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을 신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내내 신었다. 한여름엔 때꾸정물이 줄줄 흘러 자꾸만 벗겨졌다. 발바닥에 고운 흙을 묻혀 걸었다. 송사리 잡아 가득 담았다. 코를 뒤집어 모래 위에서 한나절을 놀았다. 코스모스 위에 앉은 꿀벌을 낚아채 패대기치면 꿀벌은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렸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잡고 놓아주고 혼자 웃었다. 오래 신어 작아지면 뒤꿈치를 잘라내 밑창이 드러날 때까지 슬리퍼로 신다가 쇠죽 쑤는 불 속에 던져졌다.
불이 붙는다, 신작로에 풀밭에 모래밭에 - 검은 그름을 내며 불꽃이 흔들리다가 순식간에 오그라져 재가 되었다. 이상한 일은 언제부턴가 코스모스길 걷다보면 검정고무신 불꽃 자박자박 걸어 나올 것 만 같았다.
***** 어릴적 검정고무신을 신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저의 유일한 장난감이었고 친구이기도 했지요. 지금까지도 저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 꿈틀대는 어떤 꿈같은것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때가 아련하게 그립습니다.
첫댓글 요런시를 어떻게 꽁꽁 숨겨노셨남요.그 검정고무신 하나로도 하루종일 재밌게 놀았는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었죠.그 검정 고무신 한 꼬마 여자아이의 신발로 놀이감으로 소임을 다하고 쇠죽 쑤는 불 속에 던져 화엄에 들었으니 그 고무신 코스모스속에서뿐만 아니라 민채님의 눈길이 머무는곳 어디에서도 자박자박 걸어나올것 같은데요.
질기고 질긴 " 타이아표" 검정고무신
꽃 무늬에 리본달린 새신 신고싶어서 멀쩡한 신 찢었다가...
새신은 애시당초 물건너 갔고 등짝엔 버얼건 엄마 손도장만 ㅎ
잔머리 썼다가 다시 꿰메 보기 숭한 검정고무신 다시 신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
아...나의 얘기와 똑같다니요~^^ 소임을 다하고 대보름날 가장 요긴한 불쏘시개로 마감을 하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