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초록이 중창쌤이 한끼의 아침을 차려주고 싶다고 준비해 오셨다. 새벽에 일어나 달그닥거리더니 아침 상이 아름답다. 모두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다. 선흘 상담쌤은 일정을 하면서, 주문을 왼다. "나에게 안 좋았던 기억은 다 날라가 버려!"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 다 용서해 버려!" 오늘 아침은 보성 산속에서 자란 이 좋은 재료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준비한 음식이니 이걸 먹으면 분명히 내 안에서 나를 도울거라고 주문을 한다. 고맙다. 품위 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준 분들께, 재료를 공수해 온 초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전 어제 못했던 오늘의 베스트 동무상을 뽑는다. 추천이 많다. 오늘은 설레설레가 당첨이다. 미처 준비 못한 상품권이 없어, 빈봉투를 건네며 2등이 1등에게 증정식을 한다. 그리고 박수와 함께 촬스가 도착하고 서둘러 촬스의 차에 오른다.
오늘은 기대해도 좋은 큰사슴이 오름이다. 애초에 산굼부리는 가고 싶지 않았다. 입장료를 내고 오름을 오르다니, 입장료를 내고 억새를 보다니 말도 안된다. 아무리 정비가 잘 되었다고 해도 날다에서 그런일은 여태 없었다. 대신 오늘 억새를 실컷 볼 수 있다. 정석비행장 옆 저기가 대록산(큰사슴이 오름)이구나 싶은 오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차에서 내려 다시 한번 안전을 당부하고 손과 손을 겹쳐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한다. 가을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는 오솔길을 둘씩 셋씩 출발한다. 10분쯤 오르니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앞선 선두에서 그냥 지나가니 아무도 해찰을 하지 않는다. 오직 초록이와 스머프만 아쉬워 왜 여기에서 놀지 않고 올라가지?! 하며 그만가고 여기에서 놀고 싶어한다. 초록인 왜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정상을 오르려고만 하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나도 인솔만 아니면 여기에 남아 해찰을 하겠다며 동조를 하고, 초록인 현서랑을 불러 어린아이 꼬시듯 여기에서 놀자고 설득한다. 대신에 현서랑의 모 경희바람도 마음 가볍게 오름을 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10여 미터의 솔숲을 지나니 그곳에 또 한번의 억새밭이 펼쳐지고 억새밭 사이를 지나 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오른다. 맨 앞 선두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자기 호흡으로 오르는 것이 좋으니, 자기 호흡을 알고 맞춰 걸으라며 맨뒤에서 오른다. 뒤를 돌아보면 펼쳐지는 대자연의 평화! 눈에 보이지 않는 선두가 걱정이 없다. 이렇게 마음이 가볍게 인솔할 수 있다니 놀랍다. 그간 지나갔던 몇몇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와 옥신각신 했던 제주의 발걸음이 지금의 날다를 있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큰사슴이 오름을 내려가 이동하는데 귀신처럼 민수한테 문자가 왔다. 강진으로 돈 벌러 간다는 녀석이 헬스장에서 팔뚝근육을 3컷이나 찍어 멋있지 않냐고 보냈다. 우리 제주 여행중이라고 답을 했더니, 지금 다시 걷는다면 다른 모습일거라고 답을 한다. 웃음이 빵 터졌다. 민수야 너 때문에 제주 경찰한테 3번이나 굽신거렸다. 심지어는 너 며칠만 파출소에서 데리고 있어달라고 부탁을 했다야..... 녀석이 보고싶다. 오름 꼭대기에 오르니 정석 비행장과 유채프라자와 벚꽃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우리를 기다리는 촬스의 차도.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없애고 비행장을 또 짓겠다는 사람들의 머리엔 어떤 생각이 있는걸까? 제주에 사람들을 무작위로 쏟아부어서 제주 본연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결국엔 자기 발등을 찧는 일일건데, 그러니 아마 원주민 보다는 육지것들의 소행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주가 부탄의 사례를 잘 참고하면 좋겠다. 관광으로 삶을 이어간다면 입도하는 사람들에게 입도비를 따로 더 청구를 해야한다. 그건 항공사에게도 선박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더 부담을 시켜서 제주를 지켜야 한다. 이번 항공권은 무지 비쌌다. 그 이익은 고스란히 항공사의 몫이다. 억울하다. 제주도 나도. 한참동안 제2공항을 짓겠다는 정책에 대고 욕을 하면서 내려왔다. 우리 모두는 반댈세!!
내려오니 이미 1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 시간에 밖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몸을 써서 땀을 낸 우리는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모든 것에 관대하다. 도시 사람들이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왜 하는지 알겠다. 몸을 돌보는 것을 너머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몸과 마음을 돌보고, 그래서 더 살아지겠구나 싶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3번 1만보 걷기를 지속하자고 마음으로 약속을 한다. 맛집이라는 돌문어볶음밥은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문어를 먹고 비벼먹는 팀과 흰밥을 그냥 먹는 팀이 있었지만, 또 서로서로 나누고 섞고 맛있게 먹었다. 맵.짭!!
메이즈랜드다. 메이즈가 먼말이다요~ 하는데 누구도 답이 없다. 그런데 승민이 미로 아닌가요? 한다. 우리의 백과사전 승민, 우리는 대형 미로 속에 갇혀서 헤매며 출구를 찾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는 것을 알까? 아니 나도 수렁에 빠지면 허우적 대드라 바쁜데 어린 나이인 저들이 어찌! 그래도 한걸음씩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해전에 왔던 석은 그때 꼴찌로 들어왔다. 헤매다 지쳐 돌담 위에 올라 길을 찾다가 호루라기와 방송으로 지적을 당했었다. 이번엔 잘 해 볼것이라고 각오가 대단한 경석은 입구에서 나눠준 지도를 들고 빠른길을 달려 1등을 했다. 초록도 지도로 컨닝을 하고, 헤매다 만나 뭉쳐 다니다 다시 헤어져 다니다를 반복해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그런데 지음이 문제다. 같은 자리에 돌아와서 어디냐며 5번을 반복한다. 더 이상 헤매게 뒀다가는 화가 나 주저앉을 표정으로 도움을 청한다. 어찌어찌 다른 팀에 섞여 이번엔 지음이 꼴찌로 들어온다. 먼저 도착해 이쪽이요, 오른쪽이요를 외쳐댔던 그 기운을 좋은 것으로 잘 사용하면 좋겠다.
이중섭 거리에 모두 내려 자유시간을 가진다. 약 2시간30분 정도를 선물도 사고, 이중섭생가나 미술관에도 가고, 카페에서 쉬든지 하라며 헤어진다. 나는 지음과 상품과 선물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지음은 부모님들 사이에 끼었다. 그런데, 이중섭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텅빈듯 하다. 그렇게 화려하고 번화했던 거리도 사람들이 없으니 초라하다. 상권이라는 것이 그런가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저녁 먹을 식당에 모두 늦지 않고 앉았다.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몇은 낮에 먹었던 돌문어볶음이 자극적이어 속이 불편하다며 저녁 식사를 쉰다. 나도 그쪽에 해당이 되어 살짝 맛만 본다. 모두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개운한 마음으로 둘러 앉았다. 같이 살자 같이 부르고 감정카드로 자신의 지금 감정을 나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존중한다. 오늘은 노래를 잠깐 하고 몸 작업을 하기로 했다. 배웠던 힘내라 맑은물을 부르는데 화음이 좋다. 같이 꿈꾸지 않으면, 썸띵굿을 합창하고, 알지 못한 사람들도 같이 흥얼거린다. 자연 스럽게 몸작업을 시작한다. 아에이오우 소리별로 감정 몸짓을 표현하고 둘씩 짝끼리, 그룹끼리 이렇게 저렇게 몸작업을 하면서 감정을 나눈다. 살며시 가슴 깊이 전달되지 못한 말들이 눈물로 전해지고...... 하루를 나눔하며 마무리를 한다. 오늘의 베스트동무상은 초록이 추천이 많다. 초록이로 정한다. 모두의 허그를 마치고 잠자리로 든다.
오늘도 애썼어.
잘자^^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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