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전정가위
임병식rbs1144@hanmail.net
세상을 살다보면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일도 생긴다. 얼마 전에 내가 겪은 일도 그런 일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산속 덤불 속에서 전정가위를 잃어버렸는데 극적으로 되찾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잃어 버리지 않을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주인에게 되도라 오도록 되어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 않다면 어찌 산속에서 잊어버려 것이 찾아지겠는가. 각물유주(各物有主)라는 말이 있지만 잃어벌여도 임자는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 일은 어느해 초여름 날, 평소 등산을 다닌 일행과 산속으로 취 나무를 뜯으러 갔다가 일어났다. 나는 수풀이 우거진 어느 지점에서 전정가위를 잃어버렸다. 그곳은 숲이 짙어서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처음에는 전정가위를 잃어버린 줄을 몰랐다. 그런데 뒤따르던 사람이 외치는 것이 아닌가.
“누가 혹시 이걸 빠뜨린 것 아닙니까?”
물건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일행이 뒤따라 오다가 주은 모양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가방에 넣어둔 것이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우거진 숲속에서 그걸 줍다니.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생각을 더듬으니 느껴진 것이 있었다. 어디 지점에서 맹금나무와 산딸기나무가 우거진 것을 발견하고 전정가위로 꺼내들고 자르면서 오른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분명히 걸리적 거리는 것을 자르고 나서 손을 뒤로 돌려 배낭에 넣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넣었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것은 넣은 것이 아니고 뒤로 흘려버린 모양이었다.
“아니 어디서 주었습니까? 내 것이네요”
그것을 보면서도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고마워서 몇 차례나 인사를 했다. 값이야 얼마 나가는 건 아니지만 내 소유물이고, 다시 찾게 된 것이 너무나 극적이면서 기뻤던 것이다. 절로 만면에 웃음이 번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앞을 분간 못하게 우거진 숲을 헤치고 으르는데 무엇이 미끄덩하고 발에 밟히더란다. 그래서 혹시 뱀이아닌가 하는 생각에 흠짓 놀라며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전정가위더라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우연의 발견인가.
나는 전정가위를 받아들고서 마치 복권 당첨의 확률을 떠올렸다. 되찾을 가능성으로 보아 확률이 극히 낮은 복권당첨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말이지 이것은 말로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 없는 지극히 희박한 일이 아닌가.
근자에 어느 잡지에서 본 글이다. 복권당첨에 관해 글인데 그 확률에 대해서 설명해 놓고 있었다. 그것은 앉은자리에서 한번이 아니고 세 번씩이나 연거푸 벼락을 맞는 것과 같은 것이고, 발사한 탄환이 튀겨져 나와 다시 맞을 확률과 같단다. 말하자면 불가능에 가까움을 기술해 놓고 있었다.
한데, 내 앞에서 그에 버금가는 희귀한 일이 일어나다니.
나중에 알게 된 경위는 이러했다. 산행에 경험 없는 식당 집 김 사장이 후미에 쳐져서 따라오는 것을 그가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올라오면서 하는 말이 "오늘 나는 이것 하나 습득했으니 하루 일당은 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전정가위를 들어 올리더란다. 그걸 보니 보고서 자기는 바로 알아보고 그에게 "미안하지만 그건 임자가 따로 있으니 앞사람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분실지점은 산 중턱으로 추정 된다. 가시덤불 지대를 벗어날 때 전정가위로 그것들을 자르면서 올라왔던 것이다. 그즈음 나는 등산모임에 입회하여 한 달이면 두어 차례 등산을 하고 있었다.
이 날은 시기가 좀 늦었지만 산나물을 뜯을 계획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주은 것이다.
그때 나는 산채 도구로 칼 대신 전정가위를 가지고 나섰던 것이다. 숲속을 전진하며 장애물을 제거할 목적이었다. 거기다가 나물의 뿌리를 상하지 않게 하려는 뜻도 있었다. 흔히 곰취는 줄기를 당기면 뿌리가 뽑히는데 그것을 방지하려는 뜻이었다.
나는 이날 되찾은 전경가위를 받아들고 큰 행운을 예감했다. 잃어버린 것이 다시 돌아왔는데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복권에 당첨된 적은 없다.그런 것에 별 관심도 없었다. 그렇지만 남들이 당첨된 기분을 알 것 같다. 복권처럼 뒤따르는 금전은 없지만 기분만은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나는 이날 작업의 성취보다도 돌아온 행운에 한껏 기분이 들떠 돌아오는 내내 상쾌했다. (2005)
첫댓글 벌써 6년이 지나갔는데 그 전정가위는 잘 간수하고 계시는지요.
소소한 물건도 다 주인이 있고 정한 수명이 있는가 봅니다.
그것은 정작 집에서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을 또 하나 샀지요. 처음것은 손잡이가 붉은 것이었는데 지금 쓰고 있는건 파란색입니다.
그린에세이 2018 년 3.4호
그린에세이 2018.3·4 ‘다시 찾은 전정가위’ 감명 깊게 좋은 수필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갑분실’에 대하여 글 보냈는데 그린에세이 p.105 맨 윗줄
숙소에 오니 외국 여행을 많이 한 동료가 “혹시 돈지갑 쓰리 당 했을지 모르니 확인하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
대화 부분이 누락이 되게 인쇄를 해서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린 에세이'가 뭔가요? 월간 잡지인가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저는 선물받은 지갑을 공중전화박스에 두고 잃어버렸는데 우편으로 왔더라구요. 현금은 없고 지갑하고 신분증만.. 그래도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것은 나중에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때 다시 찾는 기분이 그만이었습니다. 그린에세이는 선우미디에서 펴내는격월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