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 좌선을 끝내고 전서 사경을 시작했다. 사경에 맛을 들이니 한번 시작하면 손을 떼기가 힘이 들 정도로 재미가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부지런히 했더니, 두달만에 정전과 대종경을 처음으로 끝까지 마쳤다. 우리 교당에서 이제 내가 선두를 치고 나오니 그 재미도 더욱 나를 매진하게 만든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사경에 빠지게 만드는 방법도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전체 순위에다 교구별로 순위가 공개되고 교당에서의 순위까지 세부적으로 공개가 되니 한사람이라도 더 따라 잡기 위한 일념이 더욱 챙겨 진다. 그리고 더욱 재미가 있는 것은 대종사님의 법문을 생생하게 더 느낄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교전 읽기가 힘이 들었는데 이렇게 경쟁심이 발동해서 열심히 하다보니 나는 어느덧 대종사님의 말씀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일도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 순위가 올라가는 재미, 대종사님의 생생한 법문을 듣는 재미, 무아지경에 빠지는 재미, 소설보다 교전쓰기가 더 좋아진 재미, 교전쓰기를 통하여 공부의 맛을 더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남편은 그저깨 밤근무를 하고 와서 평소에는 잠을 자는데 공부에 발동이 걸리니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살다 왔다. 남편은 자기의 승진을 위해 하루종일 공부하는데 쓰고 있는데 소위 원불교 교도라는 사람이 공부에 뜻을 두었으면 뒤를 안돌아 보고 열심히 해야 하는데 취미삼아 느슨하게 한다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전을 읽을 수록 공부가 절실해지고 나는 교당에 와서 한시간 동안 쓰고 다시 저녁에 108배를 한후 또 한시간을 사경했다. 정말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재미가 있다.
우리 교전을 쓰다보니 맞춤법이 제대로 정비 되지 않아 정말 어이없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맞춤법이 무엇인가 규칙이 아닌가 한글을 사용하는 바른 규칙, 한글을 사용하는 바른 규칙도 제대로 갖추어 놓지 못하면서 어떻게 진리를 바르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교전은 원불교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우리의 큰 재산이 아니던가. 우리의 자랑할 만한 큰 재산을 이렇게 기본도 안된 맞춤법으로 세상을 어떻게 제도하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맞춤법이 제대로 맞지 않아 교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원불교는 시대의 흐름과는 별개의 세상처럼 시대에 뒤처진 아주 낡은 책이라는 선입견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생긴다.
그래서 이왕 의견을 접수하는 게시판이 만들어 졌으니 맞춤법에 대한 신고란을 마련하여 다음 판 인쇄 때 꼭 교정하여 후진들이 볼 때 좀더 흠잡을 데 없는 완전한 교전을 읽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게시판을 보니 맞춤법에 관한 많은 의견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래도 고쳐질 때까지 멈출수가 없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이 세상을 모두 구제하려는 원대한 포부가 들어있는 대종사님의 얼이 담겨있는 정신을 공개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게시판에서 버젓이 맞춤법을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리고 빨리 시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