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웨딩
1) 식장에 들어서니 벽 쪽으로 길게 늘어선 화환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신부의 출신학교를 알 수 있었고, 현재 하는 일 또는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일흔 여덟의 과부가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니 삼삼오오 모여서 축하 반 구경 반으로 온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2) 칠십대를 생의 종착역으로 생각했던 친구와 나는 우리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결혼식에 지인을 따라서 구경삼아 참석했는데 오늘 신랑신부는 팔십대를 새로 시작하는 출발점에 놓고 있었다. UN에서는 65세까지를 청년, 87세까지를 중년이라고 했다. 아직 중년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재혼식을 해도 부끄럽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사돈 보시기에 챙피하지 않을까하는 기우로 우리들은 헛걱정을 하고 있었다.
3) 예식 시작 시간, 잔잔한 음악이 흐르더니 여자 아나운서와 신부의 아들이 사회자로 나와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 뜻밖이었다. 신랑 입장 안내에 이어 중후한 목소리의 팝이 들려왔다. 20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살았던 장신의 신랑은 백발을 휘날리며 축가 Can't help falling in love 를 팝가수 못지 않게 열창을 했다. 멋있는 신랑의 노랫소리에 웅성거리던 하객들은 일순간 침묵 모드로 빠져 들었다.
4) 아름다운 두번째 삶을 예상하듯, 곱게 빗어 내린 머리에 화려한 핀을 꽃고 나타난 신부는 십년 전에 사별한 열부였던 남편을 못잊어 재혼한다고 했다. 하얀 면사포와 핑크 드레스가 잘 어울렸다. 예사롭지 않은 입장이었다. 신부의 바이올린연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결혼식의 품격을 더욱 높여 주었다. 격조 있는 결혼식이 호사가들의 수군거림을 일시에 잠재우고 말았다.
5) 신부의 아들과 손녀딸이 손을 잡고 동시입장을 해서 하객들에게 공손하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고, 새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성혼 선포는 어여쁜 손녀딸이 해주었다. 가족의 화합이 한 눈에 보였다.신랑 신부가 케이크 컷팅을 하고 시 낭송가가 나와서 결혼 축복 헌시 윤보영의 ‘사랑하게 하소서’를 낭송했다.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다는데 오늘의 행복이 주어지기까지 가족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잘 맺어온 신부가 존경스러웠다. 신부가 연주하는 수준급의 피아노 선율은 감동 그 자체였다. 후배들의 축하무대로 팝페라 가수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O sole mio를 들려줄 때 결혼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6) 중식 후에 2부 음악회가 진행되었다. 보랏빛 드레스로 갈아입은 신부가 가야금 연주로 비틀즈의 히트 곡 렛잇비, 헤이 주드, 오브라리 등을 연주하였다. 팝송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니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남녀의 만남만큼이나 우아하게 다가왔다. 신랑 신부의 알콩달콩 무대매너로 오늘 하루 귀호강 눈호강을 싫컷 했다.
7) 새 신랑의 무대다. 덤으로 얻은 아들과 함께 중후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이승기 노래 결혼해 줄래?
숨 쉬는 동안 내가 널 아껴줄게. 평생을 사랑할게. 평생을 지켜줄게. 노래가 끝나자 새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공연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너만큼 좋은 사람 만난 것 감사해. 나랑 결혼해줄래? 에 이어
신부의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아들의 랩 공연이 흥을 돋우었다. 이렇게 귀하고 신나는 공연을 어디에서 볼수 있을까
8) 신랑 신부의 인생이야기로 각자의 일생을 소개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신랑은 그동안 체육계의 여러 종목을 섭렵했고, 86아시안 게임 테니스 주심으로 또는 청소년 테니스 감독으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멋쟁이였다.
신부는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부산에서 뿌리를 내린 민화작가이다. 민화 대작이 부산시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로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했다고 한다. 미국 개인전 개최로 아침마당에도 소개가 되고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호랑이 백마리, 용 백마리 그림으로 하와이 국제 미술전에도 참가한 대단한 작가여서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9) 병원장으로 근무하는 아들의 수준급 피아노 연주와 노래 실력은 웬만한 성악가 뺨칠 수준이었다. 아들이 일곱 살 학예회 때, 찬조 출연한 어머니를 기억한다며 부르는 ‘어머니 은혜’ 노래에 눈물을 훔치는 이도 더러 있었다. 아들은 하객들에게 큰절을 했고, 아버지께 효를 다하겠다는 말에 감동했다. 훌륭한 새아버지의 경륜과 지혜를 본받아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겠다는 아름다운 약속을 여러 하객들 앞에서 했다. 고령의 신랑신부는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분들이 아닐까 싶다.
10) 요즘은 황혼이혼이 많은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젊을 때, 남편 수발을 극진히 들었던 사람일수록 배척하는 힘이 더 강한 것 같다. 오래도록 누적된 미운 마음 때문에 더 이상 여생을 함께할 수 없다고 반목하며 한 집에 살면서도 이혼 부부로 살고 있는 노인들이 더러 있다..한 때, 부부로 살았던 연민 때문에 애증의 시간을 보낸다고나 할까?
11) 주인공 신부가 오늘만큼은 팔불출이 되고 싶다며 아들자랑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어머니의 재혼식을 아들이 기획하고 연출하였으며 사회까지 맡아 멋진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정말 고맙다고.
올해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신랑신부는 서로가 자기의 배필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고 했다. 늦게 만난 그들이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장수하시라는 염원으로 국수를 끝까지 다 먹어주었다.
12) 많은 하객들을 모셔놓고 멋지게 거행하는 황혼 웨딩은 여러 사람들에게 또다른 의미를 주었다.식 마지막엔 신랑 신부의 제창 Beautiful Dreamer이 호텔 예식장에 울려 퍼지면서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도 뷰티플 드림이 잔잔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첫댓글 구도를 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신랑소개할 때 이혼한 이야기를 넣으시고 한 단락으로 만드십시오.
그리고 신부소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거 두 단락을 만드시고 5단락 앞에 배치하십시오.
그리고 9단란의 신랑, 신부 소개 부분을 뺀 나머지 내용은 11단락 앞에 놓으십시오. 그러니까 9단라과 10단락의 순서를 바꾸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리해서 내일 같이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