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 194>
2017.09.01.금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
백동흠
수필가.2015년<에세이문학>등단
Auckland Co-op Taxi(300 3000)
겨울 뒤끝이 아직도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꽃샘추위가 괜히 있는 게 아니래지. 담장
안에서 자목련이 세상을 향해 목을 내밀고 있다. 어쨌든 오늘의 택시 일은 마쳤겠다.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한국기행’
TV를 본다. 자식들 다 여의고 두 내외가 산골에 귀촌하여 사는 생활. 고국의 고즈넉한 산사와 맑은 계곡물 정경에 푹 빠져든다.
언제 한번 찾아가 쭉 둘러보고
싶은 산천이다. 아내와 함께 한 달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고, 맛있는
토속음식도 먹으며 고국의 정취에 빠져봤으면 좋겠다.
어김없다. 커피 한잔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하루 일을 마치고 갖는 유일한
나의 낙이다. 하루 일이 때론 고단하고 가슴 휑할지라도 자유롭다. 나만의
요새를 그 무엇도 방해하지 못한다. 먼저 내 글 카페, 뉴질랜드
에세이문학에 들른다. 편안한 음악이 반겨 맞는다. 웹서핑에
푹 빠져든다. 시공을 초월한 여행이다.
고국 서울, 뉴질랜드 오클랜드, 캐나다 토론토,
중국 연변, 호주 멜번, 미국 LA 등지의 글벗들의 생활 이야기. 마우스의 움직임에 마음이 벌써
설렌다. 유쾌, 상쾌, 통쾌한
입담과 필력에 뭉친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다. 절제, 서사, 여운이 깃든 이야기에는 가슴이 덥혀진다. 뉴질랜드만의 이야기 정서가
담긴 글을 맛깔스레 버무려본다. 상큼한 맛이다. 좀 숙성시켜
그네들 밥상에 올릴걸 생각하니 입맛이 돈다. 내가 취하면 남도 느낄 수 있다. 세상은 참 가깝다.
이메일을 켜는 순간, 심장이 쿵한다. 웬 세상에나~ 이게
사실인가 진실인가. 다시 눈을 비벼본다. 분명하다. 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다시 화면에 집중한다. 또박또박하니
쓰여있다. 귀가 아니라 눈으로 확인한다. 아~아! 이리 감사할 수가.
“19회 재외동포 문학상 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백동흠 수필. 깬~니~프!”
“수상소감과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곧 책으로 엮어져 나올 겁니다.”
바깥 데크로 나간다. 어둠 속의 바깥세상에 간간히 불빛이 지나간다. 흘러가는 세상. 누군가는 이 시간도 밤 운전을 하고 있다. 갈 길이 멀지도 모른다.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싸한 바람이 스친다. 뺨이 새초롬하다. 드디어 마무리한 한줄기 빛!!!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생각나는 김에 글자판을 두드려본다. 대상 수상소감이라니, 처음엔 어색하고 둔탁하니 무겁다. 차츰 평정이 찾아진다. 피아노 치듯 가볍게 글자판을 넘나 든다. 꾸미지 않고 솟는 느낌
그대로 채색해간다. 가볍고 자유롭다. 응모 수필, 핵심 에피소드로 나오는 여대생의 답변처럼 가뿐하다. 한국 가서 원어민
교사한 생활 이야기, “한국음식 맛있어요.”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묻자마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뱉은 말. “깬~니~프!” ‘???’ “상추
말고 깬~니~프!”
<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소감>이라 적고 쭉 쭉 이어 써 내려간다.
진심이면 다 통하는 세상
뉴질랜드 백동흠
“Don’t panic! It’s
organic!” 세상사 허둥대지 마, 진심이면 다 통하는 세상이야. 뉴질랜드에서 영어 가정교사로 만난 마아가레트 할머니(90세)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오랜 시간, 이민 택시를 달렸다. 족히 백만 킬로미터쯤, 지구 스물다섯 바퀴쯤 거리다. 세상의 숱한 사람을 태우면서 별별일들을
보며 깊이 느꼈다. 인생도 세월도 함께 실어 날랐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으로 읽혔다.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이야기를
구슬에 꿰었다. 정성이 담긴 것을 고국에 보냈다.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나만의 짝사랑으로 그치나 연민에 빠졌다. 드디어
기쁜 소식이 이메일로 날아왔다. 4년 만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히 수상의 기쁨을 새긴다. 재외동포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서 부족한 글을 뽑아주셔서 다시금 일어선다. 더 배우고 익히며 깊어지고 싶다.
해외 변방에서 세월이 갈수록
우리말 우리글이 시골 고향처럼 그립고 그립다. 자신이 좋아하는 큰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마음에 선뜻
내키지 않은 작은 일 열 가지를 감내하는 것이 이민생활이려니. 행복한
인생, 멀리 있는 한방 성공이 아니다.
생활
주변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삶, 나이 들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좋아하는 것이 행복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 소띠 모임,
부부들과 함께 저녁을 먹어야겠다. 삼겹살 상추쌈에 깬~니~프! 를 얹어서 볼이 터지도록. *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글 퍼가도 될까요?
예. 뉴질랜드 타임즈에 수상소감 올린건데요.
캐나다 토론터에 펼치신 사랑과 나눔의 글밥상
뉴질랜드타임즈에 9월 1일 발표되기전 올리시는
첫 글이 되겠습니다. 나눔과 격려, 고맙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퇴근길 전철 임다 책으로 나오면 ㅣ부 보내주셔요 서울 금천구 가산동 99길 두산 위브 아파트
102동 2301 이중진 입니다
고맙습니다. 멀리 고국에서 기쁜 수식이네요.
고국에 들르면 꼭 뵙고 밥한번 먹어야지요.
성인처럼 살고계시는 소박한 생활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