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 날짜를 2013년 2월 5일로, 장소는 사위가 될 Eric의 본향인 Kentucky주, Covington 시에 있는 성당으로 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딸은 집도 있고 두 사람이 살림을 합치면 충분하다며 결혼식에 참석만 하면 된다는 말에 괜시리 도외시 당한 것 같아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결국 신혼여행에 쓸 약간의 비용과 결혼식 후 reception에서 입을 두 사람의 한복을 맡는 것으로 간단하고도 허무하게 혼수 준비가 매듭지어졌다.
그런 후,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쎄… 과연 이게 결혼 선물로 적합할진 모르겠다. 선물이란 것은 딸이 태어나서부터 결혼 전까지의 삶과 흔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앨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충 정리했던 사진들, 상장, 편지 묶음 등을 꺼내 놓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지만, 시작이 반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은가?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진 정리부터 시작하였다. 태어나서 High School까지를 나이별, 학년별로 정리하여 앨범에 끼우기 시작했다.
가게 일을 끝내고 돌아와 해야 됐기에 진척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약 4개월이 지난 후 7권의 두툼한 앨범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딸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며 그때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움이 잦은 나날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 시절을 정리하여 2권을 추가했다. 의과대학 시절의 사진은 입학식 때와 몇 장의 사진과 졸업식 때 직은 사진들뿐이어서 놀랐다. 아마도 공부하고 외우고 실습하기에 너무도 힘들고 지쳐서 사진 따위는 찍을 엄두도 못 냈구나 싶어, 아주 얇은 앨범으로 끝났다.
그다음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4학년까지의 성적표와 상장 신문에 실렸던 기사 등을 오려 또 1권의 앨범을 추가했다. 그동안 받았던 편지와 엽서 등을 정리하여 또 1권을 완성하였다.
맨 마지막으로 남겨 놓았던 것, 우리 가족의 이민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986년도 시작한 이주 공사에 제출했던 수속 서류들을 모두 복사해서 시작하였다. 족보까지는 해 오지 못하였기에 부부 각자의 호적등본과 한국에서 마지막까지 살았던 서울 강동도 명일동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았던 주민등록증을 붙였다.
그리고 외무부에서 해외 이주 적격자로 결정되었음을 통지한 허가서와 명일도 사무소에서 발급받은 국외 이주 신고필증을 끼웠다. 그 뒷장에는 1988년 3월 5일, 많은 가족들의 눈물들을 뒤로 하고 탔던 Korean Air KE028 비행기 Ticket을 넣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여권을 넣어 마무리 지었다.
이 앨범은 어쩌면 우리의 본국은 한국이며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나의 다짐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13권의 앨범을 끝낸 것은 6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마음 가득 뿌듯하고 시원하였다.
그녀가 아꼈던 과제물과 상패, 메달 등은 작은 box에 담고, 대학, 의과 대학 졸업장과 중요한 상장들은 액자에 넣고 모든 일을 끝냈다.
순조롭게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FedEx로 보내 주었다. 며칠 수, 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딸이 감격하여 울면서 이처럼 귀한 선물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다음 아기를 낳아 크면은 앨범을 보여주며 이야기해 줄 좋은 자료가 될 거라고 하여 나를 기쁘게 했다.
와 좋은 선물이 되었고 가슴 가득 뿌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