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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특집 (08)] 창간 100주년 잡지 ‘어린이’에 창작동요·동화도 다수 실어
‘헨젤과 그레텔’은 ‘현철이와 옥주’로 바꿔 번역…“책 못 보는 이에게도 잘 들려줘야”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365일 중 364일이 어른의 날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됐고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이 참여한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이 잡지 <어린이>에 대한 전시를 개최한다. 미디어오늘은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100년전 ‘어린이’의 모습을 <어린이>를 통해 조명해보려 한다. - 편집자주
잡지 <어린이> 창간(1923년) 당시, 한글로 된 읽을거리가 부족했고 일제 치하였기 때문에 문화·예술이 위축됐다. 이에 미래세대와 새 시대를 꿈꾸며 만든 잡지 <어린이>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동요가 많이 실렸다.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던 방정환이 <어린이>에 참여한 것도 이 잡지에 다양한 아동문학이 실린 배경이기도 하다. <어린이>에 소개된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알려진 작품들도 있다.
<어린이>에는 지금도 유명한 창작동요들이 실렸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란 가사로 유명한 ‘설날’은 1924년 1월호와 2월호에 실렸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란 가사로 시작하는 ‘반달’은 1924년 11월호에 발표됐다. 둘다 윤극영이 작사·작곡했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으로 시작하는 ‘고드름’도 1924년 2월호에 실렸다. ‘고드름’은 류지영이 작사, 윤극영이 작곡했다.
▲ 잡지 '어린이'에 실린 창작동요 설날 가사와 악보. 자료=국립한글박물관
이 중에서 ‘설날’은 창작동요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설날’ 가사가 4절까지 있는데 상당한 분량이 나라를 빼앗긴 조선 민족의 명절을 의욕적으로 살려보려는 윤극영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1월호와 2월호에 걸쳐 한 곡을 나눠서 연재했는데 <어린이> 전체에서 이러한 경우는 ‘설날’이 유일하다.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 중 ‘고향의 봄’(이원수 작사), ‘오빠 생각’(최순애 작사), ‘꼬부랑 할머니’(최영애 작사) 등은 <어린이>에 가사로 먼저 발표됐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중략)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가사로 하는 ‘고향의 봄’은 민족 정서를 떠올린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의 대표 동요로 자리잡았다. ‘꼬부랑 할머니’는 1925년 4월호 <어린이> 독자문예에 실린 최영애 작품으로 윤극영이 곡을 붙였다.
그 외에도 ‘봄편지’(서덕출 작사, 윤극영 작곡),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으로 시작하는 ‘우리 애기 행진곡(일명 짝짜꿍)’(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으로 시작하는 ‘햇빛은 쨍쨍’(최옥란 작사, 홍난파 작곡),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를 가사로 하는 ‘퐁당퐁당’(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 등이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창작동요 운동’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어린이>에 수록된 동요 악보는 49편(일제강점기 44편, 해방 후 5편)이다. 이 중 윤극영의 작품이 23곡으로 가장 많다.
▲ 잡지 '어린이'에 실린 백설공주 번역. 자료=국립한글박물관
해외 동화를 한국어로 번역해 <어린이>에 소개하기도 했다. ‘백설공주’는 제1권 제4호 등에 한글로 실었다. 독자 의견을 담는 코너인 ‘독자담화실’에는 “동화극 ‘백설공주’는 하기 쉬웁고 재미있었습니다”라는 평이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주인공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현철이와 옥주’로 번역해 실었고, ‘현철이와 옥주’는 같은 제목으로 녹음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만담류가 주를 이루던 유성기 음반이 동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음반으로 확장하며 ‘아동을 위한 고급문화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그 외에도 ‘석냥파리소녀’(안데르센), ‘작난군의 귀신’(프랑스), ‘거러가십시오’(이솝) 등 번역 동화도 이 잡지에 실렸다.
▲ 잡지 '어린이'에 실린 현철이와 옥주. 자료=국립한글박물관
방정환이 <어린이> 창간호에 실은 ‘노래주머니’는 당대 일본에서도 널리 퍼져 전승되던 ‘혹부리영감’을 독자적으로 변형한 창작동화다. 그 외에도 ‘톡기의 재판’은 1권10호 특별호, ‘두더지의 혼인’은 2권 1호 신년특별호, ‘무서운 둑겁이’는 어린이날기념호, ‘꼬부랑 할머니’는 창간 6주년 기념호인 조선자랑호에 각각 발표됐다. <어린이>에는 19편의 그림동화가 실렸다. 게재 횟수로 보면 26회(동화 21회, 동화극 5회)다.
<어린이> 집필진은 문학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길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창간호의 ‘남은 잉크’(편집후기)를 통해 “동화는 물론이려니와 그 외에 모든 것을 읽은대로 한아버지, 한머니, 어머니, 누님, 동생, 동리집 동모에도 이약이하야 들려주십시오. 책을 못 보는 이에게도 조흔 것은 잘 들려 주어야 할 것이오며”라고 했다.
※ 참고 문헌
장정희, <어린이> 수록 동요 악보와 한국의 초기 창작동요사의 전개
박종진, 새 시대를 열어간 <어린이>의 ‘그림동화’ 읽기
김경희, <어린이>에 수록된 옛이야기 DB구축을 통한 현대 어린이 콘텐츠 개발-지역탐방 콘텐츠를 중심으로
장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