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디카시가 대중문화의 장르로 확산되면서 해마다 창작자가 늘고 있고 더불어 디카시집의 출간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양적 팽창과 작품의 질적 향상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창작자는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역의 특성을 앞세운 공모전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공모전이 자꾸 생겨납니다. 수상자 명단을 보면 익숙한 이름도 많습니다. 문득 공모전을 위한 창작인가? 이런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뜨겁게 창작에 마음을 쓰고 있는 분들을 보면 외려 그들이 더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제1회 《세계디카시》 신인상 공모는 디카시에 정식으로 입문하여 활동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세계디카시》라는 제호답게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을 나누어 신인상을 선정하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두 명의 심사자는 각기 응모작을 여러 차례 꼼꼼하게 정독한 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디카시가 요구하는 작품성에 의문이 들지 않도록,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 창의적 시각을 담고 있는지, 사진 영상과 시적 문장이 긴밀한지 등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응모작은 국내와 해외로 나누어 심사하였는데, 문장이 사진을 설명하는 작품을 우선 배제하고, 각 작품의 편차가 심한 응모자도 제외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우선 해외 부문에서는 국내 응모자와 달리 어휘와 표현 방식에 있어서 얼마간 미흡한 지점도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고 「모자이크」외 9편, 「달콤한 독약」외 9편, 「님들의 침묵」외 9편을 재독하며 살펴보았습니다.
「님들의 침묵」외 9편은 세상을 관찰하는 감각이 엿보였지만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표현이 여러 작품에서 노출되었고, 「달콤한 독약」외 9편은 몇몇 작품은 시선을 끌었으나 전반적으로 주제에 이르는 깊이가 아쉬웠습니다. 이에 심사자는 숙의 끝에 「모자이크」외 9편이 삶을 비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사유하고 있고, 사물을 통해 울림을 찾아내기까지 고민하는 감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응모작이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손을 들어주기로 하였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국내 부문 응모작을 살펴 읽은 후 「조화」외 10편, 「로그인 중」외 9편, 「지뢰」외 9편, 「합창」외 19편을 두고 다시 의논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중 「합창」외 19편은 사진 영상이 주는 긴장을 시적 문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지뢰」외 9편은 몇몇 좋은 작품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편차가 있었습니다. 「로그인 중」외 9편은 비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지만 일부분에서 드러난 관념적 서술이 끝내 눈에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화」외 10편은 주관적 사유가 드러난 작품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에서 삶의 전반을 개인과 사회현상에 적용하여 더듬으려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작품마다 다채로운 주제 의식과 통찰이 담겨 있어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엿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디카시는 언뜻 쉬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장르가 아닙니다. 찍고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신만의 관념에 갇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보다 큰 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결국 창작자의 몫입니다.
이번 《세계디카시》 신인상에 선정되신 두 분께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선에 들지 못했지만 세상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여러 응모자께도 응원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 : 최은묵(시인), 리호(시인)
[심사위원 약력]
■ 최은묵(시인) :
▪약력 : 2007 월간문학,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괜찮아』, 『키워드』, 『내일은 덜컥 일요일』,
그림시에세이 『셀라』가 있음.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 리호(시인)
▪약력 : 2014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기타와 바게트』 『설탕이니까』, 디카시집 『도나 노비스 파쳄』
청소년을 위한 디카시 창작 입문서 『찍go 쓰go 디카시 창작 입문』
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 제3회 이해조문학상, 제4회 디카시작품상 수상
[당선 소감]
Elena Park(박하영) (해외부문 수상자)
도전의 문턱에서 만난 기쁨
첫 디카시 단체전시회를 준비하며 광고 안내문을 만들고 있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1회 《세계디카시》 신인상 공모에서 해외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뜻밖의 기쁜 소식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한동안 마음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설렘과 흥분이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수필을 비롯한 다른 문학 장르에서 등단과 수상의 기쁨을 경험했지만, 이번 수상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문학단체의 신인상은 경쟁이 치열하고 그 문턱 또한 높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세계디카시》 신인상은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에서 각각 단 한 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하니, 선뜻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전해 보라는 스승님의 단호한 격려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미 창작해 둔 작품은 여러 편이었지만, 그중 열 편을 선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고르고 다시 읽으며, 제가 사진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그것을 어떤 시어로 담아내고자 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모전은 기다림의 문학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복권 한 장을 사면 발표일까지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되지만, 그 기다림은 길어야 하루 이틀입니다. 반면 문학 공모전은 응모를 결심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작품을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깁니다. 기대가 클수록 기다림의 무게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결과에 대한 기대를 앞세우기보다,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쁜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은 스승님이었습니다. 망설이던 제게 도전할 용기를 주신 분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이 기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소식을 듣고 오히려 저보다 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문학의 길에서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스승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오늘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카시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만나고, 사진과 시가 어우러진 짧은 언어 속에 오래도록 남을 울림을 담고 싶습니다. 문학을 향한 저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부족한 작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값진 상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도전의 용기를 주시고 창작의 길을 이끌어 주신 스승님께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디카시와 사랑에 빠진 일이 제 문학 인생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선택이었음을, 이번 수상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오늘의 기쁨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더 깊은 시선과 진솔한 언어로 세상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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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세계디카시》 신인상 부문(해외) 수상작-Elena Park
첫댓글 당선 소감도 솔직한 마음을 담아 잔잔한 고백같아 좋네요.
올려준 작품들과 함께 심사평을 올려주어 읽어보며 심사원들의
높은 안목에 놀랐어요.
겸손함을 품은 열정으로 계속 작품속을 거닐며 행복하시기를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