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죽으리이다”(에4:16) 이스라엘 민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구국의 여성 에스더는 이렇게 신앙고백을 했다.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이 고백은 에스더가 금식기도 중일 때 나온 것이다.
1970년대 중에서도 남북 대치 구도의 긴장이 가장 고조되어 있던 1973년 이 땅에 본격적인 금식기도원이 세워졌으니 곧 ‘오산리 금식기도원’이다. 평소 개인적으로 영적 위기를 느낄 때나 교회적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느낄 때마다 하나님께 금식하며 기도해 온 최자실 목사가 세운 기도원이다. 설립자 최자실 목사가 1989년 소천한 이후 기도원 명칭이 ‘오산리 최자실기념 금식기도원’으로 바뀌었다
기도원이 자리잡은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는 원래 순복음중앙교회(현 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 조용기 목사) 공원묘지였다. 최자실 목사는 중앙교회 서대문 시절부터 성도들과 자주 묘원을 찾아 밤을 새우며 금식기도했는데 그것이 금식기도원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사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감람원이라 하는 동산에 자주 가셔서 기도하셨는데(요18:1) 그곳도 요즘으로 보면 동산묘원이었던 것 같다.
에스더의 구국 금식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었던 것처럼 최 목사와 함께 한 성도들의 금식기도는 많은 기적과 응답을 가져왔다고 한다. 순복음중앙교회의 폭발적인 부흥과 신유의 역사 배후에는 성도들의 금식기도가 있었으며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엑스플로 74민족복음화성회’ 등 일련의 성령 집회의 성공적인 개최 배경에도 이 땅의 에스더들이 합심한 구국 금식기도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당시의 절박한 국가적 위기상황도 한국 교회의 비상기도로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 금식기도원의 대명사가 된 이 기도원은 “나의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한 결박을 풀어주며”(사 58:6)라는 말씀에 근거한다. 지금은 30년의 연륜을 통해 무수한 금식기도 응답이 나타난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한국 교회의 웬만한 성도들은 2∼3일씩, 혹은 1주일씩 이곳을 찾아 금식기도의 은혜를 체험했을 터이다. 20일이 넘는 장기 금식기도자들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고 40일 금식기도자도 상당하다.
국내외적으로 큰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 지도자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금식 중에 큰 영력을 얻었다. 또한 이곳에 모여든 갈급한 영혼들에게 말씀을 증거하는 집회인도자 중에도 오늘날 한국 교회의 능력있는 부흥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적잖다.
예를 들면 현재 미국 뉴욕에서 퀸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한진관 목사는 25년전 이곳에서 20일 금식기도 중 성령세례를 받고 능력있는 목회자가 되었다. 현재 2000명이 넘는 대형 이민목회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이른바 ‘신신학자’였으나 장기 금식기도는 그의 신학과 신앙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최자실 목사는 ‘금식기도의 능력’이란 저서 속에서 자신이 금식기도 중에 받은 은혜와 성경적인 금식기도의 위대한 힘을 증거하고 있다. 금식기도는 자신의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헐벗고 굶주린 이웃에게 사랑의 관심과 섬김을 가져온다면서 ‘금식’으로 표현된 절제와 금욕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최 목사는 금식기도가 영적으로 유익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신적·육체적으로도 더 없이 유익한 것이라고 생전에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고 마음을 찢고 여호와께 돌아와 부르짖기만 하면 모든 문제에 응답하실 뿐 아니라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모든 질병을 고쳐 주십니다. 금식기도만이 영적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해결 받고 질병을 치료 받는 비결입니다.” 최 목사는 특히 현대인의 고질병인 당뇨와 고혈압, 비만 등에도 금식기도가 좋다고 역설했다.
기도원은 1978년에 이미 5000여명의 성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성전과 숙소를 갖추었으나 국내외에서 몰려드는 금식 기도자들을 감당할 수 없어 1982년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전과 5000명이 예배당 겸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부속성전을 증축했다. 현재는 11개의 부속성전을 갖추어 총 2만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금식기도원으로 발전했다. 기도원에서는 연 1500여명의 강사진이 365일 하루 4회 예배를 진행하며 매주 월∼금요일까지는 초교파 유명강사들을 초청하여 특별성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금식기도원에는 국내 뿐 아니라 매년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등 동남아지역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 목회자와 성도들이 대거 찾아오고 있다.
대천덕 신부의 ‘예수원’이 ‘노동과 기도’의 조용한 영성도장이라면, ‘오산리 금식기도원’은 ‘금식과 기도’를 통한 뜨거운 영성도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조화 속에서 한국 교회 성도들이 영적으로 크게 무장하여 세속화된 이 땅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크게 변화시켜야 하며 오늘날 급박한 탄핵정국을 맞아 한국 교회는 더욱 깨어서 금식하며 비상기도를 드려나가야 할 것이다.
금식의 의미…주님을 향한 절실한 청원
크리스천 영성훈련의 세 가지 기본 요소는 말씀과 기도, 명상이다. 말씀에 소홀한 한 기도는 신비주의에 흐르기 쉽고 기도 없는 명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영의 사람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영성의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아울러 말씀을 묵상하는 만큼 기도에도 부지런해야 한다. 기도를 소홀히 한 성경 상고는 성도로 하여금 영적 교만에 빠지게 한다.
기도 중에서도 가장 비상한 기도가 바로 금식기도다. 이는 목숨을 건 기도요, 하나님을 향한 가장 절실한 청원이며 도전이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사역에 앞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금식기도였다(마4:1∼2). 그것도 척박한 광야에서 목숨을 건 40일 금식기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주님은 난제에 직면한 제자들에게 기도와 금식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다고 하셨다(마 17:21).
그러나 남에게 보이려 하거나 금식기간을 자랑하기 위해 금식기도를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골방에서 하듯 은밀히 기도하라 하시고 금식할 때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고 가르치셨다.
성경은 시대마다 위대한 주의 종들이 금식기도함으로써 민족과 교회, 가정을 구원했던 기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에스더와 예수 그리스도가 그랬고 애굽의 지도자 모세(출31:18),미스바에서의 이스라엘 백성과 사무엘(삼상7:5∼6),고기 뱃속의 요나(욘1:17)도 그러했다.
오늘의 다양한 문화와 세속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이야말로 정기적으로 금식기도하며 죄를 회개하는 금식 영성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