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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들에 살면서 대도시로 이사를 온 지 어느 듯 3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부산에서 부산으로 집을 옮긴 지도 일년이 훌쩍 넘었다.
바로 직전에 살던 집은 지하철 역과 가깝기는 했으나
약간 언덕받이에 놓여 있었다.
젊거나 운동을 아주 좋아하겨나 하면 운동삼아 오르내리기도
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나이 일흔 즈음에 이사를 하다보니
언덕이 힘에 좀 부치기도 했다.
선선한 봄 가을에는 그나마 좋았으니
요즘처럼 찌는 더위나 찬 바람이 쌩쌩부는 겨울날에 오르내리기에는
여간 불편 하지 않았다.
결국은 일년 정도 살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 곳으로 이사를 한 지도 벌써 일년 반이 다 되어 간다.
집을 처음 볼 때도 좋고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우선 앞이 막힘 없이 확 트였고
바다와 산의 전망을 한 눈에 다 바라 볼 수 있어 그 또한 좋았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을 5분이면 갈 수 있고
그 가는 길 또한 평지다.
물론 거의 모든 버스 정류장도 걸어서 5분 안에 다 갈 수 있다.
전국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이 지하철 역에 근처에 있기도 하지만.
뿐만 아니라 평생학습관도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노년에 가장 아쉬운 게 갈 곳이 마땅치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어 더욱 외로운 데
평생 학습관이나 동네 체육시설 그리고 작지만 공원이 옆에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 지 모른다.
더구나 대학병원들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병원이나 의원들이
가까이 있어 그 또한 노년의 삶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부산으로 이사를 오기 거의 직전에는 강원도 속초와 동해시에서 살았고
속초와 동해바다가 지루해질 때 쯤에 서해바다가 있는 태안으로 이사를 해 버렸다.
그리고 태안에서 살기를 5년 가까이 살았다.
강원도와 충청도는 작은 도시들이라 교통도 불편하고
더구나 덜 이름 난 관광지로 가려고 하면
대중교통조차 거의 없어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운전이 서툴고 또 운전을 싫어 하지만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살아 가려면 차가 없으면 안된다.
더구나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 정년 퇴직한 몸으로
홀로 객지 생활을 하려니 싫든 좋든 차가 없으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니 객지 생활도 버티기 힘들어 졌다.
사회적 격리가 거의 반 강제 사태가 되다보니 주위에 만날 사람이 드물어 졌고
가끔씩 만나던 사람들도 점점 만나는 횟수가 뜸해져 버렸다.
결국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사람이 많은 대도시로 탈출 해 올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태어난 고향이 대도시고 그게 바로 부산 이다.
20여년만에 귀향한 부산,
그 사이 부산은 완전 딴 세상이다.
물론 틈틈히 부산으로 오기는 했지만.
자손들도 보고 형제와 남매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부산으로 이사를 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차를 처분 하는 일이었다.
지공거사이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무료이고
버스로도 갈 수 없는 곳이 거의 없었다.
대중교통이 좀 불편한 곳은 택시를 타도 1~2만원이면 가지 못할 곳이 거의 없었다.
바로 며칠 전 부산에서 밀양 위양지로 갈 때도 기차 한 번 타고
택시를 한 번 타니 금방 갈 수 있었다.
더구나 요즈음은 카카오 택시도 워낙 잘 되어 있다.
태안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오며 차를 처분 한 지 2년 여.
차를 처분하길 참 잘했다 싶다.
아마 처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주차장에서 거의 일년 내내
잠만 자고 있지 않았을까.
어쩜 그것도 일흔이 넘은 나라서 잘한 일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대도시에 살더라도 작은 승용차 한 대 쯤은
필수인 것 같다.
워나와 후니네의 일상들을 바라 보면...
오늘도 여전히 날씨가 덥고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될 것 같다.
오늘도 미지근한 물 한 잔 들고 다가간 창가.
새털구름만 몇 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여전히 날씨가 덥고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될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 탓인 지
몸도 찌뿌둥 하고 피곤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 게을러 진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른 외출을 그만 둬야 겠다.
대신 집 청소나 좀 하자.
별로 손을 댈 것도 없지만.
대신 식탁용 의자 두 개를 처분 했다.
새로 멋쟁이 의자 두 개를 를 며칠 전에 구입 했기 때문 이다.
요즘 내 삶의 방법.
무언가 새로 구입을 하면 그 만큼 예전에 있던 것을 처분하자 이다.
며칠 전엔 굽이 약간 닳은 신발도 처뷴하고 옷도 미련없이
몇 개 처분 했다.
하는 김에 수건도 속옷도 함께 처분을 했다.
정리 강박증도 미니멀리즘도 결코 아니지만
무언가 오래되고 소용이 덜한 것을 처분하고 나면
괜히 홀가분 해 지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 왔다.
슬슬 외출 할 시간도 되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석양을 바라 보기다.
물론 집에서부터 걸어 간다.
영도 다리를 건너 깡깡이 문화예술 마을을 거쳐
카페 오구가 있는 빨간 등대를 지나 10분 정도 걸어 가면
절영 해안 산책로가 이어 진다.
그리고 해안 산책로 초입의 언덕에 있는 마을이 바로
흰여울 문화마을 이다.
집에서부터 한 시간이 좀 덜 걸린다.
택시를 타면 7천원이 조금 못 미친다.
버스를 타게 되면 십분이 조금 더 걸리는 정도 다.
흰여울로 가며
영도다리 위에서 담은 풍경.
슬슬 노을에 물들고 있다.
흰여울 문화마을의 어스름한 골목길.
그 흰여울 마을에서 바라다 본 남항과 남항대교 풍경,
다시 걸어서 되돌아 온 유라리 공원.
은근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두 시간 걸었으니 은근히 운동도 제법 한 편이다.
오늘 저녁은 재첩비빔밥 이다.
보수동 야시장 입구에 있는 데
주인의 손맛이 참 좋다.
외지인이나 유튜버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찐 맛집.
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 가고
다시 맞이한 아침.
오늘은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