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만하면서도 유려(流麗)한 곡선으로 감싸인 동체에 맑은 담록색 계통의 유약(釉藥)이 고르게 씌워져 있다. 유약(釉藥)에 식은테가 성기게 나타나 있으나, 이 식은테는 오히려 유약의 풍아(風雅)한 맛을 돋우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매병 중에서는 아랫도리의 곡선이 비교적 작게 벌어져서 헌칠한 맛이 있으며, 기품있게 오므린 주둥이는 병의 크기에 비하여 매우 작고 두드러져서 이 병의 부푼 곡선의 매무새를 잘 가늠해 주고 있다.
몸체에는 비교적 굵은 선으로 활달하게 음각한 연당초문(蓮唐草文)이 대범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병의 크기와 곡선미에 잘 어울리는 장식솜씨이다. 굽 둘레에 새긴 간결한 뇌문대(雷文帶)와 아울러 조금도 번잡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매병은 어디까지나 환원염(還元焰) 절대주의로 굽던 당시 도공(陶工)들의 신조(信條)가 역력히 반영되어 있는 듯한데, 유약의 발색(發色)이 맑고 깊이가 있는 데다 이만한 크기의 그릇에 이상발색(異常發色)이나 유약의 흠집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원래 이 매병의 양식은 중국 당(唐)·송(宋)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데, 고려(高麗) 초기에 전래된 이후 곡선이나 양감(量感)에서 중국(中國)과는 다른 방향으로 세련되기 시작하여, 고려(高麗)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게 된 것이다.
이 매병의 유질(釉質)이나 작풍(作風)으로 보아 전남(全南) 강진군(康津郡) 대구면(大口面) 사당리(沙堂里) 가마에서 구워 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