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일대 깜짝 출몰… 세계 가장 널리 퍼진 원숭이죠
히말라야원숭이
몇년 전 북한산 일대에 출몰하던 히말라야원숭이가 잡힌적이 있습니다. 두 달 동안이나 등산객과 인근 주민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었습니다. 히말라야원숭이는 국제 거래가 제한된 멸종위기종이에요. 환경 당국은 누군가가 이 원숭이를 밀수해 키우다 버렸거나, 원숭이가 탈출한 것으로 간주했었습니다.
히말라야원숭이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져 사는 원숭이예요. 아프가니스탄 건조 지대, 인도 대륙, 동남아, 중국 남부의 산과 들에도 살고 있죠. 해발 2500m 산에서도 산답니다. 수영을 잘하고 물에서도 잘 놀아요. 그 숫자나 서식지 넓이로 볼 때 원숭이를 대표하는 종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죠. 인도는 브라만교에서 히말라야원숭이를 신성시해 사원에 무리 지어 사는 경우가 많아요. 사원 근처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지갑과 여권을 가져간 뒤 음식을 받아내기도 하는 영악한 모습도 보인답니다.
히말라야원숭이 수컷은 키가 60㎝ 조금 넘고 무게는 8㎏ 정도 나가요. 꼬리는 키의 반 정도죠. 꼬리가 길지 않지만 나무도 잘 타고 평지나 바위가 널린 곳이나 석조 건물인 사원에서도 잘 살아요. 몸놀림이 빠르고 송곳니가 날카로우며 나이가 들면 성질이 거칠어져 조심해야 해요. 암컷은 두 살 반에서 네 살부터는 임신을 하는데 임신 기간이 165일로 긴 편이에요. 새끼는 대개 한 마리를 낳고 어쩌다 쌍둥이를 낳기도 하죠. 일 년을 젖을 먹고 처음엔 엄마 배꼽에 붙어 있다가 자라면서 등에 올라타요.
주로 과일을 먹지만 나뭇잎과 수액은 물론이고 곤충이나 새알도 먹어요. 쓰레기통에 있는 음식이나 관광객이 주는 간식도 좋은 먹이랍니다. 볼을 풍선처럼 부풀려 음식을 입에 담아 넣을 수도 있답니다. 사람 사는 곳 근처에서 떼 지어 살며 과수원과 경작지를 터는 모습이 쥐랑 비슷하기도 합니다. 한 무리가 200마리를 넘기도 해요.
히말라야원숭이는 레서스(Rhesus)원숭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원숭이를 연구하다가 혈액에서 'Rh' 항원을 발견했어요. 다른 원숭이에 비해 생리적으로 인간과 가까워 여러 연구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히말라야원숭이는 1948년 로켓을 타고 우주에 간 최초의 원숭이기도 해요. 미국·러시아·프랑스 등에서 여러 히말라야원숭이를 로켓이나 인공위성에 실어 보내 우주 비행이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연구했지요. 우주 비행에서 우주인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한 데도 히말라야원숭이가 큰 역할을 한 셈이죠.
이 원숭이가 인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잘 생각했다면 몰래 기르지도, 버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또 사람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동물이 자연에 무방비로 나가면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어요. 사람과 가까운 영장류에 에이즈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있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