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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정신의 본성과 그 기원에 관하여
정의
1. 물체란, 신이 연장하는 (공간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한에서의 신의 본질을 일정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양태이다(제1부 정리25의 계를 볼 것).
2. 존재물의 본질이란, 그것이 주어진다면 존재물은 필연적으로 정립되고, 그것이 제거된다면 존재물은 필연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뜻한다. 즉 본질이 없다면 존재물은 존재할 수도 사고될 수도 없고, 거꾸로 존재물이 없다면 본질은 생각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
3. 관념이란, 사유를 본질로 하는 정신이 형성하는 정신의 개념이다.
설명 : 나는 지각이란 말보다 오히려 개념이란 말을 쓴다. 왜냐하면 지각이란 말은 정신이 대상의 작용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념은 이에 반하여 정신의 능동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5. 지속이란, 존재의 무제한적인 계속을 뜻한다.
설명 : 나는 무제한적 계속(무규정적 연속)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존재의 계속은 존재하는 것의 본성 자체에 의해서는 결코 한정되지 않으며, 또 동력인에 의해서도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동력인은 사물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정립하지만 제거하지는 못한다. (56-57쪽)
공리
1. 인간의 본질은 필연적인 존재를 내포하지 않는다. 즉 이 사람 저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똑같이 자연의 질서에 따라 일어날 수 있다.
2. 인간은 사유한다(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자신이 사유함을 안다).
3. 사랑이나 욕망과 같은 사유의 양태, 그 밖에 감정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모든 것은, 같은 개체 안에 사랑받고 욕구하는 관념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관념은 다른 사유의 양태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57쪽)
정리
정리1. 사유는 신의 속성이다. 혹은 신은 사유하는 것이다.
증명 : 개개의 사상, 즉 이 사상 저 사상은 신의 본성을 일정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양태이다(제1부 정리25의 계에 의해). 그러므로 신에게는 (제1부 정의5에 의해) 하나의 속성이 귀속된다. (57쪽)
정리3. 신에겐 신의 본질적인 관념과, 그 본질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모든 사물들의 관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주해 : 신의 자기인식이 신의 본성의 필연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처럼(이것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신이 무한히 많은 것을 무한히 많은 방법으로 행하는 것도 똑같은 필연성에 의해 일어난다. (58-59쪽)
정리4. 무한히 많은 것을 무한히 많은 방법으로 생겨나게 하는 신의 관념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증명 : 무한 지성은 신의 속성과 그것의 변체 이외엔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다(제1부 정리14에 의해). 그런데 신은 유일하다(제1부 정리14의 계1에 의해). 그러므로 무한히 많은 것을 무한히 많은 방법으로 생겨나게 하는 신의 관념은 다만 하나뿐이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59쪽)
정리7. 관념의 질서 및 연결은, 사물의 질서 및 연결과 같은 것이다. (61쪽)
[주] 이 정리가 그의 유명한 심신평행론의 정리이다. 스피노자는 이 정리를 제1부 공리4에 근거하여 증명하였다. (107쪽)
* 스피노자의 심신평행론은 정신과 신체는 동일한 개별자의 두 측면으로서,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으로 항상 연동(평행)한다는 철학임. 이에 반해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정신과 신체는 다른 종류의 실체라고 보는 철학임. (박희택)
정리10. 인간의 본질에는 실체적 존재가 귀속되지 않는다. 다른 말로 실체는 인간의 형상을 구성하지 않는다. (63쪽)
계 : 이 사실의 귀결로서 인간의 본질은, 신의 속성의 어떤 양태적 변체의 의해 구성된 것이다. 왜냐하면 실체적 존재는 (앞 정리에 의해) 인간의 본질에 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1부 정리15에 의해) 인간은 신 안에 내재하고 신 없이는 존재할 수도 생각될 수도 없다. 바꾸어 말하면 (제1부 정리25의 계에 의해) 인간은 신의 본성을 일정한 양식으로 표현하는 변체(변양=변화상태) 혹은 양태이다.
주해 : 물론 모든 사람들은, 신의 좉재가 없다면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고 생각될 수도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이 모든 것의 본질이며 유일한 원인이다. 다시 말하면 신이 모든 생성에 관해서뿐 아니라 존재에 관해서도 사물의 원인이란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64쪽)
정리11. 인간 정신의 현실적 존재를 구성하는 최초의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개물의 관념이다.
증명 : 인간의 본질은 (앞 정리의 계에 의해) 신의 속성의 양태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 부의 공리2에 의해) 사유의 양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모든 사유의 양태에서 관념은 (이 부의 공리3에 의해) 본성상 최초의 것이다. 그리하여 관념이 주어진다면, 다른 나머지 여러 양태(이들은 본성상 관념에 뒤따른다)는 같은 개체 안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이 부의 공리3에 의함). 따라서 관념은 인간 정신의 존재를 구성하는 최초의 것이다.
계 : 인간 정신은 신의 무한 지성의 일부라는 결론이 나온다. (...) 우리가 "신이 인간 정신의 본성을 구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과 동시에 다른 사물의 관념을 가질 경우에 있어서도, 이것 혹은 저것의 관념을 갖는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인간 정신이 사물을 부분적으로 혹은 불충분하게 지각함을 가리킨다. (65-66쪽)
[주] 정리11의 계에 의해서 정신이라는 어떤 실체적인 것이 존재함이 아니고, 개개의 존재에 대한 관념이 인간 정신을 구성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107쪽)
정리12.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 속에 생겨나는 모든 것은 인간 정신에 의해서 지각되어야 한다. 혹은 그 사물에 대한 관념은 인간 정신 속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만약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이 신체라면, 그 신체 안에는 어떤 일도 생겨날 수 없을 것이다. (66쪽)
정리13.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은 신체이다. 혹은 실제로 현존하는 연장의 어떤 양태이다. 이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증명 : 신체가 인간 정신의 대상이 아니라면 신체의 변체(변화상태)에 대한 여러 관념은, 우리들의 정신을 구성하는 경우의 신 안에는 없을 것이다(이 부의 정리9에 의함).
계 : 인간은 정신과 신체로 구성되며, 또 인간 신체는 우리가 그것을 감지하는 그대로 존재한다.
주해 : 우리는 인간 정신과 신체의 합일을 이해할 뿐 아니라, 정신과 신체의 합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 정도의 차가 어떻든 간에 모든 개체에는 영혼이 머물러 있다. (66-67쪽)
[주] 이 정리에서 볼 때 인간 정신은 신체의 관념이다. 정신을 신체의 관념이라 규정지은 것은 비단 스피노자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스피노자는 감각적 의미뿐 아니라 정신의 충분한 인식에도 이 규정을 적용했다. 또 이 증명에 의해 명백한 것은, 정신이 외부의 것을 인식할 때 그것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신체를 통해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107-108쪽)
[주] '감지한다'는 말은 단순한 감각적인 지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의 관념이라는 정신의 정의로부터 넓은 의미의 인식이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108쪽)
[주] 인간만이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정신을 갖는다는 이론. 이 만물유심론은 여러 속성들의 평행설에서 도출된 것이다. (108쪽)
* 정리13부터 정리30까지가 스피노자의 신체철학(몸철학)에 해당됨. (박희택)
공준(公準)
1. 인간 신체는 (상이한 본성을 갖는) 매우 많은 개체로 조직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각 개체도 대단히 복잡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72-73쪽)
4. 인간 신체는 자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단히 많은 다른 물체를 필요로 한고, 이들 물체로 말미암아 인간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한다.
6. 인간 신체는 극히 많은 유형으로 외부의 물체를 움직이고, 또 매우 많은 방법으로 그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 (73쪽)
정리
정리14. 인간 정신은 대단히 많은 사물들을 지각하는 데 적합하다. 그리고 이 능력은 신체가 보다 많은 방법으로 영향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커진다.
증명 : 인간 정신은 인간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각해야 한다(이 부의 정리12에 의해). 그러므로 인간 정신은 매우 많은 것을 지각하는 데에 적합하다. 그리하여 이 능력은 (인간 신체의 적성의 크기에 따라) 그만큼 커진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73쪽)
정리15. 인간 정신의 형상적 존재를 구성하는 관념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 존재는 대단히 많은 관념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
증명 : 인간 정신의 형상적 존재를 구성하는 관념은 신체의 관념이다(이 부의 정리13에 의해). 그리고 인간 신체는 (공준1에 의해) 대단히 많고 복잡한 개체로 조직되어 있다. 그런데 신체를 조직하는 각 개체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신 안에 내재한다(이 부의 정리8의 계에 의해). (73쪽)
정리16. 인간의 신체가 외부의 여러 물체로 말미암아 자극되는 모든 양식의 관념은, 인간 신체의 본성과, 아울러 외부의 여러 물체의 본성을 포함해야 한다. (74쪽)
정리17. 만일 인간 신체가 어떤 외부 물체의 본성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자극된다면, 그 인간 신체가 이 외부 물체의 존재 혹은 현존 배제하는 자극을 받을 때까지, 인간 정신은 그 외부 물체를 현실적인 존재로서 혹은 자신 앞에 현존하는 것으로서 관상할 것이다.
증명 : 인간 신체가 이런 방식으로 자극되는 동안, 인간 정신은 (이 부의 정리12에 의해) 신체의 이 변화상태(변체=변양)를 관상(觀想)할 것이다. (74쪽)
주해 : 정신의 표상은 그 자체로 본다면 아무런 오류도 포함하지 않는다. 정신은 표상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정신은 자신에게 현재적인 것으로서 무언가를 표할 때에 그 존재를 배제하는 관념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만, 오류를 범할 수 있다. (76쪽)
정리18. 만일 인간의 신체가 둘 또는 그 이상의 물체로 말미암아 동시에 자극되고 얼마 뒤에 정신이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표상한다면, 정신은 즉시 다른 하나도 상기할 것이다.
주해 : 기억이란, 인간 신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성을 포함하는 여러 관념의 어떤 연결이다. 이 연결은 인간 신체의 변양(변화상태)의 질서와 연결에 대응하여 정신 안에 생겨난다. 나는 첫째로 이렇게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 신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성을 포함하는 여러 관념의 연결이며, 결코 인간 신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성을 설명하는 관념의 연결이 아니라고. 왜냐하면 그런 관념은, 실제로 (이 부의 정리16에 의해) 인간 신체의 본성과 외부의 여러 물체의 본성을 포함하는 인간 신체의 변양의 관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나는 이 연결이 인간 신체의 변양(변화상태)의 질서와 연결에 대응하여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이 연결을 지성의 질서 ― 이 질서를 근거로 정신은 사물을 그것의 제일원인으로부터 지각하며, 이 지성의 질서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 ―에 대응하여 생겨나는 여러 관념의 연결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76-77쪽)
정리19. 인간 정신은 신체가 받는 자극(변양)의 관념만으로 인간 신체 그 자체를 인식하고, 또 신체의 존재를 인식한다.
증명 : 인간 정신은 인간 신체를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체의 변화상태(변양)의 관념은, 인간 정신의 본성을 구성하는 한의 신 안에 내재한다. 따라서 인간 정신은 그와 같은 변화상태를 지각한다(이 부의 정리12에 의해). 그 결과 (이 부의 정리16에 의해) 인간 정신은 인간의 신체 그 자체를 지각하고, 그것을 (이 부의 정리17에 의해) 실제 현존하는 것으로 지각한다. 그러므로 오직 이런 경우에 한해서 인간 정신은 인간 신체 그 자체를 지각한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77-78쪽)
정리21. 정신의 이 관념은 정신 그 자체가 신체와 합일되어 있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정신과 합일하고 있다.
증명 : 정신의 관념은 정신 그 자체와 신체 사이의 합일과 같은 방법으로, 그것의 대상인 정신 그 자체와 합일되어 있어야 한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78-79쪽)
정리22. 인간 정신은 신체의 변화상태(변양)뿐 아니라, 이 변화상태의 관념도 지각한다. (79쪽)
정리23. 정신은 신체의 변양(변화상태)의 관념을 지각하는 경우에 있어서만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80쪽)
정리26. 인간 정신은 자기 신체의 변양의 관념을 통해서만 외부 물체를 실제 현존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81쪽)
계 : 인간 정신은 외부의 물체를 표상하는 경우 그 물체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지 못한다.
증명 : 인간 정신이 자기 자신의 변양(변체=변화상태)의 관념에 의해서 외부 물체를 관상할 때, 우리는 정신이 물체를 표상한다고 말한다(이 부의 정리17의 주해를 볼 것). 정신은 그 이외의 방법으로는 (앞 정리에 의해) 외부 물체를 실제 현존하는 것으로 표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의 정리 25에 의해) 정신은 외부 물체를 표상하는 한, 그 물체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지 못한다. 이로써 이 계는 증명되었다. (82쪽)
정리28. 인간 신체의 변양의 관념이 오직 인간 정신에만 관계되는 경우, 그 관념은 명료하고 판연한 것이 못 된다. 도리어 혼란스럽다. (82쪽)
정리30. 우리는 우리 신체의 지속에 관하여 매우 불충분한 인식만을 갖고 있다. (84쪽)
정리35. 허위는 불충분하고 기형적이며 혼란된 관념이 포함하는 인식의 결핍에 있다. (85-86쪽)
정리36. 불충분하고 혼란스러운 관념은 충분하고 명료한 관념과 같은 필연성에 의해서 생겨난다. (87쪽)
정리40. 정신 안의 충분한 여러 관념에서부터 정신 안에 생겨나는 모든 관념은 언제나 충분하다. (88-89쪽)
주해1 : 이상으로써 나는 공통개념이라 불리며, 또한 우리들 추론의 기초가 되는 개념의 원인을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공리나 개념에는 그것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 이 원인을 우리들의 이와 같은 방법에 따라 설명함이 유익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방법으로 인하여 어떤 개념이 다른 개념보다 유익한지, 또 어떤 개념이 전혀 무용한지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개념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며, 어떤 개념이 편견 없는 사람들에게만 명료하고 판연하지, 끝으로 어떤 개념이 불안전한 기초 위에 놓여 있는지 이런 의문들도 밝혀질 것이다. 그 밖에 제2차 개념이라고 불리는 개념과 그 개념을 기초로 하는 공리가 어디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지도 해명될 것이다. (89쪽)
주해2 : 이상의 여러 진술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것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지각하고 보편개념을 형성한다. 그 수단은 다음과 같다. (1) 이 개념은 감각에 의해서 손상되고 혼란해져 지성적인 질서 없이 우리들 앞에 나타나는 개물에서 형성된다(이 부의 정리29의 계를 볼 것). (...) (2) 이 개념은 기호에서 발생한다. (...) 나는 사물을 관상하는 이런 두 양식을 이제부터 제1종의 인식, 다른 말로 의견(opinio) 혹은 표상(imaginatio)이라고 부를 것이다. (3) 끝으로 이 개념은 우리가 사물의 특질에 관하여 공통개념 및 충분한 관념을 갖는 데서 형성된다( 이 부의 정리38의 계, 39와 그 계, 그리고 정리40을 볼 것). 이를 나는 이성(rationabilitas) 혹은 제2종의 인식이라고 부른다. 이상의 두 인식 이외에 제3종의 인식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직관지(scientia intuitiva)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제3종의 인식은, 신의 몇 가지 속성의 형상적 본질에 관한 충분한 인식에서부터 사물의 본질에 관한 충분한 인식으로 옮겨 간다. (91쪽)
정리41. 제1종의 인식은 허위(오류)의 유일한 원인이다. 이에 반하여 제2종, 제3종의 인식은 필연적으로 참된 인식이다. (92쪽)
정리42. 우리들에게 허위와 참의 구별을 가르쳐 주는 것은, 제1종의 인식이 아니라 제2종과 제3종의 인식이다. (92쪽)
정리44. 이성의 본성은 사물을 우연적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으로 관상한다.
증명 : 이성의 본성은 사물을 참되게 지각하는 것이다(이 부의 정리41에 의해). 즉 그것은 (제1부 공리6에 의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 바꾸어 말하면 (제1부 정리29에 의해) 사물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서 지각하는 것이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계1 : 이것의 결론으로서, 우리가 사물을 과거와 미래에 관하여 우연적인 것으로 관상하는 현상은 오로지 표상력에 의존한다. (94쪽)
계2 : 이성의 본성은 사물을 어떤 영원한 상(像) 아래에서 지각하는 것이다. (95쪽)
정리45. 현실적으로 현존하는 모든 물체 혹은 개물에 대한 관념은, 신의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필연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96쪽)
정리47. 인간 정신은 신의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에 관한 충분한(타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증명 : 인간 정신은 (이 부의 정리23에 의해) 자기 자신과 (이 부의 정리19에 의해) 자신의 신체와 (이 부의 정리16의 계1과 정리17에 의해) 외부 물체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지각하는 여러 관념을 갖고 있다(이 부의 정리22에 의해). 따라서 (이 부의 정리45와 46에 의해) 인간 정신은, 신의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에 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다.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97쪽)
정리48. 정신 속에는 절대적인 의지, 즉 자유의지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정신은 이것저것을 의도하게끔 하는 원인으로 말미암아 결정되고, 이 원인은 또 다른 원인에 의해서 결정되고, 다시 이것은 다른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무한히 진행된다.
증명 : 정신은 사유의 한 양태이다(이 부의 정리11에 의해). 따라서 (제1부 정리17의 계2에 의해) 정신은 자기 활동의 자유원인이 될 수도 없으며, 또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하는 절대적 능력도 가질 수 없다. (98쪽)
주해 : 정신 속에는 인식하고 욕구하며 사랑하는 따위의 절대적 능력이 있을 수 없음이 같은 방법으로 증명된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이들 능력 및 이들과 유사한 능력은 순전한 상상물이든가, 다른 말로 형이상학적 존재이든가, 혹은 우리가 언제나 개별적인 것으로부터 형성하려 하는 보편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 의지가 욕망이 아니고, 긍정과 부정의 능력이란 점을 여기서 주의해 두고자 한다. 즉 나는 의지를, 진실과 허위에 대해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정신의 능력으로 이해하고, 결코 사물을 요구하거나 거부하는 욕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98-99쪽)
정리49. 정신 안에는 관념으로서의 관념이 포함하는 것 이외의 어떤 의지작용도, 즉 긍정 및 부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99쪽)
계 : 의지와 지성은 같은 것이다.
증명 : 의지는 개개의 의지작용이며, 지성은 개별적인 관념이다(이 부의 정리48과, 같은 정리의 주해에 의해). 그런데 개별적인 의지작용과 관념은 (앞 정리에 의해)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의지와 지성은 동일한 것이다. 이로써 이 계는 증명되었다.
주해 : 앞 정리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려면 두세 가지 유의점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우리의 이 의견에 대한 온갖 반대론에도 답해야 한다. 끝으로 모든 의심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설의 효용을 약간이나마 지적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00쪽)
* 이하 유의점 2가지, 반대론 4가지와 그 답변 4가지, 효용 4가지를 서술하고 있음. 이 중 아래는 효용 4가지에 관한 초서임. (박희택)
주해 : (1) 이 학설(가르침)은 우리들이 신의 명령에 의해서 행동하고 신의 본성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이 점차 완전한 행동을 하면 할수록, 신의 인식이 증대되면 될수록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다. 그러므로 이 학설은 우리의 심정을 매우 편안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최고 행복 혹은 지복(智福)이 어디서 성립하는지, 즉 그것은 신에 대한 인식 이외에 달리 없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인식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사랑과 경건한 마음의 명령을 따르게 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보아, 덕 그 자체와 신에 대한 봉사야말로 행복이자 최고의 자유인 줄도 모르고 덕과 선행을 가장 곤란한 봉사로 간주하면서 신으로부터 최고의 보수를 받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덕에 관한 참된 평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우리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105-106쪽)
(2) 이 학설은 운명에 속하거나 혹은 우리들 능력 가운데 없는 것, 즉 우리의 본성에서 생겨나지 않는 것에 관하여 우리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즉 우리가 운명의 회전을 태연히 기다리고, 그 운명을 견디어 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왜냐하면 삼각형의 본질로 인하여 그 내각의 합이 2직각이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은 그러한 필연성에 의해 신의 영원한 결정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106쪽)
(3) 이 학설은 사회생활에 공헌한다. 왜냐하면 이 설은 어느 사람에 대해서도 증오, 경멸, 조소, 본노, 질투를 일삼지 말도록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이외에 이 학설은 각 사람이 자신의 소유에 만족해야 할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또한 이웃 사람을 도울 때는 여성적인 동정에서나 편파적인 마음 또는 미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성의 교시에 의해서, 즉 내가 제4부에서 명시하듯이 때와 상황의 요구에 응하여 도울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106쪽)
(4) 끝으로 이 학설은 국가사회를 위해서 적지 않는 공헌을 한다. 왜냐하면 이 학설은 어떤 방법으로 국민을 통치하고 지도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즉 사람들을 노예적으로 봉사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롭게 최선의 길을 추구하게끔 그들을 통치하고 지도할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1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