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억년 전 화성만한 우주 물체가 지구에 충돌할 때 튀어나간 파편으로 달이 생겼으며
이때의 충격으로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 바다가 됐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노먼 슬립" 교수는 이때 흩어진 파편들로 인해
지구 대기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상태였을 것이며
완전히 모습을 갖춘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 아주 크게 보였을 것이라고
런던에서 열린 영국 학술원에서 열린 "달의 기원" 회의에서 발표했다.
이 사건 후 수억년이 지나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했는데
이는 화성에서 날아온 암석에 묻어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대해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행성과학자 데이브 스티븐슨 교수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많은 기존 요소들과 새로운 요소들을 합쳐
고대 지구의 조각그림 퍼즐 전체를 완성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슬립 교수는 45억~40억년 전 지구는 지금처럼 푸른 행성이 아니라
표면에서 내핵에 이르기까지 전부가 녹은 암석과 액체가 섞인
2천℃의 뜨거운 용암 바다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었고 액체 상태의 물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며
대기는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 무거운 구름이 수백 기압으로 지구 표면을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그마 바다가 출렁이며 부분적으로 녹은 암석들이 조석에 의해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을 것이며 이때 조석력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운 달과
지구의 상호인력으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강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석은 끊임없이 바다를 휘저어 마침내 뜨거운 수프를 후후 분 것처럼
맨틀층의 열이 식게 되지만 달아난 열은 짙은 원시 대기 속에 갇히게 된다.
이 열은 오늘날 높은 산꼭대기 수준으로 차가워진 이른바 "구름 꼭대기 온도"에서만
지구를 벗어날 수 있지만 최초의 1천만년 동안 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슬립 교수는 추정했다.
한편 지구-달의 상호인력에 의한 에너지 상실로 인해 달은 점점 멀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조석의 힘도 점점 약해지면서 녹은 바위도 전보다 훨씬 덜 휘저어져
지구의 맨틀층은 단계적으로 굳기 시작했다.
슬립 교수는 "지구의 최상부 층에서는 아직도 부분적으로 녹은 슬러리(현탁액)와
약간의 액체가 남아 있는 반면 중간층은 곤죽 같은 상태였고
깊은 맨틀층은 점점 고체로 변해 갔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도 표면층에서는 용암이 솟구치고 꼭대기는 동결됐다가
다시 몇 킬로미터나 되는 큰 덩어리가 돼 지구 속으로 가라앉았다.
시간이 가면서 지구 내부의 열 흐름은 서서히 기후를 지배하지 않게 됐고
마침내 열이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표면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지구 자체가 품고 있는 열과 대기권에 갇힌 열이 워낙 뜨거운데다
원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이산화탄소는 녹은 암석 속에서 용해되지 않고 마그마 바다에서 거품을 내면서
이른바 `급가속 온실화 효과'를 낳게 되는데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으려면 이런 이산화탄소가 대부분 사라져야만 한다.
슬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약 44억년 전 판 운동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산화탄소가 섭입에 의해 맨틀 층으로 들어갔다.
이 때 이미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응축되기 시작했고
지구가 충분히 식고 이산화탄소가 대부분 맨틀 층에 안전하게 저장된 후에야
화성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은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슬립 교수는 "우리가 알기로는 지구에는 약 39억년 전에 생명체가 존재했지만
화성은 그 전 수억년 동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
만일 화성에서 생명체가 진화했고 소행성이 끊임없이 쏟아져
화성 암석이 튀어나갔다면 지구까지 도달했을 수 있다.
이때 지구의 환경이 생명체 탄생에 적합했다면
이 화성 암석은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