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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새기다
새김아트 창시자 정고암 展
그는 새기는 사람이다. 새기되,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언어로 새기는 이다. 그는 수천 년 동양예술의 꽃으로 내려온 전각을 캘리그래피와
산업디자인과 대중문화에 접목시켜 자신만의 ‘새김 아트’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글 : 정재숙(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정고암의 한글시리즈 ‘붕어는 바다를 모른다 2016
정병례는 자신을 정고암이라 불러 달라 했다. 고암(Goam)은 그의 호다. 부모가 지어준 정병례라는 이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새로 태어나고 싶은 뜻을 담았다.
이름만이 아니다. 그가 창시한 ‘새김 아트’ 또한 해묵은 전통 전각에서 현대적인 예술로 거듭났다. 사방 한 치, 즉 3cm의 작은 네모 공간에 들어 앉힌 예술이라 하여 ‘방촌(方寸)의 미학’이라 불리는 전각의 세계에서 그는 새로운 삶과 앎을 발견했다.
“이건 내 놀이입니다. 노는 거지요. 머리를 가볍게 해야 합니다. 창작하는 사람은 머리가 무거우면 안돼요. 그러면서 ‘내가 누구냐’를 찾아내야 하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여기저기서 베껴가지고 와서 제 것이라 해요. 그럼 제가 한마디 하죠. ‘네 것을 그려라.’ 새기는 건 기능일 뿐입니다. 그 새김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자기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 모두는 창작자가 됩니다.”
평화삼족오(平和三足烏), 2007
태양속에 산다는 상상의 새 삼족오. 한글로 된 메시지를 몸통으로 하여 나래를 편 평화의 새를 표현.
마음에 새기는 심각
고암은 끊임없이 새긴다. 돌에 새기고 나무에도 새긴다. 땅에 새기고 벽에도 새긴다. 서울 삼청동 그의 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카페 겸 쉼터 들머리 사방에 그는 자신의 작품을 흩뿌려 놓았다. 원시인의 동굴벽화처럼 영역 표시일까. ‘나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가 고암이 사는 이유다.
“새긴다는 건 되새김질 하는 것, 기록하는 것, 읊는 것입니다. 일종의 소통이자 대화이지요. 언어와 이미지를 융합시킨 새로운 시각 문자로 세상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돌이 아니라 가슴에 새긴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말을 창조해 더 멋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어요.”
예부터 전각은 심각(心刻)이라 했다. 고암은 그 얘기를 자신만의 체험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전각은 가장 강한 쇠를 필기도구로 해서 단단한 돌과 충돌해 만들어내는 금석예술이었다. 그런 만큼 글자를 돌에 새긴다는 건 엄청난 체력과 함께 정신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결국 자신의 마음에 새기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새김은 정신과 물질, 음과 양을 뭉뚱그려내는 겁니다. 관념과 추상을 현실 속 사물이나 조형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이죠. 그걸 내 속에서 완전히 소화해야 제대로 된 게 나오고 그래야 대중이 쉽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어설프게 설익히면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죠. 그래서 공부가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인문학부터 현대미술의 최신 조류까지 쉼 없이 들쑤시고 다녀야 새김 아트의 종합적 모양새가 완성됩니다.”
고암은 한자에 편중되어 있던 전각의 소재를 한글과 그래픽 이미지로 확장시켰다. 전각을 캘리그래피와 산업디자인과 애니메이션에 접목해 무궁무진한 조합과 활용의 길을 열었다.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통 예술을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대중매체에 덧대 독특한 조형미를 구축했다. 이런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그가 전통을 버리고 외도한 한낱 도안가로 무시한다.
“저도 한때는 한자 작업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도장으로 오해하는 한문 전각으로 이름도 날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자를 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은 뭐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만의, 그리고 나만의 독창성은 어디 있는가 싶었어요. 한글을 새롭게 해석해보자 마음먹었죠. 한글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세계에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지성이자 지혜 아닐까요.”
과거와 미래 사이의 징검다리 고암은 새김 아트에서 한글이 세계적인 문자로 뛰어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어차피 예술은 과거를 끌어다가 현재를 건너 뛰어 미래로 도약하는 무궁무진한 과정의 연속 아니던가. 한국적인 조형언어를 21세기 세계화로 던져 넣는 것, 과거와 미래 사이의 징검다리를 하나 놓는 것이 새김 아트가 갈 길이라고 보았다.
“우리 조상들의 굿이나 제사 의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울긋불긋 각종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나 천, 종이를 이곳저곳에 매달거나 붙입니다. 그게 다 하늘이나 신과 통하고 싶은 염원이었죠. 제 새김 아트에 휘몰아치는 회오리 문양이나 칼칼한 빗살무늬가 바로 고독한 현대인과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제 심정이라면 좀 이해가 될까요.” 고암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사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고픔을 알고 헐벗음을 벗 삼아 지내온 그이기에 이름값을 하거나 돈맛에 쏠리는 건 체질에 안 맞는다.
“내가 무식하니 오히려 한계를 몰라요. 유명 대학에서 석사 박사 했으면 이런 작업 못하죠. 운 좋게 학교를 못 다녀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겁니다. 다들 제 코 앞만 보느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데 난 그게 없어요.”
고암은 제자들에게 좋은 대학 나온 이나 유명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제 것만 찾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는 거다. 예술을 도구로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을 그는 경멸한다. 독학으로 새김 아트를 만들어낸 자신이 그 증거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글이 한류의 새 에너지
일렁이는 꿈 2013(빨강), 2013 정고암의 한글시리즈 ‘일렁이는 꿈’
“전각의 역사로 치면 우리 할아버지뻘 되는 중국 전문가들이 와서 제 자료를 보자고 해요. 그러곤 놀라요. 서양미술사 공부한 평론가들도 작업실에 옵니다. 찬찬히 살핀 뒤에 이 작업의 근거를 대라고 해요. 어딘가에 이 원형이 있어 베끼는 건 아니냐는 거죠. ‘이건 내가 만들어낸 거다’ 말해도 안 믿어요. 한글이 그만큼 위대한 문자라는 걸 입증하는 셈입니다. 저는 대중문화가 주류인 한류를 이 새김 아트로 한 차원 끌어올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고암은 전각의 고향인 중국 대륙을 새김 아트로 휩쓸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0여 전 중국 본바닥에서 전시회를 열며 그 단초를 보았다고 했다. 얻은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는 그로서는 무한도전의 정신으로 그저 새기고 또 새길 뿐이다.
“암각화에서 제 뿌리를 보았어요. 민화에서 제 마음을 보았죠. 인간사 행복과 행운을 나눈다는 점에서 저는 민화를 ‘행복화’라고 부릅니다. 새김 아트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보면 즐겁고 얘기가 흘러나오는 글자 이미지! 바로 그것이에요.”온 우주는 소리와 색(色)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내 한글작품에서도 한글은 보이지 않고 색으로 된 문양만을 보게 된다. 문양의 형태는 곧 물질이며 입자 덩어리이다. 문양을 넘어서면 곧 파동으로 이어지는데, 그 파동은 한글 자모이고 그것들을 조합하면 한글의 멋진 소리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된다.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색(色)을 넘어선 공(空)이며 그 공이 곧 소리이며 한글이다.
나는 한글을 주체로 하여 채워져 있음과 비워져 있음이 함께 하고 정(靜)과 동(動)이 합일하며 영(靈)과 육(肉)을 함께 하는 현상세계의 작용을 표현하고자 했다. 모든 문자는 직접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잘 드러나는 시각을 자극하는 색(色)으로만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왔다. 내 예술세계는 이러한 현상을 반대로 뒤집어 색을 공(空)으로 바꾸고 공을 색으로 바꿔 우주질서 속의 유무상생(有無相生)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할 뿐이다”는 생각으로 사유의 폭을 넓혀 보고자 했다. 물질적 에너지는 보이는 에너지이며 정신적 영적 에너지는 보다 클 수 있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내 작품 속에서 비어있는 한글이 점차 드러나는 현상을 보며 반전(反轉)의 깨달음과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주는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직과 수평 그리고 원방각을 기본으로 두고 있기에, 한글의 형태는 그러한 구조적 우주철학을 담고 있다. 내 작품에서 단순히 문자(한글)를 읽기 위한 수단을 넘어 음양(陰陽)이 대치되고 있는 허실(虛實)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 땅 사람 물 불 바람(세종대왕), 2009
상형문자나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은 글씨획을 축약하거나 중첩시켜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 적 이미지와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다. 종래 한글디자인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이미지와 소리를 동시에 표현했다.
글 : 정고암 작가노트
“결”
물을 본 일 있는가?
빛을 본 일 있는가 ?
바람을 본 일 없으나 결만 보았다
붕어는 바다를 모른다
우리 보자기를 연상시킨다. 한국은 우리의 정체성이며 문자자체가 잔달자로서 도구가 아닌 소리를 내는 주인으로 등극시킨다. 글씨는 보이지 않고 문양과 공간만 보인다. 우린 지금까지 채원진 것만 보았지 텅빈 공간은 보질 못했다. 아니 볼 생각마져도 못했고 보여진대로도 모지 못했다. 보고싶은대로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보여진 세계와 가려진 세계를 하나로 엮어 캔버스에 담아내었다. 이것이 현상세계이란 것을...
삼족봉황, 2006 하늘, 땅을 연결하는 신의 메신저로 세발 달린 상상의 행운의 새.
온 우주는 소리와 색(色)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내 한글작품에서도 한글은 보이지 않고 색으로 된 문양만을 보게 된다. 문양의 형태는 곧 물질이며 입자 덩어리이다. 문양을 넘어서면 곧 파동으로 이어지는데, 그 파동은 한글 자모이고 그것들을 조합하면 한글의 멋진 소리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된다.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색(色)을 넘어선 공(空)이며 그 공이 곧 소리이며 한글이다.
나는 한글을 주체로 하여 채워져 있음과 비워져 있음이 함께 하고 정(靜)과 동(動)이 합일하며 영(靈)과 육(肉)을 함께 하는 현상세계의 작용을 표현하고자 했다. 모든 문자는 직접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잘 드러나는 시각을 자극하는 색(色)으로만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왔다. 내 예술세계는 이러한 현상을 반대로 뒤집어 색을 공(空)으로 바꾸고 공을 색으로 바꿔 우주질서 속의 유무상생(有無相生)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할 뿐이다”는 생각으로 사유의 폭을 넓혀 보고자 했다. 물질적 에너지는 보이는 에너지이며 정신적 영적 에너지는 보다 클 수 있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내 작품 속에서 비어있는 한글이 점차 드러나는 현상을 보며 반전(反轉)의 깨달음과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주는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직과 수평 그리고 원방각을 기본으로 두고 있기에, 한글의 형태는 그러한 구조적 우주철학을 담고 있다. 내 작품에서 단순히 문자(한글)를 읽기 위한 수단을 넘어 음양(陰陽)이 대치되고 있는 허실(虛實)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까치호랑이, 2003년
‘새해를 맞이하여 기쁜 소식만 오라’는 뜻인 민화속의 까치와 호랑이를 열린 구도로 표현.
Sie sind wunderbar, so feinsinnig, harmonisch farblich und von den Themen her sehr weise und zeitlos.
Ganze Welten im Kleinen und darum so großartig.
Diese Werke zu kennen, ist für mich eine große Bereicherung, die ich Ihnen verdanke.
정고암의] 작품세계는 놀랍고,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색채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고, 테마들을 보자면 매우 현명하며 시간을 넘어선 것이다.
작은 작품 안에 세계 전체를 담고 있기에 작품들이 웅대하다.
이 작품들을 알게 된 것은 내게는 큰 풍요로움을 주는 것이며, 이 점에 대해 나는 당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미학자 레나테 레슈케(Renate Reschke(독일 훔볼트대학교 미학과의 명예교수, Nietzscheforschung(니체연구) 편집자)-
정고암| 고암 정병례
개인전 40회 및 단체전 130여회 / 1989-2017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 특별초대전 2017
벨기에 브뤼셀 주유럽연합 한국문화원 특별초대전 / 2016.05-06
이스탄불 아트페어 대표작가(AnB갤러리 초청) 2013 - 2014
청와대 신년인사회 무대작품 / 2015
양평군립미술관 가족일기전 / 2015
개천철, 한글날 경축식 무대, 실외 작품디자인 / 2014
MBC방송연예대상 예술원작자 / 2010
제5회 서울드라마어워즈 예술감독 / 2010
2008 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 / 2008
초, 중, 고 국정교과서 작품수록 / 2002-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 / 2016
행정자치부 장관표창 / 2015
새김아트 창시 / 2006
극동대학교 환경디자인 교수역임
현) 한국전각예술원 현장,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40 private exhibitions and 130 team exhibitions / 1989-2017
Korean Cultural Center Shanghai, China / 2017. 10
Korean Cultural Center Brussels, Belgium / 2016
Representative artist in Istanbul Art Fair(invitee of AnB Gallery) / 2016-2014
New Year Event by the Korean Government(the Blue House) stage work / 2015
Yangpyeong-gun art museum / 2015
The National foundation Day of Korea, Hangul Proclamation day stage design / 2014
Original artist for MBC TV awards / 2010
5th Seoul Drama Awards art director / 2010
2008 Beijing olympic Title Animation(MBC) / 2008
Art pieces included in the government-designated text books / 2002-present
Art Competition jury president of Korea / 2016
Ministry of Government Administration and Home affairs / 2015
Creator of Saeghim art / 2006
Environment Design professor at Far East University, Korea
Korea Jeonggak the Art Academy, director / present
Korea Art Association, Consultant / present
이노갤러리전경
이노 갤러리는...
‘예술을 통한 최상의 행복추구’를 목표로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터를 잡아 2017년 3월 개관을 시작으로 미술계의 새로운 반향을 이끌어 나갈 것 입니다.
가장 한국적이며 현대적인 작가들을 발굴- ‘세상의 빛’이 되고,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계기를 심어줄 것입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 곳곳의 현대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해 작품을 통해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체험으로 교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INNO갤러리는 언제나 소통의 공간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노갤러리 대표 전 봉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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