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263 술회述懷 26 우음偶吟 우연히 읊다
최련송죽국最憐松竹菊 가장 사랑스러운 것 솔 • 대 • 국화
독수세한심獨守歲寒心 날이 추워도 그 마음 홀로 지킨다.
삽극편리단插棘編籬短 가시나무 꽂아 울타리 짧게 엮고
삼림축경심芟林築徑深 덤불 깎아 길 깊게 쌓는다.
복건다야취幅巾多野趣 복건幅巾은 野人의 취미가 많고
려장칭한음藜杖稱閑吟 청려장 한가하게 읊기에 걸맞네.
소산유인사蕭散遺人事 시원스레 세상일 헤쳐 버리고
횡경열고금橫經閱古今 경서 펴고 古今을 살펴보네.
문득 읊나니
소나무와 대나무, 국화를 최고로 좋아하니
힘든 시간을 홀로 지켜냈기 때문이라네.
가시나무를 이어 붙여 짧은 울타리 엮고
숲을 베어내 깊숙한 오솔길을 냈다오.
두건을 쓰면 野人의 정취가 풍기니
명아주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시를 흥얼거린다네.
사람간의 탐탁지 않은 일들은 떨쳐버리고
경서를 펴서 읽으며 옛날과 지금의 일을 가늠한다네,
►세한歲寒 ‘설 前後 추위’라는 뜻으로 몹시 추운 한 겨울의 추위를 일컫는 말.
‘한심寒心’ 오싹함. 가엾고 딱함
►삼림芟林 삼림을 베다. ‘벨 삼芟’ 베다. 깎아버리다. 낫(풀 따위를 베는 器具)
►복건幅巾 ‘幅 폭 폭, 행전 핍, 두건 복’ 폭, 너비. 넓이
도복道服을 입을 때 머리에 쓰는 건. 現在는 어린 사내아이가 돌날이나 名節에 씀.
►려장藜杖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
►소산蕭散 소산疏散. 탐탁지 않아서 헤어짐. 쓸쓸하고 적적함
►횡경橫經 경서經書를 펴서 듦
●우음偶吟 문득 읊다/윤선도尹善道(1587-1671)
1 1645년(58세)作
수증유선골誰曾有仙骨 누가 신선이 될 기골은 따로 있다고 했나
오역애분화吾亦愛紛華 나 또한 세속적 욕망을 쫓는 인간일 뿐이네.
신병심잉정身病心仍靜 몸이 병들자 마음도 늘 고요해지고
도궁세자하途窮世自遐 궁지에 몰리니 세상도 절로 멀어진다오.
운산상유액雲山相誘掖 구름은 산과 어울려 서로를 이끌어 주고
호해여점마湖海與漸摩 호수는 바닷물과 함께 서로를 갈무리하네.
철쇄하수선鐵鎖何須羨 도를 닦아 신선이 됨을 어찌 부러워할까.
봉래로불차蓬萊路不差 이게 곧 신선이 사는 봉래섬 가는 길인 걸.
►증유曾有 있었다. 있었던 일.
►선골仙骨 천골薦骨. 골반을 구성하는 뼈 5개의 천추가 상하로 융합하여 생긴 뼈임.
여기서는 죽지 않고 산다는 神仙의 기골氣骨.
►분화紛華 번성繁盛하고 화려華麗함.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고 번잡煩雜함. 욕망을 쫓는 世俗的인 모습
►잉정仍靜 여전히 조용하다. 늘 고요함
►도궁途窮 막다른 길에 이르다. 궁지에 몰리다.
►‘멀 하遐’ 장구長久. 오래다. 멀다
►유액誘掖 (남을)이끌어 도와줌. 꾀다. 이끌어서 바로 잡다
‘꾈 유誘’ 유혹誘惑하다 불러내다, 유인誘引하다. 달래다, 권勸하다
‘겨드랑이 액/낄 액掖’ 곁채(몸채 곁에 딸려 있는 집채), 곁문 정전正殿에 딸린 궁宮
►여점마與漸摩 점점 좋은 방향으로 서로 感化됨.
여기서는 서로 갈무리 하거나 어루만진다는 뜻
►철쇄鐵鎖 쇠사슬. 쇠로 만든 자물쇠. 늘어뜨린 쇠사슬(鐵鎖)을 붙잡고 올라가야 할 곳,
중국의 현도단玄都壇을 가리킴. 玄都壇은 道敎의 神仙과 道士의 수련장修練場.
►하수선何須羨 무엇을 부러워할 필요가 있는가.
►봉래蓬萊 신선세계인 봉래산蓬萊山.
전설상 중국 발해만渤海灣 앞바다의 신선이 살고 있다는 三神山 가운데 하나.
三神山은 蓬萊山 방장산方丈山·영주산瀛洲山.
►불차不差 모자라지 않음. 대략. 거의. 보통
2 1645년(58세) 作
금쇄동중화정개金鎖洞中花正開 금쇄동에 꽃이 활짝 피었고
수정암하수여뢰水晶巖下水如雷 수정암 아래 물소리는 우레와 같다네.
유인수위신무사幽人誰謂身無事 숨어 살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소
죽장망혜일왕래竹杖芒鞋日往來 대지팡이 짚고 삿갓 쓴 채 날마다 어슬렁거리는데.
►금쇄동金鎖洞 尹善道의 山中別莊. 전라도海南縣 남쪽에 있었음.
지금의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불성동 뒷산이 병풍산屛風山(313m)임.
1639년 유배流配에서 풀려난 尹善道는 海南縣의 水晶洞으로 들어왔고
1640년 봄에 금쇄동金鎖洞에 정착함.
金鎖洞은 문소동聞簫洞의 동쪽 第一峯 위에 있음.
尹善道는 1641년의 세모歲暮에 금쇄동기金鎖洞記를 지었음
►수정암水晶巖 海南의 尹善道 우거寓居가 있던 水晶洞의 암석 바위
►죽장망혜竹杖芒鞋 대지팡이와 짚신. 매우 간단한 여행 차림.
3 우음偶吟 문득 읊은 시.
尹善道가 74세이던 1661년, 유배지 三水에서 지음
尹善道의 자주自註
고향삼천리야故鄕三千里也 여기서 고향까지 3천 리 길
차군지협산고此郡地狹山高 이 고을은 평지가 좁고 산은 높아
동여빙실冬如氷室 겨울은 얼음 창고처럼 춥고
하사홍로夏似洪爐 여름엔 대장간 용광로처럼 뜨겁다
귀문관외소하미鬼門關外小河湄 삼수 땅의 귀신 나올 것 같은 골짜기의 작은 계곡 물가
착착중위이장리窄窄重圍二丈籬 좁고 겹겹이 둘러쳐진 두 길 높이의 가시나무 울타리.
팔십수황증미청八十囚荒曾未聽 팔십 먹은 죄수를 황량한 골짝에 유배한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고
삼천귀로묘무기三千歸路杳無期 고향까지 삼천리 길은 아득하고 간다는 기약도 없네.
여릉왜옥동엄감如凌矮屋冬嚴鑑 누추한 집으로 올라가면 혹독한 겨울의 얼음 창고이고
사증고산하박취似甑高山夏迫炊 여름이면 높은 산이 불 때는 떡시루처럼 푹푹 찐다네.
행뢰성은연루명幸賴聖恩延縷命 임금님의 성은 덕분에 목숨만은 겨우 부지하고
장음화축망조기長吟華祝忘朝飢 아침 시장기도 잊은 채 임금님 만수무강을 빈다네.
►귀문관鬼門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험악한 산골의 邊境關門. 尹善道가 유배된 三水.
►‘물가 미/더운 물 난湄’ 물가
►착착중위窄窄重圍 좁고 겹겹이 둘러쌈.
►‘울타리 리(이)籬’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거소流配居所를 외부 斷切시키려 집 주위에 가시 울타리를 둘렀던 重罪人의 安置刑.
►팔십수八十囚 80살 먹은 죄인.
尹善道 자신을 지칭. 유배 당시 그의 실제 연령은 만 74세였음
►‘업신여길 릉(능)/얼음 릉(능)凌’ 높이 오르다. 올라가다.
►왜옥矮屋 작은 집. 누추한 집.
►거울 감鑑 능감凌鑑. 얼음을 보관하는 기물器物로 빙고氷庫·빙감氷鑑.
►‘시루 증甑’ 떡 시루. 푹푹 찌는 더위를 말함.
►박취迫炊 밥 지으려 불을 땜
►행뢰성은幸賴聖恩 다행히도 임금님의 聖恩으로.
尹善道가 자신을 귀양 보낸 임금의 행위를 조롱嘲弄하는 의미가 담김.
►루명縷命 연명延命. 목숨을 겨우 부지함
►화축華祝 임금님의 만수무강을 축원祝願함.
<莊子 天地>편에 화華 땅을 지키는 화봉인華封人이
요堯임금에게 長壽와 富貴, 아들의 多産을 祝願한 故事에서 유래.
여기서는 尹善道 자신이 임금님의 유배 전횡專橫을 신랄辛辣한 反語로 질책하고 있다.
문대아위래근맹중춘간자聞大兒爲來覲孟仲春間自
큰 아들이 나를 찾아와서 뵈려고 1월과 2월 어름에
해남발정이이월십칠일海南發程而二月十七日
해남을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때는 2월 17일이라
풍도설학잉념행로지고風饕雪虐仍念行路之苦
드센 바람에 눈보라까지 몰아쳐서 길에서 고생이 얼마나 심할까 하는 염려가 들어 이 詩를 지었음.
이 詩는 尹善道가 77세이던 1664년에 지음
아자시년오십팔兒子時年五十八 큰아들 나이도 올해로 쉰여덟 늙은인데
삼천리로약위행三千里路若爲行 삼천리 머나 먼 길을 어찌 애비를 찾아오려는지.
금진풍설종조모今辰風雪終朝暮 오늘은 눈보라가 하루 종일 불어대는데
경경통소념여정耿耿通宵念汝情 밤새도록 근심하며 네 생각만 하고 있다네.
►경경통소耿耿通宵 밤새도록 근심하다