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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어서 오십시오.”
사환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인사한다.
“잠깐, 먼저 좀 물어볼 게 있네.”
사환이 졸린 눈을 치켜떴다.
“오늘 저녁에 말일세. 이곳에 한 젊은 청년과 묘령의 아가씨 세 명이 들어오지 않았나?”
“손님 숙박에 관한 건 비밀입니다. 관아에서 나와 숙박 장부를 조사한다면 몰라도.”
“물론 우린 관아에서 나왔지. 동도 낙양성에서부터 범인을 추적하는 중이네.”
“누가 무슨 중죄라도 범했단 말인가요?”
“그런 건 자세히 알 필요 없네. 그 네 남녀가 들어왔는가 들어오지 않았는가만 확인해주게.”
“글쎄요. 저는 방금 전에 당번을 바꾸어 나왔기 때문에 초저녁에 누가 숙박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사람, 왜 이러나? 숙박 장부를 조사해야 하겠나?”
그는 이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사환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환이 받아 펴보니, 그건 놀랍게도 금화 한 닢이었다. 사환의 태도가 금새 달라진다.
“잠깐만요, 제가 저녁에 숙박한 사람들의 명단을 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한참 후 사환이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는 두 거한에게 말했다.
“그런 분들이 있긴 있었습니다. 나이가 스무 살 전후의 네 사람이었죠.”
“그 분들은 어디서 묵고 계시나?”
“뒤채 귀빈실에 계십니다.”
“그분들은 귀빈인가?”
“그건 나리들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알았네. 고마워. 들어가 보소.”
두 거한은 곧장 사라졌다.
“싱거운 놈들 같으니라고.”
사환은 혼잣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밤은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새벽에 일어난 조영은 <삼일신고>와 <예수메시아경>을 읽은 후 호흡기도를 실시해보았다. 가슴이 따스해지고 포근해졌다.
아침식사 후 여관을 나선 조영 일행은 성을 벗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 동안 걷다 달리다를 반복했는데,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니, 길가의 나무 그늘에서 한 무리의 도사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조영은 그들이 다름 아닌 청해진인의 무리임을 알아차렸다. 조영이 말고삐를 잡아당겨 속도를 늦추자 청해진인이 길 가운데로 나서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헤어진 지 얼마라고 장군을 또 다시 뵙습니다. ‘인생하처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이리요’가 실감나오.”
조영이 말에서 내려 예를 표하며 물었다.
“진인께선 어디로 가시는 중입니까?”
“집으로 가는 중이오.”
“아, 도관이 낙양성 쪽에 있습니까?”
“천하가 내 집이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소.”
“아, 그렇군요. 소인의 우준한 질문을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빈도가 듣기로는, 장군께서 삼극팔괘검학을 익히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아, 또 그 골치 아픈 검법이야기인가요?”
“장군께서 검법을 골치 아프게 생각하다니, 뜻밖입니다.”
“실언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청해진인이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이건 정말 빈도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장군의 삼극팔괘검법을 조금이나마 구경해보았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아, 그건 좀 곤란합니다. 저의 실력이 형편없어서 보여드릴 게 없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실은, 우리 곤륜산 도관들에서도 그 삼극팔괘검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무당산武當山의 도우들이 찾아와 전수해주었지요. 물론 우리 곤륜검법도 그들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아하, 그런 교류가 있었군요.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삼극팔괘검법은 우리 고려 왕가의 비전 검법인데, 어떻게 그것을 무당산의 도인들께서 연마하고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무림에 과연 비전秘傳이라는 게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렇군요.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가 삼극팔괘검법을 연마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그런 일이 어찌 비밀일 수가 있겠습니까? 유명한 고 장군의 검법을 모른다면, 그는 무림인이 아니죠.”
“참으로 부담스런 말씀입니다. 사실 비전이란 건 어찌 보면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을 겁니다. 자기 것이 최고라고 착각하고 남의 것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진보와 발전을 막는 장애물일 것입니다.”
“장군께서 연소한 나이에 그런 넓은 도량을 가지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제가 장군께 검법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실은, 삼극팔괘검법을 좀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 고려왕가의 삼극팔괘검법은 삼신일체 상제 하나님과의 교통을 심법의 벼리로 삼고 있습니다. 심법이 다르면, 같은 무학이라도 다르게 펼쳐질 수밖에 없으니, 단순히 외형만을 모방한다고 해서, 그 무학을 터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마음에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는데, 옥황상제나 고려인들이 말하는 삼신상제 하나님이나 호천昊天상제나 다를 게 뭐겠습니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설사 같은 분이라 하더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섬기느냐가 중요하겠죠. 저의 삼극팔괘검학을 보고 싶다는 진인의 요청이 진심이라면, 그 검법에 저보다 더 능통한 분이 여기에 계십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누굽니까?”
청해진인이 깜짝 놀라며 묻는다.
“저기 미시아 아가씨입니다. 일찍이 황태후 폐하께서도 미시아 아가씨의 삼극팔괘검법을 구경하신 적이 있지요.”
“제가 아가씨에게 요청하면 아가씨께서 제 요청을 들어주실까요? 저는 머리털 난 이후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여성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 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시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보다는 고 장군님이 더욱 탁월하시지만, 고 장군께서 극구 사양하시니, 진인께서 원하신다면 저라도 천박한 재주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검법을 구경하는 일은, 좀 비쌉니다.”
청해진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미시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황금 백 냥이면 됩니다.”
청해진인은 미시아의 말보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속이 울렁거리고 미칠 것 같았다.
“청빈한 도사에게 황금 백 냥이 웬 말입니까?”
“그럼 구경하실 생각은 영영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달리 좋은 방도가 없을까요?”
청해진인이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찡그리며 울상을 짓는다.
“한 가지 있긴 있습니다.”
“아이고, 그게 뭡니까? 빈도더러 아가씨의 종노릇을 하라고 하더라도 기어코 그 검법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미시아가 얼굴에 약간의 웃음을 담고 대꾸했다.
“종까지 되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진인께서 저와 검법을 겨루시면 됩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구경하실 수 있을 터이니까요.”
무림의 통념상 남아가 여인과 검술을 겨룬다는 것은, 결코 떳떳하고 자랑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청해진인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빈도가 어찌 고 장군님보다 더 탁월하다고 하는 소저小姐(아가씨)의 검법을 단 일합이라도 받아넘길 수 있겠소? 삼극팔괘검법 구경은 다 틀린 것 같소.”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모양새다. 그의 얼굴이 괴상하게 찡그려지니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곁에서 가만히 서 있던 이루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렸다.
그 때다. 그곳을 향해 한 무리의 석교승들이 오고 있는 게 얼핏 조영의 눈에 띄었다. 고개를 돌리다 말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름 아닌 회의대사 일행이었다.
회의대사는 화려한 안장과 장식물을 단, 궁중에서 기르는 아름답고 튼실한 홍마 위에 앉아 있었는데, 어제와 달리, 그의 속하 승려들도 일제히 말을 타고 있었다.
그들이 조영 일행과 청해진인의 무리가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잠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조영이 바라보니, 그는 청해진인과 동행하는 한 도사였다.
“어제 우리에게 빚을 졌으면, 갚고 가야 할 게 아니오?”
그가 눈을 부라리며 승려들을 보고 소리쳤다. 일순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던 회의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그 곁에 바짝 붙어 있던 다른 승려가 소리쳤다.
“잡소리 집어 치우시오. 빚을 받고 싶으면, 백마사로 오시오.”
“흥! 고승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 따위라니,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강호에서 굴러먹던 솜씨가 바로 튀어나오는구먼.”
방금 전의 도사가 빈정거렸다.
“대사님, 이 도사 놈들은 아마도 목이 열 개 정도 달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 승려는 말에서 내렸다. 그를 주시하던 다른 승려들도 일제히 하마한다. 회의만 말 위에 거만하게 버티고 앉아 있었다.
부도승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도사들에게 다가갔다. 도사들도 즉시 긴장하는 태도로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는 사람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베푸는 법. 그대들 같이 죽고 싶어 환장한 놈들에게는 일찍 극락세계를 맛보게 하는 것도, 부처님의 큰 자비일 것이네.”
방금 전의 승려가 얼굴에 이상한 웃음을 흘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때 고조영이 언성을 높였다.
“잠깐만요! 스님들, 도사님들, 제 말을 먼저 듣고 싸워도 늦지 않을 것이오.”
이렇게 운을 뗀 조영이 훈계조로 말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니, 도를 닦는 분들께서 서로 다투신다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그러니,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는 게 좋겠소.”
“그거 좋은 말이오. 그러면 고 장군께서 우리의 증인이라도 되어주실 수 있는지요?”
“전 남 싸우는데 증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건 불가합니다. 용서바랍니다.”
조영은 단호하게 거절한 후 여인들을 돌아보았다.
“우린 빨리 가던 길을 가는 게 좋겠습니다.”
조영 일행은 회의와 청해에게 인사한 후 일제히 말에 올라 현장을 떠나갔다. 조영이 들으니 뒤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들은 개의치 않고 세차게 말을 몰았다.
조영 일행이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회의가 청해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도사나리. 그런 허튼 수작으로 저 사람들이 걸려들 것 같소? 저들을, 연치가 어리다고 애송이처럼 보았다간 큰 코 다칠 거요. 아예 옛날 강호에서 쓰던 수법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이오.”
“대사께서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일러주시오.”
그 때 도사들과 승려들은 이미 다툼을 멈추고 길가에 조용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보다 도사나리께서 더 알고 계실 터인데?”
“빈도는 오직 청정무욕의 한길로 매진해 왔는데, 대사께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흥! 당신의 그 말을 지나가는 쥐새끼들이 듣는다면, 그것들이 한바탕 폭소를 터뜨리며 춤을 추고 난리를 피운 후에도, 한 번 더 땅에서 요란하게 뒹굴다가 갈 것이오.”
“대사님 말씀이 좀 지나치오. 그러지 말고, 좋은 계책 좀 일러주시오. 나도 공을 세워 황태후 폐하의 은덕에 보답하고 싶소.”
“옛날 수법을 이용해, 저 여인네 가운데 하나를 공략하시오.”
“아, 이런, 환장해 미치겠구먼. 어째서 자꾸 옛날, 옛날 하시오?”
청해진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청해진인은 어제와 오늘 두 번에 걸쳐 고의적으로 조영 일행을 집적거리며 싸움을 유도했으나 조영이 걸려들지 않자 애가 바짝 탔다.
“오늘 밤, 여느 여관에 투숙하는지 보아두었다가, 밤에 요절내시오.”
회의는 이렇게 한 마디 한 후 부하 승려들을 이끌고 떠나갔다.
한편, 앞서서 말을 몰던 조영은 승려들과 도사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말고삐를 늦추고 뒤를 돌아보며 여인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하오.”
“뭐가요?”
“그 도사들과 승려들 말이오. 그들이 뭔가를 치밀하게 짜고 움직인 것 같은 육감이 자꾸 드네요.”
“아마 그런지도 모르죠.”
미시아가 조영에게 말했다.
“그 청해진인이란 도사를 혼쭐 낼 참이었는데, 부도승들이 오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외려 잘 된 걸 거예요.”
조영이 미시아에게 대꾸하며 여인들에게 물었다.
“그들이 노린 게 뭘까요?”
대꾸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한참 만에 여미아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목숨인 것 같아요.”
“네?”
고조영은 깜짝 놀랐다.
“시시각각 사망의 올무가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누가 올무를 놓는단 말입니까?”
“무 태후를 제거하려는 이씨 친왕들이 당연히 시위장인 공자님을 미워하지 않겠어요?”
여미아가 고조영을 향해 싱긋 웃었는데, 그 웃음 속에는 심각함이나 어색함이나 두려움이나 근심의 빛이 조금도 없었다. 어린아이의 웃음처럼 해맑고 고왔다.
“우리를 죽이려는 세력은 그들만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무 태후의 총애를 입고 있는 이들이 또 우리를 제거하려 하고 있을 거예요.”
그것은 고조영도 익히 느끼고 있던 바다.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죽음의 위기를 만난 것도 사실은 회의, 내준신, 만국준 등이 공모해 그들을 함정에 빠뜨렸기 때문일 터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고조영이 어린아이가 선생에게 질문하듯 물었다.
“첫째는 우리가 도망가는 길입니다. 둘째는 하늘의 의외의 도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망갈 처지는 아니니, 그럼 우리 운명을 결국 천행에 맡겨야 한다는 건가요?”
“비겁하게 도망가느니, 장렬하게 죽는 게 나을 거예요.”
미시아의 말이다.
“하지만 고토수복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토수복을 꿈꾸며 그것을 모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조국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한 것입니다.”
여미아는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미아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차제에 우리는 몹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조정 안팎으로 우리를 시기하는 적들이 있고, 우리는 본국을 위해 첩자노릇을 감행하는가 하면, 본국의 지령을 받아 고토수복을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녀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며칠 전, 재상 유의지에게 무 태후로부터 자살명령이 떨어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무 태후의 측근도 언제든지 제거될 수 있습니다.”
고조영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말에 박차를 가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여인들도 그의 뒤를 따라 질풍같이 달렸다. 수십 리를 그렇게 달리고 나니, 눈앞에 쉬어가기 좋은 수림이 나타났다. 고조영이 여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차라리 우리가 계략을 써서 도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성읍의 객잔에 들어가서 쉬며 차분한 대화를 나누는 게 낫겠어요.”
이루하의 제언이다. 인마가 모두 더위에 지쳤으므로 그들은 기나 긴 해가 아직 서쪽 하늘 높이에 걸려 있을 때 성읍의 여관을 찾았다.
(다음 장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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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5. 2. 27. 늦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