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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부록(附錄)
12-1. 주역전의(周易傳義)에 대하여
본서(本書)는 《주역전의(周易傳義)》 24권과 총목(總目)[역전서(易傳序) 및 역서(易序), 상하편의(上下篇義), 역설강령(易說綱領), 역본의도(易本義圖), 오찬(五贊), 서의(筮儀)] 1권을 현토(懸吐)하고 역주(譯註)한 것이다. 《주역(周易)》은 역경(易經), 또는 역(易)이라 약칭하는 바, 동양철학(東洋哲學)의 오묘한 진리(眞理)를 풀이한 책으로 경전(經典)의 으뜸이라 할 것이다. 팔괘(八卦)를 근본으로 하여 이루어진 64괘(卦)를 다시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나누고, 여기에 십익(十翼) 즉 〈단전(彖傳)〉 상하(上下), 〈상전(象傳)〉 상하(上下), 〈계사전(繫辭傳)〉 상하(上下),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의 10편을 합하여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역(易)의 작자(作者)에 대해서는 여러 이설(異說)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복희씨(伏羲氏)가 처음 팔괘(八卦)와 64괘(卦)를 그렸으며,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이것을 연역하여 괘사(卦辭)를 짓고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짓고 공자(孔子)가 십익(十翼)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주(周)나라 때에 만들어졌다 하여 《주역(周易)》이라 칭한다. 복희씨(伏羲氏)는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이것을 근거하여 팔괘(八卦)를 그렸다 하는바, 이것을 하도(河圖)라 한다. 하도(河圖)는 1에서부터 10까지의 둥근 권점(圈點)이 그려져 있는데, 권점(圈點)은 백권(白圈)과 흑권(黑圈)으로 나뉘어 음양(陰陽)을 나타낸다. 이 하도(河圖)는 우왕(禹王) 때에 나왔다는 낙서(洛書)와 함께 천지(天地) 오행(五行)의 생성(生成) 원리(原理)를 밝힌 것으로 동양(東洋) 철학(哲學)의 근간이라 할 것이다.
고대(古代) 중국(中國)에는 몇 종류의 역(易)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례(周禮)》〈춘관(春官)〉에 “태복(太卜)의 직책은 ‘삼역(三易)의 법(法)’을 주관했다.” 하였다. 삼역(三易)이란 연산(連山)•귀장(歸藏)•주역(周易)을 말하는데 연산(連山)과 귀장(歸藏)이 어떠한 내용의 역(易)이었는지는 현재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그 명칭으로 보아 《주역(周易)》이 건(乾)을 수괘(首卦)로 함에 반하여 연산(連山)은 산(山)을 의미하는 간(艮)을 첫 번째로 하고 귀장(歸藏)은 곤(坤)을 첫 번째로 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역(易)은 본래 복서(卜筮)에 이용하던 책이었다. 복서(卜筮)란 점치는 방법으로 복(卜)은 거북점을, 서(筮)는 《주역(周易)》점을 이르는 바, 옛날 사람들이 마음에 의심스러워 결정할 수 없을 경우 이를 신(神)에게 묻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던 것이 주(周)나라 초기에 이르러 인간(人間)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도덕적(道德的)인 측면과 연관시켜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붙이고 십익(十翼)에 이르러서는 더욱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강조하여 비로소 중요한 경전(經典)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1. 역(易)의 명칭과 뜻
역(易)의 명칭에 대하여 《주역정의(周易正義)》에는 정현(鄭玄)의 설(說)을 인용하여 “역(易)은 하나의 이름으로 세 가지 뜻을 갖는다.” 하였다. 세 가지의 뜻이란 이간(易簡)과 변역(變易), 불역(不易)이 그것이다. 첫째, 이간(易簡)이란 알기 쉽고 좇기 쉽고 간단명료하다는 뜻이다. 〈계사전(繫辭傳)〉에 “건(乾)은 쉬움으로써 만물(萬物)을 냄을 주관하고 곤(坤)은 간략함으로써 만물을 이룬다〔乾以易知 坤以簡能〕” 하였다. 건(乾)은 하늘로 아버지에 해당하고 곤(坤)은 땅으로 어머니에 해당한다, 건곤(乾坤)은 역(易)의 수괘(首卦)이고 천지(天地)는 만물(萬物)의 원조(元祖)이다. 팔괘(八卦)를 거듭한 64괘(卦)로써 천지(天地) 만물(萬物)을 설명함은 가장 간단 명료한 방법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고, 낮은 밝고 밤은 어두우며, 봄엔 꽃이 피고 겨울엔 눈이 내린다. 어버이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어버이를 따른다. 이것보다 간단하고 쉬운 일은 없다. ‘역(易)’은 이러한 천지(天地)의 법칙을 나타낸 것이므로 이를 ‘역(易)’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역자(易字)의 음(音)을 ‘이’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둘째, 변역(變易)이란 우주(宇宙)의 삼라만상은 한 순간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 구름은 하늘로 떠가고 물은 쉴새없이 흐르며,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온다. 이것은 모두 변화(變化)이다. 그러므로 우주(宇宙)의 일체 현상을 가리켜 ‘변역(變易)’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무궁무진한 변화의 현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일정(一定)한 법칙이 있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運行)과 춘하추동(春夏秋冬)의 대사(代謝) 등은 항상 변화하지만, 운행(運行)과 대사(代謝)의 법칙(法則)으로 말하면 일정불변(一定不變)하여 억만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불역(不易)이다. 《주역(周易)》의 뜻을 더 자세히 알려면 역자(易字)의 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자(易字)의 구성과 그 뜻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지만 그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석역설(蜥易說)과 일월설(日月說)이다.
《설문(說文)》에 “역(易)은 석역(蜥易), 언정(蝘蜓), 수궁(守宮)으로 상형(象形)이다. 비서(秘書)[위서(緯書)]에 ‘해와 달이 역(易)이다’ 하였으니 음양(陰陽)을 형상한 것이다.” 하였다. 이는 역자(易字)가 석역(蜥易)을 상형(象形)한 문자(文字)라는 것이다. 석역(蜥易)은 일명 언정(蝘蜓), 수궁(守宮)으로 도마뱀이라 훈(訓)하나 정확히 표현하면 카멜레온이다. 역자(易字)의 윗부분인 일(日)은 카멜레온의 머리이고 구(口) 안의 점은 눈을 상징하며, 아랫부분의 물(勿)은 카멜레온의 몸체와 발을 상형한 것이다. 카멜레온은 주위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보호색을 띠어 하루에도 열두 번씩 피부 색깔이 변한다는 데에 착안한 것이다.
다음의 일월설(日月說)은 역자(易字)가 일(日)과 월(月)의 회의문자(會意文字)라고 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일(日)은 양(陽)을, 월(月)은 음(陰)을 상징하므로 결국 음양(陰陽)에 입각하여 일(日)과 월(月)을 상하로 결합하였다는 이론이다. 역(易)을 변역(變易), 교역(交易), 박역(博易)의 뜻으로 볼 때 일월설(日月說)은 《주역(周易)》에서 이상(理想)으로 여기는 것을 가장 바르게 표명하였다고 보여진다.
2. 역(易)의 원리
역(易)의 원리(原理)는 하나의 진리(眞理)인 태극(太極)에서 음양(陰陽)의 양의(兩儀)가 나오고 양의(兩儀)에서 사상(四象)이, 사상(四象)에서 팔괘(八卦)가 나왔으며, 이 팔괘(八卦)를 거듭하여 64괘(卦)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계사전(繫辭傳)〉에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兩儀)가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四象)이 팔괘(八卦)를 낳았다.” 하였다.
태극(太極)은 철학적(哲學的)으로 매우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용어이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우주(宇宙) 만물(萬物)의 생성(生成)의 근원이 되는 본체(本體)[진리]이며, 만물(萬物)이 생겨난 뒤에는 모든 물건의 본성 (本性)이 되고 인간(人間)이 행하여야 할 도리(道理)가 되는 바, 불역(不易)의 진리(眞理)란 바로 이 태극(太極)을 의미한다. 서법(筮法)에서도 50개의 시초(蓍草) 중에 우선 하나를 뽑아 제쳐놓고 점서(占筮)를 시작함은 바로 이 태극(太極)을 상징한 것이다.
이 태극(太極)에서 분화된 것이 양의(兩儀)인 바, 양의(兩儀)를 단적으로 말한다면 음(陰)과 양(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양(陽)을 표시하는 양효(陽爻)와 음(陰)을 표시하는 음효(陰爻)가 생기게 되었다. 양(陽)을 대표하는 것은 하늘이요, 음(陰)을 대표하는 것은 땅이다. 천지창조(天地創造)의 과정은 하늘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양효(陽爻)는 하나를 의미하는 ‘⚊’로 표시하고, 땅은 하늘에 이어 두 번째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음효(陰爻)는 둘을 의미하는 ‘⚋’로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양의(兩儀)에서 다시 분화된 것이 사상(四象)으로 소양(少陽)과 노양(老陽), 소음(少陰)과 노음(老陰)을 가리킨다. 즉 양의(兩儀)의 위에 각각 양효(陽爻)와 음효(陰爻)를 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양중(陽中)의 양(陽)을 노양(老陽;⚌), 양중(陽中)의 음(陰)을 소음(少陰;⚍), 음중(陰中)의 양(陽)을 소양(少陽;⚎), 음중(陰中)의 음(陰)을 노음(老陰;⚏)이라 하며, 노양(老陽)을 태양(太陽), 노음(老陰)을 태음(太陰)이라고도 한다.
팔괘(八卦)는 사상(四象)의 위에 또다시 양효(陽爻)와 음효(陰爻)를 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모두 여덟 괘(卦)이기 때문에 명칭한 것인데, 역(易)의 기본이 된다.
태양(太陽)의 위에 양효(陽爻)를 가하면 건(乾;☰)이 되고 음효(陰爻)를 가하면 태(兌;☱)가 되며, 소음(少陰)의 위에 양효(陽爻)를 가하면 이(離;☲)가 되고 음효(陰爻)를 가하면 진(震;☳)이 되며, 소양(少陽)의 위에 양효(陽爻)를 가하면 손(巽;☴)이 되고 음효(陰爻)를 가하면 감(坎;☵)이 되며, 노음(老陰)의 위에 양효(陽爻)를 가하면 간(艮;☶)이 되고 음효(陰爻)를 가하면 곤(坤;☷)이 된다.
한 괘(卦)는 세 개의 효(爻)로 구성되었는데, 이것은 삼재(三才) 곧 천(天)•지(地)•인(人)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맨 아래의 초효(初爻)는 지위(地位), 두 번째인 중효(中爻)는 인위(人位), 맨 위의 상효(上爻)는 천위(天位)가 된다.
팔괘(八卦)에는 각기 상(象)이 있는 바, 건(乾)은 하늘(천;天), 태(兌)는 못(택;澤), 이(離)는 불(화;火), 진(震)은 우레(뇌;雷), 손(巽)은 바람(풍;風), 감(坎)은 물(수;水), 간(艮)은 산(산;山), 곤(坤)은 땅(지;地)이 되며, 성질로 보면 건(乾)은 강함과 굳셈, 태(兌)는 기뻐함, 이(離)는 붙음, 진(震)은 동(動)함, 손(巽)은 들어감, 감(坎)은 빠짐, 간(艮)은 그침, 곤(坤)은 순종함이 된다.
또 이것을 가족(家族)에 비유하면 건(乾)은 부(父), 태(兌)는 소녀(少女), 이(離)는 중녀(中女), 진(震)은 장남(長男), 손(巽)은 장녀(長女), 감(坎)은 중남(中男), 간(艮)은 소남(少男), 곤(坤)은 모(母)가 된다.
여기에 다시 건괘(乾卦)로부터 차례로 위에 팔괘(八卦)를 추가하면 6효(六爻)가 되어 건괘(乾卦;䷀)로부터 미제괘(未濟卦;䷿)까지의 64괘(卦)가 이루어진다. 아래의 것을 하괘(下卦) 또는 내괘(內卦)라 하고 위의 것을 상괘(上卦) 또는 외괘(外卦)라 하며, 또한 내괘(內卦)를 정(貞), 외괘(外卦)를 회(悔)라 한다. 처음 점을 쳐서 얻은 본괘(本卦)를 정(貞)이라 하고, 효(爻)가 변하여 바뀐 지괘(之卦)를 회(悔)라고도 한다.
3. 《주역(周易)》의 구성(構成)과 내용(內容)
《주역(周易)》은 괘(卦)와 괘사(卦辭), 효사(爻辭) 및 십익(十翼)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64괘(卦)에서 건위천(乾爲天) 괘(卦)에는 괘상(卦象;䷀)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건상건하(乾上乾下)란 작은 글자가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팔괘(八卦)로써 상하괘(上下卦)를 밝힌 것으로, 64괘(卦)의 건괘(乾卦)는 위는 팔괘(八卦)의 건(乾☰)이고 아래 역시 건(乾☰)임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예를 들어보면 64괘(卦)에서 천지비(天地否) 괘(卦)에는 괘상(卦象;䷋)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건상곤하(乾上坤下)란 작은 글자가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팔괘(八卦)로써 상하괘(上下卦)를 밝힌 것으로, 64괘(卦)의 비괘(否卦)는 위는 팔괘(八卦)의 건(乾☰)이고 아래는 곤(坤☷)임을 나타낸 것이다.
괘사(卦辭)는 괘(卦)에 게시되어 있는 상(象)을 해석한 것으로 일명 단사(彖辭)라고도 하는 바, 이 괘사(卦辭)가 없이는 그 괘(卦)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주역(周易)》은 일단 이 괘사(卦辭)를 통해서 완성되었다고 여겨진다. 괘사(卦辭)는 괘명(卦名)의 뜻으로부터 음양(陰陽)의 소장(消長)과 강유(剛柔)의 덕(德)을 가지고 인사(人事)에 견주어 길흉(吉凶)을 서술하였으며, 효사(爻辭)는 각 효(爻)가 점하고 있는 환경[위치]과 시간적인 개념의 제시 및 사안(事案)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였다. 《주역(周易)》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는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시간과 환경에 대처하는 신성(神聖)한 계시(啓示)이다. 어떤 괘(卦), 어떤 효(爻)에 고정된 도리가 부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속에는 인간(人間)의 사상(思想)이 맥맥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십익(十翼)이란 명칭은 전한(前漢) 때에 씌어진 위서(緯書) 《역건착도(易乾鑿度)》에서부터 비롯된다. 익(翼)은 우익(羽翼)한다는 뜻으로 경문(經文)의 의미를 부연설명함을 의미한다. 십익(十翼)은 공자(孔子)의 작(作)으로 전하고 있는 바, 〈단전(彖傳)〉 상하(上下), 〈상전(象傳)〉 상하(上下), 〈계사전(繫辭傳)〉 상하(上下), 및 〈문언전(文言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의 10편을 말한다.
이들 전(傳)은 본래 경문(經文)의 뒤에 따로 수록되어 있었으나, 한대(漢代)에 비직(費直)이 처음으로 괘(卦)의 아래에 붙였고 뒤에 정현(鄭玄)과 왕필(王弼)이 다시 괘효(卦爻)의 아래에 붙였으며, 〈문언전(文言傳)〉 역시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뒤에 옮겨 놓은 것으로 전한다.
〈단전(彖傳)〉은 내괘(內卦)와 외괘(外卦)의 상(象) 및 효(爻)의 강유(剛柔)의 덕(德)과 괘명(卦名)을 가지고 괘사(卦辭)를 해설하였으며, 〈상전(象傳)〉은 괘(卦) 전체의 의의(意義)를 해설한 대상(大象)과 효사(爻辭)의 의의(意義)를 해설한 소상(小象)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상(大象)에는 상괘(上卦)와 하괘(下卦)가 각기 상징하는 상(象)과 천(天)•지(地)•뇌(雷)•풍(風) 등의 상호관계 또는 괘명(卦名)과 인간(人間)과 연관시켜 도리(道理)의 교훈(敎訓)을 밝힌 데 반하여, 소상(小象)에는 저마다의 효위(爻位)에 따른 신분과 도덕(道德) 실천을 서술하고 있다.
〈계사전(繫辭傳)〉은 역경(易經)의 성립 근거와 그 기능에 대하여 서술함을 위시하여 역경(易經)과 철학(哲學), 경문(經文)의 해석법 및 기타에 관하여 총론적(總論的)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언전(文言傳)〉은 건(乾)•곤(坤) 두 괘(卦)의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에 대해 군자(君子)의 도덕(道德) 실천을 바탕으로 그 의의(意義)를 강조하였다. 특히 건괘(乾卦)에 역점을 두었고 운문(韻文)으로 되어 있는 바, 음양(陰陽)의 소장(消長)에 따라 효사(爻辭)를 해석한 점은 〈단전(彖傳)〉과 흡사하고 도덕(道德) 실천의 관점에서 효사(爻辭)를 해석한 점은 소상(小象)과 흡사하다 하겠다.
〈설괘전(說卦傳)〉은 《주역(周易)》의 구성 원리를 설명한 총론(總論) 부분과 팔괘(八卦)가 상징하는 물상(物象)을 열거한 세론(細論) 부분으로 성립되어 있다. 세론(細論)에는 경문(經文)을 이해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도 들어 있는 바, 이는 아마도 점서(占筮)할 때에 사용된 대목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그리고 총론(總論)은 〈계사전(繫辭傳)〉을 집약한 감이 있다.
〈서괘전(序卦傳)〉은 괘(卦)의 배열순서(排列順序)를 만물(萬物)의 생성(生成)과 인간(人間)의 생활(生活)에 연관시켜 해설하였으며, 〈잡괘전(雜卦傳)〉은 괘(卦)의 순서에 구애됨이 없이 의의면(意義面)에서 서로 상반되는 괘(卦)를 대조시키면서 인사면(人事面)에서의 특색을 간단한 말로 표현하고 있는 바, 역시 운문(韻文)이다.
4. 《주역(周易)》의 주석서(註釋書)
《주역(周易)》의 주석서(註釋書)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송대(宋代)의 철학자(哲學者)인 이천(伊川) 정이(程Å3)가 지은 《역전(易傳)》과 주자(朱子)의 《본의(本義)》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주역(周易)》은 일찍부터 두 종류의 주석서(註釋書)가 있었으니, 금역(今易)과 고역(古易)이 그것이다. 위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십익(十翼)은 원래 경문(經文)의 뒤에 있었는데, 비직(費直)과 왕필(王弼) 등이 〈단전(彖傳)〉과 〈상전(象傳)〉, 〈문언전(文言傳)〉을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의 아래에 붙였는바, 역대(歷代)로 이를 따르고 금역(今易)이라 칭하였다. 그러나 송대(宋代)의 조열지(晁說之)와 여조겸(呂祖謙)은 이것은 역경(易經)의 진면목이 아니라 하여 고본(古本) 《주역(周易)》을 다시 만들고 고역(古易)이라 칭하였다. 정이천(程伊川)은 금역(今易)의 체제를 따르면서 유가(儒家)의 도덕적(道德的)인 면을 강조하여 《역전(易傳)》을 지었으며, 주자(朱子)는 역(易)은 본래 복서(卜筮)의 책인 만큼 도덕(道德)을 강조한 십익(十翼)은 《주역(周易)》을 이해하는 데 일조는 될지언정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지은 본의(本義)는 아니라 하여 고역(古易)을 따라 점서(占筮)에 치중하여 본의(本義)를 지었다.
《역전(易傳)》은 정이천(程伊川)이 지은 것이라 하여 정전(程傳)으로 약칭하기도 하는바, 명(明)나라 영락(永樂) 연간에 호광(胡廣) 등은 대전본(大全本)을 편찬하면서 정전(程傳)을 기본으로 하고 《본의(本義)》를 함께 삽입하고는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이라 이름하였다.
조선조(朝鮮朝)의 내각본(內閣本)은 대전본(大全本)을 그대로 따랐는 바, 본서(本書) 역시 내각본(內閣本)의 체제를 따랐음을 밝혀둔다.
5. 《주역(周易)》의 용어(用語)
역(易)에는 특수한 용어(用語)가 있는 바, 역(易)을 읽으려는 사람은 먼저 이것을 익숙히 알아야 하므로 그 대략을 소개하겠다.
① 괘효(卦爻)의 명칭
팔괘(八卦)를 소성괘(小成卦)라 하고 64괘(卦)를 대성괘(大成卦)라 한다. 대성괘(大成卦) 역시 천(天)•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로 나누는데, 초효(初爻)와 이효(二爻)는 지위(地位), 삼효(三爻)와 사효(四爻)는 인위(人位), 오효(五爻)와 상효(上爻)는 천위(天位)가 된다.
예) 지천태(地天泰)괘
효(爻)는 괘(卦)를 이루는 기본인데, 음효(陰爻)를 육(六), 양효(陽爻)를 구(九)라 한다. 괘(卦)를 아래로부터 그리기 때문에 효(爻) 역시 아래로부터 위를 향해 세는 것이 원칙이다.
[초목의 싹이 아래의 땅에서부터 위로 자라듯] 그러므로 제일 아래 효(爻)가 양(陽)이면 초구(初九), 음(陰) 이면 초육(初六)이라 하고 이로부터 순차적으로 올라가 구이(九二)나 육이(六二), 구삼(九三)이나 육삼(六三), 구사(九四)나 육사(六四), 구오(九五)나 육오(六五)라 하며 맨 위의 효(爻)를 상구(上九) 또는 상육(上六)이라고 한다. 예) ⚋ 상효上爻 상육上六 ⚋ 오효五爻 육오六五 ⚋ 사효四爻 육사六四 ⚊ 삼효三爻 구삼九三 ⚊ 이효二爻 구이九二 ⚊ 초효初爻 초구初九
구(九)로써 양효(陽爻)를 나타내고 육(六)으로써 음효(陰爻)를 나타내는 데에는 몇 가지 해석이 있다. 오행(五行)의 생수(生數)인 1•3•5의 홀수 즉 양수(陽數)를 합쳐 9로 하여 양효(陽爻)로 삼고 2•4의 짝수 즉 음수(陰數)를 합쳐 6으로 하여 음효(陰爻)로 삼은 것이라 하며, 설시(揲蓍)할 때에 9는 노양(老陽), 7은 소양(少陽), 6은 노음(老陰), 8은 소음(少陰)이 되는데, 노양(老陽)은 변하여 음(陰)이 되고 노음(老陰)은 변하여 양(陽)이 되며 소음(少陰)과 소양(少陽)은 변하지 않는 바, 괘(卦)는 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노양(老陽)의 수(數)인 9를 양(陽)으로, 노음(老陰)의 수(數)인 6을 음(陰)으로 삼은 것이라 하기도 한다.
② 호괘(互卦)
괘(卦)를 해석하는 데에는 내괘(內卦)와 외괘(外卦)의 괘상(卦象)을 가지고 설명하지만, 괘상(卦象)만으로 설명이 부족할 경우에는 이효(二爻)로부터 사효(四爻)까지, 삼효(三爻)로부터 오효(五爻)까지의 상(象)을 취하여 보충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호괘(互卦)’인 바, 이효(二爻)부터 사효(四爻)까지를 ‘내효괘(內爻卦)’, 삼효(三爻)부터 오효(五爻)까지를 ‘외효괘(外爻卦)’라고 일컫는다. 그리하여 두 호괘(互卦)를 겹쳐 이루어지는 괘(卦)를 ‘호체(互體)’라고 한다. 예) ⚋ 상효上爻 ⚋ 오효五爻 ⚋ 사효四爻 ⚊ 삼효三爻 ⚊ 이효二爻 ⚊ 초효初爻 *** 일반적으로 내괘(內卦)를 초효(初爻)부터 삼효(三爻)까지, 외괘(外卦)를 사효(四爻)부터 상효(上爻)까지를 말하며, 내괘(內卦)에서는 이효(二爻), 외괘(外卦)에서는 오효(五爻)를 가장 중심으로 본다.
③ 효(爻)의 강유(剛柔), 중정(中正)과 이에 따른 점사(占辭)
양효(陽爻)를 ‘강(剛)’, 음효(陰爻)를 ‘유(柔)’라 하며, 이효(二爻)와 오효(五爻)를 ‘중(中)’이라고 한다. 이(二)는 내괘(內卦)의 중(中)이고 오(五)는 외괘(外卦)의 중(中)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효(陽爻)가 양위(陽位)인 초(初)•삼(三)•오(五)에 위치하고 음효(陰爻)가 음위(陰位)인 이(二)•사(四)• 상(上)에 위치한 것을 ‘정(正)’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효(陽爻)가 양위(陽位)에 있는 구삼효(九三爻)는 중강(重剛)이라 하여 너무 지나친 강함이 된다.
구오효(九五爻) 역시 중강(重剛)이라고 할 수 있으나 중덕(中德)이 있어 지나치지 않은 것이 되며, 초효(初爻)와 상효(上爻)는 지위가 없는 자리이다. 인간(人間)에게 있어 강(剛)은 재질(才質)과 의지(意志)가 굳세고 강함이 되며 유(柔)는 유순하고 나약함이 된다.
④ 응(應)•비(比)•승(承)•승(乘)
6효(爻) 상호간의 관계에 관해 사용하는 술어(述語)이다. ‘응(應)’이란 상괘(上卦)와 하괘(下卦)의 양효(陽爻)와 음효(陰爻)가 서로 응(應)하는 것으로, 초(初)와 사(四), 이(二)와 오(五), 삼(三)과 상(上)이 음양(陰陽)이 각기 다를 경우 이를 응(應), 또는 정응(正應), 응여(應與)라 한다. 즉 초구(初九)와 육사(六四), 초육(初六)과 구사(九四), 구이(九二)와 육오(六五), 육이(六二)와 구오(九五), 구삼(九三)과 상육(上六), 육삼(六三)과 상구(上九)가 응(應)인데, 역(易)은 음양상응(陰陽相應)을 중시하여 일반적으로 응(應)이 있는 것을 좋게 여기며, 그 중에도 육이(六二)와 구오(九五)의 상응(相應)이 가장 좋다. 그 이유는 이(二)는 신하이고 오(五)는 군주이며 모두 중정(中正)을 얻었기 때문이다. ‘비(比)’는 상하(上下)에 서로 이웃한 효(爻)를 이른다. 즉 초(初)와 이(二), 이(二)와 삼(三), 삼(三)과 사(四), 사(四)와 오(五), 오(五)와 상(上)은 서로 친비(親比)하는 효(爻)이다. ‘승(承)’은 음효(陰爻)가 아래에 있으면서 위로 양효(陽爻)를 받드는 것이고, ‘승(乘)’은 음효(陰爻)가 양효(陽爻) 위에 올라타고 있는 것인 바, 음효(陰爻)가 양효(陽爻)를 받드는 것은 순종함이어서 좋으나 양효(陽爻)를 타고 있는 것은 위험한 뜻이 된다. 그리고 양효(陽爻)가 음효(陰爻) 위에 있을 경우에는 이(履)[밟고 있음]라고 칭한다.
6. 《주역(周易)》의 응용(應用) 태극(太極)과 음양(陰陽)의 원리(原理)를 밝힌 《주역(周易)》은 우선 신비(神秘)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국기(國旗)가 태극(太極)이란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계사전(繫辭傳)〉에 “형이상(形而上)을 도(道)라 하고 형이하(形而下)를 기(器)라 한다.” 하였다. 도(道)는 태극(太極)으로 이(理)를 의미하고 기(器)는 음양(陰陽)으로 기(氣)를 의미한다. 퇴계(退溪)와 율곡(栗谷)의 이기설(理氣說) 역시 《주역(周易)》이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역(易)은 천도(天道)를 미루어 인사(人事)에 미치되 매우 광범위하여 구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간(人間)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선악(善惡)에 연관시킴으로써 사람이 처한 위치에 따라 행하여야 할 참다운 도리(道理)를 명확히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주역(周易)》은 수양(修養)의 책이고 경륜(經綸)의 책이고 입명(立命)의 책인 것이다. 이로써 몸을 닦고 이로써 사업(事業)을 일으키고 이로써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에 대처할 수 있다. 복서(卜筮)의 책이면서 동시에 윤리도덕(倫理道德)을 밝힌 우주(宇宙)의 진리서(眞理書)이다.
〈계사전(繫辭傳)〉에 “군자(君子)는 일이 없을 때에는 괘효(卦爻)의 상(象)을 보고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살펴보며, 동(動)할 때에는 점괘(占卦)를 보고 그 변함을 살펴본다.” 하였다.
이 때문에 선현(先賢)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새벽에 일어나 무릎꿇고 앉아 분향(焚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괘(卦)를 뽑아보곤 하였다. 괘(卦) 하나를 뽑으려면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신명(神明)을 대하듯이 경건한 자세로 괘(卦)를 뽑고 그에 따른 해석을 음미해 보는 일은 심신(心神)을 수양(修養)함에 있어 최고의 방법이었다고 여겨진다.
주자(朱子)는 《주역(周易)》이 모든 일에 응용됨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둔괘(屯卦) 육삼효사(六三爻辭)에 ‘즉록무우(卽鹿无虞) 유입우림중(惟入于林中) 군자기(君子幾) 불여사 (不如舍) 왕린(往吝)’이라 하였는데, 이 뜻은 ‘장차 사슴을 사냥하려 하면서 길을 인도하는 우인(虞人)이 없으면 오직 숲속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니, 군자(君子)는 기미를 알아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만약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여 간다면 부끄러움을 취하는 방법이다’라는 것이다. 이는 후인(後人)들이 일을 할 때에 만약 관작(官爵)을 구하는 자가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구한다면 곧 부끄러움을 취하게 되고, 만약 재리(財利)를 구하는 자가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구한다면 곧 부끄러움을 취하게 됨을 계시하는 것이다.”
64괘(卦) 중에 오직 겸괘(謙卦)만은 여섯 효(爻) 모두 나쁜 것이 없다. 겸손은 언제 어디서나 좋은 것이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면 비괘(否卦)가 되고 이와 반대로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으면 태괘(泰卦)가 된다. 태(泰)는 상하(上下)의 뜻이 소통하여 편안함을 이르고, 비(否)는 뜻이 서로 막혀 나쁨을 이른다. 하늘은 본래 높고 땅은 본래 낮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상하간에 의사가 잘 소통되어 편안하고, 이와 반대로 높은 사람이 높은 체하여 아랫사람들을 무시하면 뜻이 서로 막혀 망함을 의미한다. 위를 덜어 아래를 보태면 익괘(益卦)가 되고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면 손괘(損卦)가 된다. 익(益)은 문자 그대로 유익한 것이고 손(損)은 손해되는 것이다. 군주나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에게서 착취하여 호의호식하면 그 나라는 결국 망하고, 윗사람이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아랫사람들을 돌봐주면 그 나라는 흥왕(興旺)한다. 오늘날 회사(會社)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으면 기제(旣濟)이고, 반대로 불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으면 미제(未濟)이다. 사람의 신체(身體)도 정욕(情慾)을 남용(濫用)하여 수기(水氣)가 하강하고 열(熱)이 치솟으면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병들고, 심신(心身)을 수양(修養)하여 화기(火氣)가 내려가고 수기(水氣)가 올라가면 건강(健康)하다. 《주역(周易)》의 이치는 이처럼 어떠한 사물(事物)이든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다.
물론 복서서(卜筮書)란 말에 대해 고대(古代) 샤머니즘의 일종으로 생각하여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길거리에서 사주(四柱)나 관상(觀相)을 보는 명리학가(命理學家)[역리학가(易理學家)]의 그것과는 절대로 다름을 알아야 한다.
동양(東洋) 최고(最古)의 경전(經典)으로 우리 나라의 실학자(實學者)인 성호(星湖) 이익(李瀷)이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도 무한히 연구를 하였음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社會)와 경제(經濟)가 모두 불안정하여 불확실한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人間)의 참다운 삶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주역(周易)》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난국(難局)을 타개(打開)하는 데에도 좋은 귀감(龜鑑)이 될 것이다. 우주(宇宙)의 진리(眞理)는 순환하여 반복함을 원칙으로 한다.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되며, 행복이 극(極)에 이르면 불행이 다가오고 어려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뒤따른다.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과 위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꿋꿋하고 겸손하게 중정(中正)을 지키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주역(周易)》은 우주(宇宙)와 인간(人間)과의 관계를 엿보는 외에도 천문(天文)•지리(地理)와 기타 제반(諸般)의 사상(思想)에 대한 무한한 시사를 주는 철학서(哲學書)이다. 본서(本書)가 역해(譯解)됨으로써 우선 우리의 국기(國旗)의 원리(原理)를 올바로 이해(理解)하는 동시에 당면한 난국(難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남(指南)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본인(本人)은 일찍부터 한학(漢學)을 전수(專修)하였으나 사사(師事)한 선생(先生)님들이 《주역(周易)》만은 선뜻 전수(傳授)해 주지 않으셨다. 그러다가 1977년 민족문화추진회(民族文化推進會)의 국역연수원(國譯硏修院)에서 연청(硏靑) 오호영 선생(吳虎泳先生)에게 처음으로 《주역(周易)》을 배울 수 있었다. 연청 선생(硏靑先生)은 화서(華西) 연원(淵源)의 가학(家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역(周易)》에 밝으신 남산선생(南山先生)을 사사하여 역학(易學)에 조예(造詣)가 깊으셨다. 본인(本人)은 그후 동학(同學)들과 몇차례 《주역(周易)》을 강독(講讀)하였으며, 10여년 전 경희대학교에서 2년여에 걸쳐 남기영 교수(南基英敎授) 등과 다시 정독(精讀)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때 남교수(南敎授)와 함께 본서(本書)를 역해(譯解)하기로 하여, 남교수(南敎授)가 원문(原文) 전체(全體)를 입력하고 강의(講義) 내용을 녹취(錄取)하는 등 모든 기초작업을 주선하여 초역(草譯)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본인(本人)은 좀더 완벽을 기하고자 역주작업(譯註作業)을 미뤄오며 국역연수원(國譯硏修院)에서 수년(數年)에 걸쳐 《주역(周易)》 강의(講義)를 계속하였다. 그러다보니, 남교수(南敎授)와 자주 만나기도 어려워 공동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의 역간(譯刊)이 끝남에 따라 사서삼경(四書三經)의 완역(完譯)을 독촉하는 독자들의 요청이 계속되었다. 이에 부득이 미진한 대로 출간하는 바이나, 당초의 계획대로 남교수(南敎授)의 철학적(哲學的)인 해석(解釋)과 미려(美麗)한 윤문(潤文)이 가해졌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참으로 아쉬운 마음 간절하다. 남교수(南敎授)님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후일(後日)을 기약하는 바이다. 끝으로 본서(本書)가 나오기까지 시종(始終) 협력(協力)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感謝)의 뜻을 표한다. 원고정리(原稿整理)에서부터 교정(校正)에 이르기까지 전작업(全作業)을 도맡아준 박승주(朴勝珠) 연구원을 비롯하여 원고정리(原稿整理)를 도와준 임희자(林希子), 김인철(金麟哲) 두 분께 심심(深甚)한 사의(謝意)를 표한다. 또한 국역연수원(國譯硏修院)에서 《주역(周易)》을 강독(講讀)하며 수정작업(修訂作業)을 도와준 상임연구원(常任硏究員)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바이다.
단기(檀紀) 4331년 세재무인(歲在戊寅) 양월(陽月)에 후학(後學) 성백효(成百曉)는 열상(洌上)의 관일헌(觀一軒)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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