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북암령 산풀꽃보기 산행기
일죽 김양래(배봉산 숲해설가)
나는 너무나 바쁘게 말년을 보낸다. 내 친한 친구가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해서
일주일이 부족하게 산다고 했더니 왜 그리 바쁘냐고 이제는 다 잘라 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이 5가지다. 매주 사랑의 요리봉사와 중국어회화 학습,
배봉산 숲해설, 수도권 등산, 그리고 주일 교회 참석 등이다.
나는 눈부신 신록의 계절이 돌아와 벚꽃이 만발한 지난 5월 1일 오랜만에 제15회 강원도 점봉산 풀꽃보기
식생조사 산행을 신청해서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점봉산은 설악산과 나란히 서 있는 백두대간 길이다. 우리나라 활엽수의 유일한 원시림을 가는 것이다. 그곳은 3년 전에 우이령보존회 제2기 청년생태학교 3박4일 여름교육과정에 참가해 인상 깊게 다녀온 곳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라는 진동계곡까지는 춘천고속도로를 달려 홍천, 인제를 거쳐 4시간 넘게 걸렸다.
남자 12명, 여자 20명이 이번 야생화 모니터링 참가자다. 버스에서 보니 작년 여름에 제4기 청년생태학교 낙동강1300리 답사 여행에 참석한 동창생도 있고, 쟁쟁한 숲해설가들과 대학교수, 초,중,고 선생님들이 탑승해서 나는 많이 배울 것 같았다. 숲연구소에 계시는 윤 선생에게 미리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어둑어둑한 저녁 진동리의 마지막 집인 ‘꽃님이네 집’에 도착해서 숙소를 정한 후 산양연구가 박그림(속초시 설악동 거주) 선생의 최근 설악산의 생태 슬라이드 교육이 있었고, 산골의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날이 추워서 좁은 식당에 옹기종기 앉아 맛있게 산채나물밥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6시 기상, 나는 피곤해서 꾸물거리는데 밖에는 벌써 일어나 마당 주변 숲과 개울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모든 자연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노란 동이나물 꽃과 얼레지 보라꽃과 예쁜 머위 꽃을 발견했다고 야단이다.
일행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2개조로 나누어 한조는 곰배령 코스, 다른 조는 단목령과 북암령 코스로 출발했다. 나는 조상희 회장 팀에 합류해서 북암령 조를 따라갔다. 숲해설가 이혜숙 샘이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점봉산 숲은 아직도 한겨울인 듯 나뭇잎이 아직 나오지 못하고 멀리 산 중턱에 하얀 줄기의 거제수나무 군락이 보인다.
이곳은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삵, 산양 등 야생동물과 독수리, 까마귀, 황조롱이 등 야생 조류가 서식한다. 1시간 정도 오르니 멧돼지 똥과 입으로 마구 파헤친 나무 뿌리가 보인다. 까치박달나무,층층나무,전나무,낙엽송,물푸레나무,들메나무 같은 원시림을 지나 습지로 내려가 바람꽃, 현호색, 복수초, 얼레지, 동의나물, 미치광이풀, 삿갓나물, 박새, 노루귀의 군락지에서 접사 사진을 박으며 오른다. 역시 여기에 참가한 우이령 사람들은 생태전문가다.
무려 4시간이나 걸려서 단목령(대관령 뚫리기 전 양양에서 인제로 넘어오는 길)을 거쳐 드디어 북암령에 도착, 오후 1시 가지고 간 주먹밥을 먹고 하산했다. 곰배령에 오른 다른 조는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벌판에서 얼마나 많은 꽃을 보았을까 궁금해진다. 맑고 깨끗한 개울을 여러 번 건너고 내려오다가 고사목이 바람과 눈 무게에 쓰러져 있다. 자연적인 생태교란으로 100년이 넘은 전나무가 넘어져 울고 있다. 자세히 보니 벌레가 파먹은 나무껍질이 예술 작품이다. 나는 호기심에 사진을 찍다가 떨어져 나간 대형수피(가로 40센티, 세로 60센티, 두께 3센티)를 주워서 들고 내려왔다. 일행들이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죽은 나뭇가지나 썩은 나무 등걸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채취를 못하게 한다. 나는 7년전 카나다의 ‘슬리핑 자이언트공원‘에 가서 캠핑을 할 때 불쏘시개가 없어서 주변에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웠다가 감시원에 걸려 벌금을 낼 번한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의 눈치를 봐가며 어렵게 전나무 수피를 차에 싣고 왔다. 어찌나 무거운지 혼이 났다.
오후 5시 늦은 중식을 하고 방태산 작목반에서 기른 곰취나물 한 상자를 사서 서울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막히는 경춘고속도로를 달려 밤 9시 불빛이 휘황찬란한 강변역에 도착하니 2일간의 피로가 엄습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 사랑의 마음을 가진 숲해설가와 만남이 소중했던 유익한 산풀꽃보기 여행이었다. 모든 일정을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김영호 현장조사분과위원장과 정대진 청년생태학교 분과위원장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