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킨 그대들, 이젠 우리가 지켜드겠습니다”
국가유공자 위한 남양주보훈요양원 개원…수원·광주 등에 이어 6번째
- [경기 남양주] “당신은 우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지난 2월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덕송2로 앞마당에 군악대의 웅장한 연주가 울려퍼지더니 고령의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수도권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편안한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건립된 남양주보훈요양원의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고령인 국가유공자를 감안해 마당에 마련된 의자 위에는 핫팩과 간이방석이 놓여있었다. 이날 개원식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유관기관 및 보훈단체장, 보훈가족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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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남양주보훈요양원 개원식이 열렸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격려사에서 “국가유공자를 존경하고 정성껏 예우해 드리는 일은 국민 모두의 의무이자 도리다. 나아가 그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며 “오늘 개원하는 남양주보훈요양원이 보훈 가족과 지역 주민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고,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자랑스러운 기관으로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가정에서 보호가 어려운 고령 국가유공자에게 전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주요 도시에 보훈요양원 건립을 추진해왔다. 2008년 수원, 광주를 시작으로 김해, 대구, 대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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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기관장 및 보훈단체장, 보훈가족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남양주 보훈요양원은 복권기금 310억 원을 지원받아 5,005㎡(1,514평) 대지 위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주요시설로는 장기보호 206명, 주야간보호 30명을 수용 가능한 시설을 비롯해 가족정원,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센터, 이·미용실, 프로그램실, 월풀욕실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실내는 100% LED조명을 사용했고, 지역난방열원 공급 및 오물처리 클린넷 시스템, 1~2인실 상급침실 확대, 삼중 창호시스템 등 자연친화적인 시설로 꾸몄다. 통합요양정보시스템, 가족게시판, 모바일 앱 서비스 등 과학적인 운영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보훈병원 및 인근지역 병원과의 진료 시스템도 구축했으며, 낮동안 어르신들을 보호하는 지역밀착형 주간보호센터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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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시설을 방문해 입소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권부상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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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근력 강화기능이 있는 상하지연동기를 이용하고 있는 입소자들의 모습 | 입소 한 달을 맞은 권부상(72) 어르신은 “7살 때 6· 25가 터졌다. 어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전쟁의 상처를 복구하는 과정을 겪으며 살았기에 나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백마부대 보병 29연대에서 선임하사로 복무하면서 몸을 다쳤다. 나라를 위해 바친 몸이라 후회는 없다.”라며 성심껏 답해 줄테니 뭐든 질문하라고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권 어르신은 “집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딸 둘은 출가해 외롭게 살았다. 국가에서 나같은 노인을 위해 이런 시설을 지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여기 있는 분들은 전부 한 가족 같다. 그간 국가을 위해 희생했으니 이제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남은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월남전 참전자회 경기도지부 파주지회 민춘식(69) 회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새해 초 산수 좋고 교통도 편리한 곳(경춘선 별내역,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부근)에 최신 시설을 갖춘 보훈요양원이 개소해 반갑다.”라며 “국가유공자들이 예우를 받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민 회장은 “나라의 보훈 수준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나타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은 1.3%이고 미국은 4.3%, 호주는 3.3%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요양원 대기자 300여 명도 빨리 입소해 편안한 노후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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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와 함께 놀이치료활동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 웃음치료, 클래이하우스 등 정서 지원 프로그램 및 미술, 원예 등의 치매 예방 치료도 한다. | 보훈요양원 입소대상을 살펴보면,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국가유공자 및 유족과 상이처로 인해 장기요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국가유공자 등이다.
이용료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80%를 부담하고 본인이 20%를 부담한다.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 중 상이를 입은 분들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 전액을, 그 외 국가유공자 유족 및 참전유공자 등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의 60%를 감면 지원한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5개 보훈요양원은 민간 요양시설과 차별화된 전문적인 서비스로 내실있게 운영해 오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개원 이후 6년 연속 보건복지부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요양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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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풀을 가동하면 거품이 나와 마사지 효과가 있는 원풀욕실에 취재진이 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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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자들이 손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침대 옆에 탁구대 등 운동기구를 설치해놓았다. |
한편, 보훈공단은 요양원 외에도 국가유공자와 국민을 위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서울의 중앙보훈병원 등 전국 5개 지역 보훈병원을 운영는 한편, 양로시설인 보훈원, 실버타운 개념의 주거시설인 보훈복지타운, 미망인을 비롯한 보훈가족을 위한 휴식공간인 보훈휴양원, 재활과 건강관리를 위한 보훈재활체육센터 등도 마련했다.
또 6·25전쟁·월남 참전유공자의 진료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건강 관리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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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들이 1층 로비에 설치된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웅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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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태극기가 걸려있는 나라정원이 국가유공자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듯하다. | ☞ 전국 보훈요양원 현황 (병상수 각 200여 개, 주간보호소 정원 20~30여 명)
경기 남양주 (경기도 남양주시 덕송2로 71, 031)579-7000)수원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관교산로 95, 031)240-9000)광주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월봉로 85, 062)602-5800)김해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 127, 055)340-8585)대구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산길123-23, 053)606-3000)대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 935번길 26, 042)829-3000)
‘풍파(風波)는 전진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니체의 말에 꽂힌 문학 애호가다. 인생 후반기, 전국 방방곡곡 취재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풍파에 휩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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