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졌다. 오늘 드디어 수십 년 만에 폰을 정지시켰다. 이제 난 온전한 자연인이다. 이런 절대적 자유는 일런 머스크(Elon Reeve Musk) 도 누리지 못한 특권이자 사치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돈도 자유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진리를 배웠다. 난 오늘부터 폰이라는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이제 다시는 자유를 돈으로 환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혼돈의 벽을 깨뜨렸다.
눈이 맑고 아름다운 87세 인천 아가씨께서 오셨다.
한국에 가고 싶어 하셔서 내일모레 비행기를 타야 한다. 사위분께서 등에 업고 오셨다. 둥근 챙이 달린 모자를 쓴 따님께서는 연신 어머님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한 선글라스를 쓰신 아버님께서는
"할머님 젊은 시절 미인이셨죠?" 하니까 상당히 기뻐하시면서
"물론이지. 우리 마눌이 얼굴로 아주 날렸어."
웃고 있는 가족들 사이, 어머님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초로의 따님
내일모레 밤 비행기로 한국을 향해 가는 어머님, 혼자 보내는 엄마를 위해 딸은 프레스티지 티켓을 준비했다.
IV(Intravenous injection, IV injection)를 맞는 내내 따님의 눈에 눈물이 머물렀다.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순간이 어머님과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고 맑은 눈( 저 나이의 나도 저런 호기심 많은 눈빛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너무 많이 말라서 지나치게 큰 사이즈의 옷을 입은 것처럼 살가죽이 울었다. 삶에서 이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것이다. 한참을 부럽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제 다시 New York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
모든 과업을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을 고향으로 향해 가는 길, 치매기가 있는 그녀는 소녀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럽다 못해 거룩한 그 길을 바라본다. 안개비와 저녁놀이 함께 어우러지는 파스텔톤 하늘빛, 그렇게 하루가 간다.
벽돌 깨기나 테트리스 게임처럼 오늘 하루를 멋지게 폭파했다. 하나의 벽을 또 넘는 하루, 이 하루가 또 지나간다. 난 이제 자격증 시험공부를 해야 하고 저녁 식사 메뉴를 고민해야 한다. 현실을 향해 간다.
도둑맞은 젊음도 도둑맞은 시간도 잠시일 뿐, 절망을 희망으로 도색한다. 어르신들께서 소변검사를 하느라 어지럽힌 화장실을 날마다 청소하더라도 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숨 가쁘게 달리는 윤 내과, 오늘 하루를 잘 견딤으로 난 또 하나의 숙제 같은 의식을 치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