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라차 소스
미국인 입맛 사로잡은 태국 고추 소스…
피자·샌드위치 등에 다양하게 쓰이죠
미국 최대 유기농식품 유통 체인 '홀푸드마켓'이 '한국 고추장이 아시아 소스의 대명사 스리라차(Sriracha) 소스와 비견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닭 날개 튀김에 고추장 소스를 두르면 모든 사람이 열광하는 음식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스리라차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매운맛 소스로 통합니다. 스리라차는 20세기 초반 태국에서 탄생했습니다. 태국 동부 해안 마을 시라차(Si Racha)로 이주해 일하던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이 만들었다는 설과, 이 마을 출신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태국 방콕으로 이주해 1932년부터 만들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주재료가 매운 고추와 식초, 마늘, 설탕, 소금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제패한 스리라차 소스는 태국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미제(Made in USA)'입니다. 수탉 로고에 선명한 초록색 뚜껑이 특징인 이 스리라차 소스를 만든 회사는 후이퐁(Huy Fong)입니다. 베트남 난민 출신 화교 데이비드 쩐(Tr�on·74)이 세웠죠. 베트남에서 태어난 쩐은 월남 정부가 중국계 베트남인들을 탄압하자 1978년 대만 선적 화물선 후에이퐁(Huey Fong)을 타고서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고,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망명 승인을 받아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습니다. 중국(쩐의 혈통), 베트남(쩐이 태어난 곳), 미국(소스를 만든 곳) 세 나라가 얽힌 제품이네요.
쩐은 1980년 자신이 타고 탈출한 화물선의 이름을 따 후이퐁을 설립합니다. 수탉 로고는 쩐이 닭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스리라차 소스를 생산해 차이나타운 중식당과 베트남 쌀국수 집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해나갑니다. 아시아계 등 소수의 미국인만 알고 먹던 스리라차 소스는 차츰 인기를 얻습니다. 아시아 음식뿐 아니라 피자,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에 뿌려 먹으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어요. 2012년에는 한 해 판매량이 2000만 병을 넘었습니다. 2013년에는 스리라차 소스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개봉되며 문화 아이콘으로도 자리매김했죠. 이런 스리라차 소스에 비교됐다는 건, 고추장이 그만큼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