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은 평소 자신의 장례식에 <모란 동백>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유언을 하곤 합니다. 아마 그의 바람대로 되겠지요.
이 노래는 원곡이 이제하.
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입니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천재적인 작가입니다. 소년시절부터 문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이미 고교시절에 시인으로써 수많은 팬을 거느렸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대학은 홍익 미대를 수학했습니다. 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전방위 예술가였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소설을 썼어요. 문학과 미술을 병행하는 특이한 삶을 살았습니다. 1974년에는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문학계의 천박한 행태들을 비난하며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예술활동 이외에도 카페, 의상실 등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구애받지 않는 이력을 쌓기도 합니다. 그 스스로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아나키스트’라 합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인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란 말은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이제하는 또 음악에도 조예가 있어 음반 하나를 제작해 시집 <빈 들판>에 부록으로 넣어 발매했는데 이 음반에 실린 노래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그가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볼 수 있군요.
조영남의 노래도 좋지만 이제하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기교 없는 순수한 창법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정제되지 않는 경상도 발음도 재밌구요.
전 여직 이제하의 글은 여태 하나도 읽어 보질 못했습니다. 소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갑자기 읽고 싶어졌어요. 자유로운 영혼이 써 내려 간 글은 과연 어떨까. 이름도 멋있고 외모도 소설가다운 품위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지금은 노인네가 되었지만……
평생 남의 노래로 먹고 살았던 조영남은 마지막 장례식까지도 남의 노래로 장식할 모양입니다. 이 노래 아니었으면 <화개장터>가 울려 퍼졌을 거예요.
어쨌거나 조영남이 아니었으면 이제하의 노래는 세상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 덕분에 저작료 수입도 있을 테니 둘 다 윈윈한 셈입니다.
이제하 작사 작곡 노래 :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고교시절에 쓴 시라는데 문학적 재능이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라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 청솔 그늘에 앉아 -
첫댓글 이제하 시의 느낌이 솔직 담백하네요. 독백하듯한 싯귀도 좋고 편안한 시어도 맘에 듭니다
이노래 조영남이 장례식때 불러달라고 했던거 기억나요 ㅎㅎ
자유로운 영혼 숲에서님의 엘콘도르 파사도 듣고싶고 ..^^
메르스가 빨리 진정되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숲에서님이 노래하는줄 알았어요.. 목소리가 넘 닮았어요....
제가 목소리가 좋긴 해요 ㅋㅋㅋ
ㅎ ㅎ ㅎ 그러네요. 비슷해요. 닮았어요. 근데 이분은 강원도가 아닌 사투리 억양이 있네요. 숲에서님은 동면 사투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