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란 화두를 들고 고민하기 이전에
건강에 대한 공부를 먼저하게 된 걸
두고두고 다행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가 힘들다는 시골 생활도
맑은 산천이 내뿜는 건강한 자연의 혜택만으로
온갖 어려움을 즐겁게 이겨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귀농을 막상 결심하고 보니
평생 처음 시작하게 될 농사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일 터이다.
서울에 있을 때 가끔 강화도에 들러 낚시하다
진흙창에 차가 빠지게 되었다.
인근 농가의 도움으로 트랙터를 이용하여 차를 빼내게 되었는데
한사코 돈을 받지 않는 바람에 나중 답례하러 갔을 때
귀농에 대해 심각하게 물어보니 마침 약속이 있다며
친구분이신 농기계 관리 소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어지고
요즘은 농기계들 덕분에 그 많은 논농사에 시간들이 남아
농촌 들녘에서 다방 아가씨 불러 커피 시켜 먹는 시절 탓을 하며
옛날 정겨웠던 품앗이 시절엔 사람들끼리 서로 귀하여
막걸리를 서로 나누며 즐거웠었는데
기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쟁하듯이 정도 떠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평생 봉직하신 농촌 공무원 생활을 접으며
뼈저리게 느낀 점을 회한처럼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나라 농촌을 망친 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수입해다 농가에 보급한
온갖 농기계들 때문이고 앞으로 우리나라 농촌을 살리려면
제일 먼저 농기계부터 없애야 된다는 말씀을
누구보다 평생을 농기계와 함께 씨름해 온 농기계 관리 소장님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가뜩이나 건강에 대한 선지식 때문에
농사를 짓기도 전에 농약과 화학비료의 무서움을 가능케 하는
온갖 농기계의 폐해를 어렴풋이 짐작해 온 터라
평생을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권유하며 공무원 생활을 해온 분의
마지막 양심 고백을 듣는 행운 (?) 을 대하고 보니
기계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걸 원칙으로 삼게 되었다.
전원생활의 목가적인 낭만으로 시골생활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산골에서 새소리에 취해 보고픈 순진한 꿈은
초봄부터 시작되는 트랙터의 굉음이 온 밭을 갈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경운기 소리 관리기 소리 예취기 소리 기계톱 소리를 화음으로
온갖 개발에 일등공신 포크레인의 그치지 않는 소음들로
순박한 농민의 정서는 옛말이 되어 갈뿐이다.
올해로 귀농생활 6 년째이니 근 5 년동안 기계를 거의 쓰지 않고
호미와 손쟁기 만으로 2,000 평 남짓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풀천지 가족들의 편리와 불편의 문제와 효율적인 측면 보담
먼저 농사의 참맛을 흙을 만져가며 자연의 숨소리를 느껴 봄으로써
맛볼 수 있었음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작년에 둘째 재홍이가 농사에 합류하여
일년동안 참으로 열심히 잘도 해주었다.
농사 규모는 전혀 늘리지 않았지만 한사람의 손이 더하고 보니
이것저것 알뜰하게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농가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작년 가을
콩대랑 고춧대랑 바쁘다는 핑계로 손작두질을 하지 못하고
이번 겨울에 낙엽 고속도로를 내며 베어논 엄청난 잔가지들을 바라보다
결국 우리도 파쇄기를 사게 되었다.
실제로 5 년 동안 파쇄기 없이 손작두만으로도
비슷한 양을 재홍이 없이 큰애와 둘이서만 손작두질 하여 잘라 썼는데
둘째까지 학교 안 보내고 기계도 안사고 작두질이나 시킨다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이기도 했으리라...^^
어쨌든 파쇄기를 사서 돌려보니 넣는대로 타다닥 부서져 나오는
파쇄 입자들을 보며 기계가 좋긴 좋은 모양이란 생각도 들었다.
헌데 기계의 소음과 속도에 일을 맞추다 보니
마음마저 급해지고 급기야 새로 산 기계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아 소음이 크고 기계의 떨림이 심하여
결국 멈춰서고 말았다.
작업도 중지되고 황급히 연락하여 모터도 새로 갈고 해보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고장나 버리고 말았다.
어쩔수 없이 기계를 통째로 바꿔달라
기계 파는 이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문득 농기계 관리 소장님의 양심 고백이 생각이 난다.
농민들이 정부와 업자들의 권유로
우리 토양과 실정에 맞지 않는 이런저런 수입 농기계들을
없는 돈 들여 구입하여 맛만 들이다가 일년동안 세워 놓은 후
농사철이 다가와 사용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고장나버리는 기계들로
농기계 관리 센터에 넘치도록 줄을 서게 되는대도
제 부속이 없어 제대로 고쳐내질 못하니
애꿎은 농민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 되버리는 거다.
성질급한 농민들은 다시 사기도 해버리지만...
농민들의 부지런한 마음은 평생 고장나는 법이 없건만
독한 석유만 부어대며 혹사시키는 말없는 기계들은
농사철이고 뭐고 툭하면 고장 나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농사를 망치는 패륜아가 되기 쉽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
그때마다 돈이 들어가야 움직이는 비싼 농기계들로
농민의 시름만 더 할 뿐이다
일을 해야 할 자식들은 도시로 모두 떠나 보내고
편리를 앞세운 농기계라는 이름의 온갖 패륜아들을 끌어 안고
오늘날 농촌은 빚만 늘려가면서 덜덜 떨어대는 기계의 소음과 함께
몸부림치며 들녘을 헤맬 뿐이다.
이제 풀천지도 파쇄기라는 이름의 패륜아를 하나 들여놓게 되었는데
아까운 돈 들여가며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씁쓰레 할 뿐이다...
첫댓글 기계로 하여금 좋은 농산물, 더 많이 생산하시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농촌의 정성과 향기가 돌아간다면 더 없이 보람된 줄 아옵니다.
글쎄요... 평화는 느림의 속도에 있겠지요...
요즘은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를 많이 임대해줍니다 실비로 저도 가끔 빌려다가 사용하고있습니다.전처럼무분별하게 기계를 사는경우는 요즘 많이없어지는추세입니다.아는분거 빌려다 사용하기도하구여
카르마님은 유기농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번호 녹색평론에 햇빛 농업에 대해 좋은글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