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11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남은우 시인이 세 번째 동시집 『강아지 학교 필독서』를 펴냈습니다. 방과후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친구들과 꾸준히 어울려 온 시인이 이번에 주목한 대상은 ‘강아지들’입니다. 시인이 어린이들에게 시와 그림책을 읽어 주듯이 어미 개들이 ‘아직 글씨를 못 읽는 강아지들’에게 이 시집을 밤마다 ‘왈왈 월월’ 낭송해 준다면 동네가 꽤나 시끄럽겠습니다.
시인의 말·4
제1부
우리 할머니가 선생님이라면
1학년·12
꽃씨 던지기·13
언젠가 엄마처럼·14
올백은 내 것!·15
우리 할머니가 선생님이라면·16
수박 행성·17
두고두고 우려먹기·18
특종·19
옥수수 성적표 받은 날·20
첫눈 오는 날 짜장면 파티·21
제2부
개개비네 윷놀이
개개비네 윷놀이·24
봄바람 마녀·26
늦은 밤 ·28
등나무·29
겁주는 아저씨·30
수수께끼 둘·32
마음은 콩밭·33
밤 12시의 풀벌레들아·34
군밤·35
겨울 준비·36
눈사람·37
제3부
강아지 기차
강아지 기차·40
콩이·41
하얀 개를 사면·42
강아지 학교 필독서·43
이사 가는 멍구·44
명화·46
그냥이·47
청개구리 민박 구하기·48
물닭의 고민·50
좋아하는 동물 이름 대기·52
제4부
고래 우체국
너구리는 된장을 무서워할까?·56
할머니는 애인이 너무 많아·58
꿈에도 모르고·59
대표 농부들·60
아저씨는 마음이 몇 개일까·61
고래 우체국·62
사과밭 기린 이야기·64
빨간 장날·66
꽃 보는 값·68
점자, 일곱 난쟁이가 사는 오두막·69
해설·70
작가 소개·87
우리 할머니가 선생님이라면
은지 똥강아지
은서 똥강아지
효정 똥강아지
주하 똥강아지
하은 똥강아지
민식 똥강아지
승민 똥강아지
결이 똥강아지
우리 반 모두 똥강아지가 되지.
이런 선생님이 아침마다 맞이해주는 교실이 있다면 학교 가는 기분이 어떨까? 무엇을 할 때마다 ‘하이고, 우리 똥강아지 아주 잘 했어요.’ 하는 칭찬을 듣는다면 얼마나 살맛나는 인생일까? 단순하고 간결하기만 한 시어와 작법 뒤에 무한한 사랑과 배려, 공평함이 깃들어 있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도 한번 ‘똥강아지’ 대접을 제대로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자. 그 때 기분이 어땠는지.
강아지 기차
빈 종이상자에 담긴
강아지 네 마리
잠만 잡니다
첫째형아엉덩이에둘째얼굴둘째형아엉덩이에셋째얼굴셋째형아엉덩이에막내얼굴
푹 잠이 든 강아지 기차!
장난감 가게에는 많고 많은 기차가 있겠지만, ‘강아지 기차’만큼 눈과 마음을 잡아당기는 기차가 있을까? 어떤 집 거실에서는 인공지능 강아지들이 정말로 ‘깨끗하고, 똑똑하고, 정확하게’ 강아지 노릇을 하고 있겠지만, 이 시의 주인공들이 풍기는 따뜻함과 폭신함, 의지하고 믿고 기대는 신뢰감 같은 것들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당장 어디로 팔려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형과 아우의 ‘포근함’에 의지해 단잠부터 자고 보는 강아지들의 배짱이야말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귀여움’이 아니겠는가.
1학년
선생님!
우리 아빠 이름은 아는데요
우리 아빠 성함은 몰라요.
으핫핫! 물어본 선생님이 잘못일까, 아니면 ‘성함’조차 모르는 ‘1학년’이 죄인일까?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걱정하는 자료와 안내서가 많지만, 1학년의 특징을 이렇게 콕 짚어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절대로 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과 말’은 쉽고도 친절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잘난 체하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시를 그냥 읽고 가볍게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자를 대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남은우 시인이 세 번째 동시집 『강아지 학교 필독서』에서 애쓴 점은 ‘천진함’이다. 거짓 없고, 가식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느 시인이나 그렇듯이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위에서 예를 든 세 편의 시에 나타나 있듯이 따뜻...우리 할머니가 선생님이라면
은지 똥강아지
은서 똥강아지
효정 똥강아지
주하 똥강아지
하은 똥강아지
민식 똥강아지
승민 똥강아지
결이 똥강아지
우리 반 모두 똥강아지가 되지.
이런 선생님이 아침마다 맞이해주는 교실이 있다면 학교 가는 기분이 어떨까? 무엇을 할 때마다 ‘하이고, 우리 똥강아지 아주 잘 했어요.’ 하는 칭찬을 듣는다면 얼마나 살맛나는 인생일까? 단순하고 간결하기만 한 시어와 작법 뒤에 무한한 사랑과 배려, 공평함이 깃들어 있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도 한번 ‘똥강아지’ 대접을 제대로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자. 그 때 기분이 어땠는지.
강아지 기차
빈 종이상자에 담긴
강아지 네 마리
잠만 잡니다
첫째형아엉덩이에둘째얼굴둘째형아엉덩이에셋째얼굴셋째형아엉덩이에막내얼굴
푹 잠이 든 강아지 기차!
장난감 가게에는 많고 많은 기차가 있겠지만, ‘강아지 기차’만큼 눈과 마음을 잡아당기는 기차가 있을까? 어떤 집 거실에서는 인공지능 강아지들이 정말로 ‘깨끗하고, 똑똑하고, 정확하게’ 강아지 노릇을 하고 있겠지만, 이 시의 주인공들이 풍기는 따뜻함과 폭신함, 의지하고 믿고 기대는 신뢰감 같은 것들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당장 어디로 팔려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형과 아우의 ‘포근함’에 의지해 단잠부터 자고 보는 강아지들의 배짱이야말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귀여움’이 아니겠는가.
1학년
선생님!
우리 아빠 이름은 아는데요
우리 아빠 성함은 몰라요.
으핫핫! 물어본 선생님이 잘못일까, 아니면 ‘성함’조차 모르는 ‘1학년’이 죄인일까?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걱정하는 자료와 안내서가 많지만, 1학년의 특징을 이렇게 콕 짚어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절대로 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과 말’은 쉽고도 친절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잘난 체하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시를 그냥 읽고 가볍게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자를 대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남은우 시인이 세 번째 동시집 『강아지 학교 필독서』에서 애쓴 점은 ‘천진함’이다. 거짓 없고, 가식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느 시인이나 그렇듯이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위에서 예를 든 세 편의 시에 나타나 있듯이 따뜻하고 편안하다.
가끔 읽다가 혼자서 킥킥거리며 웃을 수도 있다. 천진함이 순수함이고 순수함이 좀 바보스런 것이 아니겠는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인공지능 덕분에 모든 게 더 정확해지고 깔끔해지는 세상에 강아지들이 읽을 ‘필독서’ 같은 쓸데없는 걱정도 좀 하면서 가을밤을 새는 게 시인 의 역할이지 싶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