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71) 다음번엔 더 나을까? / 윌리엄 그림 신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해 희망적인 메시지가 들려온다. 바로 코로나19 백신 연구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백신들은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 전염병을 물리치거나 적어도 통제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백신 연구가 마무리돼야 하고, 이 백신 사용에 대한 승인도 있어야 한다.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들이거나 건설해야 한다. 백신 제조를 위한 재료를 모아야 하며 백신을 충분히 생산해야 한다. 백신 배포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백신을 접종할 사람들을 뽑거나 훈련시켜야 한다.
우리가 소매를 걷어붙여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이런 일들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수십억 명이 주사를 맞아야 한다.
미국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백신 주사를 맞는다면 우리는 내년 3분기나 4분기 쯤 정상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5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조너선 만 교수는 “우리 시대 역사는 새로운 질병의 계속되는 발병으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만 교수는 25년 전 에이즈 창궐을 염두에 두고 이 말을 했지만, 이후 우리는 많은 전염병의 대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최근의 전염병이며 아마도 가장 넓게 퍼지고 있다. 치명률은 낮지만 말이다.
우리는 만 교수의 예언을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마지막 전염병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쁜 전염병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잘 모르는 피치 못할 전 세계적 전염병을 대비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고 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1년은 더 걸리겠지만,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은 우리가 훗날 교회 안에서 공동체가 다시 모여 전례나 활동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모임에 대한 제한으로 교회에 나가던 습관에서 벗어난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교회를 떠나거나 가끔 미사에 ‘들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님과 하느님 백성을 만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본당 생활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배울 때 나는 한 일본인 수녀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의 영어 실력은 내 일본어 능력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하루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파리 한 마리가 나타나 성가시게 했다. 나는 파리채로 운 좋게도 이 파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수녀를 보며 물었다. “불교를 믿었던 조상님들은 이 파리를 보고 무어라 말을 했을까요?” 수녀는 “다음 삶엔 더 운이 좋길 바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분명 다음 기회는 있다. 우리는 행운에 기대 더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전염병 시대에서도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데 우선순위를 둘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준비를 잘 하지 못했다. 공동체의 전례생활을 위해 기술적으로 가능한 지역에서 인터넷으로 미사를 생중계하는 것 정도가 가장 큰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경기를 보며 선수와 심판에게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미사를 야구 경기처럼 시청하는 것은 참례라는 의미를 두기 어렵다. 미사는 구경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줌’ 앱으로 하는 회의나 모임, 콘서트, 수업 등은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을 때에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은 성찬 전례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성체는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도, 3D 프린터로 인쇄할 수도 없다. 하지만 꼭 미사만이 전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아침기도나 저녁기도는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복음 나눔과 공부, 이웃 방문과 같은 활동들은 모두의 참여로 진행될 수 있다. 다음번엔 아직 생각지 못한 다른 방법이 생길 수 도 있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과정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다음번엔 꼭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계획을 손에 쥐고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이를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교회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동체 전례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할 열의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매일 인터넷으로 기도회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실, 다음번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데 있어, 지금 대유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우리는 지금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번엔 더 나을 수 있다.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