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돼지감자
해빙 해토의 계절,바람결에 실린 땅 내음이 상큼합니다.
산길 들길마다 연두색 희망이 싹트는 이즈음,땅 속 덩이줄기로 수확의 기쁨을 주는 식물이 있습니다.
겨우내 동토의 땅에서 생명을 보듬던 뚱딴지! 돼지감자입니다.생김새가 울퉁불퉁 뒤죽박죽이어서
뚱딴지라는 이름을 가진 돼지감자는 웰빙시대에 안성맞춤인 식재료이지요.식감은 물론 약재로서의
효능이 뛰어나 텃밭 재배식물로 각광받습니다.물 빠짐이 좋고 볕이 잘 드는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요.
‘못생기고 맛이 없어서(?)’ 천대받던 돼지감자가 인기 만점의 웰빙식물로 부상한건 성인병이 급격히
늘어난 현상과 무관치 않습니다.이눌린 함량이 높아 당뇨병 예방 및 치료제로 손꼽히면서 뚱딴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겁니다.덩달아 생산량도 늘었지요.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생으로 먹거나 쪄 먹을 수 있고,깍두기와 장아찌,물김치,된장찌개 등 어느 요리
에나 잘 어울립니다.채취시기는 서리가 내린 11월부터 3월 중순까지.마른 줄기를 걷어내고 10∼30㎝
깊이에서 거둬들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뚱딴지는 혈당을 낮출 뿐만 아니라 요모조모 효능이 많습니다.콜레스테롤
개선과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이눌린 함량은 일반 감자의 80배에 달합니다.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C,칼륨,철분 함량 또한 풍부합니다.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독소
배출 식품으로 권장합니다.이쯤 되면 산으로 들어간 자연인들에겐 필수 식품이나 다름없지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했습니다.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는 얘기입니다.이 말과 잘 어울리는
식물이 뚱딴지 아닐까요.
생명력이 강한 돼지감자는 같은 자리에서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식물입니다.
게걸음을 걷듯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종자를 퍼뜨리는 능력이 탁월하지요.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힘!무리를 지어 공생하면서 다른 식물의 간섭을 철저히 제어하는 생존
방식이 놀랍습니다.거리두기와 집합금지,나 홀로 살아가기에 급급한 요즘의 세태를 새삼 되돌아
보게 합니다.봄볕이 따사로운 3월의 5일장에 나가보세요.뚱딴지가 게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