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터, 여름을 거닐다
김관식
영렬천, 샘이 말라가듯
옛것들이 잊혀지는 터
불볕더위 아래
놀던 까치, 한 뼘 그늘을 찾아 쉬는데
하늘이 먹먹하게
여기저기 뒤지르는 까닭이 무엇이더냐
여름 탓 일게다
슢속 울림은 바로 그리움…
수컷 매미, 설운 애태움마저
다 지우고 끝나면
아람 들 무렵, 가을도 깊어지리
2.
쇄루우(灑淚雨)
김관식
밭갈이 하며
삼백예순하고도 나흘, 기다림…
수레를 씻고 또 씻고
까마귀, 까치 도움으로
오늘은 힘껏 베짜는 손을 잡아 보네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또 슬픔을 머금고 또 넘쳐
여름 밤, 미리내 별빛은 사랑비가 되고
수탉아 우지마라
헤어짐이 또 삼백예순하고도 나흘이란다
3.
분꽃
김관식
까망 알맹이
따로 모아. 곱게 찧고
꽁지를 살짝 당겨
두 귀에 달면
대롱대롱
분꽃 귀걸이
뽀얀 얼굴로
하루가 즐거운 오누이
첫댓글 2. 잡어보네 -> 잡아 보네, 수닭-> 수탉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