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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04
S#1. 도깨비 집/ 문 앞 (밤)
3부 엔딩에 이어서..
은탁 : 처음 봤을 때부터 보였어요 이 검.
도깨비 : ...!!!
은탁 : 그럼 이제 나 뭐예요? 나 아직도 도깨비 신부 아니에요?
도깨비 : (보는)
은탁 : ..아니에요?
신부 은탁과, 시간에 떠밀려 떠나려는 순간에 나타난 신부 생생하게 보는 도깨비..
도깨비 : (복잡한 눈길) 맞는 것 같다.
은탁 : (미소) 진짜요? 그럼 나 효용가치 그거 생긴 건가? 아저씨 이제 안가는 거예요? (기쁜 기색인데)
도깨비 : (물끄러미 보다가) 일단은. 더 멀리 떠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몰라서.
은탁 :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깨비 : 니가 도깨비 신부란 말이야.
은탁 : 그거 아닌 거 같은데.. (눈치 보면)
도깨비 : 처음부터 보였는데 왜 안 보이는 척 했어. 그동안.
은탁 : (아) 처음엔 예의로. 그 다음엔 무서워서요.
도깨비 : 자세히.
은탁 : 생판 초면에 남 아픈 거 묻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 안한 거고요,
그 다음엔 보인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말 안 했구요.
도깨비 : ?
은탁 : 당장 결혼하자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럼 대학은 어떡하지? 혹시 나도 도깨비가 되는 건가?
무엇보다, 돈은 좀 있나..? 뭐 그런..
도깨비 : ... (보면)
은탁 : 안 보인 척 한 건 맘 상한 후에. 짧아요 기간이. (눈치 보면)
도깨비 : (그저 보면)
은탁 : 이제 나 뭐하면 되는데요? 신부로서?
도깨비 : 신부로서 니가 첫 번째로 할 일은.
은탁 : (꿀꺽 긴장하면)
도깨비 : 일단 여기서 기다려.
은탁 : (띵!)
S#2.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사색이 되어서 저승방 들어오는 도깨비. 문 쾅! 닫고 문에 등 기대고 선다.
슬리퍼 가지런히 벗어놓고 침대에 들려던 저승 놀라 보면,
도깨비 : (겁먹어) 쟤가 검을 봐. 쟤가 검을 정확히 이렇게 가리켰어. (손가락 펴 가리키며)
저승 : 근데. 그럼 잘 된 거잖아. 죽으려고 신부 찾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검을 빼 줄, 그래서 너를 무로 돌아가게 해줄 널리 이로운 신부.
도깨비 : 그랬지. 거의 일평생을.
저승 : 그럼 뭐가 문제야. 왜, 죽인대 벌써?
도깨비 : 농담 할 기분 아니다.
저승 : 기분이 정확히 어떻게 아닌데. 걔가 검을 봐서 두려운 거야, 기쁜 거야.
도깨비 : 모르겠어. 이제 이 지겨운 불멸을 끝낼 수 있구나,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뭐 맨날 지겹진 않았는데? 아직 더 살아보자 싶기도 하고. 일단은 피해 볼 생각이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저승 : 말만 해. 여차하면 내가 데려갈게.
도깨비 : ! (보면)
저승 : 어차피 데려갔어야 할 아이야. 서류 땜에 밤은 며칠 새야겠지만.
도깨비 : 그런 뜻으로 들렸어?
저승 : 어.
도깨비 : 정확해. 드디어 우리에게 우정이 생겨 기뻐.
저승 : (띵!) 그래서 쟨 어떡할 건데.
도깨비 : 나한테만 묻지 말고 너도 좀 같이 생각해! 여기 나만 살아?
저승 : (!) 너 그거 무슨 뜻이야. 여기서 피해볼 생각이야? 떠나서 피해 호남 해외 세상은 넓고 여기저기 많잖아!
E (다시 울리는 초인종 소리) 띵동-
두 남자 : (헉! 눈 딱 마주친다!)
도깨비 : (공포에 질려) 죽음이 날 부르고 있어...!
저승 : 초인종 누를 정도면 친절한 죽음이야. 침착해. 평소에 원한 살 만한 모진 말 같은 건 안 했지?
도깨비 : (뜨끔해서 보다) 그냥 죽을래. 깔끔하다. (나간다)
저승 : 그래 그러자. (따라 나간다)
S#3. 도깨비 집/ 문 앞 (밤)
은탁과 마주 서 있는 저승, 도깨비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느낌의 눈빛들, 팽팽하게 오고간다.
도깨비 : 잠깐 기다리라니까 그 잠깐을 못 기다려? 너 참을성이 없구나.
저승 : (텔레파시) 더 세게 나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도깨비 : (빡!)
은탁 : 죄송하지만, 더는 못 기다려요. 제가 도깨비 신부라는 걸 알게 된 후로 내내 아저씨만 기다렸거든요. 아주 오래요.
도깨비 : !!!
은탁 : 이모네가 집을 나갔어요. 근데 보증금도 빼서 나갔어요. 고로 전 이제 집도 절도 없단 얘기죠.
그래서 말인데요, 아저씨도 안 떠나신다고 하고,
저승 : (빡!) 정말 안 떠나기로 한 거야?
은탁 : 저 이 집에서 좀 클게요. 아님 입양도 괜찮아요. 선인장처럼 클게요. 혼자 잘 자랄게요. 제발요.
저승 : (바로) 난 찬성.
도깨비 : (빡!)
은탁 :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3 수험생, 이고 싶었으나 제 나이 아홉 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저승 : 나 이 얘기 알아.. 나 저 드라마 봤어..
도깨비 : (끙..)
은탁 :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이모와 남매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산 지 어언 십 년.
저승 : ..아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은탁 : 마침내 깨달았죠. 신은 없구나..
도깨비 : !!!
은탁 : (좀 먹히는 거 같자, 아예 웅변조) 온갖 불행 소스를 다 때려 넣은 잡탕 같은 이 인생이 어이가 없는 와중에,
아저씨를 만난 거죠. 운명처럼!
도깨비 : !!!
은탁 :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도깨비 : !!.. (후..) 살려달라는 애가 이 집에 누가 사는지 보고도 들여보내 달래?
은탁 : 어차피 저 이 집 아니면 최소 객사 내지 아사예요.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그냥 이 집에서 아름답게 죽을래요.
등잔 밑이 어둡다잖아요. (도깨비에게) 오늘부터 아저씨가 제 등잔해주세요. (저승 가리키며) 저 아저씨가 나 못 데려가게.
도깨비 : !!!
저승 : (의기양양) 미안하지만 우리 사이엔 이미 우정이,
도깨비 : (헉! 저승 막아서며) 일단 들어가. 거실에 있어. 가만히 앉아 있어.
은탁 : 네! (열린 문틈으로 냉큼 들어가면)
도깨비 : 넌 나 좀 봐.
하며, 저승 벽으로 확 밀쳐 넣고 자기도 벽으로..
S#4.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우와~! 목도리 풀며 빙글 돌며 눈으로 거실 쭈욱 훑는데,
S#5.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도깨비, 벽 속에서 저승 밀며 들어온다.
도깨비 : 야 뭔 놈의 우정이 5분을 못 가. 그 얘길 하면 어떡해!
저승 : 아 니가 나한테 데려가 달라고 한 건 비밀이야? 난 몰랐지.
도깨비 : 너 일부러 그랬지. 가뜩이나 오갈 데 없는 불쌍하고 가련한 애한테!
저승 : 아 그래서 넌 밖에다 그렇게 세워놨냐? 날도 추운데?
도깨비 : ... (할 말 없고) 너 절대 나오지 마.
저승 : 뭐 어떡하게. 방법 있어?
도깨비 : 있긴 있어. 좀 세속적이긴 하지만.
S#6. 도깨비 집/ 거실 (밤)
테이블 사이에 두고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은탁과 도깨비.
도깨비, 은탁 앞 테이블에 돈 봉투 탁 올려놓는다.
도깨비 : 난 일이삼 중에 이번. 오백.
은탁 : (가만히 돈 봉투 보다가.. 도깨비 보면)
도깨비 : (괜히 찔려서) 왜 그렇게 봐.
은탁 : 으음 으음. (고개 젓는다)
도깨비 : ..무슨 뜻이야?
은탁 : (돈 봉투 탁 밀며) 이 돈은 넣어두세요. 그 얘기를 하던 저는 뭘 잘 모를 때의 저였거든요.
지금은 제가 이 집을 봐버렸는걸요?
도깨비 :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은탁 : 애 키우기 딱 좋은 집이네요. 우리 애 낳고 알콩달콩 한번 잘 살아봅시다.
도깨비 : (헉! 놀라서) 야!
은탁 : 어떤 타입이에요?
도깨비 : 뭐, 뭐가.
은탁 : 아내 타입. 현모양처? 섹시? 전문직? 아 매일매일 바꿔줄까요?
도깨비 : 너 나 별로라며. 나 되게 별로라며!
은탁 : 제가 별소릴 다 했네요. 아저씨 되게 잘생기셨어요. 원빈 닮았어요. 진짜.
도깨비 : (어이없이 보면)
은탁 : 아 마음이 눈에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깨비 : 보여 니 마음.
은탁 : (헉!) 원빈이 뭔 죄냐는 취소요. 제가 자꾸 속으로 생각을 너무 크게 하죠..
도깨비 : 뻥인데.
은탁 : 뻥..이라뇨? 그때 내 생각 다 들린다면서요.
도깨비 : 거기서부터 뻥인데.
은탁 : 그럼 그때 나 납치됐을 땐 어떻게 알고 온 건데요?
도깨비 : 그냥 느껴졌어. 정확힌 모르겠는데, 니 목에 있는 그 점 때문인 거 같다.
은탁 : 와.. 사기꾼. 난 진짜 내 생각 들릴까봐 아저씨 생각도 되게 작게 하고 막 쪼개서 하고 중간중간 노래 부르면서 하고,
단풍잎 보면서도 이건 아저씨 생각이 아니라 단풍잎 생각하는 거야 핑계 막 대고,
막 내가 내 생각하는데도 눈치를 보고 그랬는데!
도깨비 : !!!
은탁 : 왜 뭐요!
도깨비 : (미치겠다..) 니가 이러니까 내가, (확 일어나며 두리번) 덕화 이 자식은 이럴 때 있어야지. 어휴..
은탁 : (??) 내가 뭐요! (당황한 도깨비의 뒷모습 보는데..)
S#7. 천우그룹/ 비서실 (밤)
수트 차림의 의자에 앉은 남자 뒷모습, 의자 빙글 돌리면 덕화다.
책상에 서류철 하나 툭 던지더니 양손 깍지 끼며 앞에 있는 사람 향해,
덕화 :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죠.
김비서 : 거절합니다.
덕화 : (?!) 저 아직 제안 안 했는, 김비서님? 제안 먼저, 거절 나중에,
김비서 : 덕화군? (던진 서류) 모르는 서류 막 만지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덕화 : (냉큼 제자리에) 안 만질게요.
김비서 : 외부인이 회사에 이렇게 막 출입하셔도 안 되구요.
덕화 : 예. 안 올, (하다) 김비서님! 하마터면 설득될 뻔 했잖아요! 저 4대 독자, 저 회장님 손자,
김비서 : 덕화군? 참고로 거긴 제 자리고, 전화는 받으시구요.
덕화 : 전화요?? (보면, 주머니에서 발신자 ‘할아버지’고 핸드폰 진동 울리고 있다, ?!)
나도 못 느낀 진동을 대체 어떻게 느끼신 거지.. 김비서님 뭐지.. 할아버지 왜지..?
S#8. 특급 호텔 전경 (밤)
덕화E : 할아버지~
S#9. 호텔/ 스위트룸 (밤)
덕화, 호텔방문 딱 열고 들어오다가 정면 보면, 유회장과 은탁 서 있다.
덕화 : (저 소녀는..?) 어?!
은탁 : (저 오빠는..?) 어?!
덕화 : 쟤가 왜 여기 있어 할아버지? 할아버진 왜 쟤랑 여기 있고?
유회장 : (무시하고, 은탁에게) 제가 말씀드린 그 손주 놈입니다. 이 아이가 한층 아래 묶을, 아니 묵을 터이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뭐든 시키시면 됩니다.
덕화 : 나? 내가? 에이 할아버지 비서실에 사람이 몇인데,
유회장 : 카드 영 안 풀고 싶어?
덕화 : 그 중 제가 제일 유능하니 제가 모시겠습니다. 유덕화라고 합니다.
유회장 : (명함 꺼내 은탁에게 건네며) 보시다시피 믿을 놈은 못됩니다.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시면 바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은탁 : 감사합니다. (공손히 받고, 보고, ?!) 회장님..이세요?
덕화 : (유회장 손짓) 회장님. (자기 막 손짓하며) 친손자. 재벌3세.
유회장 : 피곤하실 테니 이만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덕화 : 아 왜! 나 얘랑 할 얘기,
유회장, 덕화 귀 잡고 밖으로 나간다.
갑작스런 정적.. 은탁, 명함 톡톡 손바닥에 찍어대며 방 한 가운데 서서 호텔방 어색하게 둘러보다가,
“헐 스위트 룸..” 입 막고 꺅~ 하다가, 이 방, 저 방, 이 문짝, 저 문짝 다 열어보고 구경한다.
열어 볼 때마다 아이템이 하나씩 는다.
/옷 위에 샤워 가운 입고 저 방으로,
/샤워가운에 발에 슬리퍼 신고 또 이 방으로,
/샤워가운에 슬리퍼에 머리에 대형 타월 말고 이 방으로,
그러다가 양팔 대자로 뻗고 그대로 침대 위로 백다운.
은탁 : 아 폭신폭신~ (팔다리 허우적 해보며) 좋다~ (멍하니 천장 보며) 좋다.. 스위트룸이다..
(...) 좋은 스위트룸에, 혼자 있다.. 치.. 이렇게 넓은 데 무서운데.. (베개 꾹 껴안으며 모로 웅크리는데..)
S#10. 호텔 앞 (밤)
유회장과 덕화 로비 나온다. 기사, 세단 문 열고 서 있다.
덕화 : 근데 할아버지 쟤 누구야?
유회장 : 넌 알 거 없으니 그저 불편함 없이 잘 모시는 데만 신경 쓰거라. 아주 중요한 게 그 분 손에 달렸다.
덕화 : (!) 중요한 거? 중요한 거 뭐?
유회장 : 니 카드. (차에 오른다)
덕화 : (띵!) 아니 내가 재벌인데 왜 내 카드가 생판 첨보는 고딩 손에 달렸냐고! 어이가 없네? 잘생기게만 낳아놓으면 다야?
유회장의 차 이미 멀리 떠났고..
S#11. 도깨비 집/ 거실 (밤)
덕화, 거실 들어오며,
덕화 : 삼촌~ 삼촌~ 글쎄 할아버지가 어떤 소녀를! (놀라) 삼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보면, 도깨비 눈 밑에 다크서클 턱까지 내려와 있고, 테이블엔 이런저런 약통들.
약통 하나씩 열고 있는 도깨비다.
저승, 일각에서 한심하게 지켜보고 있고.
도깨비 : (약병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건 신경쇠약, 이건 조울증, 이건 불면증.
덕화 : 그니까 그걸 왜 먹냐고.
도깨비 : ..난 지금 신경이 몹시 날카롭고 기뻤다 슬펐다 쓸쓸했다 찬란했다 잠을 못 자서.
덕화 : (??) 쓸쓸했다가 찬란은 왜 하는데?
도깨비 : 살이 빠졌더구나. (약 훅 털어 넣더니 축 늘어져 방으로 들어가는)
덕화 : 이 냥반이! 우리 삼촌 대체, (하고 저승 보면)
저승 : (도깨비랑 똑같이 약들 꺼내 털어 넣는)
덕화 : (?!) 삼촌은 또 왜 그래요.
저승 : 증상이 같구나. (아련하게 시선 던지며) 어떤 여자를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다면, 그건 뭘까. (처연히 방으로 들어가고)
덕화 띵! 혼자 거실에 뻘하게 서 있다.
도깨비 방문 안에서는 우르르 쾅! 천둥소리와 함께 번쩍거리는 번개빛 새어나오고,
저승 방문 밑으로는 어두운 연기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덕화 : (양쪽 방문 번갈아 보다가) 더 드세요! 더 드셔야 돼 이 양반들아! 아주 한 움큼 더 드셔야 돼!!
E (경쾌한 시그널과 함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12. 치킨 집 (다음 날 낮)
아나E : 오늘은 가정의학 전문의를 모시고 정신건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는데요,
삼신E : 네 신체건강도 중요하지만, 그에 비해 정신건강에 대해선 간과하는 분들 많으시죠.
테이블 위에 냅킨통 가지런히 모아놓고 냅킨 담긴 커다란 봉투 껴안고서 냅킨 채우고 있는 은탁.
계속 반복적으로 냅킨 꺼내 채우다가 가만히 자기 목에 낙인 만져본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데..
홀 일각에 켜져 있는 TV에, 건강 상식 프로 진행 중인데, 페널이 다름 아닌 S라인 삼신이다!
삼신 : 조울증, 신경쇠약, 불면증은 현대인에게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고질병인데요, 조울증의 증세로는
S#13. 도깨비 몽타주 (낮) /-1. 도깨비 집/ 거실 (낮)
삼신E : 충동구매가 있습니다. 가까운 이가 갑자기 물건을 많이 산다면 의심해 보세요.
도깨비, 홈쇼핑 보고 있다. 언제라도 결제하겠다는 결심으로 리모컨 OK(결제 버튼)에 손 올려놓고 대기타고 있는데
그 옆에 보면, 이미 도착한 택배 박스들 산처럼 쌓여 있다.
덕화, 끙- 지켜보고 있고,
/-2. 도깨비 집/ 거실 (낮)
삼신E : 다른 증상으로는 과도한 자신감이 생기는 건데요,
그때 도깨비 방문 열고 나오더니,
도깨비 : 나랑 싸우나 같이 갈 사람? 자신 없음 말고.
덕화와 저승,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기겁하며,
덕화 : 진짜 과도하다..
저승 : 도깨비 빤스가 저래서 생겼구나..
/-3. 도깨비 집/ 거실 (낮)
삼신E : 신경쇠약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건강염려증이 있죠,
저승, 야채즙 빨며 TV 보는데, 도깨비 부엌에서 나오며,
도깨비 : 요새 속이 계속 쓰린 게 아무래도 위궤양인 거 같아. 그거라도 줘 봐.
저승 : (야채즙 원샷하고 TV 보며) 넌 위가 없어도 안 죽어. 단지 못 먹을 뿐이지. 신부가 니 검 뽑아야 죽는다며, 너.
도깨비 : 아 그니까, 죽어라?
저승 : 꾸준한 화제였는데 새삼스레.
도깨비 : 새삼스레에? 누가 들으면 나만 이상한 놈이네. 나만 속 좁은 놈이야! 나 같은 건 그냥 죽어라? 살 가치도 없다?
왜 아주 걔한테 가서 얘기하지 왜? 검 뽑아서 나 죽이라고!!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히스테리 부리고)
저승 : (보다가) 울겠다 아주?
도깨비 : (!) 간신히 참고 있.., (말 못 잇고 방으로 총총..)
저승 : 그냥 내가 나갈까..
S#14. 호텔 앞 (다음 날 아침)
은탁, 교복차림에 책가방 메고 호텔 로비에서 뛰어나온다.
은탁 : 버스정류장이 오른, 쪽.. (보면, 비 온다. !!) 아저씨 우울한가..?
S#15. 도깨비 집/ 도깨비 방 (아침)
도깨비, 가만히 앉아 단풍잎 코팅 보며 생각에 잠겨있고.. 창밖에 주룩.. 빗방울들 미끄러지고..
S#16. 호텔 앞 (아침)
은탁, 빗줄기 바라보다 가방에서 우산 꺼내 펴들고 오른쪽으로 돌다, 빡!
은탁 : 근데 웃긴다. (하늘 올려다보며) 이 타이밍에 우울하면 내가 너무 맘 상하죠.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지 사람 여럿 불편하게 등굣길에 비가 웬 말이냐고요!
행인 : ??? (하늘 보고 뭐라 하는 은탁 보는데)
그때, 차 클랙슨 소리 빵빵, 들린다.
은탁 보면, 은탁 앞에 와 멎는 명차. 덕화, 운전석에서 내린다.
은탁, 엇! “안녕하세요”하며 꾸벅하면,
덕화 : 학교까지 모시겠습니다. 타시죠.
은탁 : (으아..) 말씀 편하게 놓으세요.
덕화 : 안돼요. 싫어요. 니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이를까 봐요.
은탁 : 안 이를 건데요.
덕화 : 니가 안 일러도 누군가는 일러요.
은탁 : ??
덕화 어깨너머, 일각에 세워진 차 안에서 떡하니 보고 있는 김비서고..
S#17. 은탁 학교 앞 (아침)
교문 앞에 서는 덕화의 명품 차.
등교하는 여학생들 우와~ 오~ 지켜보고 지나간다.
덕화 : 뭐해? 내려 다 왔어.
은탁 : (조수석에 몸 잔뜩 웅크리고 고개만 빼꼼 들어서) 여기선 안 된다니까요. 다시 저 앞 사거리까지만요. 네?
덕화 : 절대 네버. 재벌이라 하면 응당 학교 앞까지 세단을 몰아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켜야 하는 법.
(하더니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간다)
은탁 : (헉! 안 돼..! 하는데 문 벌컥 열린다)
덕화 : 안 내리면 내일도 또 한다.
은탁 : (내리며) 내일은 진짜 안 할 거죠?
덕화 : 매일은 재미없지. 이미 끌 시선은 다 끌었어.
하고 보면, 일각의 수진과 고딩1,2,3 이글거리는 눈으로 은탁 보고 있다.
수진 : 저거 지은탁 아니야?
은탁 : (끙..) 빨리 가세요.
덕화 : (!) 니가 지은탁이야?
은탁 : 아.. 제가 소개가 늦었죠. 제가 지은탁,
덕화 : 그럼 니가 그 샤바샤바 아이샤바, 너 많이 울었지! 그럼 너 그때 그 도깨비 책 그거...!
(끄덕) 아~ 너 우리 삼촌이랑 아는 사이였어? (손가락 딱) 모든 퍼즐은 맞춰졌어.
은탁 : 삼촌..이요?
덕화 : 너네 이모 어떻게 됐어! 그 벌, 그거 금, 아니 벌 그거.
은탁 : 벌..금이요? 우리 이모 무슨 벌금 물어요?
덕화 : 몰라. 나는 그저 우리 삼촌이 벌을 어떻게 줬는지 그게 궁금하거든.
은탁 : ??
S#18. 금은방 (낮)
금은방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금덩이 두 개.
보면, 이모, 경미, 경식이다. 경미 얼굴엔 맞았는지 멍자국 있다.
사장, 렌즈 끼고 금덩이 살펴보다가 약간 수상하게 이모, 경미, 경식 바라본다.
사장 : 이거 어디서 났어요?
이모 : 그건 왜 물어요? 살 거면 사고 말 거면 말지?
사장 : 너무 좋은 물건이라 그러지.
이모 : (좀 안심하며) 유산으로 받았어요 유산.
사장 : (경미 보며) 얼굴은 왜 그러시고?
경미 : (턱짓으로 이모 가리키며) 엄마한테 맞았어요. 불쌍하니까 많이 쳐주세요.
이모 : (경미한테 눈 부라리면)
경식 : 저거 아주 덜 맞았어. 더 맞아야 돼.
이모 : (좀 닥쳐라 둘 다.. 이 꽉 깨물고 눈빛 보내면)
사장 : 잠깐만 기다려요. 귀한 건데 장비 갖춰서 제대로 봐드려야지.
사장, 문 열고 안 쪽 공간으로 들어간다.
사장 들어가자마자 경식과 딸 등짝 마구 때리는 이모고..
이모E : 훔치다니!
S#19. 경찰서 (낮)
경찰서 안, 형사 데스크 앞에 금은방에 앉았던 것처럼 그대로 쪼르르 앉아있는 이모, 경미, 경식.
이모 : 훔치다니이!! 이게 내 조카 건데 걔 서랍에 있던 거 가져온 거라고 몇 번 말해요 내가!
경식 : 그게 훔친 거야 엄마.
이모 : (뒤통수 빡!) 조용히 안 해! 똑같이 나누자고 니가 젤 좋아했어 니가!
형사 : (휴..) 그러니까, 이 금괴가 조카 거다? 근데 금방에선 왜 유산으로 받은 거라고 거짓말했어요.
이모 :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요? 언제 내가 유산으로 받았댔나? 조카가 유산으로 받은 거예요.
걔네 엄마가, 그니까 우리 언니가 죽으면서,
형사 : 됐어요, 알겠고, 그럼 조카 생년월일이랑 이름 뭐예요.
이모 : 걔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데 걔 이름이, (??..) 걔 이름이 뭐지?
경미 : 은지?
경식 : 은희?
이모 : 이 돌대가리들아 빨리 생각해 내!
형사 : (빡! 조서 쾅 던지며) 그니까 지금 그 이름도 모르는 고3 조카가 한국은행에서 만들고 지금은 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나
있어야 할 이 금괴를 훔쳤는데 그걸 또 당신들이 훔쳤다, 이거잖아요 그죠?
이모 : 진짜라니까요! 못 믿겠으면 집에 가서 걔한테 직접 물어보면 될 거 아냐!
형사 : 그래서 처음부터 물었잖아요 주소! 주소 대시라고!
이모 : 서울시 성북구.. (?) 우리 살던 집 주소가 뭐지?
경식 : 우리가 살던 집이 있었어?
경미 : 우리가 어디 살았어?
형사 : 뭐야 이 또라이들은..
은탁이에 관련된 모든 것 다 잊어버린 듯 묘한 눈빛의 이모네인데...
덕화E : 근데요,
S#20. 도깨비 집/ 식당 (낮)
저승, 식탁에서 멍하니 샐러드 먹고 있다. 덕화 맞은편에서, 턱 괴고 앉아 있다.
저승, 시름겨운 얼굴로 생각 멀리 가있다..
덕화 : 걔가 진짜 우리 삼촌 신부예요? 걔가 왜 우리 삼촌 신부예요?
저승 : 글쎄. 신의 장난으로?
덕화 : 아 그래서 삼촌이 우울하구나.. 자기 스타일이 아니구나.. 장난이 심했구나 신이..
근데요 끝방삼촌. 방금 얼리신 그 접시요 우리 삼촌이 되게 아끼는 거예요.
보면, 샐러드 담긴 접시와 샐러드까지 꽝꽝 얼어있다.
덕화 : 삼촌이 루이 14세 때 직접 산 접시라고..
식기에 짜작, 금 가고..
덕화 : 했..는데..
저승 : (표정 심각해지고) 덕화야.
덕화 : ..안 이를게요.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세요. 무서워요. 그 여자 때문에 그래요? 처음 봤는데 눈물 났다던?
저승 : !! (보면)
덕화 : 잘 생각해봐요. 처음 아닌 거 아니에요? 남자가 그러는 거 아니에요. 책임지자.
삼촌은 그 날을 기억 못 해도 그 여잔 뭔가 기억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저승 : 그러기엔,
덕화 : (눈 반짝) 네.
저승 : 무척 해맑았다. 머리도 막 (써니 흉내) 이렇게 넘기고. 입술도 이렇게,
덕화 : 이렇게 뭐.
저승 : 정말 처음 본 여자였다.
덕화 : 아 왜 얘기가 그리 돌아가아! 입술 이렇게가 뭔데요. 입술이 뭐 어떻겐데요!
S#21. 육교 위 (낮)
육교 위 서성이는 저승. 혹시 써니 마주칠까 싶어 다시 와봤다.
또각또각 계단 오르는 소리에 긴장하고 보면 다른 여자고, 실망하는 자신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저승이고..
S#22. 프랑스/ 어느 병원/ 병실 (낮)
호흡기 낀 채 가쁜 숨 몰아쉬며 눈 힘겹게 떴다 감았다 하는 초로의 노인(한국인).
죽음을 앞뒀음이 분명한데, 노인의 눈빛 평온하다..
금발의 노부인 그런 노인의 손 꼭 잡고 있고, 노인, 미소 지으며 평온히 눈 감는다.
이내, 띠— 기계음 들리고..
S#2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검은 넥타이에, 흰 셔츠. 셔츠의 손목 단추 잠그던 도깨비, 마치, 띠- 소리 들은 듯, 손목시계 잠시 본다.
눈빛 먹먹해 잠시 서 있다가, 셔츠 위로 검은 재킷 걸치는 도깨빈데..
S#24. 도깨비 집/ 거실 (밤)
검은 수트 차림의 도깨비, 거실로 나오는데,
육교 갔다 오는 듯 현관 들어오던 저승, 검은 수트 차림의 도깨비 발견하고,
저승 : 옷 뭐냐. 예식이야, 장례식이야. 이래서 결혼은 무덤이라고 하는 건가?
도깨비 : 나 지금 좀 경건하니까 묻는 말에 정직히 대답해주기 바래. 너 국제 업무도 연계해서 하지. 아, 그러기엔 영어가 안 되나?
저승 : 왓? 파든?
도깨비 : 그 정도면 훌륭해. 유감스럽게도 니 도움이 필요해.
저승 : 왜. 해외 가서 죽게? (보면)
S#25. 호텔/ 스위트룸 (밤)
은탁, 뭔가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호텔 방문 조심히 열고 들어선다. 고개 빼꼼 빼서 방 안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도깨비가 기다리길 은근 기대했던 은탁, 실망이고...
은탁 : 검이 보인다니까 아저씨는 계속 안 보이네요.. 이러라고 말한 거 아닌데..
(시간경과)
호텔 창밖 해가 져 어두컴컴해졌다.
바닥에 앉아 소파 테이블 책상 삼아 수능 기출문제 풀고 있는 은탁. 수학 공식 써내려가다가, 손 멈춘다.
똑딱똑딱 시계 초침 소리만 나고 고요하다.. 생각할수록 빡친다..
은탁 : 너무하네 진짜.. 왜 잠수 타? 왜 안 와? 왜 연락 안 해?
S#26. 도깨비 집 앞 (밤)
은탁, 도깨비집 현관문 쾅쾅쾅 두드린다.
은탁 : 문 열어!! 집 앞이야! 나 왜 피하는데! 나와! 있는 거 다 알아! (사이) 안 나온다 이거죠?
(결심한 듯 하얗고 긴 양초 하나 꺼내 들고) 안 나오면 나 이거 불어서 끕니다? 이거 뭐냐면 되게 길고 큰 양초거든요? 어?
끌 거야? 어디서 불지는 장담 못해요! 막 되게 험하고 창피한 데서 확 불러낼 거야!!
(사이) 나 아직도 ‘일단 기다려’예요? 일단 언제까지 기다련데요? (서러워 눈물 핑) 이럴 거면 신부는 왜 찾았는데!
내가 뭐 책임지래요..? 그냥 혼자 있는 거 무섭고.. 아저씨가 보고 싶다구요.. (눈물 툭 떨어지는데..)
S#27. 저승의 찻집 밖 + 안 (밤)
아무것도 없는 벽 보고 서 있는 백발성성한 노인의 뒷모습. 벽 너머로 딸랑딸랑 종소리 들린다.
카메라 팬 하면, /벽 안 쪽에서는 커다란 유리문 너머로 노인의 앞모습 보인다. 프랑스 병원의 그 노인이다.
S#28. 저승의 찻집 안 (밤)
백발의 망자, 문 열고 문턱 넘어 들어오는 순간 소년(1부의 입양아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다.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도깨비고.
소년, 도깨비 맞은편 의자에 와 앉는다.
도깨비 : 오랜만이야.
소년 : (미소) 하나도 안 늙으셨네요.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4씬)
멍 자국 가득한 얼굴로 도깨비와 마주쳤던 한국인 입양아 소년이다.
도깨비 : 17번 문제 답 4라고 알려 줬는데 2 그대로 적었더라?
소년 : 전 아무리 풀어도 2인 거예요. 답을 알아도 여전히요. 그래서 차마 못 적었어요. 그건 제가 못 푸는 문제였거든요.
도깨비 :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소년 : 아. 그런 문제였구나.
도깨비 : 변호사 됐던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돕고.
소년 : 그때 주신 샌드위치 값 갚고 싶어서요. 그리고 전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계신 걸 알아버려서. (웃으면)
도깨비 : (웃고)
소년 : 보통 사람은 기적의 순간을 잊지 못하거든요.
도깨비 : 알지.
소년 : ! (보면)
도깨비 :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놓은 것처럼.
소년 : !!...
도깨비 :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소년 : 그러실 줄 알았어요. (웃는) 저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되나요.
도깨비 : 들어온 문으로 나가면 된다. 저승은 유턴이다.
소년, 웃으며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간다.
문고리 잡고 문 열려던 소년, 문득 돌아보는데, 어느새 다시 백발 망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도깨비 보며 밝게 웃더니, 그대로 문 열면, 눈 앞에 아름다운 꽃길 촤악- 펼쳐져 있다.
그렇게 천천히 꽃길 걸어 나가는 망자고..
그런 백발의 뒷모습 배웅하는 도깨비고.. 그런 도깨비 옆에 저승 와 선다.
저승 : 딱 봐도 좋은 데 가는구나 싶은 길이지.
도깨비 : 그러네. 오늘 고마웠어.
저승 : 근데 왜 해 이런 일?
도깨비 : ...
저승 : 안 해도 되잖아. 나처럼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도깨비 : 안 해도 되는데, 이 일을 안 하면 내가 안 멋있지.
저승 : (끙..)
S#29. 호텔/ 로비 라운지 (밤)
라운지 일각에 앉아 있는 도깨비.
도깨비, 은탁에게 가고 싶은 마음 대변하듯 “띵- 1층입니다.” “띵- 올라갑니다”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 들려오고..
도깨비, 엘리베이터 등 뒤에 둔 채 그저 앉았는데, 그때, 눈 앞에 흰 연기 한줄기 피어오른다!
도깨비, 은탁이 보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 교차해, 눈빛 슬픈데..
S#30. 호텔/ 스위트룸 (밤)
꺼진 초 가만히 들고 서 있는 은탁. 은탁 앞에는 도깨비 딱 서 있다.
은탁, 미운 눈빛으로 도깨비 보다,
은탁 : 어디 있었어요? 집에 없던데?
도깨비 : 집에 왔었어?
은탁 : 저 왜 피해요?
도깨비 : 피한 게 아니라 바빴어.
은탁 : 저 피하느라 바쁜 거잖아요. 보니까 직업도 없는 거 같더만. 저 혹시 그건가요?
도깨비 : ?
은탁 : 소박?
도깨비 : 뭐?!
은탁 : 그럼 뭔데요. 도깨비라고 피하고 아니라고 피하고 검 못 본다고 피하고 봐도 피하고 치사해 진짜 어른 치사해!
도망가기만 해봐요 나 이거 다 불 거야!
보면, 스위트룸 가득 촛불 늘어서 있다. 백 개도 넘는 것 같은 양의 초, 전부 다 밝혀져 있고.
도깨비 : ..엄청 예쁘네.
은탁 : 나 지금 진지하거든요!
도깨비 : 나도.
은탁 : ?!
도깨비 : 근데 돈도 없는 애가 이 많은 초가 어디서 났냐?
은탁 : 유덕화 오빠가.
도깨비 : 이 자식이!
은탁 : 저 그냥 아저씨 집에서 살면 안돼요? 빈 방도 많더만.
도깨비 : 니가 방이 비었는지 차있는지 어떻게 알아.
은탁 : 유덕화 오빠가.
도깨비 : 이 자식이!
은탁 : 일단 기다리라면서요. 일단이란 건 보통 한 시간에서 최대 반나절이죠. 며칠 째예요 이게.
그 사이에 막 비도 오던데, 우울했어요 나 땜에?
도깨비 : ..아니야.
은탁 : 괜찮아요. 얘기하셔도 돼요. 저도 요 며칠 마음의 준비를 했거든요.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 각오가 됐어요 전.
도깨비 : 각오를 왜 니가 해, 각오는 내가 해야 되는 상황인데. (냉장고 가더니 캔맥주 꺼내는)
은탁 : 무슨 각오요? (물끄러미 보면)
도깨비 : 몰라도 돼. (캔 따서 맥주 마신다)
은탁 : 술 마시면 위로가 좀 돼요?
도깨비 : 술을 마실 땐 술이 아니라 같이 마시는 사람이 위로가 되는 거야.
은탁 : 그럼 나도 하나 줘 봐요.
도깨비 : (쿨럭) 너 술도 마셔?
은탁 : 옆에 주스요. 난 냉장고 열어볼 생각도 못했단 말이에요. 무서워서.
도깨비 : (!) 저녁은.
은탁 : 아저씬요?
도깨비 : 스테이크 먹을래? 룸서비스 시켜줘?
은탁 : 오늘은 소 느낌 아니에요. 딴 거 먹어요.
도깨비 : ??
의아해 바라보는 도깨비 보며 은탁 개구지게 웃고.
S#31. 편의점 (밤)
편의점 창가 음식 바에 서 있는 도깨비와 은탁.
은탁은 삼각김밥이랑 핫바 같은 것들 늘어놓고 먹고 있고, 도깨비 맥주캔 든 채 그런 은탁 바라보고 있다.
은탁 : 방에 비치된 비싼 것들이 나를 막 유혹했지만 안 넘어갔어요. (삼각김밥 한입 와삭 물고) 음 역시 이 맛이야.
도깨비 : 그걸로 되겠어? 원하는 거 뭐든지 골라봐.
은탁 : (컥, 보면)
도깨비 : (과자 코너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사줄 수도 있어.
(과자 선반에 팔 걸치고 이상하게 서서는 쿨하게 미소 짓고) 일시불로. (발 살짝 삐끗하면)
은탁 : (엇! 도깨비 팔 잡으며) 똑바로나 좀 서 봐요. (과자 흐트러진 거 정리하며) 감자칩 다 부서지네!!
어떻게 맥주 두 캔에 이렇게 되냐?
도깨비 : (생활용품 코너에 기대며) 칫솔 사줄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은탁 : 후..
S#32. 호텔 일각 길 (밤)
호텔 돌아가는 길이다.
은탁, 한 아름 과자, 우유, 컵라면 등 들어있는 비닐봉투 들고 있다. 다른 손에는 바나나 우유.
바나나 우유 쪽쪽 빨며 걸어가고 있는 은탁. 은탁 옆으로는 도깨비 비틀비틀 걷고 있고.
은탁 : 아 좀 그만 가시라구요~ 가시라구~
도깨비 : (술 취해) 싫어. 바래다 줄거야. 후..
은탁 틱틱 걷고, 도깨비 그런 은탁 보며 비틀비틀 걷는 밤길이고.. 그러다,
은탁 : 내가 진짜 아저씨 신부긴 신분 거예요? 일단이고 뭐고?
도깨비 : 어.
은탁 : 그럼 나 딴 남자 못 만나요?
도깨비 : (띵) 뭐 엄청 추천하고 싶진 않네?
은탁 : 그럼 내 세 번째 소원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알바 이모네 남친. (강조) 남친.
도깨비 : 이번 생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기대 하지 마.
은탁 : 왜요?
도깨비 : 내가 싫으니까.
은탁 : 그런 게 어딨어요. 아저씨 나 좋아해요?
도깨비 : (멈칫) 아니야.
은탁 : (...) 아저씨의 아니야는 아닌 게 아니던데.. (보면)
도깨비 : (들킨 마음 상관없는 듯, 좀 쓸쓸히 은탁이 보고 있는)
은탁 : (왠지 모르게 슬퍼져, 멈췄던 걸음 다시 걷는데)
도깨비 : (그런 은탁 옆모습 보며 따라 걷는다)
은탁 : (앞만 보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뭐하면서?
도깨비 : 널 기다리며 살았지.
은탁 : (심장 쿵!) ..시끄럽고요.
도깨비 : 작게 말했어.
은탁 : (픽) 우울할 땐 비오고 기분 좋으면 뭐 해요?
/은탁의 목에 낙인 찍히던 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벚꽃 잎들..
도깨비 : 패스.
은탁 : 설마 뭐 꽃 같은 거 막 피는 거 아니야?
도깨비 : (헉!) 아니야. 다음 질문.
은탁 : 날 수 있어요?
도깨비 : 껌이지.
은탁 : (하하 웃고) 나중에 보여주세요.
도깨비 : (웃는 은탁 귀엽게 보는) 그럴게.
은탁 : 나 몇 번째 신부예요?
도깨비 : !!!
은탁 : (말갛게 보면)
도깨비 : (보다가) 처음이자 마지막.
은탁 : 처음은 그렇다 쳐요. 마지막인진 어떻게 아는데요?
도깨비 :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은탁 : !!.. (보는)
도깨비 : (그런 은탁 보면)
은탁 : 만약에 내가 신부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도깨비 : 검을 못 뽑아. 그건 너밖에 못 하거든. 이 검을 뽑아야지 내가...
은탁 : ??
도깨비 : ..예뻐져. 지금은 안 예쁘잖아.
은탁 : 아. 혹시 그거예요? 동화 보면 왜 저주 걸린 왕자가 진정한 사랑 만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거?
개구리 왕자는 개구리에서 왕자, 미녀와 야수는 야수에서 왕자, 도깨비는 도깨비에서 빗자, 휴..
담에 뺍시다 담에. 빗자루가 필요한 순간에.
도깨비 : (하하 웃고) 니가 몰라서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상황에 웃으면 미친놈이거든?
은탁 : ??
도깨비 : 그래. 다음에. 오늘은 말고. 오늘은 그냥 너랑 웃고. (쓸쓸하고)
은탁 : 첫눈 오면?
도깨비 : 첫눈?
은탁 : 빗자루 필요하니까.
도깨비 : (하하 또 웃고, 이내 다시 쓸쓸한 미소) ..음. 첫눈 오면.
서로 오래 마주보는 은탁과 도깨빈데..
S#33. 호텔 앞 (다음 날 아침)
은탁, 교복에 책가방 멘 채로 어제 걸었던 길 타박타박 내려가는데.
은탁 : (걸으며 한껏 하늘 올려다보며) 올 핸 첫눈이 언제 올래나..
하는데, 사람들 웅성이는 소리. 보면, 저만치 사람들 모여서 있다. 웅성대고, 사진 찍고 하는 사람들.
은탁, 뭐지? 하고 흘깃 보며 지나가다, 딱 멈춰 선다.
보면, 담장 위로 보이는 앙상한 가을 나무들 사이, 벚꽃과 목련나무 꽃송이들 활짝 만개해 있다.
은탁 : ???!!
S#34. 도깨비 집/ 거실 (낮)
탁! 탁! 테이블 위로 각 일간지 일면 기사 소리 나게 던져진다.
보면, “때 아닌 벚꽃과 목련 만개”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이상기온>” 등의 헤드카피 아래 만개한 벚꽃과 목련 사진 찍혀 있다.
숙취로 머리 깨질 듯한 도깨비, 잔뜩 쫄아 앉아 있고, 그런 도깨비 앞에 덕화 서 있다.
덕화 : 밤 사이 뭐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이 가을에, 거기다 하룻밤 사이에, 이따만 한 꽃이 막, 이 집 저 집 막, 울긋불긋 막,
아주 예쁘게도 피우셨더이다!
도깨비 : (손톱 깨물며 덕화 눈치 보면)
덕화 : 눈비는 기상이변으로 어떻게 얼버무린다 쳐, 꽃 어떡할 거야! 꽃! 삼촌 술 마셨지!
도깨비 : 꽃 어떡할 거야, 꽃, 삼촌 술 마셨지, 는 세 문장이 다 반말이다? 그냥 편하게 형 동생 할까?
덕화 : 형 어제 누구랑 뭐했는데.
도깨비 : 네 이 노옴!
덕화 : 생각 안 나네 안 나. 아 어떡하실 거냐구요!
도깨비 : 술이 아니라 신경안정제 때문이다. 내 약을 끊을 터이니,
덕화 : 목소리는 왜 까시는지?
도깨비 :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E 딸랑~ (종소리 울리고)
S#35. 설렁탕집 (낮)
TV에 아침드라마 나오고 있는 설렁탕집.
도깨비와 덕화, 빈자리 찾는데 도깨비 시선 어딘가 멈춘다.
보면, 창가 테이블에 페도라 쓴 저승 앉아 있다. 도깨비 눈에만 보이는 저승.
도깨비 : 뭐야 저건.
덕화 : ? (도깨비 시선 따라가면 아무 것도 없는 테이블이다) 빈자리네. 저기 앉자.
도깨비 : (저승 앞에 앉으며) 뭐 이런 데서 만나.
덕화 : (?) 누굴? (두리번거리는데)
저승 : (TV 가리키며) 마지막 회야. 아침드라마 마지막 회는 놓칠 수 없어.
Cut to. 덕화, 설렁탕 먹고 있고, 저승은 여전히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도깨비, 뜨는 둥 마는 둥이다. 암만 생각해봐도 소환 이후 상황 도통 생각 안 난다.
도깨비 : 내가 어젯밤에 너한테 과자 사준다고 했지.
덕화 : (먹으며) 안 했는데?
도깨비 : 대충 생각하지 말고 잘 좀 생각해.
덕화 : 대충 깰 생각하지 말고 술이나 잘 좀 깨요.
저승 : 필름 끊겼어? 또 맥주 두 캔에?
도깨비 : (저승 확 째려보며) 술 아니고 약 때문이라고!
덕화 : (??!) 삼촌 왜 그래 무섭게. 거기 뭐 있어? (하는데)
그때 TV 속 드라마 긴장감 있는 음악 깔리고, 여자배우, “은비, 혜진이 딸이에요.”
손님들 : 헉!! (경악하고 술렁이고)
저승/덕화 : (동시에) 대박..
S#36. 설렁탕집 앞 (낮)
덕화 후식으로 준 야쿠르트 쪽쪽 빨며 나오고, 뒤로 도깨비와 저승 나온다. 저승은 여전히 페도라 쓴 채다.
덕화 : 집으로 갈 거지?
도깨비 : 으악!!!
덕화 : 아 깜짝이야! 왜왜! 왜요 뭐!!
저승 : 은비가 혜진이 딸인 거에 이제 놀란 거야?
도깨비, 야쿠르트 먹는 덕화 보다가 번뜩! 무언가 떠오른 것이다.
>>인서트 플래시백
바나나 우유에 빨대 꽂아 쪽쪽 빨아먹는 은탁.
/다시, 현재.
도깨비 : 이거 뭐야!! 이거 무슨 기억이야!!
덕화 : 뭐가요! 뭔데!!
>>인서트 플래시 백
은탁 : 만약에 내가 신부 안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도깨비 : 검을 못 뽑아. 그건 너밖에 못 하거든.
/다시, 현재.
전부 기억난 도깨비고.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우뚝 멈춰서 양손으로 머리 부여잡는다.
도깨비 : (왔다갔다하며) 와.. 어떡하지.
덕화 : 왜, 왜 그러는데.
도깨비 : (텔레파시, 저승에게) 나 검 뽑는 얘기를 걔한테 해버렸어.
덕화 : (?) 삼촌 어딜 보는 거야.. 많이 안 좋아..?
저승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좋게 생각해. 너 지금 죽어도 호상이야.
도깨비 : (빡!) 말 고따구로 해라. 모자 확 불 싸질러 버린다.
손님 : (가게에서 나오다 도깨비 보고, ?? 덕화 보면)
덕화 :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타인, 타인. 남.
저승 : (낄낄, 재밌다) 나 먼저 간다. (가면)
덕화 : 삼촌 진짜 왜 그래!
도깨비 : 누구신지? 나 아시는지? (흥! 가버린다)
덕화 : (헉! 따라가며) 사, 삼촌.. 그 와중에 그건 또 다 들었어..? 삼초온~
S#37. 백화점 화장품 코너 (낮)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앉아 메이크업 받고 있는 써니. 유니폼 입은 친구, 써니 메이크업 해준다.
친구 : (메이크업 하며) 어우 똥을 처발라도 예쁠 년.
써니 : 다 옛날 얘기다. 아끼다 똥 됐어.
친구 : 뭔 소리야. 아직 탱탱해. 괜찮아. (하는데)
손님 : (지나가다가 써니 메이크업 시연하는 거 보고) 언니 그 섀도 뭐예요? 발색 너무 좋다. 그거 하나 주세요.
직원1 : 네, 이쪽으로 오세요. (하며 손님 응대하고)
써니 : (눈 감은 채로) 내가 하나 팔아줬네?
친구 : 고오맙다. 근데 뭐 오늘 약속 있어? 이쁘게 하고 어디 가게. 혹시 남친 생겼냐?
써니 : 생기려고 이쁘게 하고 전화 기다려 지금. 안 와 근데. 왜지?
친구 : 밀당 하나 보다.
써니 : 밀렸나? 난 당겼는데.
S#38. 육교 위 (해질녘)
화장 곱게 하고 육교 난간에 팔 걸치고 서서 멀리 풍경 바라보는 써니다.
오가는 사람 중에 저승은 없다.. 하늘 저편 노을 기가 막히게 지고 있다.
그렇게 쓸쓸히 노을 속에 홀로 서 있는 써니고..
S#39. 저승의 찻집 (밤)
저승, 여자망자와 테이블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망자 앞에 찻잔 놓여 있다.
저승은 그대로, 앞에 망자만 자꾸 바뀐다.
망자녀1 : 너무 잘생기셨어요. 애인 있으세요?
저승 : 차 다 드셨으면 일어나시죠.
망자녀1 : 아 다 마시면 가야 돼요? 그럼 차 좀 더 주시면 안돼요? 일 끝나고 뭐 하세요?
저승 : (끙..)
Cut to.
망자녀2 : 저는 다시 태어나면 김태희로..
저승 : (일각의 은행창구에 있을 법한 기계에서 대기표 뽑아 내미는데, 대기번호 21849529495번 적혀 있고)
Cut to.
망자 떠들고 있고, 저승, 무기력하게 대충 상대한다.
망자남1 : 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요?!
저승 : 당신은 전생에 그냥 나라였다. 팔렸지.
망자남1 : 진짜요?
저승 : 뻥이지. 말 그만 하고 좀 가면 안 될까. 몇 시간째야.
망자남1 : 전 괜찮아요. 말하는 거 워낙 좋아하거든요. (E) 저 인간으로 환생하긴 하나요?
저승 : (.....)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미치겠고..)
S#40. 거리 (밤)
일 끝나고 퇴근 중인 저승. 거리 걷고 있다. 헌데 언제부턴가, 지나가고 다가오는 거리의 모든 여자가 써니다.
커리어 우먼, 뽀글머리 아줌마, 전단지 알바생, 뿔테 안경 쓴 고시생, 금발머리 외국여자 등등.
걸어가는 저승의 발자국마다 빠지직, 얼음 언다.
저승의 발자국에 행인 하나 미끄러져 꽈당! 행인, 가을에 웬 얼음?? 황당한 얼굴인데,
온통 써니 뿐인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저승이고..
S#41. 치킨 집 (밤)
써니, 창가에 앉아 턱 괴고선 하염없이 창밖 내다보고 있다.
괜히 은탁도 턱 괴고 창밖 보다가,
은탁 : 근데 사장님은 왜 맨날 창밖만 바라보고 계세요? 창밖에 뭐 있어요?
써니 : 기다리는 거야..
은탁 : 뭘요?
써니 : 몰라.. 나는 일평생을 그렇게 누굴 기다린다..?
은탁 : 아아, 손님이요?
써니 : 아니.. 님.
은탁 : 큭.. 백마 탄 왕자님이요?
써니 : 연하 싫어.. 이왕이면 백마 탄 임금님이면 좋겠다..
써니, 쓸쓸히 창밖 바라보고.. 은탁은 큭큭 웃으며 그런 써니 보는데..
S#42. 은탁 학교/ 교실 (다음 날 낮)
유회장에게 받았던 명함 보고 있는 은탁. 명함에는 ‘천우그룹 회장 유신우’ 쓰여 있다.
은탁, 이름 세자 가만히 보다가,
/캐나다에서 본 유씨성의 묘비들 떠올리는데..
은탁 : 아..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구나.. 끄덕이는데, 그때 누군가 명함 확 낚아 챈다. 보면, 수진이다)
수진 : 뭐냐? 줏었냐?
은탁 : 주셨는데. 줘. (손 내밀면)
수진 : 누가? 아침에 차 태워준 그 남자가? 아님 너네 집 앞에서 본 그 아재가? 와 너 진짜 편견 없이 다양하게도 교제한다.
너 이게 누구 명함인진 알고 떠드냐? (하는데)
어떤손 : (슥- 수진 손가락에 담배 끼워준다)
은탁 : 적혀 있잖아. 유신우 회장님. 달라고.
수진 : 그러니까. 너 속은 거야 븅신아. 그 남자들이 이 회장이랑 친하대?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에 든 담배 무는데)
고딩1 : 놔둬라. 원조교제하는 애가 무슨 겁이 있겠냐.
고딩1 뺀 교실의 학생들, 헉! 해서 수진 보는데,
수진 : (물었던 담배 다시 손에 들며) 왜. 뭐! (담배 까딱까닥 하며) 눈 안 까냐?
(하다 헉!! 자기 손에 들린 담배 발견하고!) 이거 뭐야?! 이 담배 뭐야?!?!
담임 : 어 그래 너 담배 처음 보지?
보면, 출석부 든 담임 성큼성큼 와선 수진 출석부로 퍽!
담임 : 니가 미쳤구나 미쳤어! 학교에서, 것도 교실 안에서 어?
수진 :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아 짱나. 야 불 좀 줘봐! (헉!!) 나 지금 뭐라고 했어?
담임 : 부울? 너 안 되겠다. 나와. 따라 나와!
수진 : 선생님 아니에요. 이거 제 거 아니에요. 지은탁 거예요. 지은탁이 피려고 해서 제가 뺏은 거예요!
쟤 옷 뒤져보세요! 이거 지은탁 거라니까요?!
반장 : (더는 못 참고) 야 박수진. 니 거 맞잖아. 지은탁 담배도 안 피는데 그만 좀 해라 저번부터.
수진 : 야 반장. 미쳤어? 죽고 싶냐?
담임 : 니가 죽고 싶지 니가! 어? 교무실 어딘지 알지? (등 떠밀며) 가. 쭉 가 쭉!!
은탁, 담임과 수진 교실 나가는 모습 보다가, 뭐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의아해 하는데..
구경하는 여학생들 사이로 엄마 얘기 해줬던 귀신들 담뱃갑 흔들며 씨익 웃고 있다.
S#43. 은탁 학교 앞 (낮)
하교하는 은탁 뒤로 귀신들 쫄래쫄래 따라오면서..
복수귀신 : 널 괴롭힌 애에게 복수를.. 피의 복수를!!
할매귀신 : 하이고 그 가스나 어찌나 성질이 몬때쳐먹었는가 속이 씨원하다이. (처녀귀신에게) 니는 외로우면 갸나 데리고 가지.
처녀귀신 : 무슨 그런 악담을 해! 그런 애는 죽었다 깨나도 싫어 할매!
고시원귀 : 우리 잘했지?
은탁 : (사람 있나 두리번대더니, 소곤) 네. 감사했어요 다들. (하면)
귀신들 힉 놀라 눈 휘둥그레진다.
은탁, 내가 고맙다고 한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은데,
귀신들 은탁 뒤쪽 보며 허둥지둥 “우리 갈게!” “아이고 갑니다~가예.” 하며 휙 사라진다.
왜 저러지? 하고 뒤돌아보면 저만치 차 한 대 와 멎는다.
차에서 내리는 남자, 다름 아닌 선글라스 쓴 도깨비다!!
S#44. 도깨비 차 안 + 밖 (낮)
선글라스 벗은 도깨비와 은탁 말없이 가고 있다.
운전하던 도깨비, 힐끔 은탁 눈치 보는데,
은탁 : 차 잘 안 갖고 다닌다면서요.
도깨비 : 어. 근데 차 있는 거 자랑할려고.
은탁 : (픽) 면허는 있구요?
도깨비 : 사람을 뭘로 보고.
은탁 : 어젠 취객으로 보였고요.
도깨비 : (뜨끔) 내가 어제 뭐 실수한 거 없지?
은탁 : 기억이 잘 안 나세요?
도깨비 : 다 나서 곤란한 얼굴론 안 보이니?
은탁 : 해장은 하셨어요? 배 안 고파요?
도깨비 : 너는 왜 나만 보면 그 얘길 묻는지? 나 만나기 전에 좀 먹고 나오면 안 될까.
은탁 : 같이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도깨비 : !!
은탁 : 싫음 말구요.
도깨비 : 같이 뭐 먹고 싶은데. 소?
은탁 : 소요? 우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진짜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도깨비, 픽 웃더니 일각에 차 세운다.
도깨비 “잠깐 있어”하더니 먼저 문 열고 내려 그대로 돌아 은탁 문 열어준다.
도깨비 : 다 왔어. 내려.
은탁 : (어색하게 차에서 내려 고개 탁 드는데, !!!) 어..!!!
순간 카메라 확 팬하며 보여 지는 풍경, 캐나다다!
S#45. 캐나다 일각 (낮)
캐나다 도로 한복판에 내린 은탁과 도깨비. 청명한 하늘, 그림처럼 수놓아진 작열하는 단풍 비처럼 떨어지고..
은탁 : 여기 캐나다구나! 캐나다죠! 맞죠!
도깨비 : 단풍잎 선물해준 답례.
은탁 : 대박. 단풍잎을 단풍국으로 갚다니. 이거 혹시 진짜 신혼여행인가요?
도깨비 : (바로) 다시 타. 가자.
은탁 : (냉큼 내 빼며) 자 그럼 이리로 가봅시다. 퀘벡은 제가 좀 알죠. 이쪽! (확 가는데)
도깨비 : 알기는. 소는 이쪽이야. (반대쪽으로 가면)
은탁 : (헉!) 같이 가요. 두 번째라도 무섭단 말이에요. 아 이건 인간적으로 초행길로 쳐줘야 되는 거 아닌가?
투덜대며 도깨비 막 따라가는 은탁이고. 도깨비의 뒷모습, 왠지 웃고 있는 듯 하고..
S#46. 캐나다/ 레스토랑 (낮)
꽃장식이 있는 테이블 위에 차려진 고급스러운 음식들.
도깨비와 은탁 앞에 스테이크 각각 놓여있다. 스테이크 접시 옆으로 좌르륵 펼쳐져있는 포크와 스푼, 나이프들.
은탁 : 잘 먹겠습니다. 오 검 많다 검. (나이프 들고 휙휙 허공에 그어보는)
도깨비 : (식겁) 내려놓고 얘기해 내려놓고.
은탁 : 오 쪼는 거 봐.
도깨비 : 먹어. 배고프다며. 먹으면서 내가 하는 말 오해 하지 말고 들어. 진짜 궁금해서 그래 진짜.
은탁 : ? (끄덕. 우물우물. 말똥말똥 보면)
도깨비 : 이 검.. 손잡이가 무슨 모양일까..?
은탁 : 설마 저 지금 의심하시는 거예요? (나이프로 스테이크 콱 찌르면)
도깨비 : (움찔) 왜 화를 내. 이런 문제일수록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 신중한 타입이라 그래.
은탁 : 그게 의심인데. 검 손잡이에 호랑이 있네요 호랑이!
도깨비 : (의심의 여지없다) 그렇..지? 백호 백호. 호랑이 되게 멋있지.
은탁 : (포크로 콱) 암요. (앙 먹는)
도깨비 : (입술 앙다물고 눈치 보면)
은탁 : 근데요. 제가 아저씨에 대해 좀 알아봤거든요? 근데 암만 찾아도 그 얘긴 없던데.
도깨비 : 무슨 얘기?
은탁 : 그 검 꽂힌 얘기.
도깨비 : !! (보면)
은탁 : 검은 왜 꽂히게 된 거예요? 본인이? 남이?
도깨비 : (보다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은탁 : 앗 되게 아픈 얘기구나. 그럼 됐어요. 나이는요. 정확히 몇 살이에요?
도깨비 : 935살.
은탁 : 아.. 더 아픈 얘기구나. 미안해요. 그래도 오래 살면 좋겠다. 늙지도 않고 돈도 많고 이렇게 신부도 만났고.. 헤헤.
도깨비 : 넌 오래 살고 싶어? 너만 멈춰있고 다 흘러가버려도?
은탁 : 아저씨 있잖아요.
도깨비 : !!
은탁 : 아저씨 계속 있을 거니까 전 오래 살아도 좋을 거 같은데.
도깨비 : !!!
은탁 : 근데 아저씨는 엄청난 과거사에 비해 되게 밝네요?
도깨비 : 거의 천년이야. 난 뭐 천년이나 슬퍼? 난 지금 겸허히 운명을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사는 당찬 도깨비야.
은탁 : (까르르 웃으면)
도깨비 :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딨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딨고.
은탁 : 난 있다에 한 표.
도깨비 : 어디에 한 푠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은탁 : 슬픈 사랑?
도깨비 : !!!...
은탁 : 못 믿겠음 내기 할래요?
도깨비 : (아놔) 내기 얘긴 또 어디서, 너 자료조사 어디까지 했어. 더 아는 거 뭐야.
은탁 :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보니 외로움을 잘 타고,
S#47. 캐나다/ 분수대 있는 거리 (낮)
프랑스 정취 가득한 거리 걷는 두 사람. 인적 드물다.
분수대 부서지는 물방울들 햇빛에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난다.
은탁 : 변덕이 심하고, 괴팍하고,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며,
도깨비 : 안 좋은 얘기 위주로 조사했니?
은탁 : 인간에게 복도 주고 화도 주고, 가족을 이루지 않는다.
도깨비 : ! (보면)
은탁 : 그래서 내가 호텔에 방치된 건가, 싶기도 하고.
도깨비 : 방치가 아니라 조치야. 너도 생각을 좀 해보라고.
은탁 : 무슨 생각이요?
도깨비 :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꼭 할 필요 없어.
은탁 : 뭘요?
도깨비 : 도깨비 신부.
은탁 : 속셈이 뭐예요?
도깨비 : ?
은탁 : 듣자듣자 하니까 내가 하기 싫어하는 걸 바라는 눈친데 계속? 이제 와서 그 얘기 왜 하는데요?
아~ 내가 신부인 게 싫다? 아님 다른 여자가 있다? 다른 여자 없어도 너는 싫으니까 하지 마라?
검을 본다, 그 검을 뽑는다, 였죠 순서가? 일루 와 봐요. 내가 신분지 아닌지 검 빼서 증명해 볼라니까!
어디 예뻐지나 봅시다.
도깨비 : (뒤로 물러나며) 거기서 얘기해. 거기서.
은탁 : 금나와라 뚝딱 해주면. 도깨비 방망이로. 이만~큼.
도깨비 : 내가 왜.
은탁 : 일루 와요.
도깨비 : 방망이 없어.
은탁 : 방망이 없어요?! 왜요? 아니 무슨 도깨비가 방망이가 없어요?
도깨비, 대답 없이 분수대 물로 방망이를 만든다.
은탁 : 오~ 우와 물이 막 우와. 손에, 검 막. 쫌 멋진데?
도깨비 : 이 검이 와전된 거야. 방망이로.
은탁 : 아~ 그렇구나. 그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거 그게 이 말인가?
도깨비 : 아니거든. (물의 검 팟! 사라지게 해서 물방울들 은탁에게 탁 튀게 하면)
은탁 : 그죠. 신혼여행엔 역시 물싸움이죠. 딱 서요. (물 떠서 돌아서면)
도깨비 어느새 은탁 뒤에, 은탁 뒤로 탁 돌아서면, 또 다시 은탁 뒤에,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도깨비고.. 은탁 약 오르고..
은탁의 손에 든 물 다 빠져 나갔고 우씨.. 손 탁 털며,
은탁 : 좋겠네. 고딩 이겨서. 아니 고딩 이기자고 그 능력을 써요?
도깨비 : 쓰면 안 돼?
은탁 : (우씨) 난 뭐 능력 없어요? 아저씬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데 난 귀신 보는 게 다예요? 도깨비 신분데?
도깨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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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온하리라.
/다시, 현재.
오직 도깨비의 검을 뽑는 도구로서의 능력만 있는 은탁. 오직 그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
도깨비, 아무 것도 모르는 은탁의 말간 얼굴에 가슴 한구석 찡하고.
도깨비 : 있었으면 좋겠어?
은탁 : 네. 금 나와라 뚝딱. 이만~큼. 하게 해줄 수 있어요?
도깨비 : 없어.
은탁 : 쳇.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도깨비 : (??) 왜.
은탁 : 볼 일이 있어서요.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잘 기다릴 수 있죠? (아!) 늘 책을 가까이 하신 댔으니까,
(책가방에서 시집 꺼내 주는) 가까이 하고 계세요. 나 놓고 가면 소환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요.
도깨비 : 놓고 안 가.
은탁 : (뒷걸음질 치며) 왜요? 내가 신부니까? (활짝 웃는다)
은탁, 뒤돌아 메이플 로드 신나게 뛰어간다.
은탁 : 내가 여길 안다구. 호텔은 이쪽이라구 이쪽!
그런 은탁의 뒷모습 보며, 빙긋 웃는 도깨빈데...
S#48. 캐나다/ 호텔 (낮)
호텔 로비 일각, 테이블에 앉아 호텔 로고 찍힌 편지지에 무언가 집중해 적는 은탁.
글을 적어 내려가는 내내 따뜻하고 행복해 보인다.
Cut to.
은탁 : 꼭 전해주세요..
은탁, 편지지 접어 편지봉투에 넣고 일각 러브레터함에 편지 넣는데..
S#49. 캐나다/ 분수대 있는 거리 (낮)
부서지는 햇빛, 사락사락 넘어가는 책장, 바람에 흩날리는 앞 머리칼,
길거리 어딘가 테이블에 느슨하게 앉아 책 보고 있는 도깨비다.
중간 중간에 은탁이 필사한 것도 보인다. 그러다 어느 페이지에 시선 고정한 도깨빈데, 그때,
은탁E : 아저씨!
보면, 길 건너 신호등 아래서 은탁 손 방방 흔들며 환히 웃고 있다.
팔랑, 도깨비가 들고 있는 책 페이지 귀퉁이 바람에 흔들린다.
책, 비추면 시 한편 적혀있다. 제목 <사랑의 물리학>이다.
도깨비, 길 사이로 지나치는 자동차들에 은탁이 가려질 때마다 고개를 들어 괜히 은탁을 찾게 된다.
도깨비NA :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 때, 신호등 초록불로 바뀌고 은탁, 도깨비만을 보면서 뛰듯이 걸음을 내딛는데..
은탁의 발이 닿는 순간, 횡단보도에 있는 흰 선들이 빨간색으로 바뀐다. 마치 레드카펫처럼.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흰색 선으로 보이는 횡단보도고, 은탁의 눈에만 빨간색으로 보인다.
은탁, 잠시 놀래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흰 선들 밟는다. 여지없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도깨비NA :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은탁, 도깨비가 해주는 것이구나.. 도깨비 보며 까르르 웃고.
도깨비, 그런 은탁 따라 저도 모르게 환히 웃는데..
도깨비NA :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화창하게 부서지는 햇살 받으며 점차 가까워지는 은탁인데...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은탁 보다가, 순간, 도깨비의 눈빛, 탁 굳는다.
>>인서트 플래시백.
900년 전 들판에 버려져 하루 중 가장 화창했던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기억 떠올리고..
/다시, 현재.
그 날의 햇살처럼 화창한 햇살 속에 은탁이 쫑쫑 뛰어와 선다. 은탁의 머리 위로 부서지는 볼 수 없이 환한 햇빛들.
은탁 : 레드카펫 대박! 아저씨가 한 거죠! 와, 완전 신기해!
도깨비NA : (표정 굳어 은탁 보는..)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은탁 : 아저씨?
도깨비 : (보는데)
은탁 : ..아저씨 화났어요?
도깨비NA : 첫사랑이었다. (그저 보는데..)
은탁 : !!.. (자기도 뭔가 기분이 가라앉아 도깨비 마주 보는데..)
그 순간, 도깨비, 이 아이가 더 소중해지기 전에 죽어야겠다, 생각한다.
도깨비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은탁, 괜히 기죽어 그런 도깨비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둘이고..
아니운서F : 인생엔 갑자기 이상한 장르가 끼어들기도 하죠.
S#50. 한국/ 거리 (밤)
은탁, 알바 가는 중이다. 귀에 이어폰 꽂고 라디오 들으면서 걷고 있다. 도깨비의 눈빛 잊혀지지 않아 걸음이 헛헛하다.
아니운서F : 오늘 여러분의 장르는 무엇이었나요? 심쿵 로코? 이상하고 아름다운 (지지직) 판타지? 슬픈 멜로?
(지지직- 으그러지는 소리)
은탁, 놀라 주변 살피면, 아니나 다를까 저만치에 고시원귀신 서 있다. 그럴 줄 알았어.
은탁 다른 길로 가려는 듯 그대로 뒤돌아서는데, 고시원귀신, 어느새 다가와 은탁 이어폰 탁 잡아 뺀다.
은탁 : 이러지 맙시다 진짜! 평범하게 말 걸어줘요. 이러면 나도 무섭다고.
고시원귀 : 놀라게 해서 미안. 부탁이 있어서.. 정말 미안한데.. 나 살던 고시원 가서 냉장고 좀 채워주면 안 될까?
은탁 : 냉장..고요?
고시원귀 : 나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상 치르느라 엄마가 아직 내 방에 못 와봤어.
엄마가 내 방 냉장고 텅 빈 거 보면, 가슴 아파 할 거야.. 부탁할게..
은탁 : 아.. 근데 나 돈 없는데..
고시원귀 : 아..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네. 미안.
은탁 : (퍼뜩!) 아! 방법이 있어요!
S#51. 고시원 안 (밤)
비좁은 고시원 안. 은탁, 백팩 앞으로 멘 채 무릎 굽혀 작은 냉장고 열어보면,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는 냉장고. 작은 생수통 하나만 딸랑 들어있을 뿐이다.
은탁, 백팩에서 음료수, 초콜릿 등(전부 호텔용) 꺼내서 냉장고에 채워 넣고, 반찬가게에서 사온 반찬들 꺼내 넣어놓는다.
그러고는 휘 돌아서 방 보고는,
/침대 위 정리하고, 책상 정리하고, 쓰레기통도 비운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도 하나 놓아주고..
고시원귀 : 고마워..
은탁 : (끄덕)
Cut to. (시간경과)
한 중년 여인(고시원귀의 엄마) 들어온다. 초라한 행색이다.
엄마, 작은 방 휘 둘러 본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 착잡하다.
냉장고에 문득 시선 멎고. 냉장고 열어보고는 흑- 울음 터뜨린다.
고시원귀, 침대 맡에 앉아 그런 엄마 지켜보고 있다. 흑- 울음 나고.
S#52. 육교 위 (다음 날 낮)
육교 서성이는 써니. 여전히 저승 없다. 후.. 잊는다 내가, 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육교 저 끝에서 멈춰 서 있는 저승 보인다. 끝과 끝에서 딱 마주친 저승과 써니다.
서로 놀라 마주보다, 써니, 먼저 뚜벅뚜벅 다가가 저승 앞에 탁 선다.
써니 : 이거 뭐예요?
저승 : ??
써니 : 이거 우연이에요?
저승 : ! (보면)
써니 : 난 아니에요. 왜 전화 안했어요? 기다렸는데? 한다면서요.
저승 : (보다) 하겠습니다. 가서. 지금. (스쳐 가려하면)
써니 : (뜨악) 어디 가서요? 뭐 어디 공중전화 찾으러 가요?
저승 : 집에 전화가 있어서 집에. 금방. 전화.
써니 : 아 웃겨. 우리가 이렇게 마주쳤는데?
저승 : 아. 반가웠어요.
써니 : 미치겠다. 금방 전화 말고, 금방 커피 어때요? 서울에 널린 게 카페고 나 시간 많거든요.
저승 : (그런 써니 물끄러미 보는데..)
S#53. 카페 (해질녘)
음료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써니와 저승.
저승, 커피만 마시고 있다. 써니, 저승 기막혀 보고 있다.
써니 : 저기요. 우리 이렇게 계속 커피만 마셔요? 해 다 졌는데?
저승 : (그제야 창밖 보더니) 아. 해가 참 짧죠.
써니 : 안 짧았어요. 한 시간 째 그러고 계셨거든요. 인사.. 안 해요 우리? 안부.. 안 묻고요? 얘기는.. 안 하나요?
저승 : 아.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써니 : 네. 그쪽도 잘 지내셨어요? 제 반지는 잘 있고요? 여전히 핸드폰은 없으세요?
저승 : 네, 잘 지냈습니다. 반지 잘 있습니다. 핸드폰 없습니다.
써니 : (기막혀 보면)
저승 : (말없이 보고)
써니 : 솔직히 말해보세요. 제 이름 까먹었죠.
저승 : 선희요.
써니 : 선희 아니고 써니요! (하다 기막혀서 웃음 빵) 아 나 진짜. 웃기는 남자네.
저승 : (써니의 웃음 생경하게 보는)
써니 : 혹시 컨셉이에요?
저승 : (보는)
써니 : (괜히 민망해) 뭘 봐요.
저승 : 보게 돼요. 웃으니까.
써니 : ?!..
저승 : (노을에 젖은 그런 써니 벅차게 보는데..)
써니 : 근데 생각해보니까 전 그 쪽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예요?
저승 : !!!
S#54. 도깨비 집/ 식당 (밤)
저승과 도깨비, 긴 식탁에 어쩐 일인지 나란히 앉아 있다. 저승 옆엔 맥주 두 캔, 도깨비 옆엔 계란 몇 개 놓여있다.
저승은 손으로 맥주 차게 얼려 도깨비 주고, 도깨비는 손으로 계란 구워 저승 준다. 하는 짓은 병맛인데 표정은 어둡다.
둘이 틱 건배하고 맥주 마신다.
저승 : 이름을 묻더라.. 근데 이름을 모르잖아 나는..
도깨비 : (그저 끄덕..)
저승 : 안부도 묻더라고.. 살아있지 않은 자에게 안부라니..
도깨비 : (그저 끄덕..)
저승 : ... (맥주 마시고..)
도깨비NA :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더 행복해 지기 전에,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저승 : 근데,
도깨비 : (보면)
저승 : 니 목소리 다 들려.
도깨비 : !!!....
저승 : 진짜 죽게?
도깨비 : (진심인) ..음. ..첫눈이 오기 전에.
저승 : (그저 끄덕..)
그렇게 쓸쓸하게 앉아 맥주 한 모금 마시는 두 남자고..
S#55. 호텔/ 로비 (밤)
덕화, 은탁이 묵는 스위트룸 계산서 들고 서 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계산서를 가까이 봤다가 멀리 봤다가 하는데.. 계산서 너머로, 로비 들어오는 은탁 보인다.
Cut to.
덕화, 계산서 들고 삐딱하게 서서 은탁 보고, 은탁, 켕기는 게 있어서 안절부절이다..
덕화 : 너 혹시 술 마시니?
은탁 : 아아니요?
덕화 : 마셨던데. 냉장고가 텅 비었던데. 초콜릿, 땅콩, 육포까지 남김없이 드셨던데.
뭐 그래! 먹을 수 있지 고삼이면. 근데, 병은 왜 다 치웠냐? 병 치우면 안 들킬 줄 알았어?
은탁 : 그게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때 회장님이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라고..
죄송한데 좀 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돈이 없어가지고..
덕화 : 나도 돈 없거든 이 소녀야?!! (턱! 은탁 손에 계산서 들려주면)
은탁 : ....
S#56. 호텔/ 스위트룸 (밤)
은탁, 초 있는 대로 다 펼쳐놓고 불 붙여 놨다. 마지막 초 불 붙이는데, 띵동!
덕환 줄 알고, “아 계산 하려는 중이라고요..”하며 문 여는데, 문 앞에 도깨비 딱 서 있다.
은탁 : 아 깜짝이야!
도깨비 : (은탁 어깨 너머로 방 힐끗) 나 부르려고 준비 많이 했네? 들어간다. (들어오며) 왜 부르려고 했는데.
은탁 : 아저씬 왜 왔는데요? 덕화오빠가 다 얘기 했어요?
도깨비 : 뭘?
은탁 : 아 그게.. 사실은 저 혼났거든요. 덕화오빠한테.
도깨비 : 걔가 누굴 혼낼 만큼 떳떳한 애가 아닐 텐데.
은탁 : 냉장고에 있는 걸 제가 싹 다 비웠거든요. 이거 계산 좀 어떻게.. 알바비 받으면 틈틈이 갚을게요. (계산서 내밀면)
도깨비 : (굳은 얼굴로 보는)
은탁 : 안 될까요..? (안 통하나 싶어) 사실 술은 아저씨가 마셨잖아요. 딴 건 제가 좋은 데 좀 썼어요.
모른 척 하시면 이거 다 불어서 꺼버릴 거예요! 오늘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하는데, 도깨비 확 손짓으로 촛불들 한꺼번에 다 꺼버린다! 확, 어두워진 실내고.
은탁, 어..! 그런 도깨비 섭섭하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해 놀라 보는데,
도깨비 : 이제 소환 하지 마.
은탁 : !!
도깨비 : 그럴 필요 없어.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은탁 : ?!!!
도깨비 : 집에 가자.
은탁 : ..어떤 집이요?
도깨비 : 내가 사는 집.
은탁 : !!!
도깨비 : 넌, 도깨비 신부니까.
은탁 : !!!
도깨비 : 사랑해.
그때 우르릉 쾅! 우레와 함께 비 퍼붓듯이 내린다. 호텔 창문을 때려대는 빗소리. 도깨비의 폭발하듯 슬픈 마음을 대변한다.
빗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는 둘.. 그 모습에서 4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