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변화는 곧 희망이다
김종헌 피스 오브 마인드 사장
출처: 엑설런스코리아
[엑설런스코리아] 2007년 09월 11일 14시 19분
Editor·서상범 / Photographer·김정연
지난 2003년6월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자연과 책과 빵이 어우러진 문화공간 ‘베이커리&북 카페’를 오픈한 김종헌 전 비비안 사장이 2006년8월 화랑의 개념을 추가한 ‘피스 오브 마인드(Peace of Mind)’라는 문화공간을 강원도 춘천에 새롭게 조성했다. 서울을 떠나 강원도에서 ‘인생2모작’을 넘어 ‘인생3모작’을 시작하는 김종헌 사장을 찾아가 보았다. "무슨 일이든 난관은 많습니다.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분도 ‘뮤직 갤러리 카페’를 창업했다가 1년도 안 돼서 그만뒀습니다. 그림도 전시돼 있고 음악감상도 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였지만 메뉴는 커피밖에 없었습니다. 수익모델이 없었던 것이죠. 치밀한 벤치마킹이 가장 우선이며, 그것을 체험해보는 것보다 더 좋은 해답은 없습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 책을 봐도 온통 변화하라는 이야기뿐이다.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제는 변화라는 단어가 그냥 무덤덤하기만 하다. 아마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인생3모작’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김종헌 사장을 만나고 난 후 변화라는 단어가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하지만 변화의 중심에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그리고 있는 김 사장은 변화가 성공할 수 있는 확실한 답 한 가지를 갖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것은 바로 ‘준비’였다."남자 나이 마흔은 진짜 꿈이 필요한 나이지요. 인생의 하프라인으로 스스로의 삶을 다시 연출해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 세대는 저희 세대와는 다릅니다. 저희 세대는 은퇴하면 새로운 직업 없이 퇴직금으로 살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인생은 혼자 개척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준비하고 트레이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직장은 정년이 보장됐었다. 그리고 평균 수명도 60세 근방이었기에, 직장생활 후2~3년 정도 노년을 정리하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분명히 변했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웰빙의 영향으로 평균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고용 환경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만 있다. CEO들도 예외는 아니다. 평균 수명이 100세 근방이 돼가고 있는 지금, CEO들도 퇴직 후 제2의 삶을 위해 준비해야 남은 인생의 절반을 불안감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은퇴 후 가장 중요한 점은 꿈을 갖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항상 자신의 인생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준비가 없는 사람은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김 사장은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CEO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CEO가 직장 생활의 꽃이기도 하지만 직장에서의 마지막 위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CEO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 일생을 잘해오다가 순간의 실수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기는 것이죠. 따라서 CEO로서 끝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파티를 할 때 시작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잔치가 끝난 뒤의 모습은 매우 엉망이다. 인생에서는 그러한 파티보다는 뒷마무리도 아름다운 모습이 돼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둘째, 변화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CEO로서 그동안 누리던 모든 권위와 지위가 없어지면 허전함을 많이 느낀다. 즉,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유명인이 은퇴하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점점 잊혀져갈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마음의 수양이 중요하다.새 사업 하려면 철저한 벤치마킹 필요"우리나라에서 예술의전당 서예관을 제외하고 개인이 서예작품을 전시한 곳은 없습니다. 상설전문화랑도 없을 정도죠. 그래서 평생 수집한 작품으로 레스토랑 공간의 반은 화랑처럼 꾸미고, 반은 서재처럼 인테리어를 했습니다."‘피스 오브 마인드’ 입구 옆에는 ‘득만권서 행만리로(得萬券書 行萬里路), 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여행한다’라는 휘호가 걸려 있다. 안으로 발길을 들여놓으면 100여 평의 고풍스러운 공간, 바로 맞은편 제빵시설이 차지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1만5천여 점의 고서와 5천 점의 음반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김홍도의 목판화가 있는 금속활자본 ‘오륜행실도’도부터 시작해 목판화로 찍힌 ‘수호지’, 목판본 ‘삼강행실도’까지 진귀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그의 추억이 담긴 물건은 손님용 테이블에도 스며들어 유리판 안에 초등학교 때부터의 성적표, 납부금 영수증, 각종 상장, 여권 등이 소품처럼 고여 있다. 또한 마주보고 두 벽에는 안중근 의사가 나라를 걱정하며 쓴 글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로운 것을 보면 의로운 것을 먼저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라는 글과 다른 한쪽 면에는 ‘포덕취의(飽德醉義, 덕에 배부르고 의리에 취한다’라는 휘호가 써 있어 김 사장의 생활신조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마지막으로 입구의 오른쪽은 그의 서예 스승 강창원 선생의 옥호에서 따온 ‘임지헌’이라는 서예공간이 있다. 김 사장은 "옛날 한 명필이 연못가에 살았는데 매일 붓을 빨고 벼루를 닦아 연못이 흑색이 됐다고 해 ‘열심히 공부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는 뜻입니다. 스승님께 이 옥호도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공간 구석구석을 꼼꼼히 설명한 후 그는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 즉 퇴직 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든 난관은 많습니다.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분도 ‘뮤직 갤러리 카페’를 창업했다가 1년도 안 돼서 그만뒀습니다. 그림도 전시돼 있고 음악감상도 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였지만 메뉴는 커피밖에 없었습니다. 수익모델이 없었던 것이죠. 치밀한 벤치마킹이 우선이며, 그것을 체험해보는 것보다 더 좋은 해답은 없습니다."
퇴직 후 제2인생은 현재의 연장선상인생의 1모작은 CEO의 위치까지 오른 비비안에서의 30년간 회사생활, 2모작은 강원도 홍천의 ‘베이커리&북 카페’에서 빵을 만들면서, 그리고 3모작은 춘천에서 책을 쓰면서 보내고 있는 김종헌 사장.
<이균형원장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