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낙화를 위한 변명」 (이경옥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이경옥 시인이 6년 만에 출간하는 세 번째 시조집을 읽으며 그가 공무원의 무거운 직책과 가정의 대소사를 무탈하게 지켜온 것과 또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서예에 도전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인은 문단에 이름만 걸어놓고 소홀했다며 세월에 면목이 없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을 훌쩍 떨쳐버리기 바란다. 짚어본 대로 그는 공직을 떠났고 이제 자유롭고 활달한 시인의 길을 더욱 오롯하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행복한 여정이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 ‘청춘’인가. 평상의 많은 사건과 문제들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내려놓고 느긋하게 여유로운 관조의 시안도 다스려 가며 더욱 풍성한 시작 생활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깊은 성찰을 통하여 내면의 깊이를 궁구하고 세월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리라 믿는다. 그가 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이순의 다양한 모습과 걱정들도 평화롭게 풀려나갈 것이다.
<작가소개>
시인 이경옥
경상북도 김천 출생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 등단(1995년)
시조집 『막사발의 노래』(2010), 『무의탁 못』(2017)
메일 _ rinnal@naver.com
<본문 詩 ‘비주류 보법’ 전문>
나는 술을 못 먹는 이른바 비주류다
주당들 술자리에선 분위기 못 맞추고
아깝게 안주나 축내는
괄호 밖 밉상인 셈
거나한 술판이듯 숙취 우거진 세상사
비위 맞춘 몇 순배에 눈도장이 찍히고
짬짜미 의기투합하여
동아줄도 엮으련만
꼽사리 마다하고 물러앉은 뒷전에서
이목구비 덜 갖춘 운주사 석불마냥
맘대로 발 뻗고 뒹구는
이토록 편한 보법
<서평>
이정환 선생은 이경옥 시인의 첫 시집 『막사발의 노래』 해설을 통하여 <성실하였고 진솔했다. 시는 놀라움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염두에 둘 때 이경옥 시인의 시 세계는 그런 것으로부터 얼마간 비껴가는 측면이 있다>라고 하였고, 정수자 시인은 『무의탁 못』 해설에서 <고통을 이겨온 생명의 너그러운 품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외곬’의 사랑을 어쩌지 못해서 ‘신기루 그 사랑’을 내내 좇다가도 아픈 몸을 돌아보며 여유를 찾아야 했던 때문이겠다. 대저 시인은 낮고 외지고 아프고 쓸쓸한 곳으로 눈이 더 가는 사람들이다. 이경옥 시집에도 그런 쪽에 더 깊이 가닿는 시선과 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러한 두 분의 해설을 살펴보니 이미 이경옥 시인의 시 세계를 ‘평상의 깊이’로 보고 있는 이 글과 깊게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등단 28년 차인 시인이 세 번째 시조집을 내면서 문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 나이값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세월에 면목이 없다라고 고백했다. “문단”과 “세월”에 “나이값을 제대로 못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시인으로서 작품에 전념하지 못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시작에 훼방꾼들은 무엇이었을까. 공무원이라는 직책, 주부로서의 책임감, 서예가의 직분 등이라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 모두가 이경옥이라는 인간의 유기적 도움꾼이지 방해자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누구인들 시에 모든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정용국 시인)
(이경옥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20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