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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정씨 화이팅 원문보기 글쓴이: 정철중(23세)
정제신(鄭濟莘)공 한시집
1919년 삼일운동 때 경기도 광주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여 1년간 옥고를 치루셨고 그 후에도 독립투쟁을 계속하시다 일제의 탄압과 나라 잃은 울분으로 자결하신 20세 정제신(鄭濟莘, 1883~1928) 공의 한시집이 새로 발굴되었다.
일찍이 그 존재를 모르다가 작년 11월말 손자이신 정상빈(鄭尙彬) 종숙이 고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 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바로 공의 한시집이다.
일별하니 항시 마음에 충심(忠心)이 떠나지 않아 시대의 불행을 직접 표현한 시도 있으나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쓰셨다. 일상생활의 주변에 느끼는 소재를 제목으로 하여 쓰시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망국의 한을 담았다. 또한 이웃에 대한 배려의 애민심과 효심을 면면히 엿볼 수 있는데 나타내려 함이 아니나 저절로 드러남이니 그 인품과 선비정신을 우러러 존숭(尊崇)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동량이 되셨어야 할 충신이시나 때를 못 만나시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셨으니 참으로 슬프다. 망국의 세상을 바른 길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서문이 없고 언제 어떻게 지었는지는 모르나, 경기도 여주군에서 거주하셨다고 한다. 삼일만세운동은 고향인 광주군 오포면 고산리에서 하셨는데 연대기를 좀더 조사하여야겠다. 앞으로 칠언절구 39수가 실린 이 시집을 번역하고 가문사(家門史)를 붙여 책자로 간행했으면 한다. 돌이켜보면 단순히 삼일만세운동을 하신 애국지사가 아니다. 새로이 시집이 발굴된 것은 우리 광주정문에 뜻 깊은 일이다. 1992년 서훈 시에도 우국지사로서 이 한시집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왜경의 감시와 수색을 받는 처지에서 항일시를 쓰고 남긴다는 것은 목숨과 가족의 안일이 달린 일이다.
향후 국가개발계획으로 공의 산소 터가 이전되어야 한다고 한다.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것도 좋지만 종중의 묘원이면 더 좋고, 가급적이면 광주시(廣州市)와 협의하여 좋은 자리를 잡아 시비(詩碑)와 충신사적비도 세워 집안과 고장의 성지(聖地)로 가꾸었으면 한다.
우선 몇 편의 시를 뜻만 통하게 번역하였음을 양해 구하며 올립니다.
「 * 遊記聞」(20世 鄭濟莘) : 「 * 유기문」(20세 정제신)
* 제목의 앞 두 글자는 연구가 필요하다.
< 이하 생략 >
□ 구성 : 39수의 시
1. 석우리 원보상 쉬운(石湡里元報常晬韻) : 석우리의 원보상씨 수연 축시
2. 주암리 심종은 쉬운(注岩沈鍾殷晬韻) : 주암리의 심종은씨 수연 축시
3. 방초(芳草) : 향기로운 풀(백성들아 일어나라!)
4. 4월 26일 상교리 유년 글방 간친회 회상시(四月二十六日上橋里幼年塾懇親會韻)
5. 희망(望)
6. 만(挽) :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다
7. 단오(端午)
8. 균리(筠裏) : 대나무 속
9. 대맥(大麥) : 보리
10. 이종주 취암(李鍾朱翠岩)
11. 희우(喜雨) : 가뭄 끝에 내리는 반가운 비
12. 일(日) : 해
13. 대한(大旱) : 큰 가뭄
14. 성(星) : 별
15. 우(又) : 또 별에 대한 시
16. 하한(河漢) : 은하수 * 하한 → 중국의 황하강과 섬서성에서 발원한 한수(漢水)
17. 정종대왕몽중작(正宗大王夢中作) : 정조대왕이 꿈속에서 한 숨 짓다
18. 계신시(戒慎詩) : 삼가 조심하라
19. 사양(斜陽) : 석양 빛
20. 대맥(大麥) : 보리
21. 등봉암(登鳳岩) : 봉암에 올라
22. 립(笠) : 삿갓
23. 송(松) : 소나무
24. 맥랑(麥浪) : 들판의 보리물결
25. 앵(鸎) : 꾀꼬리
26. 홍(虹) : 무지개
27. 관창(觀漲) : 비온 뒤 하천의 넘실대는 물을 바라보다
28. 희청(喜晴) : 기분 좋게 날이 개다
29. 신정(新亭) : 신축한 정자에 올라
30. 풍(風) : 바람
31. 선(扇) : 부채
32. 묵(墨) : 먹
33. 어부(漁夫)
34. 한강(漢江)
35. 고려자기(高麗瓷器)
36. 감과(舌甘瓜) : 참외
37. 희우(喜雨) : 반가운 비
38. 계룡산(鷄龍山)
39. 적상산성(赤裳山城) : 전라북도 무주에 있는 산
□ 시 감상
1. 석우리 원보상 쉬운(石湡里 元報常 晬韻) : 석우리의 원보상씨 수연 축시
*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석우리(麗州郡 石隅里)
설호당일노성인(設弧當日老成人) 생신잔치 당일에 경륜 높은 어르신이
육십년전편시신(六十年前便是身) 육십년 전 나시어 이 나이 되시도록 익혀
송축시가환구족(頌祝詩歌歡九族) 송축 시와 노래를 지으니 친족들이 기뻐하네
강령리락공삼친(康寧里落共三親) 편안하게 이웃을 이루니 모두 부모형제가 되고
계세문장칭효제(繼世文章稱孝悌) 대 이어 문장 높고 효제를 칭송받네
전가산업수청빈(傳家産業守淸賓) 선대의 가업 이어받아 청빈을 지켜왔으니
덕문여경지금원(德門餘慶知錦遠) 덕망 높은 집안 복 받은 경사는 부와 멀리했음을 알겠구나
영라신사헌하빈(詠羅新詞獻賀賓) 새로운 글을 읊어 축하하는 손님들이 헌정하시네
치덕항다종복인(齒德恒多種福人) 나이 많고 덕 높은 분이 항시 많으니 복이 많은 분이시네
칭상호석융전신(稱觴弧席隆全身) 수연의 잔치자리 온몸이 성대하다
풍청보금화선실(風淸寶琴和宣室) 풍속이 사념 없고 거문고 소리를 보배로 여기니 가정이 화순하다
일영반의지양친(日永班衣志養親) 하루 종일 서성이며 부모를 모시는 뜻이 깊구나
영가시서전구업(盈架詩書傳舊業) 선반에 가득한 시서는 구업을 전하고
별구천석불혐빈(別區泉石不嫌貧) 천석을 나누어 구별함은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음이다
고문가경방문애(高門佳慶方無艾) 지체 높은 가문의 경사에 도리를 다할 수 없네
위송남해만좌빈(爲松南陔滿座賓) 소나무 남쪽 층계엔 손님이 가득 자리 잡았네
종래치덕달존인(從來齒德達尊人) 종래의 덕행이 공에 이르렀네
백발창안노대신(白髮蒼顔老大身) 나이 들어 얼굴은 야위고 백발이 되셨는데
계유배준침낙실(繼有杯樽湛樂室) 연달은 축하 술잔에 집안 가득 즐거워라
나감숙수봉노친(那堪菽水奉勞親) 콩 먹고 물 마시는 가난 속에서 음식 부모님 극진하게 봉양하셨네
정유보수창기후(庭有寶樹昌其後) 뜨락에 아끼는 나무 뒤편의
주공수운하불빈(廚供需雲賀不賓) 부엌에선 쉴 새 없이 노고를 다하는데 하례 손님은 보이지 않네
갱파무장기경복(更把蕪章祈景福) 다시금 거친 시문을 잡고 공의 경복을 기원합니다
은춘서일조빈빈(殷春瑞日照賓賓) 밝은 봄 상서로운 날 손님 모두에게 따스한 햇살 비추고 있어라
3. 방초(芳草) : 향기로운 풀(백성들아 일어나라!)
* 일제의 압박에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독립을 쟁취하자는 은유적인 우국시
불수곡구낙화비(不愁谷口落花飛) 시름 잊고 골짜기에 들어서니 떨어진 꽃잎이 흩날린다.
가련방초속죽비(可憐芳草続竹扉) 가련한 방초는 대나무 사립문 옆에 자리했는데
침좌유향공객지(侵座幽香恐客屐) 앉은 자리 그윽한 향을 침범하니 나막신 신은 객이 두렵구나!
만경녹색총인의(萬徑綠色襲人衣) 수많은 녹색 풀들이 사람의 옷을 입으니
좌의방초가상비(坐宜芳草可觴飛) 얌전히 앉아있던 방초들이 술잔 들어 일어난다.
지주여군즉출비(持酒與君卽出扉) 나도 술병 잡고 임군과 함께 사립문 밖에 나서볼까
성유불사적금석(性柔不辭籍錦席) 성품은 순하지만 임금의 자리는 비단자리네
기향역호불춘의(氣香亦好拂春衣) 기품과 향기 또한 좋으니 봄옷입고 나서야지
∎ 시 해설 : 은유(隱喩)적으로 표현한 우국(憂國)의 시
잡초와 방초는 온 들판을 지배하는 흔한 풀을 말하지만 백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나라 잃은 백성은 떨어진 꽃잎처럼 골짜기에 뒹군다. 방초가 사는 곳은 절기를 상징하는 대나무 사립문 앞. 백성이 사는 이 강산에 일본의 침략자(나막신 신은 객 : 客屐 객극)가 들어서니 백성이 일어서네(‘수많은 녹색 방초가 사람의 옷을 입었다.’라고 표현). 술잔은 태극기요 항일의 의기(義氣)이다. 나도 술잔 들어 사립문을 나선다 하니, 백성이 임금과 함께 독립운동, 만세운동에 나선다는 뜻이다. 무기도 없고 군대도 없이 기개 높은 봄옷입고 나서는 충절은 드높고 가련하다.
나라 잃은 암울한 시기에 정제신공의 꿈이고 백성의 바람으로서 나라의 회복을 염원하는 간절한 은유시이다.
6. 만(挽) :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다
* 공이 1928년에 졸하셨으므로 이 시의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지(고종 또는 순종) 연구가 필요하다
홀문곤외운괴정(忽聞閫外隕魁精) 문득 마을 밖 소식 들으니 임금이 승하하셨다 하네
산역명애수불평(山亦鳴哀水不平) 산도 구슬피 울고 물도 편안치 않고
충의미종한북궐(忠義未終韓北闕) 아직 충성과 절의를 대한제국 북쪽 대궐에 다하지 못했는데
식척상송진양성(息威尙頌晉陽城) 힘은 쇠하고 오히려 진양성의 전설만을 칭송하게 되었구나
양호패변변루적(羊祜碑邉蓄淚迹) 양호의 타루비 옆에 눈물 쌓인 흔적만 남기네
무협진상진고양(武俠陣上震鼓양) 무협의 진중에 나가 우레 같은 북소리 울리고 싶은데
가요상간동시적(歌謠相杆同時寂) 노래 소리 모두 그치고 적막감만 흐르네
원근무비읍실정(遠近無非泣實情) 멀고 가까운 곳 가릴 곳 없이 진정 흐느끼고 흐느낄 뿐이구나!
* 1919년 정월에 고종(高宗) 승하 : 고종이 일본인에게 독살 당하였다는 풍문이 유포되어 민족의 의분을 자아냈으며, 인산례(因山禮)로 국장이 거행될 때 전국 각지에서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났다.
* 1926년 4월 25일 순종 승하* 진양성(晉陽城) : 임진왜란 진주성 대첩을 말함
* 타루비(墮淚碑)는 중국 진(晉)나라 양호(羊祜)의 덕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
양호(羊祜 221~278)는 명문가 출신이다. 여동생 양유휘는 당대 최고 실력자인 서진 사마사(司馬師 208~255)의 아내 경헌 양황후였고, 외할아버지는 당대의 명사이자 대학자였던 채옹(蔡邕 133~192)이었다. 또 외할아버지의 여동생은 동한 말기를 빛낸 여류 시인 채염(蔡琰, 피휘 蔡文姬)이었다. 이렇듯 남다른 가문에서 자랐음에도 양호는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자신의 녹봉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등 청렴결백하게 살았다.
그는 당시 정세를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오나라를 정벌하고 중국을 통일하는 원대한 방략을 제시했다. 양호의 정치적 삶과 모략은 삼국시대를 종결짓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초점이 모아져 있었다. 아울러 통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도 역점을 두었다. 중병을 얻어 귀향하면서도 자신의 후임으로 두예(杜預)라는 탁월한 인물을 추천하여 자신의 계획이 중단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의 국가 방략은 반대파에 의해 좌절되었고, 그는 자신의 계획이 실천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죽은 지 2년 뒤, 진은 오나라를 평정했다. 진 무제는 "이 모두가 양 태부(양호)의 공이다"라며 그의 공로를 잊지 않았다. 그가 10년 넘게 벼슬살이를 했던 양양의 백성들은 현산에다 사당과 비석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렸는데, 길을 지나다가 비석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아 두예는 이 비석을 눈물 흘리게 하는 비석이란 뜻으로 '타루비(墮淚碑)'라 불렀다.
13. 대한(大旱) : 큰 가뭄
욕조풍여욕우풍(欲旱風如欲雨風) 가뭄에 바람이 옴은 마치 비바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만영인망작허공(謾今人望作虛空) 이 세상 사람이 바라는 것은 그저 허공에 메아리 칠 뿐이다
야다적지희묘윤(野多赤地稀苗潤) 뜰은 황무지가 되고 물기 머금은 식물은 드물다
식조교양염대홍(熄照驕陽厭對紅) 교만한 햇볕은 비온 뒤 무지개 대함을 싫어하여
시기점만가앙제(時期漸晩稼秧際) 점점 모심는 시기가 늦어만 가는 이 때
천의의념윤물중(天意宜念潤物中) 하늘의 뜻을 마땅히 생각하면 만물을 적시는 마음이니
이귀여패위허구(爾魃如伂爲虐久) 이 한귀의 행패가 오래되었으므로
원장소어옥황통(願將訴語玉皇通) 마땅히 아뢸 소원은 옥황상제께 뜻을 통하게 함입니다
* 가뭄과 뜨거운 햇볕, 한귀(가문귀신)의 행패는 일제의 탄압으로 볼 수 있다.
17. 정종대왕몽중작(正宗大王夢中作) : 정조대왕이 꿈속에서 한 숨 짓다
한양삼월초여란(漢陽三月草如蘭) 한양의 삼월 풀잎은 난과 같이 고귀한데
철마래시한수빈(鐵馬來嘶漢水賓) 기차의 기적소리 한강의 손님과 같아라
세객쟁권미후철(勢客爭權迷後轍) 열강의 권세다툼은 그 흔적을 숨기고
부옹빈리암래록(富翁貧利暗來塵) 부자 집 영감의 빈털터리 이득이야 어두움 다가와 티끌이 되었네
삼초성전병선오(三宵聖戰兵先午) 삼월(일)의 성스러운 전쟁에 군대가 먼저 흩어지고
십월뇌명제출진(十月雷鳴帝出辰) 시월의 천둥소리에 황제께서 물러나셨네
일편복주안정지(一片福州安靜地) 한 조각 복된 땅은 편안하고 조용한 곳이었건만
가련상대구군신(可憐相對舊君臣) 옛 군신이 대립하고 있으니 가련하게 되었구나!
* 조선이 열강과 일제에 주권을 빼앗기는 암울한 이 시기가 언제인지 연구가 필요하다. 수탈의 앞잡이가 된 기차조차 낯선 손님과 같다고 하였다.
18. 계신시(戒慎詩) : 조심
거향하필이경화(居鄕何必異京華) 시골에 살지만 어찌 그리 번화한 한양과 다른가
검약수신재자가(儉約脩身在自家) 아껴 쓰고 마음 다스리며 스스로 집에 갇혀 살지만은
소우여금심화동(所遇如今心火動) 때가 오면 지금같이 마음의 울화만 치밀어 올라
기방막여이풍과(其防莫如耳風過) 다스리자니 귀를 막고 소문을 흘리는 것과 다름이 없구나
륙장제거무비초(恧將除厺無非草) 장차 수치스러움을 잊고 지내면 잡초만도 못하리라
호취간래홀시화(好取看來㧾是花) 아름다움을 느끼고 바라보고 의지함은 오직 이 꽃뿐이다
고조사양산수외(古調斜陽山水外) 옛 노래도 석양에 바래 산천에 어색하지
창랑일곡위군가(滄浪一曲爲君歌) 초나라 굴원의 창랑가를 임금 향해 불러본다
* 창랑가(滄浪歌) : 중국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의 어부사(漁夫辭)를 일컫는 말 즉 간신(姦臣)의 모함을 입어 관직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의 자신의 처지를 시로 읊조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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