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가 자회사인 국내 대표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로 11번가 매각 이슈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9월 SK스퀘어는 큐텐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실사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큐텐과 SK스퀘어는 가치 측정 실사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여, 협상이 중단되었습니다.
SK스퀘어의 입장에서는 빨리 11번가를 매각하고 싶은데, 매각이 좌초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FI(재무적투자자)들 때문입니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H&Q코리아, 새마을금고 등 FI들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해당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 18%를 다시 사들일 수 있지만, 문제는 해당 기한이 12월 초까지라는 것입니다.
즉,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죠.
게다가 여기에 SK스퀘어는 FI(재무적투자자)들에게 11번가를 5년 이내에 IPO(기업공개,상장)을 약속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장에 실패한다면 FI가 SK스퀘어 지분까지 시장에 던질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 매도 청구권)을 부여했습니다.
쉽게 말해, 상장에 실패하면 FI(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11번가의 18% 지분과 SK스퀘어의 지분을 같이 팔아버린다는 것입니다.
분명 SK스퀘어 입장에서는 11번가를 IPO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5년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1번가는 2조 7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최대 경쟁자인 쿠팡의 독주로 11번가의 가치는 1조원 안팎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에 결국 IPO는 실패하였고,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마지막 비장의 한 수였던 큐텐에 매각하는 것마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FI의 드래그얼롱 행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12월 초까지 새로운 인수협상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SK스퀘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단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투자받은 원금 5000억원과 함께 이에 대한 연 이율 3.5%의 이자를 FI에게 주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FI가 시장에 지분을 강제 청산하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역시 가장 나이스한 선택은 콜옵션을 행사하여 지분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그렇게 큰 자금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SK가 11번가 매각을 앞두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만약 SK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SK 자회사는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며 '콜앤드드래그' 조건을 걸어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자본시장의 눈길이 SK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