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책자를 의미하는 리브레토(Libretto)는 오페라,오페레타,뮤지컬의 대본을 말합니다. 음악의 기본 텍스트이고 음악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그 때문인지 지금은“목적 의식이 분명한 아류 문학 장르”라는 좋지 않은 평판을 듣기도 합니다. 리브레토의 문구는 무엇보다 음악과 잘 어울려야 합니다.우선 노래로 부르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를 잘 고려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비교적 짧고 압축적으로 노래에 담아내도록 해야 합니다. 더구나 아리아에서는 종종 같은 문장이 반복해서 등장하므로,늘어지지 않고 음악과 잘 들어맞도록 시간 계산에 더 섬세한 신경을 써야하지요. 리브레토는 이미 존재하는 문학 작품을 개작해서 쓰기도 합니다. 가령 리브레토 작가인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는 베르디를 위해 세익스피어의<오셀로>를 개작했지요. 이런 유형의 리브레토는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문학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냅니다. 아니면 바그너의<니베룽의 반지>,에셀 스미스의<갑판장의 조수(The Boatttswanin’s Mate)>,쇤베르크의<행복의 손(Die glückliche Hand)>처럼 오페라를 위해 대본을 새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브레토를 쓰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지요.유명한 리브레토 작가로는 오페라 세리아 분야의 피에트로 메타스타시오(Pietro Metastasio,1698~1782)와 모차르트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Don Giovanni)>, <코지 판 투테>의 대본으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1749~1838)가 있습니다. 그리고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 ofmannsthal,1847~1929)과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1926~ 1973)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리브레토 작가들입니다.호프만스탈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엘랙트라(Elektra)>,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Ariadne auf Naxos)>의 대본을 썼고,바흐만은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와 오페라<홈부르크의 왕자(Der Prinz von Homburg)>와<젊은 영주(Der junge Lord)>,발레 팬터마임<백치(Der Idiot)>를 공동 창작하여 이름을 남겼지요. 베르디,글린카,림스키코르사코프,푸치니 같은 작곡가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페라의 어떤 부분을 음악적으로 먼저 구상한 다음 거기에 맞게 리브레토를 작성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텍스트와 음악이 잘 맞물리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작업의 순서를 잠시 뛰바꾼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리브레토의 역사는 말과 노래가 합치되는 고대 비극의 전통을 부활하려는 시도에서 등장한 오페라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그렇다면 음악이 문학을 따라야 할까요?아니면 문학이 음악을 따라야 할까요? 아마 시대에 따라 그 답은 다를 것입니다.하지만 지금은 그 답이 어떻든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오페라는 문학과 음악,둘 다를 재료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예술이니까요.텍스트와 음악이 하나로 모여야 큰 힘을 발휘하지요.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