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코스(죽도정~하조대해변) 9.6km
죽도정~기사문항~하조대~하조대해변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42코스는 죽도정으로 갈라진 인구해변 끝자락 하조대 농협 앞에서 시작하여 7번국도를 따라 걷다가 3.1만세운동 유적비를 지나서 38선휴게소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조선개국의 역사적 자취가 있는 하조대에서 망망대해의 동해를 바라보고 하조대 해변에서 마감하는 9.6km의 짧은 길이다.
해파랑길 42코스를 걷는 2022년 6월26일의 아침은 잔뜩 찌 풀어진 하늘이다, 오늘도 30여명의 회원을 모시고 새벽같이 동해로 향한다. 한여름의 휴양이 시작되는 6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동해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영동고속도로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사정으로 비교적 짧은 코스로 일찍 끝낼 수 있어도 출발은 새벽이다, 오후 3시안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해야만 오후7시경 귀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양주IC를 들어설 즈음에 차창가에 빗줄기가 떨어진다, 장마 통에 잠시 전선이 제주 쪽으로 내려간 틈에 일요일 하루만 지형적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감안하였으나 정작 빗방울이 떨어지니 제발 오늘 하루만 참아주기를 기도해 본다.
오늘의 42코스는 죽도정에서 하조대 해변까지이지만 휴휴암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마니아들은 인구해변으로 가고 뒤늦게 해파랑길을 걷고자 나오신 분들에게 볼거리를 겸하는 마음으로 결정하고 죽도정을 가기 약 1km전쯤에 있는 휴휴암은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쉬고 또 쉰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해안가 사찰로 해수관음보살상과 바닷가에 까맣게 몰려드는 황어떼의 기이한 현상으로 이름난 사찰이다,
1999년 바닷가에 누운 관세음보살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기도처로 유명해졌다, 지난 코스에서 점심식사시간 때문에 자세히 보지 못한 일행과 지난 코스에 참석치 못한 회원들에 대한 배려이다. 휴휴암을 둘러보고 광진해변과 인구해변을 지나 죽도정으로 걷는다. 죽도정이 있는 “죽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섬이 육지와 맞닿은 섬 아닌 섬, 죽도는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가 웅장하여 죽도라 부른다. 둘레 1km, 높이 53m의 작은 섬이지만 울창한 송죽과 기암괴석이 있고 정상에 정자가 있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죽도정이라 부르며 죽도 둘레로 안전 데크를 설치하여 기암괴석을 둘러보면서 돌아가는 데크길이 가히 환상적이다.
죽도정을 올랐다가 데크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 인구해변에 다다르니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넘쳐나는 열정을 부러워하며 해변을 벗어나 차도를 따라 동산항을 지나고 어린이교통공원을 지나간다, 남쪽 끝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된 이 길은 북진을 하면 할수록 철책선과 군사보호구역이 늘어나고 바다를 우회하여 국도를 걷는 길이 많아지는데 다행히 오늘은 흐린 날씨 덕분에 국도를 걸어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구름에 숨은 햇님이 아직은 우리의 바램을 져버리지 않고 있나 보다, 복분삼거리를 지나고 길은 지나온 길과 다르게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오르더니 푸른 녹음이 드리운 작은 오솔길이 7번국도와 수평으로 북진을 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궁화동산이 보이고 경찰전적비가 보인다, 발 빠른 회원은 벌써 무궁화 동산에 내려서서 전경을 촬영하고 있다, 이 길을 조금 따르니 7번국도를 가로질러 가는 구름다리를 건너 38선 휴게소에 도착하니 배꼽시계가 꼬륵거리며 작동을 시작한다.
38선 휴게소의 거대한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일부회원들은 기사문항의 맛집을 찾아가고 몇몇 회원들과 도시락을 펼치고 굶주림(?)에 지친 길손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음료도 곁들이면서 점심식사를 즐긴다, 기사문항의 맛집이라는 곤드레 식당의 곤드레밥은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면서....
오늘은 그리 급할것이 없다, 10km도 되지 않는 길을 휴휴암에서 걸었다 해도 12km가 되지 않을 것이니 오늘의 종료시간 14:30분은 무리없이 도착하리라 판단하면서 걷는다. 기사문항을 지나니 햇님이 얼굴을 내밀고 습한 공기가 하조대계단을 오름에 영향을 준다.
태종에게는 ‘왕의 남자’ 라는 하륜이 있었다, 조선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정도전을 제거했고 2차 왕자의 난 당시에도 이방원을 도와 태종 즉위 후 일등공신에 책록되었다, 왕권 강화의 기틀을 다진 하륜은 정몽주 등과 함께 새로운 사대부를 형성했던 고려의 충신으로 역성혁명에 반대하다가 조선 건국에 참여하였으며 정도전처럼 잡학다식한 하륜과 이방원의 인연은 관상보는 기술이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조준은 위화도 회군이후 이성계의 신임을 받고 대사헌 등을 거치며 정도전 등과 의기투합하여 공양왕을 폐위하고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공신이 되었다, 태종 이방원은 조준을 가리켜 항상 조정승이라 칭하며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고 하며 그의 아들과 정경공주를 혼인시키는 등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권세를 누렸다고 한다, 이런 하륜과 조준이 고려말 이곳으로 피신해와 은거하였던 곳으로 두 사람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불렀다고 한다.
하조대에는 정자와 등대가 서 있다, 하조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의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조대서 내려와 오른쪽 계곡으로 음식점이 하나 있다, 답사 시에 이곳에서 시원한 막걸리와 수수부꾸미를 아내와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식당으로 내려서서 몇몇 회원들과 시원한 막걸리와 수수부꾸미, 묵무침으로 마지막 정취에 빠져본다.
하조대를 나오며 우측 군부대 옆으로 스카이워크로 가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니 가는 날이 장날! 수리 중 출입금지이다, 스카이전망대로 나가 동해를 바라보는 꿈은 사라지고 하조대 해변에 도착하니 벌써 도착하신 일행들이 시원한 맥주 파티를 즐기고 계신다. 협찬해 주신 회원님께 배려에 감사드리며 귀가 차량에 몸을 기댄다, 제발 귀가길이 혼잡하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