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정월대보름이 다가오면 엄마는 미리미리
아홉가지의 묵나물을 준비하시고
오곡밥을 넉넉하게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보름전날 이웃에게 나물과 오곡밥을 나누십니다.
물론 이웃들도 저희집에 나물과 오곡밥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저는 나물과 오곡밥을 정말 싫어했기 때문에
이 맛없는 것을 왜 이렇게 서로 나눠먹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답니다.
손 큰 엄마 덕에 며칠동안 나물반찬을 먹어야 해서 정말 싫었어요.
아버지는 밤 늦게 무를 깎아주시면서 먹고나서 트림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인삼보다 몸에 좋아고 하셨답니다.
지금 생각에도 겨울밤에 먹는 무가 참 달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답니다.
엄마가 음식을 많이 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었는데
지금의 내가 엄마처럼 손이 커서 늘 대량의 음식을 만들고 있음을 느끼면서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설날에 나물을 많이 만들어 먹어서
올 대보름에는 나물을 생략하려고 했는데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들어 조금 만들었어요.
가지, 고사리, 시금치, 마른배추 나물을 만들었는데
여기저기 나물들이 많이 올라오는 건 빼고
마른배추로 만든 나물이 간단하면서도 참 맛있어서
적어 봅니다.
먼저 멸치 북어대가리 다시마 말린표고를 넣고 육수를 끓입니다.
민경란님의 항암배추 마지막 판매하시는 걸 사서 처마밑에 걸어 말려 두었던 것을 몇 개 걷어왔습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했지요.
물에 씻어
부르르 끓여 뚜껑 덮어 두고
퇴근 후 열어보니 아주 부드럽네요.
흔들어 씻어 꼭 짜서
어간장 대파송송 참깨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한다음 미리 끓여 둔 육수를 조금 붓고
센불에 뒤적여 확 졸여 주었습니다.
식감도 좋고 참 맛있는 나물이 되었습니다. 무시래기나물과는 또 다른 맛입니다.
보들하면서도 달콤한 배추나물 입니다.
나물과 함께 먹을 찰밥을 지으려고 찹쌀과 늘 먹는 잡곡을 넣고 깨끗하게 씻어두고
팥 한 웅큼을 씻어
부르르 끓은 첫물은 버리고 다시 끓여 불을끄고 식혔더니 아주 잘 불었습니다.
전기밥솥에 앉히고 곡식과 경계선에 맞게 물을 붓고 좋아하는 밤을 넉넉하게 넣고 밥을 지었습니다.
소금을 한꼬집 넣어주면 좋은데 남편이 싫어해서 넣지않았습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맛있는 찰밥입니다.
함께 먹을 어묵국을 끓입니다.
육수에 무를 나박하게 썰어 넣고 무가 익을 동안
어묵을 끓는 물에 데쳐 기름기를 제거 합니다.
무가 익으면 육수를 추가하고 어간장으로 맛을 내고
데친 어묵을 넣고 팔팔 끓으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대파와 청홍청양고추를 넣고
한소큼 더 끓입니다.
나물들을 접시에 담고 밥상을 차리는데 저녁먹고 들어온다는 전화가 옵니다.
이렇게 차려놓고 혼자서 아주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나물과 찰밥 시원한 어묵국이 서로 참 잘 어울립니다.
정월대보름마다 먹어 줄 가족이 많지않아도
늘 나물을 많이 만들어
이웃에 나누고
남편과 함께 하나 하나 맛을 음미하며 먹곤 합니다.
같은 양념으로 볶아도
나물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것이 참 맛있습니다.
어릴적엔 그렇게 싫어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물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네요.
올해 처음 만들어본 배추나물이 제 입에 딱 맞네요.
슴슴한 된장국을 끓여도 맛있겠어요.
한참 뒤숭숭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잘 피하시고
정월대보름처럼 푸근하고 풍성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혼자 드시는데
맛이 있으셨어요?.
맛있게 보여요~
ㅋㅋㅋ 맛있게 먹었어요. 만드느라 저녁이 많이 늦었거든요.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겠지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아흑
넘넘 맛나보입니다
어묵국도 시원해보이구요
어릴적 무 깍아먹은 이야기에서 울할매 숟가락으로 긁어주시던 그 무우맛 떠올랐습니다
겨울이라 추운데도 그 무우맛은 끝내줬었죠..
그쵸 겨울무의 달달함이 기억나지요~
어느덧 얘기속의 부모님은 모두 제곁에 없고 제가 그 때 부모님 나이가 되었네요~
행복한밤 되세요~^^
아하
배추나물 배워 갑니다
행복한 오늘 되세요~^^
글에 요리에 너무 공감합니다.
저도 그렇게 싫어하던 찰밥과 나물 이젠 없어서 못먹지요.
저도 오늘은 간단하게라도 해야겠네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가 익어갈수록 좋아지는 찰밥과 나물입니다~맛있게 만드세요^^
말린 배추나물
배웁니다
올해는 배추를 말려봐야겠네요
자잘한 배추로 걸어두면 겨우내 유용하게 쓰실겁니다~^^
배추을 말려서 나물 하는건 생각도 못했네요 배워읍니다
저도 처음 해봤는데 요리조리 유용할 듯해요~^^
어릴적 추억어린 글이
너무 공감됩니다
나물요리 육수넣어
맛깔나게 하셨어요
특히 말린 항암배추나물
노란게 너무 맛있어보여서
입맛 다셔지네요~
올해는 저도
항암배추 말려보고 싶네요
생배추로 반그늘에 말리는지요~
네 항암배추 꼬맹이를 4등분해서 생으로 반그늘에 걸어 두었어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식감도 좋고 달달해서 맛있네요.
국 끓여도 좋겠어요~^^
항암배추나물이 유난히 맛있어 보입니다. 건강한 한해 되세요.
감사합니다~
신종코로나로 뒤숭숭한 이 때
건강하게 잘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나물도 나물이지만 글도 구수하게 맛있게 추억을 부르게 잘 쓰셨네요! 배추나물에 꽂혀서 저도 먹고 싶네유!!!
에고 칭찬 감사합니다~
신나는 불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