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 힘든 산, 영어 점수는 필수인가?

‘영어 점수는 언제까지 내야 하나요?’ 전화 문의로, 또는 이미 저희를 통해 기술심사까지 마치신 손님들께서 비자 신청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가장 먼저, 또 빈번하게 하시는 질문들 중 하나입니다. 고용주 지명 이민이 아닌 점수제로 신청하는 기술이민은 영어 능력 증명이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위조된 IELTS 성적표가 호주 조간지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이민 신청시 영어 능력 증명이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어점수는 신청시 꼭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아니므로 신청 후 공부 좀 더 하셔서 시험 보셔도 된다고 말씀 드리면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면서도 ‘한 번 시험으로 점수가 안되면 또 볼 수는 있나요? 그럼 몇 번이나 볼 수 있나요? 영어 시험 점수는 비자 신청하고 1년 이내에만 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등의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놓으시며 영어점수 하나 때문에 비자를 못 받게 되는 상황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 하십니다. 일부 손님들의 경우는 영어점수를 면제 받거나 혹은 영어 점수 제출 기한을 늘리는 것이 대행사의 능력 아니냐며 무조건 저희들에게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처럼 기술이민 신청자에게 있어 영어 점수는 하나의 넘기 힘든 산입니다. 이민법 내부 지침서에는 2년 이상 호주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의 경우 영어 시험 없이 자동으로 영어 20점을 받게 해주는 영어 면제 조항이 성립된다고 명시해 놓았지만 상황에 따라 심사관의 재량으로 영어점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어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 코스나 아니면 TAFE에서 디플로마 코스를 수료한 경우 모두 영어점수를 요구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이는 넘쳐나는 유학생 기술이민 희망자들 중 각별히 선별하여 보다 젊고 언어능력도 뛰어난 인재들을 위주로 비자를 주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실제로 저희 손님들 중에도 현재 모든 서류가 제출된 상태에서 영어 점수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언제 이민성으로부터 비자 거절 레터가 날아오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요구하는 영어 점수를 제출하는 것밖에 길이 없기 때문에 번번히 안 좋은 결과를 받고도 또다시 시험에만 매달려야 하는 그 분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근에 이민대행사 협회 웹사이트에서 IELTS 영어점수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사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시된 케이스는 금년 2월에 결정된 두 케이스로 모두 호주에서 학업을 마친 유학생 기술이민의 경우였으며 이민성에서 요구한 IELTS 6.0의 성적을 받지 못해 이민성에서 거절당하여 재심을 청구한 케이스였습니다.  영어 성적 미달로 재심까지 간 케이스들의 경우 재심 기간 중 이민성에서 요구한 시험 점수를 제출하면 승소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들의 주목할 만한 점은 재심 접수 후 재시험을 치루어 합격점수 제출 후의 승소배경이 아니라 합격점수를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IELTS 전과목 6.0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승소했다는 점입니다. MRT가 신청인들의 과거 학업 배경 중 영어로 주관되었던 모든 학업 기간과 내용을 감안하여 이들에게 요구되었던 영어 점수 자체를 면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MRT 승소 케이스들이 시사하는 바는, 이민성에서 영어 점수를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재심을 통해 영어 점수 면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심에서 승소한 두 경우 모두 비자 신청인들의 학업 기간이 2년 보다 훨씬 긴 기간이었고 기존의 영어시험 성적도 크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 점수 면제 결정이 내려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성에서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심 권리가 주어지는 이민 신청자들, 즉 유학생 기술이민과 친척 후원 기술이민 신청자의 경우 이민성에서 거절되었더라도 재심을 통해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볼 수도 있으리라는 점에서 위의 재심 케이스가 다소 희망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재심을 통해 시간을 벌어서 요구하는 영어 점수를 제출하여 승소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학업 기간 및 학업 내용을 강조하여 영어 점수 면제 결정을 받아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 점수가 걱정이신 모든 유학생 기술이민 신청인들에게 재심에서의 횡재를 기대해 보라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유비무환”-신청 전부터 부담을 가지고 미리미리 영어점수를 준비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며 비자 신청에 대한 기본 준비 자세입니다. 그리고 예비 이민자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언어능력이므로 영어점수를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 놓는 것이 앞으로의 호주 생활에서도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준비했는데도 영어의 산을 넘지 못해 영어 점수 하나 때문에 결국 비자를 거절당하게 되었을 때, 마지막 방법으로 재심을 통해 한번 더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