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철의 스포트S라이트] “어딜 감히 뛰어” 大盜 잡는 ‘스나이퍼’
도루저지율 100% 롯데 포수 손성빈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입력 2023.07.14. 03:00
지난 9일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온 손성빈. /롯데 자이언츠
9일 롯데와 LG 프로야구 사직 경기. 6-4로 근소하게 앞서던 롯데의 5회초 수비. 무사 1·2루로 추가 실점 위기에서 롯데 포수 손성빈이 이인복 초구를 잡자마자 2루에 재빠르게 공을 던져 황급히 2루로 돌아가던 오지환을 잡아냈다. 손성빈은 7회초에는 문보경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LG 추격 의지를 꺾었다.
프로야구 롯데 손성빈(21)이 메이저리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송구 능력으로 일약 화제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는 수원 장안고 출신으로,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1차 지명한 선수. 상무 제대 후 지난 6월 복귀, 10경기에 출장한 게 고작이지만 강한 어깨와 레이저빔 송구로 각 팀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스나이퍼(sniper)’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송구 능력 메이저리그 톱 수준
도루 성공 여부는 일차적으로 투수와 타자 심리전에 달려 있다. 타자는 반 걸음이라도 더 리드 폭을 넓히려 하고, 투수는 견제를 통해 주자들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공이 투수 손에서 떠나는 순간, 도루를 저지할 임무는 포수에게 넘어간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 투구를 받은 뒤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송구하느냐가 관건이다.
보통 1루 주자가 2루 베이스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2~3.8초. 리드 폭이 넓으면 3.1~3.3초 사이 2루를 찍는다. 반면 투수가 와인드업 동작 없는 퀵 모션으로 공(패스트볼 기준)을 던질 경우 포수 미트에 꽂히는 시간은 보통 1.1~1.4초다. 포수가 공을 잡아 2루 근처 야수 포구 지점까지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팝타임(pop time)’이라 하는데, 2초 이내면 수준급 도루 저지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올 시즌 국내 포수 평균 팝타임은 2.08초. 손성빈은 1.88초로 평균보다 0.2초 짧다.
손성빈의 팝 타임은 메이저리그 강견 포수들에게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를 참고하면 2023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루 송구 팝타임이 가장 짧은 선수는 평균 1.82초인 필라델피아 필리스 J.T. 리알무토(32)다. 리알무토를 비롯해 3명(개럿 스텁스 1.86초, 패트릭 베일리 1.87초)이 손성빈보다 빨랐다. 바꿔 말하면 손성민 팝타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이다. 손성빈은 6월 25일 잠실 LG전에서는 팝타임 1.82초를 찍은 적도 있다. 지난 9일 오지환과 문보경을 아웃시켰을 때는 각각 1.87초, 1.86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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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빈은 포구 후 미트에서 공을 빼내 송구하기 전까지 시간(볼 전환·exchange)은 평균 0.7초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 스피드가 평균 시속 135㎞였다. 국내 리그 포수들 평균(123㎞)을 12㎞ 웃돌았다
◇올 시즌 도루 저지율 100%
팝타임이 짧아도 송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리면 주자를 잡아내기 어렵다. 손성빈이 지닌 장점 또 하나는 송구가 자로 잰 듯 정확하다는 점이다. 6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LG전 5회 2사 1·3루 때 손성빈은 상대의 더블 스틸 작전 상황에서 과감하게 2루로 공을 던졌다. 당시 송구 구속은 올 시즌 자신 최고인 138.3㎞였고, 송구를 받은 야수가 별다른 동작을 하지 않아도 자연 태그될 만큼 정확했다. 당시 손성빈이 대담하고 거침없이 2루로 송구하는 바람에 3루 주자가 오히려 꼼짝도 못 하고 베이스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손성빈은 올해 상대 4차례 도루를 모두 막아내 저지율 100%를 기록 중이다.
손성빈은 현재 롯데에서 유강남을 받쳐주는 백업 포수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9일 올 시즌 도루 1위팀인 LG를 상대하게 되자 맞춤형으로 손성빈에게 포수 임무를 맡기고, 유강남을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 손성빈이 두 차례나 상대 기동력을 저지한 게 당시 보이지 않은 승인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손성빈에 대해 “송구가 빠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베이스 위로 갈 만큼 정확하다”면서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쉽게 뛰라는 지시를 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팝 타임(Pop Time)
포수가 홈플레이트에서 던진 공을 2루(또는 3루) 쪽 야수가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풋워크(foot work·공을 잡고 던지는 자세를 잡는 동작), 볼 전환(exchange·미트에서 공을 빼내는 동작), 팔의 힘(arm strength·던지는 속도)을 모두 반영한 시간이다.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1991년 조선일보 입사 1995년부터 스포츠레저부(현 스포츠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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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조은결
2023.07.14 09:00:12
손성빈 선수.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더큰 역활로 모범적인 선수생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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