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을 견디며 두 개의 사찰을 품고 있는 계룡산
(기행 수필 계룡산 제3편)
루수/김상화
계룡산의 정기를 받으며 남매탑과 상원암(上院庵)을 구경하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약
2km만 걸으면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학사(東鶴寺)가 있다고 한다. 동학사(東鶴寺)는 천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어떠한 보물을 간직하고
있을까? 매우 궁금하다. 동학사에 가서 그곳의 모든 것을 샅샅이 보고 글로 기록해 남기고 싶다.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이 우거졌다. 그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바람을 타고 풍긴다.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감미롭게 들린다. 마치 나를 보고 환영의 노래를 부르는 듯 착각을 하게 한다.
개울에선 태고의 역사를 간직한 옥수가 신바람이 난 듯 흐른다.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어찌 이리도 향기로울까?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계룡산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고 온 것 같다. 오늘은 자연이 들려주는 신비로운 소리를 들으며 이 산의 정기를 듬뿍 받을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몸으로 글을 쓴다면 젊음이 넘치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글을 쓸 것만 같다. 자연의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내려가니
피로도 풀리는 듯하다.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다.
서울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자연의 소리가 날아와 마음을 편하게 가다듬어
준다. 그 향기로운 소리는 바람이 나뭇잎을 스칠 때 펄럭이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물이 흐르며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이다.
아마도 너무 세게 부딪혀 아프다고 신음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향기를 담은 자연의 오묘한 소리에 장단 맞춰 걷는다. 여기서 동학사까지의 거리는
약 1km 정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동학사로부터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은은하게 들려온다. 자연의 소리와 스님이 두드리는 목탁 소리가
결합하니 환상적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에 흥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넋을 잃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소리에 취해 걷다 보니 동학사(東鶴寺)까지
내려왔다.
동학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산에 있는 절이다. 마곡사의 말사로 724년(성덕왕 23)
상원조사(上願祖師)가 암자를 지은 곳에 회의화상(懷義和尙)이 절을 창건해 상원사(上願寺)라 했다. 동학사(東鶴寺)는 713년 당나라 스님
상원(上願) 조사가 지은 상원암(上院庵)에 연원(淵源)을 두고 있다. 상원암(上院庵)은 은혜를 갚으려는 호랑이 덕분에 여인을 만난 상원 조사가
여인과 의남매를 맺고 함께 도를 닦았던 곳이다. 성덕왕 23년(724) 회의(懷義) 화상이 두 분을 기리기 위해 쌓은 탑이 현재 상원사지에 있는
남매탑(보물 1284호와 보물 제1285호)이다. 고려 태조 3년(920)에 도선(道詵)국사가 지금의 동학사 자리에 사찰을 중창한 뒤 태조의
원당이 되었다. 고려 태조 19년(936), 신라가 망하자 류차달(柳車達)이 이곳에 신라의 시조와 박제상(朴堤上)을 제사하기 위해
동학사(東鶴祠)를 건축하였고, 이후 사찰이 번창하자 절 이름도 동학사(東鶴寺)로 바꾸었다. 동학이라는 이름은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영조 4년(1728) 신천영(申天永)의 난으로 사찰과 사당 모두가 소실된 것을, 순조 14년(1814) 월인 선사(月印
禪師)가 신축하였으며, 고종 원년(1864) 만화 보선선사(普詵禪師)가 중창하였다.
계룡산초혼각지(鷄龍山招魂閣址)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8호이다. 이곳 국립공원 계룡 산록에 위치한 삼 전사는 우리 민족에 빛나는 충의 절신(忠義節臣)을 모신 곳으로 신라 고려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전당이다. 이곳은 숙모전(肅慕殿), 동계사(東鷄祠), 삼은각(三隱閣)이 있다.
*숙모전(肅慕殿)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端宗)을 모신 전(殿)이다. 동,서무(東 西廡)에는 당시 단종(端宗)의
복위(復位)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참형을 당한 사육신(死六臣)과 삼상(三相), 종실(宗室)의 대군, 그외의 순절(殉節)한 원혼(寃魂)을, 그리고
생육신(生六臣) 등 충의절사(忠義節士)를 모신 곳이다. 세조(世祖)2년(1456)에 김시습(金時習)이 단을 모아 사육신(死六臣)을
초혼제(招魂祭) 하였더니 1457년, 세조가 이곳에 들렸다가 초혼단을 보고 감동하여 억울하게 죽어간 명단을 여덜 폭 비단에 적어 유, 불(儒,
佛)이 공사(供祀)토록 하고 사패(賜牌)하였다.
*동학사(東鶴祠)는 신라 제19대 눌지왕(訥祗王) 때에 인질로 일본에 잡혀간 왕의
아우 미사흔(未斯欣)을 구출하고 왜지(倭地)에서 혹형으로 산화한 관설당(觀雪堂) 박제상(朴提上)의 항일 충혼을 모신 곳으로 고려 태조(太祖)
19년(939)에 개국 공신 류차달(柳車達)이 공의 만고충절(萬古忠節)을기려 이곳에 초혼 제사하고 왕명으로 동계사(東鷄祠)를 건립하였다.
1956에 중건하고 류차달(柳車達)을 추향(追享)하다.
*삼은각(三隱閣)은 고려말의 명현(命賢)이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목은(牧隱) 이색(李穡), 야은(冶隱) 길재(吉再), 삼은(三隱)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태조(太祖) 3년(1394)에 정몽주(鄭夢周)의 초혼단을
비롯하여 1400년 공주목사(公州牧使) 이정간(李貞幹)이 단지(壇址)에 각을 세웠고 그 후에 금헌(琴軒) 류방택(流方澤),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죽헌(竹軒) 라계종(羅繼從)을 추향하였다.
동학사 경내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절은 아늑해 보인다.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경내는 불자들과 등산객이 한대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룬다. 동학사는 6.25 전쟁으로 건물이 모두 불타버렸다고 한다. 1960년 이후
중건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경내는 대웅전, 삼성각, 동림당, 조사전, 숙모전, 육화당, 염화실, 강설전, 화경헌, 범종각, 실상선원, 동학강원
등이 있다. 이중 동학강원은 운문사의 강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으로 손 꼽고 있다고 한다.
공주 계룡산 동학사에
있는 목조 석가여래 삼불사 좌상 및 복장유물은 보물 제1719호다. 조각승 각민(覺敏)이 조선 시대 1606년에 제작한 불상이다. 불상은 본전
불인 석가불과 약사, 아미타로 구성된 석가여래삼불상으로 조선 후기에 유행한 도상이다. 삼불상은 신체에 비해 작은 얼굴에 당당한 신체와 조화로운
비례감이 돋보이며 특히 위엄이 있는 귀족적인 얼굴 모습이 특징이다. 2010년 개금(改金) 불사 과정에서 불상의 내력을 적은 발언문과 고려말
조선초기에 해당하는 사경, 경전류 등 78건 136점의 복장유물이 발견되었다. 발원문을 통해 1605년 음력 10월에 조성하기 시작하여
1606년 음력 3월에 완성되었고 공주 계룡산 청림사(靑林寺) 대웅전에 봉안되었던 불상임이 밝혀졌다. 이 삼불상은 우수한 조형정과 보존 상태가
좋고 상을 만든 조각상, 제작연대 및 불상의 내력이 정확한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뜰에는 동학사(東鶴寺) 삼층석탑(三層石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58호가 있다. 이 탑은 청량사 남매탑이 있는 곳에서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 한다. 탑은 신라 성덕왕 22년(723)에
동학사와 함께 건립하였다고 전하나, 탑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탑은 1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원래 없어졌던 기단과 3층 탑신은 2008년 현재의 모습과 같이 복원하였다.
동학 계곡은
신록(新錄)이 우거질 때 학바위 앞에서 관음봉 고개에 이르기까지 약 3.5km가 언제나 푸른 숲에 둘러싸여 있다. 그곳은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계곡의 입구서부터 신선처럼 걷노라면 비구니의 강원이 있는 동학사에 이르고 바로 그 아래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충의 절신을 모신 삼은각, 숙모전, 동계사가 자리하고 있다. 동학사 앞에서 눈을 높이면 저 멀리 쌀개 능선과 서북 능선이 시계에 다가서며,
계곡을 1.5km쯤 거슬러 오르면 산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은선폭포에 이른다. 은선폭포를 지나 관음봉 고개까지 다소 가파르나 신록이 피어나는
봄의 계곡이 으뜸이다. 예로부터 봄 동학, 가을 갑사로 알려져 계룡산의 5경으로 일컫는다. 이렇게 계룡산은 사철이 모두 신비에 싸여있다.
우리는 계룡산에 대한 말을 많이 주고받는다. 상대가 좀 희한한 일을 했다거나 갑자기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또는 남들이 흔히 할 수
없는 일을 했을 때 계룡산에 가서 도를 닦고 왔느냐고 우스갯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렇게 계룡산은 무속신앙의 본거지요 다른 산에 비해 기가 센
산이라고 흔히 말을 한다. 그래서 이곳을 오기 전에는 이 산에 대한 선입견을 별로 좋게 갖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귀신이 뛰어나올 것 같은 생각
또 무속인이 많이 있고 돌을 쌓아놓은 서낭당엔 울긋불긋한 5색 천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어 보기 흉한 산으로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새들이 지저귀고 개울물이 흐르고 원시림이 우거진 산이다. 무속인이나 돌을 쌓아놓고 울긋불긋한 천이 매달려 있는 선앙 당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산이다.
그래서 계룡산은 우리나라의 영(靈)산으로 좋은 정기가 있는 산으로 믿고 싶다. 갑사와 동학사라는 천년이 넘은 큰 절이 이
산의 앞뒤로 있고 수많은 작은 절과 암자를 품고 있는 산이다. 오늘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 간다. 단풍으로 온 산을 붉게 물들여
가을의 정취를 맛보았고 크고 작은 절과 암자는 많이 있지만, 무속신앙인들이 무질서하게 자리를 깔고 굿판을 벌이지 않는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공주시에서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등산길을 잘 다듬어 놓고 누구나 안심하고 등산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돋보인다. 그래서 공주시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3편의 수필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상갑 회장을 비롯해 해피 가족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8년 11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