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초처녁,
신작로길를 걸어가다가 저멀리 깨끗한 아스팔드 길에 꼬불꼬불한 것이 보이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그것은 신작로에 떨어져 있는 동아줄일 수도 있습니다.
시야에 얼핏 꼬불꼬불한 것이 스치면 공포 두려움과 함께 앗! 뱀이다 라는 의식이 떠오르면서 두려움에 가득찬 시야는 꼬불꼬불한 물체를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신작로를 걸어가던 중 어떤 사물을 보았다면, 무의식속에 자나깨나 있는 경계심과 공포가 먼저 꼬불꼬불한 물체를 시각을 통하여 받아들인 즉시 반응하여 뱀을 상기시킵니다. 의식에서 뱀 또는 동아줄로 먼저 인식한 후에 놀라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두려운 눈으로 꼬불꼬불한 물체를 다시 살펴보면 꿈뜰꿈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꼬불꼬불하면서 꿈틀꿈틀한 물체는 뱀이라는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속에는 꼬불꼬불하면서 꿈틀꿈틀한 물체는 뱀이외에도 다른 물체에 대한 경험도 있으므로, 두려움에 가득찬 시야는 꼬불꼬불하면서 꿈뜰꿈틀하는 물체를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꼬불꼬불하면서 꿈틀꿈틀하면서 혓바닦을 낼름거리는데 헛바닥이 두개라는 것을 봅니다. 꼬불꼬불하면서 꿈틀꿈틀하면서 혓바닦을 낼름거리는 물체에 대한 경험된 기억은 뱀 이외에는 없으므로 뱀이 자명한 것입니다. 의식은 뱀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인간의 의식이 의식외부의 사물을 인식한 후에 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며, 의식에 인식된 의식외부의 사물들은 사물 그자체가 아니고 항상 자명한 사실의 상기입니다.
이때 자명한 사실이라는 것은 경험된 기억 중 항상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경험들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것입니다. 자명한 사실 역시 경험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있고 경험은 상입니다. 그러므로 사물이 시각에 들어온 후 그 사물에 대한 실체가 먼저 인식된 후에 어떤 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의식은 처음부터 상으로만 인식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