇌가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사람들에게 강박적인 행동이나 금단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날록손을 투여한 참가자들은 위약을 투여한 참가자보다 점심에 33%, 저녁에 23% 적게 밀을 섭취했다.
정상인 또는 식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환각 차단 약물을 투여하면 우울한 기분은 물론 식욕, 갈망, 칼로리 섭취가 감소하고, 그 효과는 특히 밀을 포함한 음식에서 두드러진다. 사실 밀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으로는 거의 독보적이다. 밀은 행동을 변화시키고, 즐거운 기분을 유발하고, 중단했을 때 금단 현상을 촉발하는 몇 안 되는 식품이다.
밀을 먹었다는 것은 흥분을 가장 잘 일으키는 식품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밀은 식욕 촉진제다. 많이 먹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밀은 밀 음식이든 다른 음식이든 더 먹고 싶게 만든다. 밀. 특히 글루텐에서 나오는 엑소르핀이 희열, 중독적인 행동, 식욕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체중 조절의 칼자루를 손에 쥔 셈이다. 즉 밀을 줄이면, 몸무게도 줄일 수 있다.
밀과 비만의 관계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는 대다수 사람의 체중이 증가하는 주요인은 밀이다. 사실 미국에서 밀 확산이 식품 회사와 제약 회사에 안겨준 놀랄 만한 금전상의 ‘횡재’는 이 ‘완벽한 돌풍’이 어느 정도 인간이 창조물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하워드 휴즈’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건강에 좋은 통곡물’을 먹으라는 충고를 교묘히 퍼뜨려, 대형식품 회사들은 수천억 달러의 밀 가공식품 시장을, 비만으로 당뇨병, 심장병, 비만 관련 다양한 치료 약물 시장을 팔 수 있도록 사악한 계획을 세웠다.
미국 농무부, 미국심장협회, 미국영양학회, 미국당뇨병협회가 마든 모든 영양학 지침이 밑바탕은 ‘건강에 좋은 통곡물을 더 많이 먹어라’이다. 이는 1960년대 의료기관이 채택한 ‘지방 섭취를 줄이자’는 운동의 몹시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혈당과 인슐린의 극단적 주기는 지방, 특히 내장 지방 증가의 원인이다. 주기가 반복되면 똥배는 물론 지방간, 두 개의 지방 신장, 지방 췌장, 지방이 낀 대장과 소장을 만들고 심지어 심장에도 지방이 낀다.
내장 지방은 특이하게도 하루 24시간, 매일 매일 돌아가는 신진대사 공장이다. 이 공장이 생산하는 물질은 염증 신호, 비정상적인 사이토카인, 즉 렙틴, 레지스틴, 종양 괴사 인자 같은 세포 간 호르몬 신호 분자들이다. 내장 지방이 많아질수록 혈류로 내보내는 비정상 신호의 양도 늘어난다. 그리고 내장 지방이 증가하는 만큼 심장병이나 당뇨병, 고혈압 위험을 줄여주는 작용을 하는 아디포넥틴 생산 용량이 줄어든다. 아디포넥틴 부족과 렙틴, 종양 괴사 인자 증가의 조합 등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의 가능성을 높인다. 내장 지방이 유발하는 질환에는 치매, 류머티즘 관절염, 결장암 등도 포함된다. 인간 몸에서는 모든 지방이 동등하지 않다. 똥배의 지방은 특별한 지방이다. 이는 사실상 갑상선이나 췌장 같은 내분비샘과 다를 바 없다.
밀가루 똥배 성장에 필수적인 현상은 고혈당(포도당)이다. 고혈당은 자연스레 혈액 내 고인슐린을 유발한다. 고인슐린은 잉여 에너지 저장 수단이 내장 지방 축적을 자극한다. 내장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 신호가 홍수를 이뤄 근육이나 간 같은 조직이 인슐린에 덜 반응하도록 작동한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 하며 췌장이 당 신진대사에 필요한 인슐린 양을 계속해서 늘려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는 인슐린 생산량의 증가로 이어지고, 내장 지방 축적이 늘어남에 따라 다시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셀리악병은 증세가 드러난 시점부터 진단까지 평균 11년이 걸린다. 이 즈음이면 호나자들은 영양 흡수 기능이 망가져 심각한 영양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나이에 비해 체중이 미달되고 신체 발달이 늦은 아이들의 경우는 치명적이다. 많은 셀리악병 환자가 설사가 반복되고 수년간 영양 및 칼로리 섭취가 부실해 체중 미달 및 영양실조 상태에 이른다.
밀 글루텐 제거는 장 내벽을 파괴하는 공격 물질을 없애는 것이다. 일단 장 내벽이 재생되면 비타민과 미네랄 및 칼로리 흡수가 원활해지고, 영양이 회복되면서 체중도 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 30~40년 간 새로 진단받는 셀리악병 환자들은 점점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결국 오늘날 셀리악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밀과 셀리악병
밀에 대한 적응 실패를 알려주는 가장 두드러진 증거는 밀 글루텐이 소장의 건강을 해치는 셀리악병이다. 락토오스 과민성처럼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다른 예들도 물론 많다. 셀리악병 환자 특유의 설사 증세를 다룬 화려한 묘사는 100년에 고대 그리스 의사 아레테우승이 기록에도 있다.
약 1%의 인구에게는 밀 글루텐 내성이 없다. 이 사람들이 글루텐을 섭취하면 소장 내벽, 즉 신체의 다른 부위와 대변을 분리시켜주는 민감한 벽이 망가진다. 경련과 설사에다 소화되지 않은 지방 때문에 변기에 노란색 대변이 떠다닌다.
밀의 여러 가지 성분이 망가진 장 내벽을 통해 들어가서는 안 되는 혈류 등으로 침투하고, 혈류에서 이 병이 진단된다. 요컨대 혈류에서 글루텐 요소 중 하나인 밀 글리아딘 항체가 발견되는 것이다. 또 망가진 장 내벽 자체 성분인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transglutaminase), 근 내막의 항체도 생긴다. 장 내벽 근육에 있는 이 두 단백질은 셀리악병 진단에 필요한 두 가지 항체 반응(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 항체, 근 내막 항체)의 토대를 제공한다. 그 밖에 주로 장관에 머물며 원래는 ‘친화적인’ 박테리아들이 자신의 생산물을 혈류로 내보내고, 여타 비정상적인 염증과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셀리악병 환자의 직계 가족 중 4.5%, 장 질환이 있는 사람 중 17%가 셀리악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셀리악병 환자가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나 진단을 받은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180만 명이 자기가 셀리악병 환자라는 것을 모르는 이유는 셀리악병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기 때문이다. 절반 정도는 전형적인 경련, 설사, 점진적인 체중 감소를, 나머지 절반은 빈혈, 편두통, 관절염, 신경증, 불임, 저신장증(아동), 우울증, 만성 피로 등 얼핏 봐서는 셀리악병과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증상과 질환이 나타난다. 어떤 증세도 드러나지 않다가 뒤늦게 신경학적 결함이나 대소변 실금, 치매, 위장암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셀리악병이 드러나는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아이들은 주로 ‘성장 불량’(체중 감소, 저신장), 설사, 2세 이전 복부 팽창 증상으로 진단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빈혈, 만성 복통으로 진단 받거나 증상이 전혀 없다가 8세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셀리악병의 변화는 성인들한테서도 비슷하게 관찰되었다. 오늘날 설사나 복통처럼 ‘전형적인’ 증상 호소는 줄어든 반면, 빈혈이나 포진성 피부염 같은 피부 발진, 알레르기를 더 호소하고 증상이 전혀 없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왜 셀리악병이 변화해왔으며, 증가하는 추세인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가장 각광받는 이론은 ‘모유 수유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1948년 이래 혈액 샘플을 제공한 신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50년간 셀리악 표지들에 양성 반응을 보인 신병들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네 배 높았다.
셀리악병 자체의 발병 빈도가 지난 50년간 네 배, 20년만 따져도 두 배 증가했다. 셀리악병 증가가 제1형 당뇨병 및 다발성 경화증, 크론병, 알레르기 같은 자가면역 체계의 질병 증가와 맞물려 있어 상황이 더욱 어렵다.
예전에는 주로 체중 감소, 설사, 복통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셀리악병 진단을 받은 반면, 21세기에는 뚱뚱하고 변비에 걸린 사람이든 호리호리하고 보통 체중인 사람이든 셀리악병에 걸릴 수 있다.
조눌린: 밀은 어떻게 혈류에 침투할까 밀을 어떤 형태로 조리하든 그 안에는 밀 글루텐의 글리아딘 단백질이 있으며, 이 단백질은 장의 투과성을 높이는 고유한 업무를 수행한다. 장은 원래 자유롭게 투과할 수 없다. 만약 유입되어서는 안 될 다양한 화합물이 혈류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 중 하나는 ‘자가 면역’이다. (신체의 면역 반응이 활성화라는 ‘묘기를 부려’ 갑상선이나 관절 조직 등의 정상 기관을 공격한다.)
최근 연구에서 밀 글리아딘이 ‘조눌린(zonulin)’이라는 단백질의 장내 배출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눌린은 장 투과 조절체이다. 대부분의 질병이 조눌린 수치 상승으로 인한 ‘장 누수 증후군’으로 인해 발병한다.) 조눌린은 장 세포 사이에 놓인 정상적이고 안전한 장벽의 튼튼한 접합을 해체하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글리아딘의 조눌린 배출을 자극하면 내장의 단단한 접합이 약해지며, 글리아딘처럼 유입되어서는 안 될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 조각들이 혈류로 흘러 들어간다. 티 세포(T-cell: 면역에 관계하는 세포) 같은 면역 활성화 림프구는 다양한 ‘자가’ 단백질에 염증 반응을 시작하고, 밀 글루텐과 글리아딘이 원인인 셀리악병, 갑상선 질환, 관절염, 천식 등이 시작된다. 글리아딘 단백질은 어떤 문이라도 열 수 있는 능력자여서 침입자들이 들어가서는 안 될 장소에 발을 들여놓도록 길을 열어준다.
셀리악병과 관련한 질병은 소아 당뇨부터 치매, 강피종(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는 병)에 이르기까지 깜짝 놀랄 만큼 광범위하다. 게다가 이들의 관련성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셀리악병과 관련해 몹시 곤란한 사실은 셀리악성 장 증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셀리악 환자들이 균형감 상실이나 치매 같은 신경 장애를 겪으면서도 셀리악병이라고 특정 지을 만한 경련, 설사, 체중 감소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글루텐 민감성의 비(非) 장 질환은 장 셀리악병과 동일한 HLA와 면역 표지를 공유하기 때문에 ‘장 질환 없는’ 셀리악병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셀리악병의 아형인 면역 매개성 글루텐 불내증이라고 부를 것이다.
면역 매개성 글루텐 불내증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포진성 피부염: 가려우며 주로 팔꿈치나 무릎 또는 등에 일어나는 울퉁불퉁한 발진 간 질환: 만성 활동 간염,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 담관암 까지 다양하다. 자가 면역 질환: 류머티즘 관절염, 하시모토 갑상선염, 낭창, 천식,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기타 다른 염증 및 면역 장애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신경장애: 이유 없는 운동 실조, 말초신경병증, 두통과 치매로 이어지다 죽음에 이르는 글루텐 뇌병증 영양 결핍: 빈혈증, 비타민B12, 엽산, 아연 및 지용성 비타민 A,D,E,K 결핍
글루텐 매개성 반응은 인간 신체의 모든 장기에 가차 없이 영향을 끼친다. 눈, 뇌, 부비강, 폐, 뼈 등 어디든지 글루텐 항체는 늘 존재한다.
일상 음식 가운데 밀만이 유일하게 오랫동안 섭취했을 때 그 자체만으로 사망률을 측정할 수 있다(밀, 보리, 호밀, 귀리가 다 그렇다). 셀리악병이 아니더라도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사망률이 전체 인구와 비교해 29.1%까지 상승했다.
약 8년간 셀리악병 환자 2만 9000명을 관찰한 결과 ‘잠복 중인’ 셀리악병 환자 중 30~49%가 치명적인 암,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셀리악병이나 면역 매개성 글루텐 불내증 진단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장의 비(非) 호지킨 림프종은 치명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셀리악병 환자는 이런 종류의 암에 무려 40배나 높은 확률로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글루텐을 제거하고 5년 정도만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글루텐 제거에 성공하지 못한 셀리악병 환자는 림프종 위험이 77배,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위험은 22배 높았다. 셀리악병 환자의 10%만이 발병사실을 안다. 밀을 실제로 암의 원인이 된다.
추잉 껌의 밀가루, 치약의 밀가루, 립스틱의 밀가루 등 소량의 밀가루만으로도 설사나 경련이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심한 사람은 항생제로 인해 장내 박테리아군집이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셀리악병 환자는 밀이 들었는지, 아니면 호밀이나 보리가 들었는지 끊임없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위산 역류(식도 염증이 발생하면 역류성 식도염이라고도 한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두 질환은 셀리악병보다 증세가 약하므로 나는 이들을 셀리악병 ‘라이트(lite)’라고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흔한 데 비해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경련, 복통, 설사나 묽은 변이 변비와 번갈아 나타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정의하기에 따라 인구의 5~20%에 영향을 미친다.
위산 역류는 식도의 괄약근의 죄는 힘이 약해서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위산 역류는 흔히 입 안쪽에서 쓴맛이 나는 속쓰림 증상을 동반한다.
이들 질환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셀리악병 양성 표지가 있는 위산 역류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 셀리악병 양성 표지가 없는 위산 역류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그것이다. 밀을 빼면 위산 역류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개선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식단에서 글루텐을 뺀 후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위산 역류에서 완전히 또는 일부 벗어난 사례를 수없이 많이 관찰했다. 셀리악병 표지가 비정상이든 아니든 말이다. (상처 관련 저서를 쓴 ‘나쓰이 마코토’ 선생은 곡물이 위산 역류의 원인이라 한다.)
밀과 인슐린 저항성
혈당을 상승시키는 밀의 놀라운 능력은 ‘포도당-인슐린 롤러코스터’로 하여금 식욕을 돋우고, 중독성을 띤 뇌-활성 엑소르핀 관계를 구축하며, 내장 지방을 키우게 한다. 밀은 당뇨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려는 노력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음식이다. 호두나, 시금치,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식단에서 제거해도 별 영향이 없다.
하지만 밀을 제거하면 총체적인 변화가 도미노 효과처럼 따라온다. 혈당 상승폭이 줄고, 먹고 싶은 충동을 부추기는 엑소르핀도 없어진다. 고혈당, 염증 현상, 당화 반응, 작은 LDL 입자들과 중성지방 등 형편없는 포도당 신진대사와 관련한 모든 현상이 힘을 잃는다.
인류의 식단에 곡물이 유입되면서 감염과 골다공증 같은 뼈 질환 증가, 유아 사망률 상승, 당뇨병과 수명 단축의 고고학적 증거가 줄을 잇고 있다.
소아 당뇨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타격을 입어 인슐린 생성 장애를 일으킨 질환이다. 억제되지 않고 위험 수준까지 혈당이 상승하면 이뇨제처럼 작동한다. 포도당이 체세포에 진입하지 못해 신진대사 장애도 생긴다. 인슐린을 투입하지 않으면 당뇨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이 생기며 혼수상태에서 사망까지 이른다.
1950년대에 ‘성인의 제2형 당뇨병은 후기 단계까지 인슐린 결핍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에 따른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사실 성인의 당뇨병은 인슐린의 양이 매우 많다(정상인보다 몇 배 이상).
미국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30년간 지방을 줄이고, 줄어든 지방만큼의 칼로리를 밀처럼 ‘건강에 좋은 통곡물’로 대체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실험 결과, 체중 증가, 비만, 내장 지방의 팽창 그리고 예비 당뇨병 및 당뇨병 환자의 전례 없는 증가를 낳았다.
미국 성인의 22~39%라는 엄청난 수가 당뇨 전 단계이다. 2008년 당뇨 및 당뇨 전 단계인 사람들을 모두 합산했더니 그 수가 8100만 명, 즉 18세 성인 셋 중 한 명꼴이었다.
만약 당뇨 전 단계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미국인이 식후 높은 혈당, 높은 중성지방, 작은 LDL 입자, 인슐린에 형편없는 반응(인슐린 저항)-이는 심장병, 백내장, 신장병, 결국 당뇨병으로 이어진다-을 보인다. 당뇨 전 단계는 단지 뚱뚱한 차원이 아니다. 신장병, 사지절단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과 내장 지방이 늘어나는 초기 단계에는 인슐린 생성을 담당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50% 증가하고, 인슐린에 저항하는 신체의 요구에 맞춰 생리학적 적응이 동반된다. 하지만 베타 세포의 적응은 제한적이다.
고혈당은 ‘당 독성(glucotoxicity)을 유발한다. 당 독성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고혈당이 지속될수록 베타 세포도 손상을 입는다.
통밀 빵 몇 조각과 저지방 칠면조 가슴살을 먹으면 비당뇨병 성인의 일반적 혈당은 140~180mg/dl이 되고, 이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베타 세포 몇 개를 희생시키기에 충분하다.
탄수화물 섭취를 반복하면 중성지방과 지방산 역시 증가하고 지질 독성(lipotoxicity)을 초래한다. 지질 독성이 진행되면서 형편없이 취약한 췌장의 베타 세포에도 손상을 입힌다.
췌장 손상은 산화 독성(oxidative injury), 렙틴, 다양한 인터류킨(몸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해로운 물질을 면역계가 맞서 싸우도록 자극하는 단백질), 종양 괴사 인자들의 염증 현상으로 한층 악화된다. 내장 지방은 이 모든 염증의 온상이며, 당뇨 전 단계이든 당뇨이든 그 특징은 동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 독성, 지질 독성, 염증성 파괴의 갑작스러운 공격이 반복되고, 베타 세포는 당초 정상 개수에서 절반 밑으로 점점 줄어들면서 약해지다가 사멸한다.
곡물 특히 밀 음식의 탄수화물은 혈당과 인슐린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인슐린은 생성하는 췌장의 능력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으로 이끄는 일련의 신진대사 현상을 일으킨다. 즉, 당뇨병에 걸린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은 거의 당뇨병의 원인 식품이다. 내장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을 초래한다. 고혈당, 중성지방, 지방산은 췌장을 손상시킨다.
당뇨 치료는 이런 과정을 거친다. 피오그리타존 같이 인슐린 저항을 낮추는 약물이 당뇨 초기에 처방된다. 메트포르민도 당뇨 초기에 간의 포도당 생산을 감소시킨다. 그러다 췌장이 수년에 걸친 당 독성, 지질 독성, 염증의 연타에 휘청거리다가 더 이상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면 인슐린 투약 처방을 받는다. 당뇨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널리 보급된 표준 치료 중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라고 충고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몇 년 전 당뇨 환자의 치료에 ADA(미국당뇨협회)가 권장하는 식단을 적용했다. 그 결과 체중 증가, 혈당 조절 악화, 약물 치료 필요성 증가, 신장병이나 신경 장애 등 당뇨 합병증에 걸리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ADA의 식단 조언을 무시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자 혈당 개선, 당화혈색소(hemoglobin Alc, HbAlc) 수치 하락, 놀라운 체중 감소, 기타 고혈압과 중성지방 등 신진대사의 잡다한 문제가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
ADA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지방과 포화 지방 섭취 줄이기, 탄수화물(되도록 ‘건강에 좋은 통곡물’)을 매 끼니마다 45~60g 또는 매일 135~190g 섭취하기, 스낵 먹지 않기를 권고한다. 핵심은 지방 공포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다. 즉, 혈당을 증가시키는 음식과 설탕을 먹어라. 혈당은 약으로 끌어내리면 된다.
나는 당뇨병을 다루는 간호사나 상담사 중에서 ADA 충고를 거부하며, 환자들에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도록 권하는 현명한 사람들도 보았다. 그런 충고는 ADA의 지침에 정면을 배치되므로 의료 기관은 말썽 피우는 이 직원들을 해고하는 식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늘날의 당뇨 치료 개념은 말하자면 이렇다. ‘애당초 병을 일으키는 음식을 늘리고, 끝없이 약물을 주입해 혈당을 조절한다.’
만약 충분한 췌장 베타 세포가 남아 있고 당 독성, 지질 독성, 염증으로 인해 완전히 사멸하지 않았다면, 거의 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에비 당뇨병 또는 당뇨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당뇨병 이전으로 되돌리기 보다는 식이 요법을 통해 당뇨병 예방을 달성하는 것이 한결 쉽다. 블루베리, 라즈베리, 복숭아,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식품은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도 ‘불량’ 탄수화물만큼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아동의 24%가 높은 수준의 ‘자가 항체’ 즉, ‘자신의’ 단백질에 저항하는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비당뇨 아동은 6% 수준). 아이들의 비정상 면역 반응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셀리악병 아동은 제1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약 10배나 높다. 제1형 당뇨병 아동은 밀 그리고/또는 셀리악병 항체를 가졌을 확률이 10~20배 높다. 두 질환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운명을 같이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제1형 당뇨병과 셀리악병 사이의 유착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유전적으로 제1형 당뇨병에 취약한 쥐 연구에서, 밀 글루텐 제거로 당뇨 발병률을 64%에서 15%로 낮추고 셀리악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내장의 손상을 예방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밀은 모든 면에서 당뇨를 일으키는 죄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체중 증가와 비만 추세 사이에는 꼭 들어맞는 꼭 들어맞는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 미국당뇨협회, 미국영양학회 등 막대한 양의 밀 소비를 주장하는 ‘드림 팀’의 구제로 밀은 모든 죄에서 사면되었다.
뼈 건강과 밀(곡물): 위대한 ph 교란 물질 밀
인간의 몸은 ph(수소 이온 지수) 반응에 철저하게 통제받는다. 정상 ph 7.4에서 수치가 0.5 정도만 위 또는 아래로 움직여도 우리는 죽게 된다.
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신체 상태는 정교하게 조율되고 유지되며,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의 경우 감염으로 생성된 산성 물질이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산 중화 한도를 압도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신장병에 걸려 몸 안의 산 부산물 제거 기능이 망가지면 각종 합병증에 노출된다.
평소 신체의 ph는 정교한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덕분에 ph 7.4로 유지된다. 젖산처럼 신진대사 부산물은 산이다. 산이 ph를 끌어내리면 우리 몸은 급격하게 이를 보완하려 한다. 신체는 혈류의 중탄산염부터 뼈 속 알칼리성 칼슘염(탄산칼슘, 인산칼슘 등)에 이르기까지 알칼리 저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알칼리를 죄다 끌어와 반응한다. 정상적인 ph 유지가 매우 중요하므로 신체는 ph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뼈 건강을 희생한다.
몸은 알칼리성으로 약간 치우친 상태를 선호한다. 신체의 ph를 압박하는 산은 음식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탄산이 함유된 탄산음료 등 누가 보든 확실한 산성 음식들이 있다. 코카콜라처럼 인산이 든 음료도 있다. 산이 지나치게 들어간 탄산음료는 신체의 산-중화 수용 능력을 한계 수준까지 이르게끔 한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감으로써 탄산이 많이 든 콜라를 마시는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골절은 5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산의 포함 여부가 그다지 분명하지 않은 음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음식이든지 신체는 산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주로 동물성 식품의 단백질이 산을 생성한다. 신체는 요산, 황산처럼 육류가 생성한 산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치즈는 산성이 강한 식품으로, 특히 저지방, 고단백질 치즈가 그렇다. 동물성 식품은 신선하든 발효되었든, 덜 익혔든 잘 익혔든, 특별한 소스를 곁들였든 아니든 상관없이 공격적인 산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은 뼈의 성장과 무기질화를 촉진하는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1,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호르몬을 자극해 뼈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슐린 유사’라는 말은 인슐린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의미이지 그 효과가 유사하다는 뜻은 아니다.) 산을 생성하는 특질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단백질의 순 효과는 뼈 건강을 증진시키는 쪽에 있다.
반명 채소와 과일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실제로 농작물은 ph를 전부 알칼리성으로 유도한다. 케일부터 콜라비까지 채소와 과일을 푸짐하게 먹으면 동물성 식품으로 가중된 산성 물질을 중화시킨다.
수렵, 채집인이 먹었던 고기, 채소, 과일, 비교적 중성 식품인 견과류, 근채류로 꾸린 식단은 결과적으로 알칼리 효과를 낸다. 약 1만 년 전, 이전가지는 알칼리성이었던 식단의 ph 균형이 곡물이 도입되면서 산성으로 기울었다. 현대인의 식단은 ‘건강에 좋은 통곡물’이 풍부하지만 채소와 과일이 부족해 심한 산성으로 기울었으며, 이는 산증(혈액의 ph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을 초래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증은 뼈에 큰 타격을 준다.
두개골부터 꼬리뼈에 이르기까지 뼈는 칼슘염의 저장고다. 칼슘은 뼈를 단단하고 튼튼하게 유지한다. 뼈의 칼슘염은 혈액과 조직에서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며 산의 공격에 대비하는 알칼리 물질의 원천이다. 하지만 무한정 공급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성장하고 골격을 갖추기까지 대략 18년이란 세월을 보낸다면, 남은 인생은 체내 ph를 조절하느라 골격을 무너뜨리며 보낸다. 음식 탓에 만성화된 가벼운 대사성 산증은 10대부터 시작해 8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꾸준히 악화된다. 산성을 띤 신체는 ph를 7.4로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탄산칼슘과 인산칼슘을 빼낸다. 또 산성을 띠는 몸은 뼈 조직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파골 세포가 좀 더 열심히 속도를 높여 뼈 조직을 해체하고 소중한 칼슘을 내보내도록 자극한다. (중년 이후에 많이 발병하고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은 이석증도 골다공증 등 뼈가 약한 사람들이 잘 발병한다.)
뼈에 아무리 칼슘을 많이 저장해두었다 해도 끝없이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뼈는 결국 탈염된다. 즉 칼슘이 고갈되고 만다. 이 무렵 가벼운 탈염 증세인 골감소증, 심한 탈염 상태인 골다공증, 그 외 골연화 또는 골절이 생긴다. 덧붙여, 칼슘 보충제 복용은 시멘트 포대와 벽돌을 뒷마당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새 정자가 지어지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뼈 손실을 돌이키는 데 효과가 없다.
지나치게 산성화된 식단은 결국 골절을 불러온다. 식물성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보다 많이 섭취할수록 엉덩이 골절 발생이 줄어든다. 골당공증으로 생긴 골절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재채기 한 번에 척추를 다치거나, 길을 걷다가 살짝만 넘어져도 엉덩이 골절을 입고, 밀대로 반죽을 펴다 팔에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70세부터는 남녀 모두 급격한 뼈 손실이 일어난다. 그러다 80세에 이르면 97%의 여성이 골다공증에 걸린다.
다른 식물성 식품과 달리 곡류만이 산성 물질을 생산한다. 밀은 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 어떤 육류와 비교해도 그램당 황산의 양이 많다. (밀보다 황산 함량이 많은 식품은 귀리뿐이다.) 황산은 손에 닿으면 심한 화상을 입고, 눈에 들어가면 실명하는 물질이다. 황산은 석조물을 부식시키고, 나무와 풀을 죽이며, 수생 동물의 생식 활동을 교란한다. 밀 섭취로 생성된 황산은 희석된 상태이지만, 희석된 상태에서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알칼리를 즉각 중화해 압도적으로 강한 산성을 띤다. 밀 같은 곡류는 ph 균형을 산성으로 옮겨놓기에 충분하다.
연구 결과, 글루텐 섭취량 증가는 소변을 통한 칼슘 손실을 무려 63%나 늘렸고, 더불어 뼈의 재흡수 표지들(즉 골다공증 같은 질환을 일으켜 뼈를 약화시키는 혈액 표지들)도 증가시켰다.
그러니 육류는 많이 먹으면서 알칼리성 채소(시금치, 양배추 등)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아 산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산이 과도해진다. 즉 밀 같은 곡물을 섭취함으로써 만성화된 산 부담이 뼈 건강을 갉아먹는다.
알프스 빙하에서 발견된 5000년 전 얼음 인간을 연구하니 위장관에서 발효되지 않은 아인콘 빵이 덜 소화된 채로 발견된 반면, 고기와 채소는 거의 다 소화된 상태였다. 수렵채집인은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가 많았음에도 나머지를 곡물이 아닌 채소로 채웠기에 식단은 알칼리성 칼슘염을 풍부하게 생산했고, 이것이 산성으로 치우친 ph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채소를 넉넉하게 섭취한 덕분에 원시인의 식단은 현대 식단보다 알칼리도가 6~9대 높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변 ph 확인 결과, 현대의 ph 4.4~7.0 수준에 비해 원시인은 ph 7.5~9.0으로 알칼리성이 강했다.
저렴한 밀 식품을 곳곳에서 끝도 없이 공급하는 현대는 산 부담이 가중되어 순 산성으로 심하게 편중되었다. 밀은 끊임없이 뼈에서 칼슘을 빼냄으로써 원하는 대로 순 알칼리를 순 산성으로 이동시킨다.
‘건강에 좋은 통곡물’ 위주의 산성 식단과 그 식단이 초래한 골다공증을 고치려는 해결책으로 포사맥스(Fosamax)와 보니바(Boniva) 등의 약물 처방을 한다. 골다공증 약물 시장은 이미 연간 100억 달러 규모에 다다랐다(2010년 이전 기준). 건강을 파괴하는 이상야릇한 효과를 떨치는 밀은 미국 농무부의 호위를 받으며 거대 제약업계에 막대한 수익 기회를 제공하면서 우리 삶에 끼어들었다.
밀가루 똥배가 불룩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가지 이상의 관절염에 시달린다. 골관절염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관절염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통풍, 그 밖의 관절염보다 흔하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골관절염 치료약으로 초거대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의 세레브렉스가 있다.) 미국인 7명 가운데 한 명이 골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정식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이다.
당뇨, 심장병, 암에서 유발하는 관절 염증과 동일한 형태로 밀가루 똥배의 내장 지방에서도 염증을 일으킨다. 종양 괴사 인자-α(TNF-α), 인터류킨, 렙틴 같은 염증 매개 호르몬은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관절 조직을 퇴행시킨다. 특히 랩틴은 관절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특성을 지녔다. 과체중(높은 체질량지수)이 심할수록 관절액 속에든 랩틴의 양이 많고, 이는 훨씬 심각한 연골 및 관절 손상으로 이어진다. 관절 내 랩틴 수치는 혈액 내 랩틴 수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허리둘레가 두툼할수록 무릎 및 고관절의 인공 관절 수술을 받는 경우가 세 배 이상 높다. 이로써 손가락 관절 등 체중 증가와 무관한 관절에 관절염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체중 감소와 내장 지방 감소는 단순히 하중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관절염도 개선한다.
유아기부터 선천성 심장 질환 치료를 받아온 26세의 제이슨은 관절염도 심했다. 그에게 밀 절식을 권하고 석 달 후 다시 온 그는 관절 통증이 좋아져서 왔다. 그는 밀을 끊었더니 닷새 만에 몸이 나아지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우연이라 생각해 샌드위치를 먹어보자 5분 만에 고통의 80%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처음 그를 진찰했을 때 약한 심부전 증세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부전의 징조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동안 복용하던 심부전 약도 끊기 시작했다.
밀로 인해 관절 손상을 유발하는 또 다른 현상도 여러 해 동안 지속된다. 요컨대 당화(glycation)가 그것이다. 밀 음식을 섭취할수록 혈당은 더 높게 더 자주 상승하고, 당화 현상도 빈번해진다. 당화는 무릎이나 엉덩이, 손 관절을 포함한 체세포 조직 단백질과 혈중 단백질에 돌이킬 수 없는 변형을 일으킨다.
연골 세포는 극히 오래 생존하면서도 재생산 능력이 없다. 따라서 관절의 연골은 유독 당화에 민감하다. 한번 손상이 가면 회복되지 않는 탓이다. 콜라겐이나 아그레칸 같은 연골 단백질이 당화되면 비정상적으로 딱딱해진다. 당화가 입힌 손상은 점증적으로 쌓여 연골을 연약하게 하고, 저항력을 잃게 만들어 결국은 무너뜨린다. 관절의 염증, 고통, 파괴 모두 관절염의 또렷한 특징이다.
밀가루 똥배의 성장을 촉진하는 고혈당은 내장 지방 세포 내 염증 활동 및 연골의 당화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고혈당은 또 뼈와 관절의 연골 조직 파괴로 이어진다.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은 셀리악병 환자들에게 흔하다. 장 질환 유무와 관계없이 나타나며 셀리악 항체를 보유한 최고 70%의 사람들이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겪는다. 골다공증이면서 동시에 셀리악병을 앓는 실험 참가자들의 식단에서 글루텐을 제거하자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골밀도가 즉각 개선되었다.
낮은 골밀도의 원인은 특히 비타민 D와 칼슘 등의 영향 흡수 불량, 인터류킨처럼 뼈를 탈염시키는 사이토카인류의 방출을 유도하는 염증 증가에 있다. 따라서 식단에서 밀을 제거하면 염증이 줄고, 영양 흡수도 원활해지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밀은 골다공증이나 골절 외에 염증성 골 질환을 통해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류머티즘 관절염, 활동에 장애를 주는 고통스러운 관절염 환자들은 일그러진 손, 무릎, 엉덩이, 팔꿈치, 어깨 관절로 고생하고, 동시에 밀 민감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밀을 섭취하는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뼈와 관절에 파괴적인 영향을 받지만, 셀리악 또는 글루텐 항체에 양성인 사람한테는 격렬하게 표출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교란된 산-염기 균형이 건강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은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밀 등 ‘건강에 좋은 통곡물’은 현대 식단에서 산의 비중을 대단히 높인 원인이다. 뼈 건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알칼리 위주의 식단(곡물을 뺀 야채를 주식으로 하는 식단)을 짜면 노화에 따른 근육 소모, 신장 결석, 염분 민감성 고혈압, 불임, 신장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백내장, 주름, 꼬부랑 등: 밀과 노화
인간의 노화와 관련 우리가 많이 듣게 될 복장한 신조어가 하나 있으니, 바로 AGE다. AGE는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ion)의 머리글자로, 실로 적절한 용어다. 동맥을 뻣뻣하게 하는 죽상동맥경화증, 눈의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는 백내장, 뇌신경 연결 고리가 망가지는 치매 등 나이 든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 바로 AGE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AGE는 신장, 눈, 간, 피부, 그 밖의 장기들에서 힘을 얻는다.
AGE는 축적될수록 조직을 노쇠하게 만드는 쓸모없는 잔해들이다. 유용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하지 않는다. 축적된 AGE는 혈액에서는 노폐물과 잔여 단백질을 걸러내는 신장 기능의 상실을, 동맥에서는 동맥경화와 죽상경화판의 축적을, 관절에서는 무릎과 엉덩이의 연골 악화 및 경직을 일으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GE 잔해가 덩어리지면서 뇌기능 세포의 손실을 가져온다.
AGE는 워낙 다양한 음식에 들어 있어 몸속으로 직접 유입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당뇨를 결정짓는 현상, 즉 고혈당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혈당을 끌어올리는 음식을 섭취하면 신체 조직의 당 활용 능력이 증진되면서 당-단백질 분자 간 결합이 이뤄지고, 당 분자가 온갖 단백질과 반응할 수 있게 한다.
일단 AGE가 만들어지면, 취소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AGE는 분자 사슬 형태로 모이며, 고분자 AGE를 생성할 경우 특히 파괴적이다. AGE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채 쌓이며, 신체의 소화나 세척 과정에도 버티는 불필요한 잔여물을 만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AGE는 혈당이 증가하면 언제든 발동이 걸리는 도미노 현상의 결과물이다. 포도당이 가는 곳이면 AGE도 따라 간다(그래서 사실상 신체 어디든 간다). 혈당이 상승할수록 AGE 축적되고 노화 속도는 빨라진다.
평상시 공복 혈당은 90mg/dl 미만이다. 슬로 쿠커로 조리한 귀리 한 공기를 먹고 나면 포도당은 쉽게 200~400mg/dl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고혈당이 반복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당뇨병에 걸리면 관상동맥 질환과 심장병 발병 위험이 2~5배 높고, 44%는 경동맥이나 심장 외부 동맥의 죽상경화증이 발병하며, 진단 후 11년 후면 20~25%는 신장 기능 손상과 신부전에 걸린다.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했을 때 당뇨병 환자는 혈액 내 AGE 수치가 60%가량 높다. 고혈당에서 비롯한 AGE는 신경병증(다리의 감각 상실로 이어지는 신경 장애)부터 망막병증(시력 장애와 실명), 신장병(신장 질환과 신부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당뇨 합병증의 원인 제공자다. 혈당이 높을수록 AGE 생성량도 증가한다.
당뇨 합병증 말고도 AGE 과잉 생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들: 신장병, 죽상동맥경화증, 치매(치매를 앓는 사람의 뇌는 AGE 함량이 보통 사람의 뇌보다 세 배 이상 많고, 치매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 섬유의 꼬임이 나타난다), 암(췌장, 유방, 폐, 결장, 전립선 등의 암 환자들에게서 비정상적인 AGE 침착이 확인된다), 남성 발기 부전(AGE는 발기 부전을 일으킨다. AGE는 발기 반응을 담당하는 음경 조직에 침착해 음경의 충혈을 방해하는데, 이것이 발기 부전으로 이어진다), 눈 건강[AGE는 수정체(백내장)부터 망막(망막병증), 눈물샘(안구 건조)에 이르기까지 눈 조직을 손상시킨다].
혈당이 높은 경우에 비하면 훨씬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AGE는 혈당이 정상일 때도 생성된다. 그러므로 AGE 생성은 60세인 사람이 60세처럼 보이게끔 정상적인 노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AGE가 침착하면 노화 속도에 불을 붙인다. 따라서 당뇨는 당화에 속도가 붙고 AGE가 쌓일 때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 가르쳐준다.
게다가 높은 수치의 혈중 AGE는 산화의 강도를 높이고 염증 지표가 드러나도록 불을 지핀다. AGE 수용체, 즉 RAGE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혈관 내피 성장 인자, 종양 괴사 인자 등 다양한 염증 및 산화 반응을 조절하는 관문이다. 그러므로 AGE는 대량의 산화 및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심장병, 암,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혈당이 높을수록 AGE 생성 속도도 빨라진다. AGE 생성을 완전히 막을 만한 혈당치는 절대 없다.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그런 운명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다. AGE는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침착하며 노화를 불러온다. 녀석에게 필요한 것은 정상치보다 불과 몇 밀리그램쯤 높은 정도의 혈당이다. 시간이 흘러 AGE가 충분히 침착하면 온갖 질환이 발병한다.
달걀이나 호두, 올리브유, 돼지고기, 연어 등은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는 반면, 사과부터 오렌지, 젤리빈, 일곱 가지 곡물 시리얼에 이르는 모든 탄수화물은 혈당을 끌어올린다. 밀은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완전히 진행된 당뇨 환자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혈당을 솟구치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음식이다.
즉, 혈당을 높이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밀은 노화를 촉진시킨다. (쌀도 마찬가지다.) 혈당 및 AGE 상승 여파로 밀은 피부 노화, 신부전, 치매, 죽상경화증, 관절염 등의 발병을 재촉한다.
* 내생 AGE: 앞서 다룬 체내에서 생성되는 AGE를 말한다. 혈당을 상승시키는 음식은 AGE 생성도 촉진한다. 당연히 혈당을 가장 많이 끌어올리는 식품은 AGE도 가장 많이 생성한다. 체내에서 과당은 포도당보다 초대 수백 배 많은 AGE를 생성한다. 그래뉴당(자당, 설탕)은 50%는 과당, 50%는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이플 시럽, 꿀, 가아베 시럽도 과당이 풍부한 감미료다.
* 외생 AGE: AGE 함유 식품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AGE가 풍부한 음식은 고기, 치즈 등 단연 동물성 식품이다. 특히 고기와 동물성 식품은 고온에서 열을 가해 굽거나 튀기면, 그 과정에서 AGE 함량이 1000배 이상 높아진다. 또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AGE 함량도 많아진다. 외생 AGE는 포화지방이 풍부한 육류에 들어 있다. 베이컨, 소시지, 페퍼로니, 핫도그처럼 가공한 육류에는 AGE가 지나치게 많다. 따라서 육류가 근본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에 좋지 않게’ 변질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 가공하거나, 고온(섭씨 177도 이상)에서 가열하거나 기름을 듬뿍 넣어 튀긴 육류 등 외생 AGE의 근원 식품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기름보다 물을 이용해 요리한다면 AGE 노출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AGE 생성의 진행률을 측정할 수 있다. 바로 당화혈색소 검사다. 체내 모든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도 당화를 겪는다. 혈당이 높을수록 당화 헤모글로빈 비율도 높아진다.
적혈구는 기대 수명이 60~90일이다. 혈액 내 당화 헤모글로빈 분자의 비율 측정은 고혈당이 이전 60~90일간 얼마나 내달렸는지 그 지표를 제공한다. 정산적인 인슐린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의 당화 헤모글로빈은 대략 4.0~4.8%(즉, 당화혈색소 4.0~4.8%)이다. 반면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통상 8~9%, 심한 경우 12% 이상으로 나타난다. 무려 70%에 달하는 미국 성인이 5.0~6.9%의 당화혈색소를 갖고 있다.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당화혈색소 수준은 6.5% 아래다. ‘정상’ 범위의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은 28% 올라가고, 이는 심장병 및 암 위험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당화혈색소(즉 당화 헤모글로빈)는 포도당을 조절하는 운영 지표를 제공한다. 또 헤모글로빈 외에 체내 단백질이 어느 정도 당화 되었는지도 알려준다. 당화혈색소가 높을수록 눈의 수정체, 신장 조직, 동맥, 피부 등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당화도 활발해진다. 당화혈색소는 노화 속도를 일려주는 자수인 셈이다. 즉 당화혈색소가 높을수록 노화도 빨라진다.
당화혈색소는 체내의 여러 단백질이 당화하는 속도, 즉 노화 속도를 반영한다. 5% 언저리에 머문다면 정상 속도로 늙는 셈이고, 5% 이상이면 생물학적 연령이 빨리 늘어나는 셈이다. 혈당치를 높이 끌어올리는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당화혈색소가 더욱 올라간다는 뜻이고, 이는 장기 손상과 노화 촉진으로 이어진다. 직장 상사가 싫어서 빨리 늙고 병약해지기를 바란다면 그럴싸한 커피 케이크를 구워주어라.
백내장 발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 눈의 수정체의 단백질이 당화 반응을 해 AGE가 생성되면, 그 AGE는 서로 결합해 한데 응집한다. 결함 있는 다이아몬드의 작은 흠처럼 수정체에도 작은 상처가 생겨 누적되고, 빛이 그 흠에 부딪혀 흩어진다. AGE가 생성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수정체의 흠집이 늘어나면서 수정체가 불투명해져 백내장을 일으킨다.
혈당과 AGE 그리고 백내장의 관계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다. 백내장은 실험동물에 고혈당을 유지시키기만 해도 90일 이내에 발병한다. 미국에서 백내장은 52~64세 성인 남녀의 42%가량이 발병하고, 75~85세에는 발병률이 91%에 달한다. 사실 눈에서 망막(황반 변성이 일어남), 유리채(안구를 채우고 있는 젤리 상태의 유동체), 각막 등 AGE에 손상을 입지 않는 조직은 없다.
혈당을 높이는 어떤 음식이든 수정체의 크리스털린 단백질을 당화할 위험성을 지닌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정체가 입은 손상이 상처를 복구하고 크리스털린을 재생하는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그런 지경에 이르면 앞에 있는 자동차가 안개처럼 뿌옇게 보여 안경을 착용하거나 눈을 가늘게 뜨고 봐야 비로소 분간할 수 있다.
실험용 쥐로 실험해 본 결과, AGE가 적은 음식을 먹은 쥐들은 건강하고 수명이 길었던 반면, AGE가 풍부한 음식을 먹은 쥐들은 죽상경화증, 백내장, 신장병, 당뇨병에 많이 노출되었을 뿐 아니라 수명도 짧았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낮다는 말은 내생 당화로 인해 유발되는 노화가 덜 진행된다는 의미다. 그러면 백내장, 신장병, 주름, 관절염, 죽상경화증, 그 밖에 인간을 괴롭히는 다양한 당화 증상, 특히 밀 섭취에 따른 증상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최종당화산물의 부작용을 방어하는 영양소가 있다. 바로 L-카르노신이다.
L-카르노신(L-Carnosine) 영양제 중 팔방미인 슈퍼 미량영양소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영양소이다. L-카르노신은 붉은 고기와 생선,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에 충분히 함유되어 있으므로 평소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별도의 영양제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고기와 채소를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L-카르노신의 작용은 매우 다양하다. 인체에서도 근육, 뇌, 심장 등 움직임이 많은 곳에 많이 포함돼 있는데 운동으로 인한 피로를 줄여주고, 에너지를 증가시켜 주며, 방사선에 의한 피해를 막아주고, 심장 기능의 빠른 회복과 부상 완치에 도움을 주며, 면역력 증진과 염증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박멸하는 효능이 있다. 위궤양과 위암에 큰 효과를 보이며, 알츠하이머병 유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감소시켜 치매를 예방하고 백내장도 막아준다. 강력한 항산화제이기 때문에 노화 예방에도 매우 요긴한 영양제이다.
L-카르노신은 텔로미어 단축 속도를 현저히 줄여준다. 북경에 위치한 중국과학원에서는 인간 태아의 허파 결합조직 섬유아세포를 연구하다가 L-카르노신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서 성장한 세포들의 텔로미어의 길이 단축이 천천히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으며 세포의 수명도 2배 증가되는 것을 관찰했다. 중국과학원의 후속연구에서는 L-카르노신이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횟수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 것도 확인했다.
L-카르노신은 척추동물에게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은 필히 영양제를 복용하더라도 따로 보충해 줘야 한다. L-카르노신에 관한한 채식주의가 장수식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텔로미어 연구자들은 L-카르노신의 적정량을 하루 1,000~5,000mg으로 보고 있다. -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발췌)
밀과 심장병
생물학에서는 크기가 모든 것이다. 온갖 상황이 펼쳐지는 자연에서 몸집은 클수록 좋다. 바다 및 식물 세계의 ‘클수록 좋다는 법칙’은 인간의 몸이라는 작은 세계에도 적용된다.
이름이 암시하듯 큰 LDL 입자는 상대적으로 크고, 작은 LDL 입자는 작다. 인간이 몸에서 큰 LDL 입자는 생존에 유리하다. 큰 LDL 입자는 지름 25.5나노미터 이상이고, 작은 LDL 입자는 지름 25.5나노미터 미만이다.
LDL입자의 크기가 먹고 먹히는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LDL 입자가 심장(관상동맥)이나 목과 뇌(경동맥과 뇌동맥) 따위의 동맥벽에 축적될지 안 될지를 결정할 뿐이다.
작은 LDL 입자는 심장 발작, 혈관 성형술, 스텐트 삽입, 혈관 우회술, 기타 다양한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징후를 유발하는 매우 일반적인 심장병의 원인이다. 심장병 환자 수천 명을 진료한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90%는 약하나마 작은 LDL 패턴을 나타냈다.
제약업계는 이런 현상을 ‘높은 콜레스테롤’이라는 범주로 훨씬 쉽게 설명하면 편리하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상은 콜레스테롤이 죽상동맥경화증과 거의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콜레스테롤은 혈류 내에 존재하면서 타격을 주고 죽상경화판 침착을 일으켜 결국 심장 발작과 뇌졸중을 초래하는 다양한 지단백질(지질운반 단백질 등)을 측정하거나 특징지을 시간이 없을 때 잔류물(콜레스테롤이 주를 이루는 지단백질)을 재는 편의상의 측정치일 뿐이다.
그러므로 콜레스테롤의 문제가 아니다. 죽상경화증을 초래하는 입자가 문제다. 모든 입자의 조상 격인 중요한 입자군은 초저밀도 지단백질(VLDL)이다. 크고 작은 LDL 입자는 같은 부모, 즉 VLDL 입자를 공유한다. 혈류에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가 VLDL이 큰 LDL로 바뀌느냐 작은 LDL로 바뀌느냐를 결정한다.
간의 LDL 수용체는 큰 LDL 입자를 흡수해 처리하고, 이어서 LDL 입자 대사라는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 일어난다. 반대로 작은 LDL 입자는 간 LDL 수용체가 거의 인지하지 못해 혈류에 오래 머무른다. 큰 LDL 입자가 사흘간 머무르는 데 비해 작은 LDL은 평균 닷새를 머무르면서 죽상경화판을 제작할 여유 시간을 갖는다. 큰 LDL 입자나 작은 LDL 입자나 생성되는 속도는 같지만, 작은 LDL이 오래 생존하므로 큰 LDL을 수적으로 압도하기에 이른다. 염증이 일어난 백혈구 세포(대식 세포)도 작은 LDL 입자를 흡수해 동맥벽에 자리를 잡으며, 이 과정에서 죽상경화판을 빠른 속도로 키운다.
산화 환경에 노출되면 작은 LDL 입자는 큰 LDL보다 25%가량 산화가 촉진된다. 산화되었을 때 LDL 입자는 동맥경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큰 입자와 비교했을 때 작은 LDL 입자는 내생 당화에 8배나 취약하다. 산화 LDL 입자처럼 당화된 작은 LDL 입자는 동맥경화 플라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탄수화물이 넉넉한 식단에서 작은 LDL 입자가 생성되고, 동시에 탄수화물은 작은 LDL을 당화시킬 혈당을 끌어올린다. 혈당을 가장 많이 끌어올리는 음식은 풍부한 양의 작은 LDL을 생성함과 동시에 작은 LDL의 당화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심장병과 뇌졸중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탓만은 아니다. 이들 질환은 산화, 당화, 염증, 작은 LDL 입자.... 그러니까 탄수화물, 특히 밀이 유발한 요인들이 일으킨다고 하는 것이다.
LDL 입자의 ‘부모’ 지단백질, 즉 VLDL은 간에서 배출된 후 혈류로 유입되고 자손 LDL을 생산하기 위해 애쓴다. 간에서 나온 VLDL 입자는 풍부한 중성지방으로 무장한 채 여러 신진대사 과정에 에너지를 유통시킨다. 식이 요법에 따라 간에서 생성되는 VLDL의 양은 달라지고, VLDL 입자는 중성지방의 함량도 각기 다르다.
중성지방을 함유한 VLDL 입자는 혈류를 돌아다니며 입자를 콜레스테롤 분자와 교환하는 대가로 LDL과 HDL 양쪽에 중성지방을 건넨다. 중성지방이 풍부한 LDL 입자는 이제 VLDL이 제공한 중성지방을 제거하는 새로운 반응(간 지방 분해 효소)에 돌입한다.
LDL 입자는 지름 25.5나노미터 이상의 크기에서 출발해 콜레스테롤과 교환한 대가로 VLDL로부터 중성지방을 받는다. 그리고 이어서 중성지방을 잃는다. 결과적으로 LDL 입자는 콜레스테롤도 떨어져나가고 중성지방도 제거되므로 그 과정에서 몇 나노미터 작아진다.
VLDL에서 나온 과도한 중성지방이 작은 LDL을 한꺼번에 만들어 내 보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중성지방 수치가 133mg/dl 이상이면서 ‘정상치’의 경계 지점인 150mg/dl 이내의 사람들 80%가량에 작은 LDL 입자가 생긴다. 관상 심장 질환 환자의 경우 작은 LDL 입자를 보유한 비율이 다른 질환에서의 비율을 압도하며, 이는 작은 LDL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공복 시 혈액 표준에는 중성지방과 VLDL만 존재한다. ‘식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중성지방 증가를 감안한다면 대개 몇 시간 동안 중성지방 수치가 2~4배 상승하고 작은 LDL 입자는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다. 여기서 공복이 아닐 때 잰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심장병 위험이 자그마치 5~17배 상승한다. 즉 비공복 시의 중성지방이 심장병을 예고하는 결정적인 지표이다.
따라서 VLDL은 작은 LDL 입자가 샘솟도록 하는 중대한 지단백질의 시작점이다. 간에서 VLDL 입자의 생성을 높이는 물질 그리고/또는 VLDL 입자의 중성지방 함량을 높이는 물질이라면 무엇이든지 그 과정을 가속화한다. 식후 몇 시간 동안 VLDL과 중성지방을 높이는 음식이면 그 무엇이라도 작은 LDL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VLDL과 중성지방을 높인 후, 죽상경화판을 촉진하는 작은 LDL 입자의 형성을 유발하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탄수화물이다. (당분과 곡물을 말함)
영양학자들은 오랫동안 식이 지방이 중성지방으로 이루어졌으니 논리적으로 기름진 고기와 버터 등 지방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한다고 보았다. 이는 사실로 입증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일시적이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지방 섭취의 증가가 실제로 많은 양의 중성지방을 간과 혈류로 운반하지만, 동시에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자가 중성지방 생산을 중단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몸은 식사를 통해 유입되는 소량의 중성지방을 압도할 정도로 대량의 중성지방을 생산하므로 고지방 섭취의 순 효과는 중성지방 수치를 거의 또는 전혀 변화시키지 않는다(고기나 버터 등 중성지방 음식을 먹는다고 체내 중성지방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
탄수화물에는 사실상 중성지방이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혈류에 중성지방이 홍수를 이루게 하는 간의 지방산 합성을 촉진하도록 인슐린을 자극하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 신체는 탄수화물이 계속 유입되기만 하면 몇 년이라도 중성지방을 높은 수준(300, 500, 1000mg/dl 이상)으로 하루 24시간, 날마다 유지하면서 매우 효율적으로 중성지방을 생산한다.
밀을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한다. 그리고 밀을 제거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줄어든다. 여러분의 의사가 대략적인 심장병 위험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표준적인 지질 패널(lipid panel) 검사는 계산을 통해 나온 LDL 콜레스테롤 값이지 결코 측정값이 아니다. 하지만 계산식 가정의 한계로 정확한 측정값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만약 LDL 입자가 작으면 계산한 LDL이 실제보다 작게 산출된다. 반대로 LDL 입자가 크면 산출한 LDL은 실제보다 과하게 평가된다. 만일 당신이 식이 요법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달갑지 않은 작은 LDL 입자를 건강하고 큰 입자로 바꾸었다면, (만일 실제로 측정한다면) 실제 측정치는 떨어졌음에도, 계산한 LDL 값은 올라간 것으로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작은 LDL을 줄임으로써 진정으로 이득을 얻었다 해도, 당신의 의사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게 산출되었기 때문에 스타틴 약물을 권할지도 모른다.
(즉 의사가 하는 LDL 콜레스테롤 측정은, 해로운 작은 LDL은 실제보다 과소하게 계산하고, 이로운 LDL은 실제보다 과대하게 계산하여 그 값을 한꺼번에 LDL 콜레스테로 수치로 표현해서 진단하고 처방한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해로운 작은 LDL 입자가 줄고 해롭지 않은 큰 LDL 입자가 늘어나 건강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의사의 검사 방법에서는 이런 변화가 측정되지 않고, 늘어난 큰 LDL 입자로 인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와 콜레스테롤 저하 약물을 처방할 수도 있다는 의미임)
당신이든 의사든 정확한 값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은 LDL 입자 수나 아포단백질 B 등 LDL 입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 측정하는 것뿐이다. (LDL 분자 하나마다 아포단백질 B도 하나씩 존재하므로 아포단백질 B는 실제 LDL 입자 수와 같다.)
설탕을 중성지방으로 전환하는 연금술과도 같은 간의 지방 신합성(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합성) 신진대사의 연속 단계가 시작되려면 혈류 내 높은 인슐린 수치가 필수적이다. 높은 인슐린 수치는 간에서 지방 신합성을 일으키고, 탄수화물이 후에 VLDL 입자로 합해지는 중성지방으로 전환되도록 우리 몸을 자극한다.
이것이 이른바 무알코올 지방간 질환(NAFLD), 무알코올 지방증(NAS)이 생겨나는 이유다. NAFLD와 NAS는 알코올 중독자나 경험할 법한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인 간경변증을 일으키므로 무알코올성 포기 각서라고 해도 좋다.
만약 당신이 원시인이라면 잉여 칼로리를 중성지방으로 전환해 간을 채우고 혈류로 흘려보냈다가 사냥에 실패했을 때 끌어와 쓸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한다. 하지만 풍요로운 현대에는 칼로리의 흐름이, 특히 곡류 등 탄수화물이 끝도 없이 유입되므로 결코 멈추지 않는다. 오늘날은 매일매일이 풍성한 날이다.
당뇨병은 낮은 HDL, 높은 중성지방, 작은 LDL이라는 ‘지질 3인방’의 특성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었을 때 나타나는 특징과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러므로 식이 지방은 VLDL 생성에 대단치 않은 영향을 미칠 뿐이지만 탄수화물은 훨씬 큰 공헌을 한다.
일반적으로 저지방 식단은 중성지방을 150, 200, 300ml/dl 수준까지 상승시킨다. 유전적으로 취약해 중성지방 대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저지방 식단은 중성지방을 천 단위까지 치솟게 하는 원흉으로, 췌장 손상은 물로 지방간 질환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저지방 식단은 유익하지 않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통곡물을 풍성하게 먹으면 줄어든 지방 칼로리가 고혈당, 고인슐린, 내장 지방 축적과 VLDL 및 중성지방 증가로 대체되고,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영향을 미쳐 작은 LDL 입자의 비율을 높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만일 밀 등의 탄수화물이 VLDL → 중성지방 → 작은 LDL 입자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면 탄수화물의 대표 선수인 밀을 줄였을 때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야 마땅하다.
연구 결과 식단에서 차지하는 탄수화물(곡물)의 비율이 20%에서 65%로 증가하고 지방 함량이 줄어들자 작은 LDL 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인했다. 반대로 ‘작은 LDL 입자가 많은 사람들’이 단 몇 주 동안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자 LDL 입자는 확연하게(약 25%) 감소했다.
내 환자 척은 작은 LDL 입자가 2440nmol/L로 측정되었다. 이로 인해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 낮은 HDL 콜레스테롤이 30mg/dl, 높은 중성지방이 173mg/dl에 다다랐다.
식단에서 밀을 빼고 줄어든 밀 칼로리를 날 호두, 달걀, 치즈, 채소, 고기, 아보카도, 올리브유 등 진짜 음식으로 대체하고 3개월 후, 척의 작은 LDL은 320nmol/L로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이 123mg/dl로 덜어졌다. HDL은 45mg/dl로 상승했고 중성지방은 45mg/dl로 하락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밀가루 식품, 설탕이 든 탄산음료, 옥수수 녹말이나 가루로 만든 음식, 감자, 쌀을 포함한 탄수화물 섭취를 금하고 쇠고기, 가금류, 생선, 달걀, 치즈, 견과류, 씨앗, 저탄수화물 채소와 셀러드드레싱은 무제한으로 섭취하게 하자 12주 동안 작은 LDL 입자가 26% 감소했다.
‘공정 무역’이나, ‘수제품’ 일지라도 밀은 밀이다. 밀은 신경학적으로 활성화된 엑소르핀, 과도한 포도당 수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통곡물에 있는 식이섬유는 건강에 어느 정도 유익하다. 하지만 건강에 해를 끼치는 밀의 특질을 상쇄할 만한 ‘심장에 좋은’ 성분은 없다.
혈당을 높이 끌어올리는 음식은 간에서 VLDL의 생성을 촉진한다. LDL 입자 간 상호작용으로 활용도가 더욱 커진 VLDL은 혈류에 더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는 작은 LDL 입자의 생성을 촉진한다. 고혈당은 LDL 입자의 당화를 가속화하는데, 특히 이미 산화된 입자들이 그렇다.
LDL 입자의 지속, 산화, 당화..., 이것들이 한데 모여 동맥 죽상경화판의 생성과 성장을 촉진하는 잠재 능력을 강화한다. 밀(곡물)을 제거함으로써 작은 LDL 입자는 환상적으로 감소한다.
혈당을 높이는 어떤 음식이든 작은 LDL 입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단백질, 지방 등 혈당 상승을 막아주는 음식 먹기, 밀 등의 탄수화물 줄이기를 실천하면 작은 LDL 입자가 감소한다.
밀과 뇌
밀은 아편과 유사한 펩티드 형태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 소뇌성 운동 실조를 겪는 사람 대다수는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지만, 대개 그 원인을 알지 못한 채 특발성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치료 처방도 없으며 개발된 치료법도 없다. 쇠뇌성 운동 실조가 진행되면 환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기 머리를 빗지 못하거나 양치질을 못하고, 화장실에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다. 그쯤 되면 극도로 쇠약해져 폐렴과 욕창 같은 합병증에 쉽게 노출된다.
지금까지 분석한 모든 형태의 운동 실조 중 20%에서 글루텐에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혈액 지표가 발견되었다. 명확한 이유 없이 운동 실조에 걸린 사람 중에서는 글루텐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혈액 지표가 50% 정도 관측되었다.
밀 글루텐에 의해 촉진되는 운동 실조 환자 대다수는 내장 질환의 징후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글루텐 민감성이 작동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셀리악병 같은 경고도 없다.
글루텐이 촉진하는 항글라이딘 항체는 소뇌에만 있는 푸르키네 세포를 묶는다. 푸르키네 세포 같은 뇌 조직은 재생 능력이 없다. 한 번 손상을 입으면 영원히 망가진다.
일반적으로 48세에서 53세 사이에 나타나는 소뇌성 운동 실조 증상에는 균형 및 조정 능력의 상실 외 인구진탕, 근육간대경련, 무도병, 기억력과 언어 능력 장애 등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밀 글루텐을 먹지 않아야만 신경 기능이 제한적으로 회복되는데, 이는 뇌 조직의 갱생 능력이 부실한 탓이다. 대체로 글루텐 유입을 끊으면 증상 악화가 금세 멈춘다.
소뇌성 운동 실조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거의 모든 경우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벽에 부딪히고, 아니면 바지가 축축해지기 시작해서야 비로소 그것을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사태가 당신이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머핀과 베이글 때문이다.
소뇌성 운동 실조는 밀이 유발하는 뇌의 면역 반응 탓인데, 이와 유사한 질환이 다리나 골반 및 다른 장기의 신경에서도 발생한다. 이를 말초신경병증이라고 한다. 글루텐 유발성 말초신경병증이 시작되는 연력은 평균 55세이다.
소뇌의 푸르키네 세포는 재생 능력이 없지만 말소신경은 일단 문제를 일으키는 밀과 글루텐을 제거하면 제한적이나마 재생되며 부분적으로 신경병증의 개선이 가능하다.
56세인 교사 메러디스는 사소한 심장 관련 궁금증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가장 심한 다리를 비롯해서 온 몸이 아프고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며 온갖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56세인 그녀는 지팡이에 의존해야 했다.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은 이유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는 위산 역류와 복부 경련, 복부 팽만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진단도 받았다.
나는 메러디스를 보고 밀이 떠올라 과감하게 밀을 식단에서 빼라고 권했다. 2주 후 다시 찾아온 메러디스는 통증이 90% 정도 줄었고, 위산 역류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완벽하게 사라졌다고 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놓았다.
밀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기분이나 활력, 수면 정도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기억과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핵심이자 우리 자신 및 고유한 개성과 기억 그리고 뇌 ‘회백질’ 저장소인 대뇌피질은 밀과 연역 전쟁을 벌이다 뇌병증, 즉 뇌병에 걸린다.
글루텐 뇌병증은 팔다리 통제 및 언어 구사의 어려움, 시력 감퇴 등 뇌졸중 유사 증상과 편두통으로 나타난다. 마요 클리닉 연구에서, 최근 셀리악병 진단을 받은 13명의 환자가 치매 진단도 함께 받았다.
밀은 기억 및 정신에 침투하는 면역 반응을 유발하며 치매 또는 뇌기능 장애와도 밀접하다. 밀, 글루텐, 뇌 손상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초기 단계이며, 나는 앞으로 밝혀질 사실들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뇌와 신경계를 비롯해 밀이 초래하는 엄청난 유혹과 집착, 환각제 차단 약물로 통제되는 밀의 중독적 특질의 직접적 원인은 글루텐이 아니며 글루텐의 분해로 생성된 물질, 즉 엑소르핀 때문이다. ADHD나 자폐증 아동 및 정신분열증 등이 밀의 엑소르핀에서 비롯된 것이지 글루텐이 초래한 면역 반응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밀은 신경계에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쳐 확인하고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더 알게 될수록 상황은 더 암담할 것이다.
밀과 여드름
일부 문화에서는 여드름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파푸아뉴기니의 키타반 섬 주민, 파라과이의 아체 수렵 채취인, 브라질 푸루스 계곡 원주민, 아프리카의 반투족과 줄루족, 일본의 오키나와인,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은 신기하게도 여드름 때문에 성기시고 당혹스러울 일이 없다.
뉴기니에 거주하는 키타반인처럼 여드름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채소, 과일, 덩이줄기, 코코넛, 물고기를 먹는 수렵채취인의 식단으로 살아간다. 파라과이의 아채 수렵채취인도 비슷한 식단에 육지 동물, 카사바, 땅콩, 쌀, 옥수수를 추가한 정도이며 역시 완벽하게 여드름을 피해 갔다. 오키나와인은 1980년대까지 채소, 고구마, 대두, 돼지고기, 물고기를 섭취하며 사실상 여드름이 무엇인지 몰랐다. 이누이트족의 전통식단은 물개, 물고기, 순록, 각종 해조류, 베리, 식물 뿌리로 구성되었으며 마찬가지로 여드름이 나지 않았다. 아프리카 반투족과 줄루족의 음식은 구아바, 망고, 토마토 등 토착 야생 식물에 물고기와 야생 사냥감이 추가되었고 역시 여드름이 없었다.
이처럼 여드름이 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밀, 설탕, 유제품을 거의 또는 전혀 먹지 않는다. 서구의 영향 아래 밀이나 설탕 같은 가공 전분이 오키나와인, 이누이트족, 줄루족 등에게 유입되면서 이들에게도 여드름이 즉각 돋아났다.
사실 현대 피부학계는 오늘날의 10대와 성인 대다수가 만성적이며 때로는 흉하기까지 한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 프로피지오니박테리움 여드름과 염증, 과도한 피지 생성 등 감염 중심으로 논의하면서도 여드름 발진을 억누르는 치료만 할 뿐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들은 국부 항균 크림 및 연고, 경구 항생제, 항염증 약물을 망설이지 않고 처방한다.
최근의 몇몇 연구에서는 인슐린 수치 상승이 여드름을 촉진한다며 탄수화물을 여드름 생성 요인으로 지목했다. 인슐린은 피부 내에서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Ⅰ, 즉 IGF-Ⅰ(IGF-Ⅱ를 포함한다)을 배출하도록 활성화시키고, 이것들이 표피 바로 아래 피부층을 이루는 진피 조직과 모낭 성장을 촉진한다. 인슐린과 IGF-Ⅰ은 피지선에서 기름진 보호막, 즉 피지의 생성도 돕는다. 과대 인슐린 반응과 고혈당이 특징인 다낭성 난소증후군(무배란성 월경 이상과 난소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을 앓는 여성은 여드름이 두드러지기 쉽다.
인슐린 수치는 탄수화물 섭취 이후 가장 높다. 섭취한 탄수화물의 GI가 높을수록 췌장에서 인슐린이 많이 배출된다. 특히 설탕이 든 도넛과 쿠키 형태의 밀, 즉 GI가 높은 밀과 자당을 더한 식품이 여드름의 원인이다. 복합 곡물 빵 역시 매한가지다.
유제품의 역할도 여드름 생성을 돕는 데 인슐린의 역량과 견줄 만하다. 보건 당국은 지방 함량에 집착해 저지방이나 탈지유를 추천하지만, 정작 지방은 여드름을 일으키지 않는다. 유제품에 포함된 단백질이 당 함량에 비례해 인슐린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우유를 먹는 10대는 심각한 여드름이 20%나 더 많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청소년도 여드름이 더 많이 난다.
즉, 혈당과 인슐린을 높이는 음식은 여드름 생성을 촉진한다. 여드름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야간 시력을 떨어뜨리고, 생각이나 행동에 손상을 입히고, 태아에게 무시무시한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같이 독성이 내재된 온갖 약물에 의존하도록 이끈다.
반대로, 밀을 식단에서 빼면 여드름이 줄어든다. 유제품과 칩, 타코스, 토르티야 같은 탄수화물 가공식품만 없애도 여드름 생성을 자극하는 인슐린 기계를 작동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포진 형태의 피부 염증으로 알려진 포진성 피부염은 밀 글루텐 면역 반응 자체가 장관 밖으로 드러나는 또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가렵고, 포진처럼 보이는 발진이 계속되고, 결국 변색된 흔적과 흉터를 남길 수 있다. 포진성 피부염을 앓는 사람들은 밀을 계속 섭취할 경우 장 림프종, 자가 면역 염증 질환, 당뇨병 등 전형적인 셀리악병의 합병증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분명한 사실은 밀과 기타 글루텐 함유 식품을 엄격하게 제거하면 염증성 포진염이 치료된다는 점이다. 며칠 이내로 발진이 개선되는 사람도 있고, 몇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상이 사라지는 이들도 있다. 특히 포진성 피부염이 오래가거나 밀 섭취로 재발하는 경우 에는 경구 약물 답손(dapsone)으로 치료한다. 한센병 치료에도 사용하는 답손은 두통, 쇠약, 간 손상 때로는 발작이나 혼수상태에 이를 정도로 부작용이 매우 큰 독성 약물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밀을 먹어 가려움에 시달리고 짜증을 내며 발진으로 외모를 망가뜨리는 셈이다. 그러고는 독성 약물을 먹고, 그 덕분에 계속해서 밀을 섭취한다. 자연스레 위험도 높은 장 계통 암, 자가 면역 질환에 노출시킨다.
포진성 피부염은 여드름 다음으로 흔하게 피부가 밀 글루텐에 반응한 증세다. 하지만 그 밖에도 밀이 유발하는 피부 질환의 범위는 놀랄 만큼 다양하다.
구강 궤양: 혀의 붉은 염증(설염), 구순 구각염(입 끝부분에 아픈 종기), 구강 작열감 등, 피부 및 혈관염, 흑색 가시세포증, 결절성 홍반, 건선, 백반증, 베체트병, 피부근염, 어린선양 피부병, 괴저성 농피종
위에서 나열한 무시무시한 병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밀과 관련이 있지만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피부 질환은 훨씬 많다.
밀과 작별하기
밀이 빠진 자리를 채소, 견과류, 육류, 달걀, 아보카도, 올리브 등 진짜 식품으로 채운다면 식이 부족도 없을뿐더러 한층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많이 가공한 식품, 제초제 성분이 남아 있는 식품, 유전적으로 조작한 식품, 인스턴트식품, 고과당 옥수수 시럽으로 가득한 식품,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식품, 또 포장지에 만화 캐릭터나 스포츠 스타가 나오거나 영리한 판매 전략을 활용한 식품을 진짜 식품과 구별하라.
우리가 피해야 할 음식을 광고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시리얼 업체 캘로그는 요플레 요구르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라바라 건강 바 등 여러 식품에 손을 댔다. 대형 식품 회사는 영양사와 영양학자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고, 대학교와 전문대학에 교수직을 제공하며, 언론 보도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심장협회를 비롯한 여러 건강 단체가 그들의 식품을 보증하는 마당에 이를 무시하기란 무척 어렵다.
시금치 1/4컵이나 아스파라거스 네 줄기 정도면 아침 식사용 시리얼에 대부분 들어 있는 엽산의 양과 맞먹는다. 대개 견과류와 녹색 채소는 매우 풍부한 천연 엽산이 들어 있으며 인간이 천연 엽산을 얻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임신 또는 수유 중인 여성은 예외다. 이런 사람들은 신경관 결손 예방에 필요한 양을 맞추려면 합성 엽산이나 천연 엽산 영양제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식단에서 밀을 빼면 철분 및 아연 그리고 마그네슘 수치와 더불어 비타민 B12와 엽산의 수치가 향상되는 일은 흔하다. 위장 건강이 개선되어 영양 흡수가 좋아진 까닭이다.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확실히 쉬운 밀 제거 방법은 느닷없이 완전히 밀을 끊는 것이다. 밀을 함유한 식품을 추적하다 보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밀이 들었음을 알게 된다. 이들 식품에 밀을 포함시킨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식품 제조업체에게 밀은 담배의 니코틴과 같다.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보험이랄까.
습관적으로 밀 음식을 먹는 사람은 두어 시간이 지나면 성질이 까칠해지고 몽롱하면서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고통을 덜어줄 빵 부스러기나 간식거리를 찾는다. 일단 식단에서 밀을 빼면 포만과 허기라는 포도당 인슐린 롤러코스터에 식욕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며, 뇌 활성화 엑소르핀이라는 ‘중독 약물’도 필요 없다. 그리고 오후 2시나 3시에 찾아오는 졸음, 나른한 혼미감에 시달리는 오후의 슬럼프를 피할 수 있다. 이는 포도당이 높아졌다가 떨어지면서 정신이 무너지는 것이다. 점심으로 올리브유 드레싱을 얹은 참치 그리고 약간의 호두를 먹는다면 포도당-인슐린이 높아졌다 낮아지는 주기가 사라지면서 졸음이나 혼미함을 초래하지 않는 완전한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철저하게 밀을 끊는다면 단순히 식품 하나를 끊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삶에서 걸핏하면 행동과 충동을 무자비하게 지배하는 강력한 식욕 촉진제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밀을 제거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니코틴처럼 밀 금단 증세는 피로, 집중력 저하, 짜증을 유발한다. 기분이 가라앉고 슬퍼지며 까닭 모를 불쾌감을 동반한다. 밀 금단 증세의 여파로 대개 이틀에서 닷새가량 지속되는 운동 능력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일주일이 지나면 상태가 좋아진다.
밀 금단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대개 밀을 섭취하던 당시에도 굉장한 갈망을 경험한 이들이다. 즉 밀이 유발하는 강력한 식욕 충동에 이끌려 습관적으로 프레첼, 크래커, 빵을 매일 먹었던 것이다. 밀 음식이 만들어내는 포도당-인슐린 기복에 맞춰 대략 2시간 주기로 갈망이 반복된다. 이런 사람들은 간식이나 끼니를 거르면 불안, 신경과민, 두통, 피로, 극도의 갈망 같은 괴로움을 느끼며, 이는 금단 증세가 나타나는 기간 내내 계속된다.
당 음식을 제거하면 신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당 대신, 효과를 보려면 며칠씩 걸리는 지방산을 끌어와 연소시키는 데 적응한다.
일단 몇 달 동안 밀을 제거했다가 다시 먹으면 관절 통증부터, 천식, 위장 질환까지 예기치 못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밀을 다시 섭취할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후군’에는 배에 차는 가스, 더부룩함, 경련 등이 있고 6시간에서 48시간 지속되는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은 관절 통증이다. 대개 팔꿈치, 어깨, 무릎 등 관절 부위에 미약한 관절염 유사 통증이 길게는 여러 날에 걸쳐 지속된다. 심한 급성 천식을 앓기도 하고, 우울하거나 피로를 느끼며, 불안해하고 분노를 느끼는 등 행동이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밀을 섭취하는 동안 여러 장기에 낮은 수준이나마 염증이 생긴 것 때문 아닐까 싶다. 이는 밀 섭취를 중단하면 나았다가, 다시 먹으면 재발한다.
수십 년간 우리는 광범위한 혈당과 당화의 오르내림, 심각한 인슐린 저항성 증가, 내장 지방의 확대 및 염증 반응에 노출되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피로를 느끼고, 췌장은 인슐린의 생성 요구에 따라가지 못해 망가졌다. 췌장을 약화시키는 탄수화물의 지속적인 공격은 우리를 당뇨 전 단계, 당뇨, 고혈압, 지질 이상(낮은 HDL, 높은 중성지방, 작은 LDL 입자), 관절염, 심장병, 뇌졸중, 그 밖에 다른 탄수화물 과잉 섭취가 낳은 질환으로 이끌었다.
밀의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 지방을 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식단에 포함해서는 안 되는 지방 및 지방 음식이 있다.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경화유(트랜스 지방), 최종당화산물 형성물과 산화 물질이 과도하게 포함된 튀김용 기름, 소시지, 베이컨, 핫도그, 살라미 등의 가공육(아질산나트륨과 최종당화산물이 많다)이 여기에 해당한다.
채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식품이다. 플라보노이드와 섬유질 등 영양분도 풍부해 어디에서든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농업혁명 이전에 인류는 식량을 수렵하고 채집했다. 채소는 아침을 포함해 하루 중 언제라도 먹어야 한다.
채소는 무제한으로 먹어도 좋지만, 과일은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제초제나 화학 비료를 주었거나, 교배했거나, 가스 처리를 했거나, 잡종인 과일은 당이 지나치게 많다. 1년 내내 당도 높은 과일을 먹으면 당뇨 경향이 심해질 만큼 당 과잉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나는 환자들에게 블루베리 여덟 개에서 열 개, 딸기 두 개, 사과나 오렌지 몇 조각 정도로 소식하라고 권한다. 이를 넘어서면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 베리류(블루베리, 블랙베리, 딸기, 크랜베리, 체리)는 영양이 좋으면서도 당분이 적은 과일로 단연 최고이지만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는 당분 함량이 높아 각별히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견과류는 날것으로 먹되 지나치게 먹지 말아야 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코코넛유, 아보카도유 등 몸에 좋은 기름과 코코아버터는 후하게 써도 된다. 다만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옥수수유를 비롯한 단일 불포화유 식물성 기름(산화와 염증을 유발한다)은 피해라. 낮은 온도에서 가열과 조리를 최소화하고 튀기지 않도록 한다. 기름을 듬뿍 넣고 튀기면 극단적 산화를 유발하고, 무엇보다 최종당화산물을 생성한다.
포화지방은 결코 문제가 없다. 포화지방과 탄수화물이 결합하면 LDL 입자 수치가 솟구친다. 문제는 포화지방이라기보다 탄수화물이다. 인체가 탄수화물로 인해 만들어 내는 최종당화산물 이외 동물성 식품의 유해 성분 가운데 최종당화산물이 특히 육류의 유해 성분이며, 포화지방 자체가 유해 요소는 아니다. 동물성 식품에 든 최종당화산물은, 낮은 온도에서 시간을 짧게 요리하면 언제든지 줄일 수 있다.
육류를 살 때는 목초를 먹여 키운 고기(오메가-3 지방산이 많고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에 덜 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우슈비츠에 버금가는 공장식 축사 같은 잔혹한 환경에서 키우지 않은 고기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라. 고기는 튀기지 말고(고온이 산화를 일으켜 최종당화산물을 생성한다) 가공육은 철저하게 피해야 한다. 달걀도 먹되 개수를 제한하지 마라.
성인은 치즈 이외의 유제품은 제한해야 하는데, 이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유제품 안의 단백질 때문이다(치즈 발효 과정에서 이런 역할을 맡는 아미노산 함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플랜트 패러독스”의 저자 스티븐 건드리는 유제품 중 유지방으로 만든 버터 이외에는(그것도 얼룩소 버터는 제외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특히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 단백질은 췌장 등 인체에 강력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인체가 소화시키기 어려운 단백질이라 주장하여, 이 지점에서 두 저자의 견해가 엇갈린다. 다만 자연적으로 발효시킨 치즈는 된장이 콩의 독소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하게 유해물질이 줄어들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대두는 낫토, 템페와 같은 발효 과정을 거친 식품을 먹으라. 발표는 대두의 렉틴(lectin)과 피트산(phytate)이 장에서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을 줄여준다.
과일은 베리류가 가장 좋다(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딸기, 크랜베리, 체리). 반면 극도로 단 과일은 주의하자. 파인애플, 파파야, 망고, 바나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무화과와 대추야자는 당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하고, 건조 과일도 피하자.
조미료는 후추와 소금이 다가 아니다. 허브와 향신료는 다양성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식품의 영향을 보완한다.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구비하여 섭취하라.
벌거, 카뮤, 보리, 라이밀, 호밀은 밀과의 유전적 공통점 때문에 밀과 같은 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하라. (스티븐 건드리는 밀, 보리, 호밀, 귀리는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곡물의 세계에서 단백질, 섬유질, 기름을 두루 함유한 독보적인 존재가 하나 있다. 바로 아마씨이다. 아마씨는 혈당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롭다. 특히 빻은 아마씨는 이 책에서 강조한 요건들에 꼭 들어맞는다(빻지 않은 아마씨는 소화가 되지 않는다). (아마씨 가루로 부침개를 만들어 볼까? 아마씨는 독성이 있어 꼭 볶아 먹고,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하니 하루 20g 이내로 먹으라는 블로거 조언이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현대 고병리학(paleopathology)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수렵채취인이 농업 사회로 이행하면서 인간의 키가 줄어들었으며, 결핵이나 선페스트 등 전염병의 빠른 확산은 물론 소작농부터 왕족에 이르는 계급 구조와 성적 불평등마저 낳았다고 지적한다.
농업으로 인해 다채롭던 채집 식물이 몇몇 재배 작물로 범위가 한정되고 말았다. 이전에는 흔치 않던 갖가지 신종 질병도 끌어들였다. 현대인은 대개 농업 이전 시대의 수렵채취인이 작고 야만적이며 무모한 데다 영양 상태도 극히 열악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그렇지 않다. 편리, 사회적 진화, 풍부한 식량을 약속하는 듯했던 농업 채택은 건강을 대가로 이루어진 거래였다.
14개의 염색채를 지닌 야생풀(고대밀)이 질산염 비료를 주자 윗부분이 무거워지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한 번에 대량으로 배이글을, 무더기로 팬케이크를, ‘특대 사이즈’의 프레첼을 살 수 있게 해준 초강력 다수확 품종, 즉 42개의 염색체로 구성된 밀로 탈바꿈했다.
이와 같은 극단적 접근성은 필연적으로 극단적 건강의 희생(비만, 관절염, 신경 장애, 심지어 셀리악병 같은 질환 증가에 따른 사망)을 동반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풍요를 위해 건강을 제물로 삼는 파우스트식 거래를 자연과 해온 셈이다.
“몸에 좋은 통곡물을 많이 먹어라”는 구호를 비롯해 포화지방을 경화유나 다중 불포화지방으로, 버터를 마가린으로, 자당(설탕)을 고과당 옥수수 시럽으로 바꾸라고들 한다. 이런 영양학적 오류를 담은 충고로 미국인은 나날이 뚱뚱해지고 있다.
밀을 단순히 여러 탄수화물 중 하나에 그치지 않으며 또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킬 핵분열이나 다름없다.
지구상의 동식물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친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반세기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에 수천 년을 인간과 함께 번영해온 식물의 진화 과정에 개입해 그것을 마구 변형시켰다. 결국 그동안의 근시안적 행동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결과를 맛보고 있다.
농업 1만 년에 걸친 여정에서, 수확량이 적고 조리하기 부적합한 아인콘이라는 순수한 풀이 실험실에서 높은 수확량을 자랑하고 야생에서는 생존하지 못하지만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개량된 왜소종 밀로 바뀌었다. 인간이 조작한 이러한 변모 과정은 마치 가축을 공장식 축사에 가두고 항생제와 호르몬을 끝도 없이 투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글루텐 민감성에 면역이 없거나(과도한 항생제 남용으로 글루텐을 처리하는 체내 박테리아가 소멸되어 유발하기도 한다) 염증 매개 글루텐 민감성이 있는 많은 사람은 우연한 밀 노출이 설사, 천식, 혼미함, 관절 통증 및 부종, 다리 부종, ADHD 행동 폭발, 자폐, 양극성 장애,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밀 노출을 경계해야 한다. 셀리악병, 포진성 피부염, 소뇌성 운동 실조 등 자가 면역 질환을 앓는 사람은 글루텐이 들어간 곡물도 피해야 한다.
첫댓글
아이고....그러니 밀을 먹지 말라는 거지요?
네...
사실 어렵긴 하지만 밀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곡물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