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된 책자를 용케도 구하다.
“새들은 맹순 씨 가족에게 행복을 물어다 준 벗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거짓말처럼 우리 곁에 있는 새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탐조를 위해 멀리 나갈 필요도, 값비싼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국내 제1호 탐조책방 지기이자 이 책을 쓴 박임자 작가는 주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우리 곁에 있는 새들이 거짓말처럼 눈에 보이기 시작할 거라면서요.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에서 맹순 씨와 임자 씨가 아파트에서 탐조를 어떻게 하였는지 여러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마흔다섯까지 독립적으로 살아 온 임자 씨가 노모인 맹순 씨와 함께 산 이유부터 맹순 씨가 어떻게 새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는지, 아파트에 새 먹이대를 어떻게 설치했고, 베란다로 어떤 새들이 찾아왔는지, 아침마다 새 먹이를 챙기며 맹순 씨의 하루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어 보세요. 이 책을 감수한 김성현 조류학 박사가 왜 새들이 맹순 씨 가족에게 행복을 물어다 준 벗이라고 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형제가 서로 위하며 사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게 없다.”
“딸 둘과 라면을 끓여 먹어도 그게 만찬이에요.”
요즘 시대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부러운 가족 이야기
심장 수술 후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왔던 맹순 씨. 뇌 손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맹순 씨에게 딸 임자 씨는 그림 그리기를 권합니다. 맹순 씨는 떨리는 손으로 아파트에 찾아온 새들을 그리며 잃어버린 삶의 희망을 채워 갑니다. 두 딸과 아파트 탐조를 하며 공통의 관심사도 나누고, 새들의 안부를 살피며 여러 날을 함께했지요.
이 책에는 맹순 씨가 그린 새 그림과 일기가 담겼습니다. 깃털의 생김새와 색깔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새 그림은 실제 사진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지요. 또한 매일 쓴 일기에는 가족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듬뿍 담겼습니다. 맹순 씨는 두 딸과 베란다에 찾아온 새들을 보며 수다를 떠는 날엔 라면을 끓여 먹어도 만찬이라며 행복해합니다. 부모가 나이 들고 아프면 요양원부터 알아보는 요즘 시대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부러운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배곯지 말고 다녀라.”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은 새들이나 인간이나 같아요.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에는 새들이 아파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잘 보여 줍니다. 새들은 봄이 오면 번식을 위해 포식자 눈에 잘 띄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무 꼭대기에 올라 노래합니다. 어렵사리 번식에 성공한 새들은 여름 한철 귀하게 얻은 새끼를 키우느라 분주해요. 그런데 아파트에선 여름마다 벌레를 없앤다고 나무에 소독약을 잔뜩 뿌립니다. 새끼들에게 벌레와 나무 열매, 풀씨를 먹이는 부모 새들로선 이러한 소독이 반갑지 않겠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 아파트라는 공간이 얼마나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알 수 있지요.
가난한 시절 어렵게 오 남매를 키운 맹순 씨는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멧비둘기가 가족을 꾸린 모습에 대견해하고, 새끼를 지키려고 참매에게 덤비는 까치를 응원합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모두 다 똑같다면서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들과 사람이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아파트 정원은 도심 속 새들의 오아시스 새들과 이웃이 되어 공존하는 삶을 살기를!
탐조는 자연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는 활동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탐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팬데믹을 경험한 후로 자연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었고,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탐조 문화가 많이 알려졌거든요.
맹순 씨네 가족은 아파트 정원과 베란다에서 많은 새를 만났습니다. 텃새는 물론, 베란다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여름 철새인 꾀꼬리와 겨울 철새인 홍여새 등 귀한 새들도 만났지요. 박임자 작가는 자신도 처음엔 탐조가 먼 곳까지 나가 귀한 새를 보는 걸로 알았다고 해요. 하지만 아파트에서 텃새들을 매일 마주치며 어느새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고, 새들이 사는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지요. 이 책을 읽고 아파트에서, 베란다에서 탐조를 시작해 보세요. 그러면 계절마다 가지를 치고 소독약을 뿌리는 게 이웃인 새들에게 얼마나 해가 될지 고민하는 이가 생기고, 인공 새집을 나무에 달면 새와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산다는 것도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 책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제 숨을 쉬며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