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원전 1776년이라고 상상해보자
마리 지역 사람 두 명이 밀밭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야곱은 이 밭을 30년 전에 에서에게서 샀다고 주장한다.
에서는 이 밭을 야곱에게 30년 기한으로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며
이제 기한이 찼으니 돌려달라고 한다.
이들은 고함을 지르고 목청을 높이다가 서로 밀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들은 왕국문서보관소에 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은 왕국의 모든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증서와 매매 증서들이 보관된 곳이다.
보관소에 도착한 이들은 이 관료 저 관료 사이를 오간다.
차를 마시는 휴식시간이 여러 차례 지나갈 동안 기다린 다음, 이들은 다음 날 오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투덜거리는 서기에게서 관련 점토판을 찬아보라는 말을 듣는다.
서기가 문을 열자 거대한 방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수천 장의 점토판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서기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30년 전에 쓰인 문제의 밀바 관련 증서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찾는다 해도 30년 전의 문서가 문제의 밭과 관련된 가장 최신문서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찾을 수 없다면 이것은 에서가 이 밭을 팔거나 빌려준 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가?
혹은 해당 문서가 분실되었거나 혹은 빗물이 흘러들어 점토판이 곤죽으로 변해버린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문서를 점토에 새기는 것만으로는
효율적이고 정확하며 편리한 데이터 처리를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목록 같은 조직화 벙법, 복사기 같은 복제수단,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법,
그리고 이런 도구들의 사용법을 아는 박식한 체하는 (하지만 바라건대 명랑한) 사서가 필요하다.
이런 방법들을 발명하는 것은 문자를 발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로 드러났다.
많은 쓰기 체계가 시간과 공간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문화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했고
고고학자들은 잊혔던 문자체계를 10년마다 몇 건씩 발견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신ㅁ지어 수메르 점ㅌ토판보다 더욱 오래된 것으로 밝혀질지도 몰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호기심의 대상으로 남아 잇을 뿐인데,
왜냐하면 이런 무자를 발명한 사람들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목록화하고 인출하는 방법을 발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메르와 파라오의 이집트, 고대 중국, 잉카 제국이 달랐던 점은
이런 문화들이 문자기록을 보관하고 목록을 만들고 검색하는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한 필경사와 서기, 사서와 회계원을 양상하는 학교에도 투자했다.
현대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학교에서의 끌쓰기 연습기록은
4천 년 전 학생들의 생활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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