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지도 -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그들의 네트워크
저자 소개
지은이: 김미라
최근작 : <예술가의 지도>,<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오늘의 오프닝> … 총 6종 (모두보기)
규칙적인 일을 싫어하지만, 운명적으로 라디오 방송원고를 33년 동안 써온 방송작가. 만약 문패를 건다면 ‘매일 글 쓰는 사람’이라고 걸고, 가장 사랑하는 것을 꼽으라면 ‘라디오’를 선뜻 말하고, 가장 잘한 일을 묻는다면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 지성과 감성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서른과 예순 사이를 무시로 오가며 글을 쓰고, 세상사람 이야기 듣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귀가 얇은 사람. 인생의 정답보다는 아름다운 답을 찾으려는 사람. 날마다 공부하는 것이 젊은 글을 쓸 묘약이라 믿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없이 샘솟는 화수분 같은, 아직도 영혼의 고고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작가. 날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불현듯 머릿속에 예술가의 지도를 그리게 된 작가. 밤하늘의 수많은 별자리처럼 예술가와 예술가를 잇는 지도를 앞으로도 계속 그리려는 작가. 연결하는 것이 곧 힘이 된다고 믿는 작가.
청소년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로 시작해서 KBS 클래식FM 채널에서 ‘노래의 날개 위에’, ‘당신의 밤과 음악’, 그리고 지금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집필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라디오 방송작가. 지은 책으로는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오늘의 오프닝》, 《세상에 빛나지 않는 별은 없어》, 《위로》, 《나를 격려하는 하루》 등이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19세기와 벨 에포크 시대를 가로지르는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느슨하고도 촘촘한 그들의 네트워크
로댕은 릴케의 시를 이끌어준 스승이었고, 음악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소년 시절에 기차 안에서 루 살로메와 릴케를 만난 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말러의 아내 알마의 첫사랑은 화가 클림트였고, 말러와 클림트 모두 다 프로이트의 고객이었다.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시는 에릭 사티의 삶과 음악에 영향을 주었고, 사티가 사랑한 유일한 연인 쉬잔 발라동은 르누아르의 모델이었으며, 그녀를 화가로 만들기 위해서 로트레크와 드가가 협력했다.
괴테의 연인이면서 동시에 베토벤의 연인이었던 베티나가 있었고, 폴 고갱의 외할머니와 조르주 상드는 노동운동의초창기 역사를 빛낸 동지였다. 미국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카소와 마티스를 위대한 화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후원했으며, 신문기자 헤밍웨이를 소설가 헤밍웨이로 만들었다. 헤밍웨이에게 아프리카의 꿈을 심어준 사람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카렌 블릭센이었고, 가난한 헤밍웨이를 응원한 사람은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컴퍼니’의 주인 실비아 비치였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예술가는 저 홀로 태어나고 존재하는 행성이 아니다. 자기의 궤도를 돌고 있으면서도 서로 영향을 받는 별들이다. 같은 시대의 예술가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장르, 서로 다른 공간의 예술가도 영향력을 미쳤다. 이 책은 예술가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력과 그들의 만남에 얽힌 이야기들을 따라갔다.
‘모든 관계는 흔적을 남긴다’. 그러므로 릴케를 이야기하려면 로댕을 이야기해야 하고, 헤밍웨이를 이야기하려면 거트루드 스타인이 등장해야 한다. 에릭 사티의 음악을 들으려면 더불어 쉬잔 발라동의 그림을 보아야 하고,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도 기억해야 한다. 예술가들은 그렇게 서로 연결되며 더 나아졌다.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가난한 예술가의 보금자리였던 파리의 몽마르트르에는 ‘세탁선’이 있어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에릭 사티, 아폴리네르 같은 예술가들이 모여 들었고, ‘물랭 루즈’를 중심으로 로트레크와 르누아르와 쉬잔 발라동의 이야기들이 얽혀 있다.
[그녀, 거트루드 스타일]
거트루드 스타인은 벨 에포크의 예술계를 아우른 ‘거인’이자, 어떤 틀에도 들어가지 않는 개성 넘치는 삶으로 ‘거트루드 스타일’을 남긴 미국의 작가다. 거트루드는 자신이 남긴 작품보다는 자신의 살롱을 드나들던 예술가의 면면과 수집한 미술 작품 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그녀는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와 세잔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았고, 그녀의 살롱은 화가뿐만 아니라 작가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와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엣이 드나드는 예술가의 성지였다.
[몽마르트르의 연인, 벨 에포크의 증인]
몽마르트르의 연인, 벨 에포크의 증인인 쉬잔 발라동. 그리고 쉬잔 발라동을 둘러싼 몽마르트르의 예술가들,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 교류하며 서로를 이끌어주었다. 서커스의 소녀에서 화가의 모델로, 마침내 화가로 생을 마감한 여인. 에릭 사티가 사랑한 유일한 여인이며, 로트레크가 사랑하고, 화가로서도 아낀 여인이었다. 모델인 그녀를 화가의 길로 이끈 르누아르와 드가도 있었다. 세상에 끊임없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살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투철하게 살아냈다.
[영광과 고통의 2중주]
이사도라 덩컨의 생애에 평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유별난 자의식과 비범한 재능을 품고 살았다. 춤에 모든 것을 거는 고집도 유별났고, 사치스러움과 박애주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유연함도 놀라웠다. 춤의 혁명가 이사도라는 바그너와 니체로부터 영감을 얻었고, 로댕과 교류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여성 예술가의 교감이 있었다. 로이 풀러, 엘렌 테리, 코지마 바그너 그리고 엘레오노라 두세에 이르기까지.
[나 자신이 되기를 소망하던 여인]
루 살로메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남자들로부터는 찬사를, 그녀가 살았던 시대로부터는 온갖 비난을 들었고, 소리 없는 전투와도 같았던 연애에서 숱한 희생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누가 사랑 앞에 상식을 들이댈 수 있을까? 남성의 시각에서 기록된 역사는 루를 니체의 연인으로, 릴케의 여인으로 기억하지만 루는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다. 그녀를 사랑한 남자들은 모두가 다 예술가로서나 학자로서 최고의 순간들을 누렸다. 루의 지성에 동승해서 그들은 영혼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누린 것이다. 루는 니체의 연인이었고, 릴케를 시인으로 꽃피우게 한 인물이면서 프로이트의 동료이자 연인 같은 친구이기도 했다.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 알마 말러는 가곡과 오페라를 위한 연주곡을 남긴 작곡가였고, 빈의 황금시대 중심에 서 있던 지성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예술가보다는 예술가들의 아내로 역사에 남았다. 알마 말러의 첫사랑은 구스타프 클림트였고, 알마의 연인 오스카 코코슈카는 알러와의 사랑을 통해 영혼의 파멸을 겪는 동시에 예술적 발전을 이루었다. 말러와 그로피우스, 코코슈카, 베르펠의 예술 속에서 알마는 숨 쉬고 있다. 때론 더없는 기쁨으로, 때론 더없는 고통으로.
[사랑하라, 삶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세상사람 앞에 공개적으로 남장을 하고 나선 거의 최초의 여인, 천재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때로 천재들을 파괴하며 천재들과 뜨겁게 사랑한 여인 조르주 상드. 세상은 그녀를 뮈세의 연인이나 쇼팽의 연인으로만 기억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놀랍고 위대한 예술가다. 상드는 자유와 평등사상을 문학에 담았고, 노동운동에 눈 뜬 최초의 세대였으며, 유럽통합을 열망한 진보적 지식인이자, 빅토르 위고와 어깨를 나란히 한 사회소설의 대가였다. 작가 발자크와 투르게네프 그리고 위고와의 교류, 사상가 피에르 르루와 초창기 프랑스 노동운동의 여전사였던 플로라 트리스탄과의 인연, 작가 플로베르와의 우정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반은 마녀이고, 반은 천사이며, 반은 예언자이며, 반은 거짓말쟁이인…]
베티나 폰 아르힘은 괴테의 연인이면서 동시에 베토벤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독일 낭만주의를 꽃 피운 작가 아힘 폰 아르님의 아내였다. 문학과 음악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두 거인이 동시에 사랑한 여성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놀라운 존재다. 그러나 그것만이 그녀의 전부일까? 서간 문학의 개척자이기도 한 베티나, 불멸을 꿈꾸던 그녀의 의지는 더 나은 쪽으로 진화했다. 어느새 자유와 평등의 투사가 되어 독일 최초의 사회주의자로 일컫어지게 되었다.
밤하늘의 별을 하나씩 바라보는 것과 몇 개의 별을 이어서 별자리를 만드는 것은 완연히 다른 일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를 아는 것과 그들의 네트워크를 아는 것 역시 다른 차원의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가들이 서로를 돕고 함께 발전하며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건 최고의 인생 공부였다. 이 흐뭇함이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건너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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