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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탕과 쑥갓
술을 많이 마신 뒤 먹는 해장용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술꾼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개탕이 있다. 따끈한 조개탕 국물을
떠먹으면서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입에 대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운 국을 마시면서 어떻게 상반되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조개탕에는 다른 음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는데 그 맛을
시원하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후련하다는 뜻에서 시원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조개탕을 마시면 불편했던 속이 편해지고 술이 잘 깨는 효과가 있다.
조개에는 종류가 많으나 조개탕에는 대합조개와 모시조개가 흔히 쓰인다.
대합은 길이 85mm, 폭 40mm 정도이고 빛깔은 회백갈색에 적갈색의
세로 무늬가 있으며 안쪽은 백색이다. 2개의 주치와 측치가 있는데
조가비가 닫힐 때 그 강력한 힘과 두 쪽의 물림이 빈틈없이 잘 맞으며
같은 크기의 조가비를 맞추어 보아 서로 물리지 않기 때문에 일부일처의
교훈으로도 삼고 있다. 조가비를 가진 연체동물을 가리켜 조개라고 한다.
조개류는 대개 전복과 가리비를 제외하고는 산란기가 늦봄부터
여름까지이므로 그때에는 맛이 없다.
대합은 담수가 혼합하는 해변의 진흙 모래밭에 살며 조류를 따라
이동하기도 하고 6--9월에 알을 낳는다. 속살은 맛이 좋아 여러 가지
요리를 하고, 껍질은 두꺼워서 바둑돌로 쓰인다. 껍질을 태워서 만든
석회는 고급 도료 등에 쓰이는데, 무명조개, 문합, 화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시조개의 껍질은 둥근데, 높이와 길이가 각 50mm, 폭 30mm
가량이다. 뚜렷한 윤맥과 가는 방사맥이 교차되고 표면은 갈색이고
가장자리는 자색이다. 해안의 얕은 진흙 속에 사는데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하며 가막조개, 가무라기, 황합 등의 별명이 있다.
조개는 종류에 따라 성분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합 100g의 성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단백질 10.5g, 지방 1.3g, 당질 3.9g, 회분 2.2g, 칼슘 116mg, 인 122mg,
철분 130mg, 비타민 A 35I.U., 비타민 B1 0.007mg, 비타민 B2 0.14mg,
비타민 C 5mg.
성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백질이 가장 많고, 같은 해산물인 물고기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조개의 단백질 속에는 히스티딘,
라이신 등의 아미노산이 많고, 당질은 글리코오겐이 풍부해서
영양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해야 하는 간장질환과
담석증 환자에게는 조개탕이 아주 좋은 식품이다.
위장이 약해 소화력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조개탕 국물이야말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조개 국물의 시원한 맛은 단백질이 아닌 질소
화합물인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류와 호박산 등이 어울린 것이다.
타우린이란 물질이 최근 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 비필수아미노산인
타우린은 맛 성분일 뿐 아니라 건강 유지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인체에는 심장, 근육, 중추신경, 부갑상선 등에 많이 존재한다.
이 성분은 간질에 유효하며 고혈압과 뇌일혈 증세 억제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또한 체내 지방의 분해를 도와 주며, 간장의 해독작용을 향상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조개에는 특수성분으로 유기산의 일종인 호박산이 들어 있다. 이것이
조개탕의 시원한 맛을 주는 중요한 성분의 하나인데 모시조개에는 0.4%,
대합에는 0.1% 가량 들어 있다.
조개탕을 끓일 때 간장을 치고 맛을 조절한 다음 끓여서 마지막에
청주를 넣으면 탕국의 맛이 돋우어진다.
원료 조개는 살아 있는 것을 물에 씻어서 묽은 소금물에 담가 두면
모래를 토해 낸다.
탕을 끓여서 먹기 전에 쑥갓을 곁들이면 상큼한 맛을 주어 좋다.
그런데 쑥갓을 대합탕에 넣고 끓이면 국물이 파랗게 변하므로 따로
두었다가 그릇에 담아 내야 한다.
쑥갓이 곁들여지면 맛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고, 영양의 균형과
시각적 효과도 향상된다.
쑥갓은 향이 독특하고 맛이 산뜻해서 날로 먹어도 좋고 나물로 해도 그
맛이 좋다.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유럽에서는 관상용 화초로만
재배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선 귀한 채소로 일 년 내내 재배하고 있다.
쑥갓 100g의 일반 성분은 다음과 같다.
수분 93.5%, 단백질 2.6g, 지방 0.3g, 당질 2.5g, 섬유소 1.0g, 회분 1.3g,
칼슘 74mg, 인 37mg, 철분 2.2mg, 비타민 A 6,630I.U., 비타민 B1
0.15mg, B2 0.25mg. 비타민 C 18mg.
성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칼슘이 많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또한 영양성분은 아니나 엽록소가 풍부해서 적혈구
형성에 도움을 주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어 건강 유지에 매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 엽록소, 비타민 A, C 등은 조개류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개탕에 쑥갓을 곁들이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식품도 사람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개류가 우수한 단백질과 철분을 가지고 있으나 적혈구를 만들 때
도움을 주는 엽록소, 비타민 A와 C는 없거나 너무나 빈약하다. 비유해서
말하면 건물을 짓기 위한 벽돌, 창틀 등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들을
조립하는 일꾼이 없는 것과 같다.
식품은 산성식품과 알칼리성식품으로 나누기도 한다. 식품을 태워서
남는 재 즉 회분을 조사해서 나누는 것이다.
칼슘, 칼륨, 나트륨 등 알칼리성 원소가 더 많으면 알칼리성식품이라고
한다.
반대로 인산, 유황 등 산성원소의 함량이 더 많으면 산성식품이라 한다.
일부에서 산성식품은 인체에 유해하고 알칼리성식품은 좋은 것으로
말하기도 하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육류, 곡류 등은 산성식품이고 채소, 과실, 해조류 등은
알칼리성식품으로 사람에게는 모두 필요한 것이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게 먹는 것이 바로 식생활이다. 그런면에서
조개탕과 쑥갓은 궁합이 잘 맞는 것이다.
생선회와 생강
무더운 여름에는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식중독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흔한 것이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이다.
특히 생선을 먹고 배탈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이를 토사곽란이라고
표현해 왔다. 생선회를 먹고 난 다음 토하고 설사를 심하게 해서
고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선과 조개와 같은 어패류에는 장염 비브리오균이 묻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동해, 남해, 서해에서
잡히는 어패류는 대부분 비브리오균에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아가미와 피부에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세균 중에서 가장
번식이 빠른 것은 대장균인데 20분 정도 만에 그 수가 2배로 늘어난다.
그런데 장염 비브리오균은 대장균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빨라
7--8분이면 2배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탈이 나기 쉬운 생선을 먹을 때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는 음식의 궁합이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 채친 것을 곁들이는 것이다. 이 궁합은
경험에 의해 생겨난 것인데 과학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생강 100g의 성분을 보면 수분 80%, 단백질 4--10g, 녹말 30--60g,
지방 3--7g, 회분 3--10g, 섬유질 2--6g, 정유 1--3g 등이며 펙틴,
사과산, 수산 등도 들어 있다.
생강의 맵싸한 성분은 진저롤과 쇼가올이 주성분이며, 향기 성분은
정유 성분으로 진기베린, 진기베롤, 캄펜, 보루네올, 시트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유가 매운 성분과 어울려 티푸스균이나 콜레라균 등 세균에 대한
살균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진저롤과 쇼가올은 여러 가지 병원성
균에 대해 강한 살균작용이 있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생김새가 콜레라균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일반적
증세는 구토, 설사, 복통이다. 심한 경우에는 열도 나고 허탈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생강은 이 장염 비브리오균에도 살균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생선회의
식중독 발생에 예방효과가 크다. 살균 효과가 큰 진저롤을 대량으로
먹으면, 실험동물이 운동중추의 마비를 일으키나 보통 식품으로 먹는
양이면 식욕증진과 소화를 돕는 효과가 크다.
생강은 방향성 건위약 또는 교미제(:비린내 등 좋지 못한 맛을 고쳐
주는 물질)로 널리 쓰여 왔다. 구역질 치료용으로도 쓰여 왔고 건강(:말리
생강)은 신진대사기능이 떨어졌을 때 이용되거나 기침, 현기증, 손발이 찬
경우, 요통, 설사, 구토 등의 치료제로 활용되었다.
말린 생강은 생강 재배가 안 되는 서양에서 더 많이 이용되었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말린 생강이며 상품으로는 흑생강과
백생강으로 나뉜다.
생강은 먼 옛날부터 아시아의 따뜻한 곳에서 재배되었으며 원산지는
인도 또는 중국의 사천성이라 추측되고 있다.
생강이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1세기경으로 처음에는 약용이었으나
9세기경에 향신료로서 프랑스와 독일 등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13세기에는 아랍 상인들에 의해서 인도에서 동아프리카에, 16세기에는
포르투갈인에 의해 서아프리카에 도입되었다. 서아프리카의 산토메에서
생강이 생산되었고 신대륙 발견 후 멕시코와 자메이카에 전해졌다.
이때부터 자메이카는 '생강의 고장'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으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도 질이 좋은 생강이 생산되는데 공자께서도 생강을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생강은 다년생 초본으로 땅 속의 뿌리줄기와 두툼한 다육질로 매운맛과
특유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선 거의 꽃을 볼 수 없으나 더운
나라에서는 이따금 꽃이 핀다고 한다.
꽃은 황록색이나 개화해도 열매는 익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생강
재배는 뿌리를 쪼개서 하고 있다. 20'C 가량의 온도가 알맞으며 추위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 햇볕이 잘 쪼이는 곳에서 재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생강뿌리는 야채로서 날 것이나 식초와 소금에 절여서 먹는다. 수프나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 때 향기를 우려 내기 위해 쓰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물에 담갔다 다진 것을 시럽에 절인 마니산을 만들어
먹으며, 인도네시아의 자바에선 두부를 만들 때 이용하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열대지방에서 어느 시장에서나 팔고 있는데 카레를 만들 때 꼭
쓰이는 향신료이다.
생강 가공품으로는 생강과자, 진저에일, 진저와인, 진저브레드,
생강가루, 생강 에센스 등이 있다. 우리의 고유한 생강 가공품에는
다과상에 올리는 숙실과의 일종인 생란이 있다. 재료는 생강, 설탕, 물엿,
꿀이며, 지름 3cm 가량의 생강 모양으로 빚어서 잣가루에 하얗게 굴린
것이다. 생강차와 생강엿이 또한 유명하다.
우리가 요즘 흔히 먹는 생선은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장염 비브리오균 등
세균이 묻어 있어 식중독의 염려가 매우 크다. 그러한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 채썬 것을 함께 먹게 되면 우선 비린내 제거도 되고 살균작용으로
세균성 식중독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생강에는 디아스타제와 단백질 분해효소도 들어 있어 생선회의
소화를 도우며, 생강의 향미성분은 소화기관에서의 소화흡수를 돕는
효능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곁들여 먹는 것은 궁합에 잘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의 궁합은 영양효과와 먹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잉어와 팥
인체의 70% 가량이 수분이다. 보통 식품은 여러 날 먹지 않아도
생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나 물은 그렇지가 않다. 단식을 할 경우라도
물은 매일 마셔야 한다.
물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운반하기도 하고, 노폐물의 배설, 혈액 및
내분비물, 세포 내의 각종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따라서 건강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 우리는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대개 사람은 하루에 1.5리터 가량의 수분을 배설한다. 소변으로 0.6리터,
보이지 않는 땀으로 0.6리터, 숨쉴 때 0.3리터 등이다.
사람이 늙어 주름이 지는 것도 피부의 수분이 부족해서이고 콜레라가
무서운 것도 바로 이 물이 부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리적으로 중요한 물을 공급하는 것 못지 않게 체내의 수분을
적절히 내보내는 일도 중요한 것이다. 만일 제대로 버리지 못하면 몸이
붓는 증세가 나타난다.
몸이 붓는 것을 부종 또는 부증이라고 한다. 이 부종은 심장병이나
신장병에 걸리거나, 어느 국부의 혈액 순환에 탈이나서 몸이 퉁퉁 부어
오르는 병이다.
비타민 B1의 부족으로 생기는 각기병에서도 부종이 나타나며, 부인들은
임신중에 부종이 생기는 일이 많다. 임신 5--6개월 이후가 되면 차차
부종이 쉬워지고 때로는 혈압이 올라가거나 단백뇨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 몸은 체내에 생성되는 이들 유해물질을 분해 중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차차 임신중독증이라는
상태가 된다. 초기 중독중인 입덧과는 전혀 다른 것인데, 임신에 의해
조절 능력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신장이 나쁘니까 단백질은 먹으면 안된다. 간장이
나쁘니까 지방을 먹어서는 나쁘다는 식으로 덮어 놓고 제한을 하면
도리어 증세가 악화되는 일이 많으므로 식이요법을 잘 해야 한다.
그런 때에 염분과 물을 많이 먹으면 부종이 더 심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전날 배설한 오줌양보다 500m리터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소금은 증세에 따라 조절하는데 하루에 5g 가량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 부종이나 각기 부종에 좋은 식품으로 전해 오는 것이 잉어와 팥을
달여 마시는 것이다. 잉어 1마리와 팥 1--2g홉을 물 1--2되에 달여서 그
즙을 마시면 좋다. 이 즙을 마시고 몇 시간 뒤에 설사가 일어나면
나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한다. 각기의 경우에는 물을 더 많이 넣고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고 한다.
잉어와 팥의 배합은 현대 영양적인 면으로 고찰해 볼 때 궁합이 잘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잉어는 중국에서는 3천 년 전부터 애용되어 온 강장 보신식품이었다.
산모의 젖이 부족할 때나 몸이 쇠약해졌을 때 잉어를 먹으면 젖이
많아지고 건강을 쉽게 회복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잉어의 성분으로 미루어 보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잉어에는
질이 좋은 단백질이 18% 가량, 소화성이 좋은 지방이 2%, 많은 양의
칼슘과 비타민 B1이 있어 임산부, 환자, 어린이에게 좋을 뿐 아니라
성인의 건강과 정력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잉어의 지방분은
불포화지방산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동맥경화와 고혈압인 사람에게도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잉어탕을 끓일 때는 내장을 제거하고 구기자를 함께 넣어 약한 불로
1시간 가량 고아 그 국물만을 마시는 것이 중국식 잉어탕이다. 이
잉어탕은 여성의 냉감증에도 유효하다고 한다.
부종을 고치기 위해 잉어에 섞는 팥은 몇 가지 특성이 있는 곡류이다.
원래 팥은 콩과에 속하는 1년초인데, 동양이 원산으로 중국, 한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한명으로는 적두, 또는 소두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쌀과 콩 다음으로 치는 오곡 중의 하나이다.
팥의 성분을 보면 당질 56%, 단백질 21%이고 비타민류로 비타민 B1이
곡류 중에서 가장 많다. 비타민 B1이 많아 각기병에 좋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쌀에 팥을 섞으면 당질대사가 잘 되며 당질의 연소
찌꺼기가 남지 않게 된다.
팥에는 특수성분으로 사포닌과 콜린이 들어 있다. 사포닌은 거품의
성분으로 비누가 없던 시절에는 팥가루를 물에 넣어 거품을 일게 하여
세제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화학제품과는 달리 약해가 없으므로
약한 피부나 식품을 씻는 데 적격이었다.
잉어에 팥을 넣고 삶으면 이 사포닌이 우러나와 체내에서의 수분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몸에 부담을 덜 주면서 수분 대사에
도움이 되는 사포닌이 효과를 얻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된다.
각기병의 경우에는 잉어의 지방을 체내에 흡수하는 데 한몫을 담당한
것이다.
팥에 들어 있는 간장대사를 돕는 콜린은 간장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간장에 지방이 축적되면 간장의 세포가 파괴되어
간경변증이 되기 쉽다.
그런데 식품으로 콜린이 충분히 공급되면 중성지방이 잘 형성되지
않고, 혈액에 잘 흘러가는 인지질인 레시틴이 만들어지지 쉬워 몸에
부담을 주지 않게 된다.
임산부는 간장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데, 그런 때에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양질의 단백질 식품인 잉어와 간장의 기능에 큰 도움이 되는 팥을
곁들여 먹는 것은 음식의 궁합으로 매우 합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굴과 레몬
굴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애용되는 식품도 드물 것이다. 굴은 어패류
중에서 영양소를 가장 이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양 식품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고대 로마 황제들도 이 굴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조개무지 즉 패총에서도 굴 껍질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먼
옛날부터 식품으로 이용해 온 것을 알 수 있는데, 고대 중국과
로마에서는 굴을 양식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는
5세기경 이미 굴 양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굴은 소금기가 적은 해안에서 작은 미생물인 규조류를 먹고 자라는데
1년 만에 성숙한다. 바위에 붙어 살기 때문에 '석화'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모려'라고 하는데 이는 굴은 수놈뿐이고 암놈이 없다는 착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굴은 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영양가가 높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oyster'의 'r'자가 안 들어 있는 달 즉 5, 6, 7, 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도 있다.
산란기가 바로 이때이므로 영양분도 줄어 들고, 여름철이어서 빨리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생긴 말일 것이다. 보통
동물들은 산란기에는 자기 보호를 위해 독성 물질을 생산하는데 굴도
이때에는 아린 맛이 심해진다.
굴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날 것으로 먹을 때 가장 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바다의 신선한 풍미와 담백한 맛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굴에 레몬을 곁들여 먹는 프랑스 요리는 명성이 높고
전세계에서 이 방법이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곳에 사는 왕족을
비롯한 귀족들도 여러 날 걸려 운반해서 굴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냉동시설이 없었던 때여서 신선한 굴을 먹기가 어려웠었다. 그래서
신선하지 못한, 한물 간 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굴은 수분이 약 80%, 단백질 10%, 지방 5%, 글리코겐 5%에 무기질과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 세균이 번식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굴에는 자가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성분의 변화를
일으켜 탄력이 떨어져 축 처지게 된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재료가 레몬이다.
레몬은 비타민 C 70mg과 유기산인 구연산 5mg, 그리고 칼륨, 칼슘 등
무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레몬이라면 군침이 나올 정도로 신맛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과실이다.
굴에 레몬즙을 떨어뜨리면 첫째 나쁜 냄새가 가시게 된다. 둘째로는 굴의
구연산은 식중독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며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식품의 부패를 일으키는 부패 세균은 수소이온농도(ph)7 가량의
중성에서 활동을 잘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패류와 육류는 모두 중성이어서 부패균이 번식하기 쉬워 신선도
유지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굴에는 수분과 단백질, 글리코겐이 함유되어
세균의 번식이 빨라 변질이 쉽다.
그런데 레몬은 구연산이 많아 새콤하며 그 자체로는 산성으로, 산도
ph가 3--4 정도다. 이러한 산성 조건하에서는 부패 세균의 번식 환경이
맞지 않아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굴을 먹을 때 레몬즙을 곁들이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은,
산뜻한 맛을 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부패 세균에 대한 번식 억제와
살균 효과도 기대되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는 무기질인 철분의 흡수 이용률이 향상되는 점이다. 식품
중의 철분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아 문제가 많은 영양소다.
예로부터 굴은 빈혈에 좋고 피부미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식은땀을 흘리는 허약한 사람의 체질을 고칠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것은 굴에는 우수한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100g 중에 함유된 철분량을 보면 우유에는 6.1mg, 계란에는 2.6mg인데
굴에는 8mg이나 된다. 그런데 이 철분의 흡수 이용을 돕는 것이 유기태
철분이다. 레몬의 신맛인 구연산은 철분과 결합하면 흡수가 잘 되는
구연산 철분이 되어 유기태 철분으로 변신을 한다.
거기에다 레몬에 함유된 비타민C 즉 아스코르빈산은 철분의 장내
흡수를 크게 도와 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굴을 먹을
때 귤이나 레몬즙을 함께 먹으면 빈혈 치료 효과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우연히 곁들여 먹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과학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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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식 궁합 제대로 알고 먹으면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