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범죄에 대한 심리의 한계 : 범죄 성립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작성자 : 황 남 기
Ⅰ. 쟁점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청구인측은 윤석열(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여 헌법 위반여부를 심리해 주기를 신청하였고 피청구인측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심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2024. 12.3 비상계엄 선포와 집행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심리의 한계를 무죄추정관점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Ⅱ. 탄핵심판의 본질
1. 징계절차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징계의 종류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이 있다. 따라서 탄핵결정으로 피청구인은 파면되므로 탄핵심판은 징계절차의 특징을 가진다. 탄핵심판제도는 통상적인 사법절차와는 다르기에 일반 형사소송절차에 의해서 부과되는 형사처벌이 아니다("허영, 『헌법소송법론』, 박영사, 2006, 252면. 정종섭 『헌법소송법론』, 박영사 2002, 339면)
2. 특별한 징계절차
일반 징계절차와는 달리 파면 여부만 결정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징계절차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따라서 이러한 배경하에서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가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지키는 헌법재판이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치고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 아니한다(헌법 제65조 제4항)는 점에서 탄핵심판절차는 형사절차나 일반 징계절차와는 성격을 달리한다(헌재 2024. 8. 29. 2023헌나4)고 한 것이다.
Ⅲ. 무죄추정의 원칙
1. 의의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피의자는 물론 비록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2. 형사절차에서 무죄추정원칙의 기능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국가의 수사권은 물론 공소권, 재판권, 행형권 등의 행사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고 그 신체의 자유를 해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권질서의 중심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질서 내에서 형벌작용의 필연적인 기속원리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는, 공판절차의 입증단계에서 거증책임(擧證責任)을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제도, 보석 및 구속적부심 등 인신구속의 제한을 위한 제도, 그리고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금지 등이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1).
Ⅳ.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범죄에 대한 심리의 한계
1. 징계절차에서의 범죄에 대한 판단의 한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징계사유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직무상의무위반,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로 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술을 먹다가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징계절차에서는 형법상 폭행죄의 성립을 판단하기 보다는 폭행행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고 손님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가 공무원로서의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하여 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면 파면하는 징계를 할 수 있다. 징계절차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징계위원회의 권한을 넘는 행위이다. 징계절차는 형사절차보다는 간이한 절차이고 증거 조사와 사실 확정 과정에서 전문적인 심리가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형사재판 수준의 피징계자의 진술권이 보장되기 힘들다. 따라서 징계절차에서 폭행죄 유무죄를 판단할 필요는 없고 유죄를 확정짓는 결정을 한다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
2.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범죄 성립에 대한 심리의 한계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치고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나오더라도 동일한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피청구인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으로서 무죄추정을 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본질적으로는 징계절차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한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더불어 최고 사법기관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사실의 범죄성립을 인정하고 유죄임을 전제로 탄핵결정한다면 형사재판에서 법원도 엄청난 압박을 느낄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유죄임을 전제로 재판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형법의 범죄성립을 심리하여 탄핵소추사실이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동일사건으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헌법재판소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결정으로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이 아니라 유죄를 전제로 해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고 이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검사가 사건 관련자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아 탄핵소추가 되었다면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수뢰죄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수뢰죄에 해당하여 탄핵결정한다면 형사법원의 형사사법권을 침해하고 피고인의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반될 것이다. 다만 향응접대를 받은 행위가 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에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면 족하다.
Ⅴ.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 심리의 한계
1. 무죄추정원칙 관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의 내란죄 성립을 인정하고 탄핵결정을 하더라도 탄핵심판과는 별도로 내란죄에 관한 형사재판은 일반법원에서 진행될 것이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령이 준용되더라도 징계절차의 본질상 형사재판처럼 심도 깊은 공판절차로 진행될 수 없다. 또한 탄핵소추 의결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면서 발생하는 국정 공백 문제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처럼 충분한 심리기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방어권 행사 기회는 형사재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탄핵사건에서는 91일만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은 고작 63일만에 종국결정을 한 바 있다. 더 나아가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180일 심리기간을 준수하더라도 형사재판 수준의 심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탄핵심판의 심판기간의 한계, 징계절차로서의 특징으로 피청구인은 방어권 행사에 한계가 있음에도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성립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내란죄의 무거운 법정형을 고려하더라도 타당성이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성립을 전제로 탄핵결정한 경우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위상과 공신력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법원이 내란죄 성립을 부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성립을 전제로 하여 대통령을 파면하였는데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내란죄에 관해 무죄판결을 한다면 국가의 혼란은 명약관화한 일이라서 법원으로서도 내란죄 성립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유죄를 사실상 전제로 하여 형량만 결정하는 셈이 되니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
2.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관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성립여부를 결정한다면 피고인은 중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는 내란죄 형사재판에서 내란죄 성립여부를 다툴 실질적인 기회가 박탈될 수 밖에 없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함은 말할 여지도 없다.
3. 일반 사법권 관점
또한 형법의 내란죄 성립여부는 형사소송에서 심도 깊은 심리가 이루어 져야할 사안임에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리하여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한다고 결정하여 파면한다면 징계절차를 넘어 형사재판까지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01조의 일반법원이 가지는 사법권을 침해한다.
4. 결론
공무원이 술자리에서 다른 손님을 폭행한 경우 징계절차에서는 형법상 폭행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형법상 폭행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인 신체의 자유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징계의 필요성이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2024.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 집행행위가 형법의 내란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 내란죄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법익으로 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비상계엄을 발동하고 그에 따른 명령을 했는지를 판단하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