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냥( 2016년 2월 27, 28일)
첫 날
허어? 벌써 이번 씨즌 마지막 사냥이라니?
무척 아쉬웠다.
떠나기 전날 선친 제사를 모셨기 때문에 나는 동생들과 어울려 너무 취해서, 종손 며느리인 아내 정포는 너무 힘들어서 토요일인데 아침 6시에나 겨우 출발할 수가 있었다.
산청 지구대 까지는 장장 333Km.
4시간을 달려야 지구대에 도착을 할 수가 있다(중간에 밥 먹는 시간까지).
아내와 함께 총을 찾아 차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수렵준비를 마치고 나니 10시 45분.
주유소와 뒤 공장지대 사이 넓은 벌판에 꼭 꿩이 여러 마리 내리는 것을 아니까 오늘 마지막으로 털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장끼는커녕 까투리도 보이질 않는다. 실망이 크다.
다시 차를 돌려 낮은 다리 근처, 특리를 다 돌아도 전혀 꿩이 보이질 않는다.
더군다나 특리는 옥천포 후배가 가르쳐 준 곳인데 마을 사이에 깊숙히 파뭍혀 있어 꾼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 언제나 가면 선달을 두 마리 이상 만날 수가 있는데 오늘 아니다.
마지막 사냥이 이게 뭔가?
특리 마을을 지나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는 벌판으로 나갔다.
벌써 1시가 넘어 우리는 집에서 싸온 제사음식을 펴놓고 점심을 들었다. 차 안에서.
꿀맛이다. 더욱이 캔맥주를 곁들인 점심식사는 일품이었다.
앞에는 환하게 마을 풍경이 펼처져 있지, 그 뒤로는 장산이 보이는데 경치가 그만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사냥을 하려니 아내 정포는 좀 쉬겠단다.
땀을 너무 흘려 옷이 다 젖어 말린 다음 나오겠다는 말을 뒤로 하고 ‘짱’과 ‘루키’ 두 마리를 다 데리고 나섰다.
그 넓은 언덕을 도는데 ‘짱’이 앞으로 내달리더니 마을에서 100~150m 떨어진 높은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포인팅에 들어갔다. ‘루키’도 쫓아가더니 10m 앞에서 동조 포인을 하고.
한걸음에 달려가 개 뒤에 서서 보니까 아내 정포의 협공이 있어야 가능할 것인데 너무 안타까웠다. 욘석이 날면 틀림없이 마을로 향해 날 백전노장일 텐데 무척 걱정이다.
내가 마을 쪽으로 몇 걸음 옮길 즈음 아니나 다를까, “ 꽈드등! 꺼겅껑껑!” 소리를 지르며 아래 논바닥에 배를 깔고 마을 쪽으로 재빠르게 나는데 무척 빠르다.
순간적으로 빨리 쏴야 된다는 생각에 꿩을 따라 “탕! 탕!!”.
너무 마을을 의식해 그만 두방 다 뒤를 쏘고 만 것이다.
더군다나 마을 쪽으로 날랐기 때문에 뭐 실수를 하지 않았나 가슴만 철렁! 두근! 두근!.
“에이! 참! 이럴 때 아내 정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터덜터덜 힘없이 옆 산으로 향했다.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아까 그 장끼가 날랐던 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짱’이 아래 논바닥과 언덕으로 왔다 갔다 또 뒤로 빠졌다가 다시 앞으로 헤매면서 돌아다니지 않는가?
성질이 나서 휘슬을 불어도 올라오지를 않는 거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 10m까지 와서 포인이다.
아마 여기까지 꿩을 몰고 온 듯 했다.
‘우로 어깨총’을 하고 있다가 바로 내리는 순간, “꽈드등! 꺼겅! 껑껑껑!!!”.
아주 큰 묵치가 내 머리 위로 솟구치는데 욘석도 마을로 향하려고 도는 거다.
마을 쪽으로 향하기전에 쏴야하는데 얼마나 급하던지 꿩만 보고, “꽝!”.
한방을 더 쐈으면 틀림이 없겠는데 마을 쪽이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
한숨만 나온다.
“저 녀석들은 다 살 놈들이지! 뭘.” 하면서도 너무 약이 올라 씩씩거리며 차로 갔다.
“총소리가 나던데 잡았수?”
“에이! 당신이 왔으면 잡을 수도 있었는데 그 좋은 걸 다 빼먹었어요!”
“내가 있다고 잡히나? 뭐? 놓치곤 왜 나한테 화풀이를 해요?”
“내가 화풀이를 하는 거요? 속상해서 그렇지!”
다시 차를 돌려 금서면 폐축사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여기도 꼭 귀신같은 녀석이 있는 곳이다.
지난 주 꿩이 실수를 해서 내 발 앞에서 나갔는데 너무 쉽게 대강 쏘다 살려보낸 일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도 없다.
아마 날이 푹해 불도자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소음으로 내려오지 않은 것 같다.
아! 지난 주 옥천포 후배가 실수한 곳으로 가보자.
차를 큰길가에 세워 놓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아내 정포와 함께.
멀리 150여m 넘게 떨어진 곳에 갈대가 무성한 조그만 연못 방죽이 보였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논이 깔려 있어 나는 왼쪽 산쪽으로 붙어서 나갔다.
드디어 ‘짱’이 포인! 내가 앞서 나가니 살살 기어 나간다.
방죽 옆에 산 쪽으로 2~3m 봉우리가 있는데 거기에 숨어 있을 듯 했다.
나는 산과 봉우리 사이로 재빨리 빠져 나갔다.
다 빠져 나갈 즈음, “꽈드등! 꺼겅껑껑!!”
내 뒤로 도는 거다.
나도 재빨리 뒤로 도는데 발이 미끈!
그래도 총구는 꿩을 따라가는데 중심을 잡고 꿩 앞에다가 “탕!”
완전 몸에 맞아 조금 나가다 중심을 잃고 떨어진다.
아내는 “‘짱!’ 위로! 위로!”.
“기지 못해요! 완전히 죽었어!”
드디어 짱이 물어 오니 아내 정포 너무 좋아 박수를 치고 난리다.
자기가 잡은 것 보다 더 좋은 가 보다.
우린 ‘하이 파이브’를 했다.
“휴우~! 오늘 공치는 걸 면했네!”
옥천포 김남용 후배와 산청군 금서면 엽장에서
'짱'이 장끼를 물고 온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수고하셨습니다~~
항상 멋진 미소가 웃음짓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